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359)
367화. 비무회의 끝
타앙, 후우우우욱.
황보준이 땅을 박찼다. 맞상대하던 혁대웅을 냉큼 뒤로 한 채 신형이 망설임 없이 쏘아졌다.
휘오오오오오.
물론 주변을 감싼 황보준의 ‘영역’ 또한 함께 움직였다. 송곳과 같은 용권풍이 비무대를 휩쓸며 가로질렀다.
타아앙.
그리고 다음 순간.
마침내 황보준이 다다른 곳은 정확히 이벽과 맹우강의 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상공의 발아래였다.
휘오오오오오.
“……!”
그리고 그 말인즉슨.
하늘까지 이어진 용권풍이 돌연 이벽의 주변을 뒤덮어버렸다는 뜻이기도 했다.
흠칫.
몇 합의 접전 끝에.
마침내 다음 일 검으로 맹우강과의 인연에 종지부를 찍으려던 이벽의 검이 돌연 멈추었다.
타앙, 콰아아아아아.
즉시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내 저 아래에서 용권풍의 기세를 타고 솟구쳐오르는 황보준을 발견했다.
“하핫! 낙검신룡! 어디 한 번 이 몸의 절기를 받아보게나! 이것이 바로 나 질풍권룡 황보준을 있게 한 절기 질풍승룡권(疾風昇龍拳)일세!”
휘오오오오.
황보준의 신형은 눈 깜짝할 새에 이미 이벽의 일 장 아래까지 다다라있었다.
그 순간 주먹을 내뻗었다.
이내 하늘과 땅을 잇는 용권풍의 기세가 단 하나의 주먹에 한껏 집중되었다.
그것은 이벽이 보기에도.
퍽 나쁘지 않은 일격이었다.
“…….”
허나 물론 그렇다고 한들.
그 힘을 받아줄 이유는 없었다.
청강유엽검식(淸江流葉劍式).
일엽유검(一葉柔劍).
후욱.
이벽의 검이 원을 그었다.
퍼어억,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무, 무슨― 커어어억!”
다음 순간.
본인의 주먹에 담긴 힘을 고스란히 되돌려받은 황보준의 신형이 거칠게 짓이겨졌다.
벌어진 입으로 분수와 같은 피를 내뿜으며, 다시 아래로 맹렬하게 추락했다.
퍼어억, 콰아아아앙!
비무대를 부수고.
그 아래로 처박혔다.
콰르르릉, 파지지지지직!
허나 다시 그때였다.
용권풍 위로 벼락이 내리쳤다.
“허억… 헉! 하핫, 이거야 원, 우리 황보 형님께 기대도 안 했던 구명의 은을 입어버렸군 그래.”
물론, 맹우강이었다.
이벽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주변을 휘감은 용권풍 너머로 맹우강의 위치를 확인했다.
파아앙.
허나 그 순간.
맹우강의 도가 다시 산산조각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파편들이 용권풍 속으로 섞여들었다.
파지지직, 휘오오오오오!
거대한 용권풍이.
벼락을 품었으며.
도의 파편이 흩날렸다.
“여하튼 살아있는 이상… 허억, 발버둥은 끝까지 쳐봐야지. 그렇지 않나?!”
콰르릉. 콰르르르릉!
서걱, 서걱.
“……!”
하나가 된 바람과 벼락, 그리고 파편이 이벽을 휘감으며 이벽의 옷자락 곳곳이 베어졌다.
청강유엽검식(淸江流葉劍式).
창공비검(蒼空飛劍).
후욱, 사라락.
이내 그 즉시.
이벽은 청강유엽공의 여섯 개의 묘리를 일거에 끌어올렸다. 나뭇잎이 되어 바람과 하나가 되면.
상처 입을 이유 또한 없다.
파지지지직.
다만 그 틈을 타 또다시 어떻게든 이벽의 발목을 붙들려 하는 벼락의 매듭은 퍽 성가셨다. 또한.
콰아아앙, 벌떡.
“크아악, 으아아아아악!”
비무대를 뚫고 아래로 처박힌 황보준이 구덩이를 도로 박차고 올라서며 악을 내질렀다.
번뜩.
시커멓게 물든 두 눈이 이벽을 향했다. 이미 절기가 파훼 당했음에도, 다시금 땅을 박차려 했다.
