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355)
363화. 여섯 명 (5)
카아아아아앙.
“으윽!”
제갈소미가 신음을 흘렸다.
주춤,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마주한 송영영의 검이 태극혜검을 펼친 순간, 두 사람을 비롯한 일대의 공간이 태극의 묘리에 뒤덮였고.
그 태극의 영역 안에서.
크고 작은 모든 충돌은 그 모든 충격을 오로지 제갈소미에게로만 돌려보내는 결과를 낳았다.
카아아아앙, 비틀.
다시 제갈소미의 몸이 흔들렸다.
물론, 허락된 경지를 넘어 아슬아슬하게 절기를 쥐어짜낸 송영영의 안색 또한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태극혜검을 펼친 상태에서, 그 이상의 맹공을 펼쳐 제갈소미를 몰아붙이는 것은 그녀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인 듯 했다.
카아아아아아앙.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송영영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행여 제갈소미가 태극의 영역으로부터 벗어날 틈을 주어선 안 되기 때문이었다.
비틀.
“제발 슬슬 죽어. 쿨럭!”
“훗, 그런 식으로 말씀하신다면 세상에 어느 누가… 순순히 포기 하겠어요?!”
카아아아아앙.
그렇게.
각자의 한계에 다다른 두 여인 간의 처절한 공방이 지속되었다.
허나.
기실 그 ‘치열해보이는 형국’이야말로 두 사람의 의도가 담긴 연출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물론.
공방 자체는 거짓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진심을 다해 싸웠다.
그저 ‘싸우는 시늉’ 정도로 권왕을 비롯해 비무대를 향한 적들의 시선을 쉬이 속일 수 있을 리 없기 때문이었다.
다만.
카아아아아앙, 비틀.
치열한 공방의 이면 속에, 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협력이 이뤄지고 있었다.
우우우우웅
거듭된 충격을 버텨내는 한편.
제갈소미는 은연 중에 검을 타고 자신에게로 흘러들어오는 송영영의 내력을 감지했다.
물론, 당연하게도.
그것은 무당의 내력이었다.
우우우웅, 쩌저적.
그리고.
전이되어 온 송영영의 내력이 흐름을 형성한 순간, 제갈소미는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쩌저저적.
제갈소미의 선천의 힘이.
마침내 두 갈래로 찢어졌다.
제갈세가의 비전, 대천성신공을 운용하는 동시에 또 하나의 혈로를 열었고, ‘별개의 내공심법’이 소리없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화산의 비전, 자하신공이었다.
그리고 무당의 내공은 자하신공을 만난 순간, 아무런 저항도 없이 매화의 속성을 띄며 녹아들기 시작했다.
도와 도는 맞닿으며.
서로를 배척하지 않는다.
우우우우웅.
물론, 그렇다 해도 그것은 여전히 무학의 상식을 아득히 벗어나는 일임에는 분명했다.
말하자면.
무당과 화산의 내공.
그리고 대천성신공에 이르기까지, 총 세 종류의 서로 다른 공력이 제갈소미의 몸 안을 흐르고 있는 것이다.
기실 근원을 따지고 보면.
제갈세가의 진법이나 무공 또한 도가의 술법이나 가르침과 어느 정도 맥이 닿아있는 가르침이었다.
그렇기에 두 비전절기는.
서로를 ‘적대’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두 가지 이상의 심공을 동시에 익힐 수 있는 낙검진천신공의 공능 덕분이었다.
허나 물론 그렇다 한들.
두 내공심법을 ‘동시에 익히는 것’과 ‘동시에 운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것은 자칫 두 흐름이 뒤엉키기라도 하는 순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만큼 위험천만한 일인 것이다.
카아아아아앙.
심지어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와중에도 제갈소미는 계속해서 검을 뻗었고, 송영영과의 비무를 이어가야만 했다.
허나.
제갈소미는 그것을 해내었다.
겉으로는 치열한 공방을 펼치며, 안으로는 두 흐름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속도와 흐름을 완벽하게 조율했다.
그것은 분명.
신기에 달한 운기의 재능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해야 할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으며, 아직 ‘한 가지’가 더 남아있었다.
아니, 어떤 의미로는.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우우웅.
제갈소미의 눈이 빛났다.
마침내 자하신공의 공력이 임계점을 넘어선 순간 발아래로 은은한 자색 빛이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심안이 소리없이 눈을 떴고.
제갈소미의 의식이 넓어졌다.
화아아아악, 비틀.
한 순간 현기증이 일었다.
신형 또한 흔들렸으나 다행히도 그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송영영의 공격에 못 이겨 휘청이는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제갈소미는 일대를 감싸고 있는 환야의 만류일원진을 마음의 눈으로 목도하게 되었다.
‘아아……!’
제갈소미는 감탄했다.
처음 겪어보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그 대해와 같은 광막함에 제갈소미는 일순 넋을 빼앗겼다.
무인 이전에 한 명의 진법가로서.
