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102)
105화. 두 가지 소식
“…당가가 대체 왜요?”
공손수가 물었다.
현재, 비룡대 일행들과 철면개는 객잔의 처소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천당가.
독과 암기에 한해 감히 천하제일을 논할 수 있는 무가로, 오대세가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이름이었다.
‘허나 이제 와서?’
앞서 의혈맹은 정파무림에 발을 들여놓은 비룡대주 이벽에 대해 추포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팽가의 팽무옥이나 선우세가의 선우굉, 제갈세가의 제갈성을 비롯한 많은 무가의 고수들이 일제히 이벽의 뒤를 쫓았다.
허나.
부상을 입은 이벽 일행이 성가의방에 당도했을 때, 그곳에 호북의 주인인 무당이 나타났다.
단순히 나타난 게 아니라, 정도맹주이자 무당의 장문인인 태극검존 태허진인이 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시점에서 추격은 끝이 났다.
의혈맹의 세력들은 원성을 터뜨리면서도 일제히 물러갔다.
달리 어찌할 방법이 없다.
무당이 나선 이상은 더는 오대세가조차 아닌 군소무가들이 나설 자리가 아닌 것이다.
하물며 이제는 구 무림맹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소림까지 정식으로 비룡대를 옹호했다. 헌데.
“글쎄, 그쪽에서는 추적이나 나포가 아니라 정식으로 비룡대주와 ‘대화’를 하고 싶다 하더군.”
“…….”
“일전에 혈전을 치렀던 팽가와 소협들과의 중재를 명분으로 내세웠소. …적어도 겉으로는 말이오.”
철면개는 담담히 설명을 이었다.
당가는 사실상 중원 남서쪽 의혈맹 세력들의 수장으로, 팽가와는 오랜 우호관계이며 근래에 들어 세를 불리기 시작한 선우세가와도 관계를 맺은 듯했다.
“…….”
팽가, 그리고 선우세가.
이벽은 인상을 찌푸렸다.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네요. 애시당초 의혈맹이 왜 그렇게까지 우릴 노린 건지도 모르겠고, 이제는 당가까지…….”
“…개인적인 의견이네만, 당가와 얽히는 건 피하는 게 좋소. 차라리 사파무림으로 돌아가 버리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
“…….”
후, 철면개가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호북으로 올 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소. 내가 참으로 소협들을 볼 낯이 없어.”
“…뭐, 그게 무림이니까요. 변수는 셀 수도 없고 예측이 빗나가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인가요?”
공손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요? 당가를 나선 인원은 얼마나 되던가요?”
“다섯 명 안팎인 것 같더군. 대표적인 인물로는 절정고수인 일수멸혼(一手滅魂) 당청과 팽가의 팽무옥 그놈이 있었소.”
“…선우굉은 없었소?”
이벽이 물었다.
“다행히도 선우세가는 일단 빠진 것 같더군. 뭐, 그쪽에선 죽은 이가 없으니 말이오. 그리고 또, 삼봉 중 하나인 잠영난봉(潛影蘭鳳) 당려옥도 있었소.”
“케케케, 또 오룡삼봉이야?”
파진성이 어깨를 으쓱했다.
시선을 돌려 송영영을 향했다.
“야, 너도 삼봉이지? 잠영 뭐시기랑 아는 사이냐?”
“…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어차피 나한텐 상대도 안 돼.”
“헹, 너 잘났다. 붙임성 없기는.”
파진성과 송영영 사이에는 본래 싸늘한 냉기가 흘렀으나 그럭저럭 사이가 호전되고 있는 듯했다.
“…뭐, 그 정도 인원이면 진짜로 싸우자는 뜻은 아닐 테고, 설령 충돌이 일어도 충분히 해볼 만은 하겠네요.”
공손수가 말을 받았다.
일행들을 죽 둘러보았다.
“마침 잘됐네요. 당가건 황보건, 원래부터 의혈맹과의 갈등은 어떻게든 이 시점에서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잖아요?”
“…….”
일행은 산서를 목적지로 했다.
호북이 무당의 영역이듯 그곳은 의혈맹의 영역이며, 황보세가 자리한 하북과는 바로 인접해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라버니?”
이벽은 섣불리 답하지 못했다.
