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rait is Korean RAW novel - Chapter 112
제112화
112화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제 남은 건 이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것뿐.
이토록 높은 수준의 마력이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의 던전이라면 보스가 얼마나 강력할지 예상도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들어가야 한다.
“신한 씨는 집으로 돌아가면 뭘 가장 먼저 하고 싶으세요?”
“……글쎄요. 저는 아무래도 치킨부터 뜯고 싶은데요.”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눈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짜장면, 치킨, 피자, 햄버거. 수많은 패스트푸드.
돌아가면 가장 먼저 먹을 것들이다.
“일단 이거부터 클리어하고 생각하는 거 어떨까요?”
“좋습니다. 신석 씨는 뭘 하고 싶은지 알고 싶지만 끝나고 듣겠습니다.”
이 던전이 끝나고 듣는 게 좋을 것 같다.
실패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직 성공만 바라볼 뿐, 남은 건 돌아가서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 거다.
김칫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혹시나 위험하다 싶으면…….’
스텟을 민첩과 힘으로 변환시키고 내가 전열에서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없는 게 좋겠지만…… 만약에 위험한 일이 생긴다면…….
미리 계략을 세워 두는 건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자…… 이제 진짜 들어갑시다.”
던전인 만큼 중간중간에 몬스터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1시간 내로 클리어해야 한다. 분명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해내야 한다.
오직 그 하나만 생각하며 나는 던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던전 안으로 들어가자,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실제로 구름 위에 서 있다.
그러나 구름 위는 밝고 화창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둠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생각보다 어둡군요. 천상으로 추측되는 땅인데도 말이죠.”
“이번 던전의 이름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신성 배반자 루시퍼. 아무래도 이곳은 루시퍼가 배신한 뒤의 세상일 겁니다. 원래 이곳은 에덴이었죠
많은 신화, 성경 등에서 나오는 천상. 그곳은 바로 에덴이다.
지금은 루시퍼가 땅으로 떨어지기 전, 즉 아직도 쿠데타가 일어나고 있는 시점인 듯 했다.
다행히 잔몬스터들은 없이 보스 하나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던전인 것 같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 던전 안에 있는 마력이 오직 한 방향에 모여 있었으니까.
적어도 중간중간 잔몬스터들을 만날 일은 없다는 뜻이다.
“후우……. 일단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겠습니다.”
“따라갈게요. 적당히 속도를 유지해 주세요.”
신석은 다리가 완전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무리를 시키는 건 적어도 전투가 시작된 후여야 하기 때문에 뒤에서 따라오기로 결정했다.
휘릭휘릭.
플라이를 사용해서 나 하나를 빠르게 움직이는 건 쉽다. 하지만 신석과 함께 움직이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신석의 다리를 땅에 닿지 않게 하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그것만으로 다리의 충격을 많이 줄여 주기에 충분한 도움이 됐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얼마 날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가까운 곳에 적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한 명의 마력이 아니었다.
적어도 5, 아니, 더 많을 수도 있다.
…….
“적어도 한 놈에게 몰아진 마력은 아니니…… 광역 마법을 사용하면 좋겠네요.”
신석이 앞에서 싸우는 만큼 마법에 휘말리면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말해 두는 것이었다.
그렇게 3분 정도를 더 나아가자 어마어마한 크기의 대궁전이 나왔다.
저기 안에 사람이 들어간다면 적어도 1만 명은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커다란 궁전.
그 안에서 파공성이 들리고 있었다.
파공성?
“안에서 누군가가 싸우고 있는 것 같은데요?”
“설마…… 루시퍼가?”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이곳은 에덴이고, 루시퍼에 대항하는 천사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가능성은 있었다. 이 던전이 천사들과 루시퍼가 싸우고 있는 에덴이라고 하면 아군, 즉 조력자도 있을 수 있다.
“들어가 보도록 하죠.”
나는 신석에게 신호를 준 뒤 궁전 안으로 같이 들어갔다.
안 역시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뻥 뚫려 있는 형태였기에, 고작 왕좌 하나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스케일 한번 엄청 크군요.”
궁전이 큰 만큼 왕좌 또한 컸다.
거인족도 저만큼 큰 왕좌에 앉지 않을 텐데.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휘이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불덩이가 내게 날아왔다.
“실드.”
당황하지 않고 실드를 사용하여 불덩이를 소멸시켰다. 제법 강한 마법이었는지 실드 위에 그을음이 남아 있었다.
불덩이 하나로 이 정도 피해를 입힐 정도면…….
-인간들까지 끌어들인 것인가! 루시퍼!
-나는 저들을 데리고 온 적이 없다. 네놈들이 데리고 온 것이겠지.
어째서인지 대천사와 루시퍼로 보이는 둘 사이에 엄청난 마법이 넘나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내게 불덩이를 던진 천사가 루시퍼로 보인다.
상대 천사의 정체만 특정할 수 있다면 우리가 도울 수 있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저 천사, 우리엘인 것 같습니다.”
“네? 그걸 어떻게…….”
“광활한 불을 사용하고, 전투력이 가장 높은 듯 직접 루시퍼와 전투를 치르고 있습니다. 이것만으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제가 아는 바로는 루시퍼와 직접 전투를 치를 만한 대천사는 우리엘밖에 없습니다.”
“……한번 믿고 말해 보죠.”
나는 조용히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광역으로 목소리를 전달하는 마법이다. 정확히는 목소리를 증폭시킨다는 표현이 좀 더 적합할 거다.