환야의 기예는 분명 제갈소미로서는 그 깊이를 쉬이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있었다.
진법이나 기관진식에 관해서는 천하의 어느 누구보다도 앞서 있노라 자부했던 제갈세가의 장로들조차.
감히 환야의 만류일원진을 전부 헤아리지는 못했으며, 다만 잘게 쪼개어진 부분들의 설치를 돕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기에 결국.
그 모든 부분들을 아울러 다시 하나의 진법을 완성하는 것은 오직 환야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또한 그렇기에.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환야.’
기실 제갈소미에게 있어.
정도맹주 태극검존이나 혹은 천마를 자처하는 권왕 황보혁보다도 더욱 경이롭게 느껴지는 것은 다름 아닌 환야의 존재였다.
카아아아아앙.
그때 송영영의 검이 제갈소미를 쳐올렸다. 찰나의 순간 상념에 붙들려 있던 의식이 되돌아왔다.
물론.
이 이상 망설이고 있을 틈은 없다. 이내 제갈소미는 진법의 핵이 자신이 선 발아래로 모여들었음을 이해했다.
자신의 ‘임기응변’에 맞추어.
환야의 마지막 조율이 마무리된 것이다. 따라서 이다음부터는 오롯이 자신의 역할이었다.
우우우웅.
마침내.
자하신공의 영역이 발아래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허나 그 은밀한 기운은 태극혜검의 위세에 가려진 채,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쩌적, 쩌저적.
태고의 거인이 어깨를 펴듯.
진법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허나 제갈소미는 서두르지 않았다. 과감하되, 마지막 순간까지 신중해야만 한다.
뿌드드득.
그것은 마치.
천 명에 의해 잡아 당겨진 거대한 활시위의 방향을 조절하는 것과 같았다.
물론, 과녁은 정해져 있었다.
카아아아앙.
검을 내뻗는 한편.
제갈소미의 심안은 마주한 송영영이 아닌 ‘등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살의 끝이.
권왕 황보혁을 겨누었다.
카아아아아앙, 비틀.
이후 송영영과 제갈소미의 검이 계속해서 교차했고, 마침내 제갈소미는 무너지는 듯했다. 허나.
스스스스.
그 발아래에서는.
태극의 비호 아래 숨을 죽인 매화가 양분을 받아먹으며 서서히 그 뿌리를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 * *
콰르릉, 콰르르르릉!
다시 벼락이 빗발쳤다.
훅, 쐐애액.
허나 그 궤적은 여전히 쾌보를 펼치는 이벽의 속도를 따라오거나 미리 예측하지는 못했다.
또한 이벽 역시.
거리를 점할 수 있는 기예를 지니고 있었으므로 일방적인 수세에 처할 이유는 없었다.
청강유엽검식(淸江流葉劍式).
적파직검(赤派直劍).
쩌저저적.
다음 순간, 나뭇잎이 겹쳐졌다.
이벽의 주변으로 열 자루의 붉은 검들이 형성되었고, 삽시간에 이벽의 의지에 따라 쏘아졌다.
훅, 쐐애애애애액.
사방팔방을 점하며.
맹우강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르릉, 콰르르르릉!
그러자 벼락이 요격을 시작했다.
파지직, 콰아아아앙!
이내 세 자루의 적파직검이 벼락에 직격당하며 산산이 으깨어졌다.
허나 말인즉슨 남은 여덟 자루는 무사히 맹우강의 지척까지 파고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파지지지지직!
“크합―!”
허나 그 순간.
맹우강이 짧은 기합을 내질렀다.
한껏 웅크리고 있던 어깨를 활짝 열어젖힘과 동시에 반경 삼 장의 공간에 무수한 갈래의 벼락이 빗발쳤다.
파지지직, 콰르르르르르릉!
콰아아아앙, 챙그랑!
남은 적파직검들이 일제히 산산조각 났다. 파편조차 남지 못하게끔 잘게 부서져 흩어져버렸다.
“……!”
이벽의 눈이 작게 흔들렸다.
그것은 더는 ‘요격’조차 아니었다.
한순간 맹우강을 중심으로 한 일대에 호신강기와 같은 ‘벼락지대’가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그 앞에 적파직검은.
놀랄 만큼 힘을 쓰지 못했다.
쩌저저적, 쩌적.
그러나 이벽은 다시 적파직검을 형성했다. 맹우강의 벼락지대가 잦아드는 틈을 노려 재차 검을 쏘아 보냈다.
아니, 쏘아 보내려 했다.
콰르르르르르릉!
허나.
벼락지대가 채 잦아들기도 전, 이벽의 머리 위로 다시금 벼락이 내리쳤다.
맹우강 또한.
적의 빈틈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청강유엽검식(淸江流葉劍式).
화영변검(花影變劍).
화아악.
물론 그 순간, 이벽은 다시 화영변검을 펼쳤다. 뇌기는 이벽에게 거의 아무런 충격을 주지 못한 채 푸른 꽃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채 쏘아 보내지 못한 적파직검 또한 꽃으로 흩어졌다. 화영변검의 기예는 피아를 가리지 않는다.
