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145)
149화. 역습 (1)
“…호홋! 쪼금 위험했네요?”
남궁하연이 미소를 지었다.
허나 그 웃는 얼굴의 안쪽에서는 채 감추지 못한 분노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검수는 결코 자의로 칼을 버리지 않는다. 그것은 판단을 내리기 이전에 마음가짐의 문제였다.
허나.
맞부딪힌 천소연의 비수가 폭발하는 위기의 순간, 남궁하연은 미련 없이 손에서 칼자루를 놓았다.
파라락.
그리고 왼팔을 휘둘렀다.
널찍한 소매가 천소연의 비수를 휘감았고, 이내 폭발이 일어나며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퍼버버벅!
그리고 그것은 남궁하연의 왼팔을 피투성이로 만들어놓았다.
허나 그 이상의 피해는 없었다.
소매를 통해 폭철사의 파괴력을 반감시킨 것이다.
“아까 남문을 지키던 팔장로를 쓰러트릴 때도 같은 수를 썼었죠? 못 봤으면 꼼짝없이 당할 뻔했어요. 오호홋!”
“…….”
털썩.
천소연이 무릎을 꿇었다.
무복은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
오히려 폭철사에 의한 피해는 천소연 쪽이 더 컸다. 동귀어진의 수법이었으나,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천 조각 따위로 폭철사의 파괴력을 반감시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아무래도 남궁하연의 소매는 단순한 천이 아니었던 모양.
흡사 날개라도 달린 듯 허공에서 자유롭게 방향 전환을 할 때 한 번쯤은 의심해봤어야 했다.
저벅, 슥.
남궁하연이 다가섰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쓰러진 천소연의 턱을 치켜올렸다. 흐릿해진 눈빛을 마주한다.
“많이 아파요? 저런~ 그러니 누가 그런 몹쓸 짓을 하래요?”
“…….”
“오호홋, 걱정 마요! 용서해줄게요! 조금 아프긴 하지만 예쁜 꽃에는 원래 가시가 있는 법이니.”
슥, 남궁하연의 손가락이 천소연의 뺨을 쓸었다.
“내가 치료해줄게요. 그리고… 즐거운 시간을 가져야겠죠?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아갈—”
“퉷.”
그때였다.
천소연의 입에서 암기가 발사되었다. 휙, 남궁하연이 황급히 고개를 꺾었다.
주륵.
허나 완벽히 피하지는 못했다.
남궁하연의 뺨에 피가 흘렀다.
“쳇, 아깝네.”
“……!”
“미친 변태 할망구야. 여인네가 좋으면 딴 데 가서 알아봐. 난 남편과 자식이 있는 몸이라고.”
짜악!
그 순간 남궁하연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어루만지던 손이 천소연의 뺨을 후려쳤다.
“…오호홋! 이거 아무래도 안 되겠네요. 여인이기 이전에 무림의 선배로서 교육이 좀 필요할 것—”
휙.
남궁하연이 오른팔을 휘둘렀다.
후두둑, 날아들던 암기가 소매에 휩쓸려 일제히 튕겨 나갔다.
덥석.
그리고 그 틈을 타 날아든 공손수가 천소연을 안고서 뒤로 훌쩍 물러났다.
“왜 돌아왔어, 이 망할 년아.”
“왜긴, 노모 봉양하려고 왔지.”
“…넌 진짜 나중에 보자.”
슥.
그리고 의식이 반쯤 흐려진 천소연을 조심스레 앉혀둔 뒤 공손수가 앞으로 나섰다. 빠르게 남궁하연의 위아래를 관찰했다.
짝.
“어머나. 뒤쫓는 수고를 덜었네!”
남궁하연이 손뼉을 쳤다.
“두 사람 역시 모녀지간 맞죠? 이리 와요. 상으로 언니가 검 말고 맨손으로 만져줄게. 예쁜 얼굴에 상처 나면 안 되니까!”
스윽.
그리고 남궁하연이 자세를 낮추며 권각술의 자세를 취했다.
“…우와, 소름 끼쳐.”
부르르, 공손수가 몸을 떨었다.
피를 흘린 채 활짝 웃는 남궁하연의 얼굴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오한을 느꼈다. 허나 다시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없다.