“…네 말이 타당한 것 같군. 저쪽에서 대화를 원한다면 딱히 못 할 것도 없다.”
“그쵸? 무엇보다 ‘여러분’들은 유사시의 상황에도 충분히 강하잖아요? 물론 걸개께서도 저희와 함께해주실 거구요.”
“어험.”
철면개가 헛기침을 했다.
앞서 개방의 부하들과 함께 불현듯 일행들이 머무는 객잔에 나타난 철면개는 ‘두 가지 소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는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 당가의 동향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내 이 나이 먹고 어린 소협들 사이에 끼어들자니 영 면목이 없구만. 좌우지간에 환영해주셔서 감사하오.”
철면개 본인의 비룡대 합류였다.
스승인 취풍신개에게서 ‘이벽을 도우라’는 명을 받았다고 했다.
물론, 일행 입장에서도 무려 절정고수이자 개방의 오결제자인 철면개의 합류를 꺼릴 이유는 없었다.
다만… 이벽은 생각했다.
무당의 송영영과 개방의 철면개.
정파의 영역에 발을 들인 이래, 비룡대는 이제 사파 무력대를 넘어선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당금 무림에서의 그 정확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주 자격 미달이군.’
이벽은 쓰게 웃었다.
새삼 자신의 모자람을 실감했다.
“단, 그쪽에서 만나는 장소를 정하게 해선 안 될 것 같네요. 당가의 심계는 아무리 주의해도 지나치지 않으니까요.”
그때 공손수가 말을 이었다.
말투는 태연했고 거침이 없었다.
“만나는 곳은 적당히 이곳 하남과 사천의 중간인 섬서 부근으로 하죠. 물론 우리가 먼저 도착해야 해요. 개방 쪽에서 물색해주세요. 기왕이면 보는 눈이 많은 곳으로요.”
“…아, 알겠네.”
“그럼 부탁드려요.”
공손수가 작게 웃었다.
철면개가 황급히 물러갔다.
그리고 일행들 사이에서는 침묵이 흘렀다. 시선들이 일제히 공손수를 향했다.
흠, 공손수가 헛기침했다.
“…뭐, 나는 집에 갈 거지만요.”
* * *
덜커덩, 덜컹
“하아아.”
마차가 흔들렸다.
공손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이렇게 되네요.”
“…상황이 그렇게 되었군.”
“뭐… 어쩔 수 없죠. 의혈맹이 아직도 뜻을 굽히지 않은 거라면, 재수 없으면 혼자 집에 가다 붙잡혀 인질이 될 수도 있으니.”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는다.
“최소한 의혈맹과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까지는 보고 가야 한다는 뜻이 되겠네요.”
“케헤헤, 그냥 계속 붙어있지 그래? 공도 세우고 이름도 알리고 좋잖아? 오룡보다 강한 이 오라버니가 철저히 지켜준다니까?”
“응, 싫어요~”
“…헹, 단호하기는.”
파진성이 이죽거렸다.
조금 상처를 받은 듯 휙, 고개를 창밖으로 돌려버렸다.
마차는 며칠을 쉬지 않고 달렸다.
마부석에서 죽어라고 말을 몰고 있는 건 역시 철면개였다.
당가와는 섬서 서안의 인근에서 만나기로 했다.
보다 정확한 장소는 섬서에 도착한 이후에 이쪽에서 개방을 통해 통보하기로 했다.
당가 측에선 순순히 응했다.
수를 쓸 생각은 없는 듯했다.
물론, 방심은 할 수 없다. 발을 서둘러야 하므로 일행의 여정은 자연히 노숙이 잦아졌다.
오늘 또한 마찬가지였다.
“케헤헤, 밥이다, 밥!”
마침내 적당한 장소에서 마차가 멈추었다. 일행들은 능숙한 솜씨로 노숙의 준비를 했다.
일행은 모두 노숙에는 도가 텄다.
역할 배분은 이미 나누어져 있다.
오직 송영영만이 멀뚱멀뚱 앉아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앞서 일행들은 그녀에게 무언가를 맡기려 했지만, 그녀의 손에 의해 쌀이 숯이 되거나 그릇이 흙이 되는 걸 본 이후에는 아무것도 맡기지 않기로 했다.