“우리엘! 저희는 당신을 도우러 왔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천사가 내게 빠른 속도로 다가와 검을 치켜세웠다.
-인간이 어떻게 우리의 이름을 알고 있지?
“인간계에 포탈이 생겼습니다. 그 포탈의 목적은 신성 배반자, 루시퍼를 처치하는 것이지요”
-……진실이군.
눈앞에 있는 천사는 내 말이 진실인지 혹은 거짓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서기관! 오래 버티지는 못합니다!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남은 3명의 천사는 우리엘과 교대로 루시퍼를 맞상대하고 있었다.
서기관이라고 불린 천사는 우리와 루시퍼를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들이 저희를 도울 수 있는 인간이라면…… 그리고 방금 한 말이 진실이라면 당신들을 믿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서기관은 우리들의 몸에 버프를 둘러 주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서기관? 천상의 서기관이라고 하면…….
“메타트론……이군요.”
신석이 조용히 읊조렸다.
메타트론. 천상의 서기관.
저기 있는 인원이 확실하게 확인된 만큼 우리들은 빠르게 루시퍼를 물리쳐야 한다.
“먼저 가겠습니다.”
신석은 몸 상태가 괜찮을 때 최대한 루시퍼에게 피해를 입히겠다는 생각인 듯 뛰어갔다.
나는 멀리서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천사들이 우리들에게 맞춰 주었다.
내가 마법을 쓸 때면 메타트론이 강화해 주고, 신석이 공격을 멈추고 뒤로 빠질 때면 우리엘이 불 마법으로 루시퍼를 견제해 주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전투를 치르다 보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전투가 시작된 지 벌써 10분이 지났다. 어째선지 신석의 몸놀림이 매우 굼떠졌다. 방금은 공격을 직격당할 뻔한 걸 모두가 나서서 막아 냈다.
저 루시퍼의 공격 한 번에 모두가 전멸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힘을 완벽하게 무효화시키지 못한다는 건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었다.
“신석 씨! 잠깐만 뒤에서 계세요!”
그렇게 말한 뒤 스텟을 변환하려는 찰나였다.
신석이 루시퍼의 사정거리 안에 들었다.
루시퍼가 지금까지의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신속하게 움직인 까닭이었다.
그걸 본 순간 내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지금 당장 실드와 같은 마법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오직 남은 방법은 내가 직접 막는 것뿐.
“……!”
나는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신석의 눈앞에 나타나 그 대신 루시퍼의 공격을 받았다. 한 번쯤은 막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너무나도 큰 판단 실수였다.
그 즉시 뒤에서 회복을 하고 있던 천사 한 명이 내게 다가왔지만 전혀 희망은 없었다.
고통이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마법사가 된 이후로부터 크게 다친 기억은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큰 고통을 받자 머리가 하ᅌᅤ지는 기분이었다.
내게 다가와 걱정하고 있는 신석에게 조용히 말했다.
“기다리세요. 그리고 저들과 함께 싸우세요.”
그 말이 끝난 순간 나는 루시퍼의 불에 의해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죽음이 코앞까지 온 상황에서 신석은 루시퍼에게 달려갔다.
…….
희망이 없는 건가?
그때였다.
‘용언: 보험이 발동됩니다.’
‘엘릭서의 효과로 부활이 시작됩니다.’
그 메시지가 나온 순간 나는 다시 과거를 기억해 냈다.
나는 다시 한번 부활할 수 있는 엘릭서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도 죽으면 자동적으로 사용되는 엘릭서였다.
나는 내가 죽었던 장소를 바라보았다. 저곳에서 다시 부활하기 위해서였다.
전황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시스템적으로 사망 판정 상태이기 때문일 거다.
불안함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믿을 수 있었다. 위험한 상황이지만 살아남을 거라고.
“……이제 다시?”
조그마한 목소리가 나왔다.
사망 판정이 사라지고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거다.
목숨이 사라졌지만 다시 한번 부활했다.
“……여기다.”
완전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나는 전황을 먼저 확인해 보았다.
루시퍼가 눈에 보였다.
죽음이 가까워진 모양인지 어마어마하게 위태위태해 보였다.
그 다음으로 확인한 건 신석의 위치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신석이 보이지 않았다.
천사들의 합공으로 루시퍼가 괴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쓰러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석은 그 자리에 없었다.
어째서일까.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신석의 시체를 찾아야 한다.
신석이 죽었다면 나는 다시 되살려야 한다. 그 생각만을 가지고 신석을 찾아다녔다.
‘게임이 끝났습니다. 3가지 목적을 달성하신 여러분에게 축하를 건넵니다.’
그 말이 나온 순간 나는 신석을 발견했다.
신석은 죽어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달려갔다.
인벤토리를 열고 엘릭서를 신석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
모든 엘릭서를 다 먹이자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떠 보니…….
“……여기는?”
내 집 안이었다.
집 안.
그렇다면 신석은?
그 흔한 전화번호 교환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살고 있는 집은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뛰어갔다.
지하철을 탔다.
그때였다.
“……신석 씨?”
“……모두 끝났습니다.”
신석은 살아 있었다.
아니, 엘릭서를 통해 살아났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 있었다.
그것으로 만족했다.
술 한 잔을 마시고 나니 드디어 그 지옥 같던 이세계에서의 생활이 끝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저. 그게 끝이자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