“…….”
흩날리는 꽃 속에서.
잠시 침묵이 스쳤다.
즉, 각자의 기예를 펼치고도 양쪽 다 서로에게 제대로 된 충격을 입히지 못한 것이다.
허나 저만치 허공에 선 맹우강은 도신을 어깨에 걸친 채 짐짓 여유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딱히 더 할 말은 없다는 듯.
이벽을 향해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다시 그것이 신호였다.
쩌저저저적.
콰르르르르릉!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적파직검과 벼락이 서로를 향해 쏘아졌다. 경천동지의 접전이 이어졌다.
한편 이벽은 생각했다.
어쩌면 맹우강의 뇌기는.
자신의 화영변검과 마찬가지로 ‘혈기를 억제하는 공능’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남궁천승이나 혁대웅조차 적잖이 곤란을 겪어야만 했던 적파직검이 이처럼 쉽게 파훼되는 것이다.
콰르르르릉, 화아악.
허나 동시에.
마찬가지로 맹우강의 뇌기는 그조차 흩어버리는 화영변검 앞에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승부가 나지 않는군.’
다시 말해 원거리에서는.
서로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없다.
물론, 이대로 소모전이 계속된다 해도 이벽은 자신이 위험해지리라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또한 애당초 ‘빠르게 해치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므로 지금과 같은 교착 상태 또한 그리 나쁘지 않았다.
콰르르르르릉!
허나 동시에.
이벽은 일말의 찜찜함을 느꼈다.
지금의 접전은… 오히려 맹우강 쪽에서 일부러 ‘시간을 끄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그렇다면.
‘확인해봐야겠군.’
쐐애애애액, 타아앙.
다음 순간.
적파직검을 쏘아 보냄과 동시에 이벽은 땅을 박찼다. 걸음걸음 나뭇잎을 밟으며 날아올랐다.
탕, 쐐애액.
쾌보의 묘리가 쏘아졌다.
맹우강을 향해 짓쳐 들었다.
콰르르르릉, 콰아아앙!
한발 앞서 쏘아 보내진 적파직검들은 다시금 몰아치는 벼락 앞에 산산이 흩어졌다.
허나 그 덕에 쇄도하던 이벽의 신형은 방해를 받지 않았고, 삽시간에 맹우강의 일 장 거리에까지 다다랐다.
타앙, 핑그르르.
허나 그때였다.
돌연 맹우강의 왼주먹에서 무언가가 튕겨졌다. 핑그르르, 회전을 그리며 쏘아졌다.
‘…철전?’
그것은 한 닢의 철전이었다.
물론, 암기의 고수에게 있어서는 평범한 엽전 하나라도 충분한 살상력을 지닌 병기가 될 수 있다.
허나.
맹우강은 암기의 고수가 아니었다. 고로 철전을 피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아니, 피할 필요조차 없었다.
철전은 그저 이벽의 좌측을 스치고 지나갔다. 애당초 이벽을 노리고 쏘아진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번쩍! 파지지지직.
허나 다음 순간.
철전 안에 응축되어 있던 뇌기가 분출되었다. 직선의 뇌기가 밧줄처럼 이벽의 검신을 두드렸다.
파지지직, 움찔.
“……!”
한순간 이벽의 검이 흔들렸다.
조금 전, 공손수나 송영영을 당황케 만들었던 기예가 철전 안에 응축되어 있었던 것이다.
찰나의 순간 검을 구속당한 이벽의 쾌보가 주춤했다.
사라락.
그 즉시 나뭇잎이 검을 감쌌다.
파지직, 뇌기의 밧줄이 끊어졌다.
후욱.
허나 그때에는 이미 맹우강은 저만치로 훌쩍 물러서며 다시 거리를 벌린 후였다.
“…그렇군.”
이내 이벽이 말했다.
역시 맹우강은 ‘근접전’을 피하고 있다. 허나 그 역시 원거리 싸움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쯤은 물론 알고 있을 터였다.
“맹우강, 모처럼의 한 수로 빈틈을 찔러놓고선 파고들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핫, 그 정도로는 네게 상처 하나 입힐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피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그냥 비무대에 오르지 않고 강냉이나 씹는 편이 낫지 않았나?”
“이벽. 농담도 할 줄 아는군.”
핫, 맹우강이 웃었다.
“너는 나의 도달점이다. 이제 와 목숨 따윌 아까워할 것 같나? 다만 네가 좀 과하게 강한 것 같으니… 나름대로 공략 방법을 찾으려 버둥치고 있을 뿐이지.”
“…….”
후우욱, 타앙.
다음 순간, 쏘아진 철전이 저절로 빨려들듯 다시금 맹우강의 왼손으로 회수되었다.
“자, 이벽. 얼마든지 날 죽여봐라. 물론 내가 널 죽일 방법을 찾아내기 전에 말이지. 결국 살아남는 놈이 더 강한 게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