언미희를 숲속에 숨겨두었으며.
천소연 역시 몸을 가누기 힘들다.
‘…시간을 번다.’
공손수는 주먹을 쥐었다.
절망적인 압박감이 몸을 휘감았다. 최소 두 단계 이상 차이가 나는 적을 홀로 상대해야만 한다.
도와줄 이는 아무도 없다.
모든 가능성은 패배로 이어진다.
“뭐 해요 안 오고? 무서워요?”
“…….”
허나 그 순간.
공손수가 떠올린 것은 이벽이었다. 천하의 남궁세가주를 상대로 비무를 신청했고, 당당히 버텨냄으로써 시간을 벌었다.
그리고… 그런 터무니없는 작전을 이벽에게 제안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었다.
“…하, 내가 미쳤지.”
공손수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훅.
다음 순간, 공손수가 쇄도했다.
정면을 향한 정직한 직진이었다.
탓, 후두둑.
허나 남궁하연의 지척까지 다가선 순간, 훌쩍 뛰어올랐다. 상대의 머리 위를 지나며 암기를 뿌렸다.
펄럭.
“호홋!”
허나 남궁하연이 머리 위로 소매를 휘두르자 암기들은 단번에 휩쓸려 날아갔다.
“귀엽네요, 어쩜~ 그쪽 모친도 내게 한 발을 못 맞췄는데 암기가 나한테 통할 것 같아요?”
훅.
다음 순간, 남궁하연의 몸이 불쑥 위로 솟구쳤다. 삽시간에 공손수에게로 접근한 뒤 손을 내뻗었다.
“헉!”
“호홋, 이리와요~”
공손수가 짐짓 대경했다. 허나.
덥석.
남궁하연의 손은 맨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공손수의 몸이 잔상이 되어 흩어졌다.
“…어머?”
퍼억!
다음 순간, 공손수가 남궁하연의 발아래에서 나타났다. 제 속도를 가누지 못한 듯 땅에 처박힌 모양새였다.
타앗.
“크—!”
공손수가 황급히 몸을 가누었다. 두 손 두 발로 몸을 튕겨 올리며 그대로 비수를 올려 그으려 했다. 허나.
빙글.
찰나의 순간, 남궁하연이 오른 소매를 휘두르자 그녀의 몸이 허공에서 부드럽게 방향을 틀었다.
서걱.
공손수의 비수는 남궁하연의 옷자락을 베고 지나갔다.
“호홋! 놀랍네요? 뭐야 이 움직임은? 오히려 딸이 엄마보다 나은 점도 있네?”
“……!”
휘리릭.
회심의 한 수가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즉시 남궁하연의 왼소매가 몸을 휘감아온다. 위기감을 느낀 공손수가 몸을 빼내려 했다.
꽈악.
“큭!”
허나 소매에 오른쪽 발목이 묶이고 말았다. 그 즉시 비수로 소매를 끊어내려 했다.
덥석.
“호홋! 어딜 가요, 이 앙큼한 것!”
허나 소매 안쪽에서 튀어나온 남궁하연의 왼손이 공손수의 발을 다시 붙들었다.
후웅, 덥석.
그대로 공손수의 몸을 휘두름과 동시에 이번에는 오른손으로 공손수의 목덜미를 붙들었다.
꽈아악.
“…커억!”
탱그랑.
숨통이 조여들자 공손수의 손에서 비수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공손수는 목을 쥔 남궁하연의 손을 풀어내려 했다.
허나 무의미한 저항이었다.
호흡이 막히자 몸에 힘이 빠졌다.
“…이쪽은 반대로 아직 덜 여물었네. 뭐, 괜찮아요. 시간이 해결해주겠죠? 오호홋!”
후욱.
그리고 남궁하연이 다시 왼쪽 소매를 휘둘렀다. 천소연이 암기를 집어 던진 것이다.
“…그 손 놔라, 할망구.”
“잠깐 기다려줄래요? 그쪽 딸에게 먼저 가르침을 내리는 중이잖아요?”
“내려놓으라고. 죽인다.”
비틀.
그리고 천소연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몸은 피투성이에 모양새는 위태롭기 짝이 없었으나.
탓.
이내 다시 두 발로 섰다.
