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225)
231화. 자격 증명 (2)
후우욱.
고 노야의 도살지도.
초연서의 팔절구궁필법.
앞뒤로 뻗어지는 두 개의 공격을 확인한 순간, 이벽은 그 즉시 제자리에 멈춰섰다.
채앵.
서둘러 발검했다. 그리고.
청강유엽검식(淸江流葉劍式).
회검제삼식(回劍第三式).
유검(柔劍).
후욱.
이벽의 검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고 노야의 도에 담긴 강기를 흘려내는 한편, 동시에 경신법을 통해 변의 묘리를 펼쳤다.
타다닷.
이벽의 몸이 잔상을 남기며 등 뒤를 추격하는 철필의 날카로운 끝을 가까스로 떨쳐내었다. 허나.
‘…벗어나야 한다.’
이대로 포위망 안에 머물러있다간 승부가 더욱 어려워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탓.
이벽은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어허헛! 실례 좀 하겠소!”
“……!”
그러나.
그 순간에는 이미 또 한 명의 수호대원이 이벽이 향하는 방향을 읽고서 그 앞을 정확히 가로막고 서 있었다.
물론, 표사 안겸이었다.
치이익.
이벽의 발이 땅을 긁었다.
속절없이 멈춰서고 말았다.
“오호홋! 공자, 우리도 바보가 아닌데 그리 쉽게 바깥으로 보내드리겠어요?!”
후욱.
다시 초연서의 붓이 뻗어졌다.
고 노야 역시 도를 휘둘렀다.
훙훙, 채앵.
이벽은 청강검식을 펼쳤다.
이윽고 연계되는 초식들 속에서 검과 도와 붓이 본격적으로 얽혀들기 시작했다.
“…크.”
이벽은 말려들었음을 직감했다.
각개격파를 생각했으나, 그것은 물론 상대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며.
또한 동시에 이벽이 그렇게 하도록 방치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챙, 채앵!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대 일의 상황임에도 그럭저럭 평수를 이룰 수 있었다.
그것은 물론, 이벽이 두 사람의 무공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채챙, 훅, 채앵!
“…….”
허나.
동시에 이벽은 이러한 평형상태가 그리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 역시 직감했다.
과거, 초연서는 이벽에게 팔절구궁필법의 기예라 할 수 있는 초식인 ‘잔월’을 전수해주었다.
즉.
이미 오 년 전부터 그는 목천의 경지에 다다른 초절정의 고수였으며.
고 노야 역시 그에 못지않은 강자임을 이벽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해.
목천의 영역에 접어들지 않은 현재, 두 사람 다 아직 ‘진짜 실력’을 꺼내 들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채챙!
“핫, 공자. 몇 년씩이나 평화롭게 지낸 것 치고는 그다지 녹슬지는 않았군요? 그럼 이제부턴 조금 더 ‘빨리’ 가볼까요?”
초연서가 가벼운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공세의 흐름이 서서히 빨라지기 시작했다.
채채챙!
이벽의 미간이 흔들렸다.
고 노야의 도는 초식의 경계를 넘어 숨통을 끊기 위한 가장 단순한 직선이 되어가고 있었으며.
초연서의 붓 또한 원과 곡선이 하나로 모여들며 서서히 ‘기예’의 영역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채채챙!
물론, 이벽 역시 빨라져야 했다.
우우웅.
다음 순간, 이벽은 선천의 힘을 찢었고 그대로 목천의 시간 속에 접어들었다.
이내 이벽의 검은 연계에 중점을 둔 청강검식에서 일검 일검에 온전한 묘리를 품은 청강유엽검식이 되었으며.
다시 묘리와 묘리가 하나씩 모여들며 서서히 창공비검의 영역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채채챙!
나뭇잎이 춤을 추었다.
그것은 이벽이 목천의 영역을 회복한 이래, 처음으로 실전에서 다시 기예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저 밑바닥에 잠들어있던 검의 감각들을 다시 끌어올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분명 ‘녹슬지는’ 않았다. 허나.
‘…안일했군.’
이벽은 쓰게 웃었다.
몸과 검은 녹슬지 않았을지언정 판단력은 모자랐다. 상대는 결코 쉬운 적들이 아니었다.
고로 조금 전.
첫 충돌이 시작된 순간, 다소의 부상을 각오하고서라도 창공비검의 절초를 통해 고 노야를 쳐내야 했다.
허나 늦고 말았다.