촤아앗.
이벽은 물소리를 따라 냇가를 찾았다.
물길에 쌀을 씻으며 상념에 잠겼다. 문득, 쌀 한 줌이 손 틈 사이로 빠져나가 버렸다.
“으악, 오라버니! 쌀이요!”
그때, 옆에서 그릇을 씻던 공손수가 황급히 그릇을 뻗었다. 훅, 민첩한 손놀림으로 쌀을 건져내었다.
“…면목 없군.”
“아뇨, 오라버니도 사람이니 실수할 수도 있죠~”
이벽은 머쓱해졌다.
공손수가 건진 쌀을 다시 쌀 그릇에 담는다.
“오라버니, 그런데요.”
철벅철벅, 물통에 한가득 물을 채워 넣으며 공손수가 말했다.
“혹시 뭔가 마음에 걸리나요?”
“…무슨 말이지?”
“역시 선우세가인가요?”
흠칫, 이벽의 어깨가 떨렸다.
“선우세가와 오라버니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쪽 이름이 튀어나올 때마다 대놓고 안색이 달라지더라구요.”
“…….”
이벽은 공손수를 돌아보았다.
허나 공손수는 물그릇에서 시선을 떼지조차 않은 채, 대수롭지 않은 이야길 하듯 말을 풀어놓았다.
“혹시 정체를 숨겨야 하는 거라면, 가벼운 역용술이라도 배워보는 게 어때요? 제가 가르쳐드릴 수—”
“공손수. 꼭 떠나야겠나?”
“…네?”
이벽이 말했다.
이번에는 공손수가 흔들렸다.
“붙잡는 게 옳은 일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래도 네가 필요한 것 같다.”
“…….”
“그리고 어쩌면…, 너에게 그럴 생각이 있다면 파진성과 같은 일을 시도해볼 수도—”
“…잠깐요.”
공손수가 손을 뻗어 제지했다.
“오라버니.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대강 알 것 같은데… 내공이 썩어나요? 소환단으로도 모자라서 내공까지 퍼주려고 해요?”
“…….”
“걱정된다, 걱정 돼. 아무리 그래도 너무 퍼주려고 하지 마요. 그러다 호구 잡혀요.”
…애시당초 단전이 없다.
고로 손해 볼 내공 따윈 없다.
이벽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먹었다. 낙검진천신공과 선천의 힘에 대한 것을 차근차근히 설명하려던 그때였다.
탓.
“케헤,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 배고파 죽겠구만! 쌀 씻고 물 떠 오는 데 한 세월이 걸리냐? 앙?”
파진성이 나타났다.
벌컥벌컥, 냇가에 엎드려 입을 대고 물을 들이켰다.
“크으! 시원하다.”
“…….”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
이벽과 공손수는 잠시 시선을 맞추었다. 피식 웃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터에는 어느새 불이 피워져 있다. 불린 쌀을 받아든 언미희가 이내 밥을 짓기 시작했다.
“…어?”
그때였다.
한켠에 물통을 내려놓던 공손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내 서서히 미간이 찌푸려진다.
“…오, 오라버니! 이 물그릇 안에 내력 좀 넣어주실래요?!”
훅, 공손수가 물 한 그릇을 떠서 이벽에게 내밀었다.
“…왜 그러지?”
“이유는 하고 나서 설명 드릴게요! 어서요!”
“….”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퍽 다급해 보인다. 이벽은 물그릇을 받아들었다.
청강유엽공을 일으킨 뒤, 순순히 시키는 대로 내력을 불어넣었다.
후욱.
이내 그릇 안의 물속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딱히 이상할 것은 없—
부글부글.
그때, 투명하기만 했던 물의 표면 위로 알 수 없는 알갱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공손수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이거… 산공독이에요.”
“…….”
침묵이 일었다.
“…설마, 하천의 상류에다 독을 푼 걸까요? 장소를 알려주지 않았더니, 아예 인근의 물길을 통째로… 터무니없네, 진짜.”
공손수가 허탈하게 웃었다.
일행들 사이로 무거운 정적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우웩, 우웩, 파진성이 엎드려 토악질을 한다.
“…….”
‘대화’와 ‘중재’라.
이벽도 함께 웃었다.
“재미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