My trait is Korean RAW novel - Chapter 111
제111화
111화
2 페이즈에 돌입한 마왕은 높은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 그리고 작아진 몸만큼 재빠른 속도로 공격을 피하며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작아진 마왕에게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체력이었다.
대마력 합성으로 만들어 낸 마법을 직격으로 맞은 마왕은 멀쩡할 수 없었다.
-……후.
깊게 한숨을 내뱉는 마왕에게 다시 한번 마법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확실하게 마무리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연계다.
마왕의 목숨을 끊기 위해서 모두가 힘을 합쳐 공격해야 했다.
그때 하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으.”
불안한 소리가 요동칠 때 최대한 강력한 보호막을 만들어 내 보았지만…….
갑작스레 눈이 보이지 않게 됐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눈은 보인다. 하지만 시야가 무척이나 좁아졌다. 바로 눈앞도 잘 보이지 않을 수준이다.
마법사 뒤에 있던 사제들은 이 상태 이상을 해제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수십 초가 지나도 암전 상태는 해제되지 않았다.
‘다들 침착하고, 마왕의 위치를 파악하세요.’
마법사들은 탐지 마법을 사용하며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전열에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나마 기감이 뛰어난 사람들이나 마왕의 위치를 파악하려 했고, 나머지는 우왕좌왕하며 도망치기 바빴다.
“젠장…….”
아직도 마왕에게 힘이 남아 있다니. 전혀 생각치도 못한 일이었다.
3 페이즈.
거의 마지막 보스에 가까운 만큼 무려 세 번의 각성을 거칠 수 있는 듯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이게 마지막 페이즈, 즉 최후의 발악이라는 걸.
마왕의 체력이 보이진 않지만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게 느껴졌다.
나 또한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감지 마법으로 마왕이 어디 있는지, 아군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좋은 상황은 아니다. 사람들 사이에 마왕이 있었기 때문이다.
폭발 마법은 절대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투사체 마법은 괜찮은가?
조준은 상관없다. 가만히 있는 표적은 확실하게 맞힐 수 있고, 빠른 표적조차도 예측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마왕은 다르다.
빠르다 정도로 정의할 수 없는 속도. 그 속도를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앞이라도 제대로 보였다면 가능했겠지만 시각이 제한된 지금은 힘들다.
‘……이런 상황인데 방법이 없을까요?’
나는 신석에게 통신 마법을 보내 보았다. 그러나 신석 또한 무척이나 힘들게 버티고 있는 만큼 대답이 늦어졌다.
실드를 유지하며 기다리고 있자 대답이 들려왔다.
‘저도 방금까지 답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만…….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뭐죠?’
‘매즈. 묶는 기술을 잠깐 동안 걸고 그동안에 공격을 맞히는 겁니다. 어차피 마왕의 체력은 거의 바닥이니 한두 번만 맞혀 낸다면 가능할 겁니다.’
과연 가능할까?
마왕의 마법 방어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무척이나 뛰어난 편에 속하고, 상태 이상의 지속 시간은 정말 바닥을 길 거다.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요.’
‘……알겠습니다. 그럼 상태 이상을 넣었을 때 말씀해 주세요.’
강신석의 위치를 확인해 보니 마왕에게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왕은 전열에 있는 사람들을 전투 불가 상태로 만들고 있었다. 죽이진 않지만 우리의 시각이 돌아왔을 때 짐이 되게끔 머리를 쓰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그때였다. 마왕 근처에 도달한 강신석의 위치를 갑작스레 확인할 수 없게 됐다. 동시에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
‘지금입니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마왕은 멈췄다. 지금 내가 마법을 쓰지 않는다면 이 전투는 더더욱 길어질 거다. 그렇게 되면 사상자는 끝없이 늘어나겠지.
“후.”
어쩔 수 없다. 나는 대마력 합성을 사용하여 마법을 영창해 두었다. 이제 마법을 쏘아 내기만 하면 된다.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집중해야 한다. 마력을 한곳에 밀집시키고, 쏘아 낸다.
그 과정을 거친 마법들은 하나같이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니게 되었고,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ᅌᅡᇁ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각이 제한된 시간 동안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많이도 죽었네.”
총 20명의 공대원들 중 6명이 죽었다. 전부 전위에서 눈이 가려지자 도망치려고 한 플레이어들이다.
원주민들은 여기서 물러나면 죽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도망치지 않았다.
등을 보이는 적과 그렇지 않은 적. 둘 중 누구를 공격하겠는가.
당연히 등을 보이는 사람을 치겠지.
“신석 씨는…… 어디 있는 거지?”
마왕을 붙잡고 있었으니 그 근처에 있을 거다.
마왕이 죽은 곳을 찾아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신석의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다. 하지만…….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마법에 휩쓸려 다리가 크게 다친 상황이었다. 다리가 다쳤다면 더 이상 전투를 진행할 수 없다.
다행히 마왕이 죽었기 때문에 더 이상 전투를 치르진 않는다.
“죽였……나?”
마왕이 죽기까지 계속해서 마법을 사용하던 마탑주들이 눈을 떴다.
그들은 마왕이 멈추기를 기다렸다가 꽤나 많은 마법을 쏘아 냈지만 역산으로 대부분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전까지 마왕의 마력을 많이 닳게 만들었으니 그들의 역할을 다한 셈이다.
모두가 기쁨에 몸을 부들거리고 있을 때 다시금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왕은 죽었을 터인데, 어째서?