좌우 양옆으로 펼쳐지는 이러한 맹공 속에서는 절초를 펼칠만한 여유를 얻기는 어려우며.
무리해서 펼친다고 해도.
맞추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역시.’
이벽은 다시 판단했다.
우선은 어떻게든 이 포위를 벗어나야만 한다. 바쁘게 공세를 버티는 한편 이벽은 주변을 살폈다.
“허허헛!”
안겸은 여전히 싸움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다만 콧수염을 쓸며 저만치에 서 있을 뿐이었다.
허나.
매 순간마다 그 위치를 조금씩 움직이며, 정확히 이벽이 빠져나갈 만한 빈틈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
흐름을 읽는 그 안목만으로도.
안겸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제아무리 수호대라 한들, 저만한 강자가 하오문 내에 또다시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은 놀랄 일이었다.
허나 겉으로는 어떤 병장기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고로 어떤 무공을 익혔는지도 짐작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패를 던지는 수밖에.’
챙, 채앵!
점점 더 힘겨워지는 두 고수의 공세 속에서, 이벽은 침착하게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스윽.
아주 약간의 빈틈이 벌어진 순간.
이벽이 몸을 웅크렸다. 방어를 도외시한 채 검을 회수해버린 모습은 퍽 위태로워 보였다. 허나.
“…물러서세요, 노야!”
초연서가 다급히 외쳤다.
과거, 칠독문을 멸문시켰던 절초가 이벽에게서 터져 나올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탓.
두 사람은 즉시 거리를 두었다.
허나 그것은 사실 허세였으며, 이벽은 빗나갈 게 뻔한 창공비검을 벌써부터 펼칠 생각이 없었다.
‘쾌보.’
타앙.
이벽은 땅을 박찼다.
몸이 잔상과 함께 쏘아졌다.
그러나 그때 이미 이벽의 앞은 당연하다는 듯 안겸에 의해 가로막혀 서 있었다.
허나 오히려 바라던 바였다.
스윽, 이벽은 검을 뻗었다.
그대로 곁을 스쳐지나며, 쾌보의 속도를 담아 안겸의 허벅지를 베고 지나가고자 했다.
후욱.
“어이쿠! 이거야 원!”
“……?!”
허나 신형이 교차하는 그 순간.
안겸의 몸이 교묘하게 휘어지며 이벽의 검을 피해내었다. 쾌보의 속도를 눈으로 읽고 피해낸 것이다.
타앙.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었다.
“역시 날래기가 보통이 아니시구려! 허나 이 안 모도 발재간 하나에는 퍽 자신이 있소만!”
다음 순간.
땅을 박찬 안겸이 이벽의 뒤로 ‘따라붙었다’. 그 또한 쾌보에 버금가는 속도였다.
‘…위험하다!’
이벽은 그 즉시 검을 뻗었다.
추격을 떨쳐내려 했다. 허나 그마저도 예상했다는 듯, 안겸의 몸이 다시 한번 기이하게 틀어졌다.
스르륵, 덥석.
“표사 일을 하다 보면 말이오.”
그리고 교묘하게 꺾어진 안겸의 두 팔이 이벽의 검로를 피하고 들어와 옷소매를 붙들었다.
“뭣보다도 신속 정확한 배달이 중요하단 말씀이지! 흐랏차―!”
이벽은 다시 검을 뻗으려 했다.
허나 안겸이 조금 더 빨랐다. 그대로 소매를 잡아당기며, 이벽을 힘껏 집어던져 버렸다.
* * *
후우욱.
이벽의 몸이 허공을 갈랐다. 다시, 초연서와 고 노야가 있는 방향을 향해 속절없이 날아들었다.
“…큭!”
치이익.
이벽의 발이 땅을 끌었다.
가까스로 자리에 멈춰 섰다.
훅, 후욱.
허나 물론, 고 노야와 초연서 역시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그때 이미 두 사람은 이벽의 지척까지 거리를 좁혀든 뒤였다.
채앵!
“호홋! 깜빡 속았군요, 어쩜!”
철필을 뻗으며 초연서가 말했다.
“허나 공자, 우리가 그토록 쉬이 물러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안 대협을 믿고 있기 때문이지요!”
“…….”
이벽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분명 안겸의 실력은 놀라웠다.
쾌보에 버금가는 속도. 그리고.
찰나의 순간 자신의 몸을 낚아채고 집어던진 한 수는… 추나술(推拏術)의 일종인 듯했다.