“…호홋, 이 마당에도 아직 감춰둔 필사의 절기라도 있는 모양이군요.”
말마따나 천소연에게서 풍기는 기세는 심상치 않았다. 남궁하연이 가볍게 웃었다.
공손수를 쥔 오른손을 내밀었다.
“크윽, 으으윽……!”
“어디 되찾아가 보세요.”
“놓으라고 개년아—!!”
우우웅.
두 고수의 기세가 부딪혔다.
부스럭.
그리고 그때였다.
별안간 남궁하연의 오른편 숲속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으나, 그녀는 천소연에게 집중하느라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타앗.
다음 순간, 나무 사이로 인영 하나가 튀어나왔다. 번뜩이는 검이 허공을 가르며 남궁하연에게 쇄도했다.
“끼요오오오옷—!!”
“…누, 누구?!”
서걱.
예상치 못한 기습에 남궁하연이 그제서야 놀라며 몸을 빼려 했다. 허나 조금 늦고 말았다.
다짜고짜 밀물처럼 밀려든 괴인의 검이 그녀의 팔을 가볍게 베고 지나갔다.
탓.
“크윽!”
일순 아귀가 느슨해졌다.
그 틈을 타 공손수가 황급히 남궁하연의 손을 뿌리쳤다. 훅, 황급히 천소연 쪽으로 물러났다.
“콜록, 커헉……!”
목을 부여잡은 채 기침했다.
허나 쓰러지지는 않았다. 쓰러질 수는 없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신을 구해준 인영의 정체를 확인했다.
“케케, 케헤헤헤! 많이 기다렸냐 쥐방울?! 이젠 걱정 마라! 이 오라버니가 왔다!”
* * *
검은 좌수에 쥐어져 있었다.
그것은 물론 해남검파를 상징하는 절기 중 하나인 청해십이검이 좌수검법인 탓이다.
“케헤, 꼴이 뭐냐, 그게? 앙?!”
사내가 뒤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파, 파 소협……!”
공손수가 외쳤다.
“케헤, 뭘 또 그렇게까지—”
“앞, 앞에 봐요, 앞! 이 멍청아!”
“뭐예요 이 추잡한 애송이는?”
후욱.
상황을 파악한 남궁하연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뜸 권각을 뻗었다. 그 기척을 느낀 순간 파진성의 몸이 훅 아래로 숙여졌다.
버둥버둥.
“으갸아악—!!”
그대로 나려타곤이 펼쳐졌다.
“…….”
상대는 상처를 입었다 해도 절정고수다. 정면승부는 무모한 짓이므로 퍽 올바른 선택이기는 했다.
하지만.
“…멋있는 게 잠깐을 못 가네.”
피식, 공손수가 웃었다.
어찌 되었건 파진성의 나려타곤은 일품이었다. 다음 순간 용케도 남궁하연의 공격범위를 벗어난 파진성이 땅을 박찼다.
허나.
“누가 보내준대요? 죽어.”
“갸아아아아악—!!”
그 즉시 남궁하연이 따라붙었다.
나려타곤이 그 즉시 되풀이된다.
“저기, 딸…? 친구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니?”
“그, 그러게. 설마 혼자 왔어……?”
부스럭, 채앵!
허나 다행히도 공손수가 나설 필요는 없었다. 그 순간 또 한 명의 인영이 나무 사이로 나타난 것이다.
새로 나타난 중년인의 그 즉시 싸움에 끼어들었다. 검신이 남궁하연의 주먹을 받아쳤다.
흠칫, 남궁하연이 물러섰다.
“…이건 또 뭐 하는 분이시죠?”
“실례. 호남 적사파의 전사욱이라고 한다. 말하는 그쪽은 남궁세가의 무인이 맞나?”
“알아서 뭐 하게요?”
“뭐, 더 물어볼 것도 없겠군.”
훅, 후욱!
그 즉시 검이 뻗어졌다. 뱀과 같은 검이 주변을 휩쓸며 남궁하연에게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호홋! 검술 꼬라지하고는! 듣도 보도 못한 잡쓰레기 같은 사파다운 검이군요!”
이리저리 몸놀림은 검을 피하며 남궁하연이 외쳤다. 허나 반쯤은 허세였다.