“……뭐지?”
하늘에서 무언가가 내려오기 시작한다. 어떤 문 같기도 하고, 다른 것 같기도 하다.
마치 성스러운 무언가가 내려오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문처럼 생긴 무언가가 땅에 닿은 순간 커다란 바람이 우리를 덮쳤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지막 전투까지 치른 사람들이다. 마왕에게도 버텼는데 풍압 따위에 굴복할 리 없었다.
“도대체 뭐죠?”
20명 중 14명만 남은 지금, 마왕과 같은 적이 나온다고 하면…… 지옥도가 펼쳐질 거다.
“다행히 지금 당장 몬스터가 나오거나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옆에서 포션과 하급 엘릭서로 치료하고 있던 신석이 말했다.
맞는 말이다. 분명 높은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생명체가 느껴지진 않았다.
그렇다는 건 안에 무언가가 있다고 해도 적어도 지금 당장은 이곳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러고 보니까 저희 마지막 클리어 조건이 던전 클리어 아니었나요?”
“……듣고 보니 생각났네요. 분명 던전 ‘신성 배반자 루시퍼’ 공략이었죠.”
“그렇다면 저게 설마…….”
“……맞는 것 같습니다. 저 던전이 저희의 마지막 목표……겠죠.”
사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는 있었다.
마왕을 잡고 난 뒤 연속해서 적이 나올 거라는 최악의 상황부터 바로 나오진 않더라도 던전이 등장하긴 할 거라는 희망적 ᅌᅨ측까지.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시간제한 같은 건 걸려 있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일까요.”
“……불안하게 왜 그런 말을 합니까.”
나는 신석을 다그치며 말했다. 저런 말을 한 뒤에는 항상 안 좋은 일이 있었다.
그때였다.
위이이잉.
사이렌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주변에 널리 퍼지더니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보는 시스템 메시지가 반갑기도 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더 크게 들었다.
“설마 진짜?”
그 의문은 길게 가지 않았다. 시스템 메시지가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던전: 신성 배반자 루시퍼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2명입니다.’
‘던전: 신성 배반자 루시퍼 던전은 1시간 후에 닫히며 재입장을 원할 시 다시 한번 마왕을 잡아야 합니다.’
정말 끔찍할 정도였다. 2명밖에 입장할 수 없다는 점도, 1시간 안에 저 던전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도.
만약 실패한다면 다시 한번 마왕을 잡아 내야 한다.
어떠한 보상도 주지 않은 마왕을, 레벨 하나 올라갈 정도의 경험치도 주지 않은 마왕을…….
최상의 컨디션에서 6명의 희생자를 낸 그 마왕이 다시 부활한다는 거다.
“젠장……. 이거 저희가 들어가야겠죠?”
“……지금 당장 저희보다 강한 사람이 없긴 합니다. 그래도…… 지금 이 다리로는…….”
“성직자에게 가 보죠. 1시간 내에 치료가 되면 신석 씨를 데려가도 되겠지만 아니라면 다른 분을 데리고 가면 되니까요.”
그렇게 말하자 신석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 성의 문이 열리자마자 성직자들 몇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치료한다면 다리쯤이야 금방 나을 수도 있다.
나는 신석과 함께 성직자들에게 다가갔다. 남은 시간은 56분. 아직은 안정권이다.
신석은 성직자들에게 다리를 보여 주었고, 그들은 치료를 시작했다.
그렇게 10분 정도가 지나고 한 성직자가 내게 다가왔다.
“좋은 소식과 안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무엇부터 들으시겠습니까?”
“좋은 소식부터 듣죠.”
“1시간 내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신석 씨는 아마 싸울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나쁜 소식은 뭔가요?”
“나쁜 소식은 1시간 만에 모든 걸 치료할 수는 없었다는 거죠. 다리는 어느 정도 회복됐겠지만 체력이 많이 부족할 겁니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오래 전투를 치른다면 굉장히 힘들어할 겁니다.”
성직자의 말은 옳다.
아무리 좋은 약재나 포션을 써도 피로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특히나 전방에서 전투를 치르는 사람들은 근육이 항상 긴장되어 있을 정도로 피로가 금방 쌓인다.
성직자는 그 뒤에 ‘1시간 정도밖에 싸우지 못할 거ᅌᅨ요.’라고 덧붙였다.
1시간.
2명이서 마왕보다 강할 거로 추측되는 적을 상대해야 한다.
가능할까?
차라리 더 성장해서 마왕을 쉽게 잡은 뒤 도전하는 게 맞지 않을까?
지금 도전해서 저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을까, 라는 본질적인 의문이 들었다.
“……할 수 있습니다. 1시간이면 충분히 보스를 잡아 낼 수 있을 거예요.”
멀리서 신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료가 시작된 지 얼마나 됐다고……. 저렇게 무리해서 움직이는 건 좋지 않을 텐데.
…….
하지만 그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그 길을 막을 수 없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40분 뒤 이곳으로 오세요. 그때까지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고 나서야 신석은 본래 치료받던 곳으로 돌아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인벤토리에 있는 아이템들을 확인해 보았다.
수많은 포션과 엘릭서들…… 그리고 하나는…….
“안 쓰고 클리어하는 게 최선이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 *
약속했던 시간이 됐다.
내 옆에는 신석이 있고, 신석의 옆에는 내가 있다.
“갑시다.”
그렇게 우리들은 이 세계의 끝을 보기 위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