물론, 허를 찔린 것이며.
다시 한번 부딪힌다면 도저히 이기지 못할 상대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속도는 미미하게나마 자신 쪽에게 우위가 있었다. 허나.
그만한 속도로 움직이는 와중에, 성급하게 뻗어진 이벽의 검은 그의 추나를 당해낼 수 없었다.
그저 ‘빠른 것’만이 답은 아니다.
‘…속도에 대한 적응.’
챙, 채앵.
다시 이벽은 고 노야와 초연서의 맹공에 휩쓸렸다. 도와 철필의 포위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말해두지만, 같은 허초에 두 번은 안 당한답니다! 오호홋!”
“…….”
말마따나.
더는 허세가 통하지 않으며.
어떻게든 빈틈을 뚫어 다시 한번 포위를 벗어난다고 해도, 안겸을 떨쳐낼 수 있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수세 속에서.
이벽은 다시 생각을 거듭했다. 어떻게든 ‘다음의 수’를 짜내야만 한다.
다소 무리해서라도 이 상태에서 창공비검을 펼친다면… 한순간의 빈틈을 만들 수는 있다.
다만 그 이후는―
“슬슬 끝내지.”
허나 그때였다.
줄곧 한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았던 고 노야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우우웅.
도신을 감싼 붉은 강기가 거칠게 떨기 시작한 순간, 이벽은 다시 위기를 직감했다.
허나 그와 동시에.
불현듯 다른 가능성들이 떠올랐다. 자신이 지닌 기예는 비단 청강유엽공에 국한되지 않는다.
바로 이 두 사람에게서.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
판단할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내 이벽은 결심했다. 다음 순간, 이벽은 청강유엽공의 내력을 휘었고 적파심공의 경로를 이끌었다.
콰콰콰콰.
이내 적파심공의 탁한 기운이 혈로를 내달렸으며, 피처럼 붉은 강기가 이벽의 검을 감싸기 시작했다.
“……!”
이벽에게서 살기가 솟구쳤다.
꿈틀, 고 노야의 눈썹이 흔들렸다.
“노야, 채점해보시겠소?”
그리고 이벽이 말했다.
노인의 입가에 주름이 지어졌다.
“…재미있군.”
그 이상의 긴말은 필요치 않다. 다음 순간, 똑같은 종류의 강기를 두른 도와 검이 서로 부딪혔다.
채앵, 퍼어억!
그리고 그 순간.
두 개의 강기가 자기 그릇처럼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타앗.
“…으악. 무서워라.”
그리고 그 ‘파편’들의 위험함을 알고 있는 초연서가 한 발 뒤로 몸을 빼내었다.
파창, 파차창창!
그리고 자잘하게 흩어진 적파강기는 허공에서 서로 부딪히고 상쇄되기를 반복했다.
허나 이벽은 결국 적파심공의 숙련도에 있어선 자신 쪽이 열세일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훅, 이벽은 시선을 돌렸다. 당연하다는 듯, 한쪽 방향을 가로막고 있는 안겸을 향했다.
우우웅.
다시 이벽의 내력의 휘어졌다.
이번에는 만월무변심공을 떠올렸고, 그 순간 이벽의 검에는 다른 종류의 강기가 맺혔다.
“…어어?”
초연서가 당황한 소리를 냈다.
허나 그가 채 판단을 마치기도 전 이벽의 검이 먼저 원을 그렸고, 흩어진 붉은 강기의 파편들이 일제히 그 안으로 빨려들었다.
“안 대협! 조심해요!”
초연서가 다급히 외쳤다.
“엉? 나 말씀이오? 그게 무슨……?”
허나 안겸은 그 말의 의미를 얼른 이해하지 못했다.
이벽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이 위험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것은 착각이었으며.
이벽에게는 다행한 일이었다.
팔절구궁필법(八節九宮筆法).
잔월(殘月).
후욱.
“…컥?!”
다음 순간.
주먹만 한 크기로 압축된 이벽의 달이 일점으로 쏘아졌다.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초연서가 이벽에게 가르쳤던 기예였다.
서걱.
“…크헉!”
안겸이 그제야 피하려 했다. 허나 그의 빠른 발로도 쏘아지는 섬광을 완전히 피해내지는 못했다.
적파심공의 파편을 잔뜩 머금은 붉은 달빛이 안겸의 왼쪽 허벅지를 스치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