전사욱 역시 호남 사파를 대표하는 절정고수 중 한 명이었다.
최소한 남궁하연이 검조차 없이 맨손으로 상대할 수 있는 이는 아닌 것이다.
남궁하연은 얼른 땅을 살폈다.
그리고 천소연의 폭철사를 피하는 과정에서 떨어뜨린 검이 저만치에 떨어져 있음을 발견했다.
‘검만 주우면 이까짓 놈!’
후욱.
다음 순간, 전사욱의 검을 피하던 남궁하연이 황급히 몸을 뺐다. 그리고 검을 향해 다시 땅을 박찼다.
콰앙!
“하핫, 어림도 없다!”
허나.
그때 집채만 한 발이 나타나 검을 짓밟았다. 또 한 명의 사내가 나타난 것이다.
거대한 체구의 중년 사내였다.
으득, 이를 간 남궁하연의 주먹이 그 즉시 사내의 명치를 파고들었다.
뻐억!
“무하핫! 별로 아프지도 않군!”
허나 사내는 흔들리지 않았다.
“남궁가의 검객께서 권법가인 나를 주먹으로 상대하겠다고! 이 무적파의 호담철권 채무근을 너무 무시하는구먼!”
그리고 사내가 주먹을 들었다.
“이젠 내 차례군! 자, 어디 받아보시오! 이게 진짜 주먹이란 것이니!”
후우욱.
주먹이 남궁하연을 향해 뻗어졌다. 묵직하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결코 심상치 않았다.
“…이익!”
남궁하연은 황급히 몸을 빼냈다. 무사히 주먹을 피했으나 검과는 다시 멀어지고 말았다.
타앙.
“남궁세가! 네놈들이 감히 호남 땅을 넘본 것도 모자라 우리의 은인인 비룡대주를 핍박해?! 어림도 없다! 무하하핫!”
사내가 다시 발을 구르며 큰소리를 쳤다.
“…….”
남궁하연이 잠시 천소연과 공손수 모녀를 바라보았다. 다 잡은 먹잇감을 포기해야 하다니 속이 쓰렸다.
허나 도망이 상책이다.
잡스럽건 뭐건, 지금의 몸 상태로 두 명의 절정고수를 상대할 수는 없다.
“…갑자기 방해꾼이 너무 많아졌군요. 정말 유감이에요. 다시 만나지요, 예쁜이들. 오호홋!”
마지막까지 웃음을 남긴 남궁하연이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대로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탓, 슈욱.
허나 그때.
나뭇가지 사이로 숨어있던 세 번째 인영이 남궁하연을 향해 와락 달려들었다.
움직임은 살쾡이처럼 민첩했다.
“…으윽!”
위기를 직감한 남궁하연은 황급히 방향을 틀어 피하려고 했다.
허나 그 순간, 폭철사에 의해 당한 왼팔이 멀쩡하지 않음을 잠시 망각하고 말았다.
비틀.
남궁하연의 몸이 허공에서 애매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 대가는 컸다.
푸욱.
“끄… 흐끄아악—!!”
그리고 날아든 인영에 의해 덮쳐진 순간, 새된 비명과 함께 남궁하연이 땅으로 추락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인영의 손가락들이 남궁하연의 복부에 깊숙이 틀어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쿠웅.
퍽, 찌익, 꽈드득 까득, 퍼억!
“으악, 꺽, 꺄악, 꺼억—!”
허나 땅에 떨어지고 나서도 인영은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남궁하연의 위에 올라탄 채 한동안 그녀의 몸을 ‘잡아 뜯었다’.
손톱으로 찢고 뜯고 짓이긴다.
그것은 고수 간의 싸움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살쾡이가 사냥한 새를 잡아 뜯는 듯한 모습이었다.
남궁하연이 비명을 내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순식간에 그녀의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꺽, 어윽…….”
풀썩, 이내 눈이 까뒤집힌 남궁하연의 사지가 축 늘어졌다. 바르르 경련한다.
“…흥.”
그제서야 인영의 손이 멈추었다.
휙, 그녀가 양쪽으로 손을 털자 땅 위로 핏방울들이 튀었다.
호남 사파의 절정고수 중 일인이자 조법의 고수인 나살문주 탈혼백조 우진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