허나 그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황보준은 혁대웅이 도맡아 상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설마 혁대웅이 놈에게 당해버렸다는―
타앙.
허나 곧 이벽은 황보준의 지척으로 파고드는 혁대웅을 발견했다. 면목 없다는 듯 이벽을 향해 머쓱한 웃음을 보였다.
‘…역시 그럴 리는 없지.’
좌우간.
더는 발아래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다시 맹우강을 향하려던 찰나였다.
“슬슬 지루하군.”
돌연.
나지막한 목소리가 말했다.
섬뜩.
이벽의 등줄기에 소름이 일었다. 아니, 그러나 그 순간 오한을 느낀 것은 이벽뿐만이 아니었다.
그 순간, 그 한 마디는.
비무대 위로 펼쳐지고 있는 무수한 굉음을 뚫고서 모든 이들의 귀에 똑똑히 틀어박힌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접전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후우욱.
그 순간, 황보준의 용권풍이 흩어졌고, 맹우강의 뇌기 또한 공기 중으로 종적을 감추었다.
비무대 위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부르르르.
그리고 그중에서도 누구보다도 가장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은 다름 아닌 황보준이었다.
이성을 잃은 채 시커멓게 물든 눈동자가 삽시간에 본래의 색을 되찾았다.
부르르.
고개가 힘겹게 꺾어졌다.
‘목소리의 주인’을 향했다.
“아…아버님?”
“…….”
물론.
그것은 의혈맹 측의 권좌에 앉은 권왕 황보혁이었다. 이내 부자간의 눈빛이 서로를 마주했다.
“황보준, 내려와라.”
허나.
넝마가 된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권왕의 눈빛은 기이할 만큼 담담했다.
“그, 그게 무슨……?”
“너를 제외하면 다섯 명이다.”
다시 황보혁이 말했다.
“……!”
황보준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권왕의 말의 의미는 퍽 명백했다.
비무가 시작되기 전, 권왕은 우수한 핏줄을 지닌 다섯 명의 후기지수를 뽑아 ‘새로운 무림의 질서’를 구축하겠노라 했다.
그리고 지금.
비무대에 서 있는 이는.
정확히 ‘여섯 명’이었다.
* * *
“……!”
권왕 황보혁이 입을 연 순간, 그 즉시 이벽과 혁대웅의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제갈소미에게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허나 권왕이 침묵을 깼다는 것은 사실상 ‘비무회의 끝’을 가리키는 것임을 모르지 않았다.
우우웅.
눈빛의 교환 속에서.
전에 없는 긴장감이 차올랐다.
“그, 그런… 아, 아, 아버님?”
다시 황보준이 말했다.
목소리는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자신은 권왕의 직계이자 장차 천하 중심이 될 황보가의 소가주로서, 그 다섯의 정점에 서는 존재여야 했다.
허나 자신은 전 무림이 지켜보는 앞에 형편없는 추태를 보여버렸고, 그에 대해 아버지는 분노하지 않았다.
그리고 권왕에게 있어.
‘분노하지 않는다’는 것은 ‘흥미가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임을, 황보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네겐 자격이 없다.”
다시 권왕이 말했다.
마침내 ‘선고’가 내려졌다.
“아, 아닙니다! 저, 저는 아직……!”
“주제를 알아라. 지금 네 주위에 서 있는 다섯 중에서 네가 당해낼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그, 그럴 리―!”
“네게는 나름대로 공을 들였지만, 역시 핏줄의 온전한 계승이란 내 뜻대로 되는 문제는 아니로군.”
핫, 권왕의 입가가 비틀렸다.
“이만 내려오거나, 그 정도 주제 파악조차 할 수 없다면… 그냥 그 자리에서 죽어도 좋다.”
“크… 크으으, 으으!”
부르르.
황보준의 몸이 흔들렸다.
“그, 그럴 리, 그럴 리가…….”
연신 같은 말을 내뱉었다.
허나 친혈육이건 무엇이건, 이미 아버지에게 있어 자신의 존재는 ‘다른 다섯 명의 이하’가 되어버렸음을 모르지 않았다.
아니, 그러나.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으으, 으으으……!”
서서히 황보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일평생의 공든 탑을 빼앗긴 사내의 얼굴에 흉신이 깃들었다.
우우웅.
그 순간, 현기증이 일었다.
다시 ‘위대한 가르침’이 일어났다.
부르르르.
“크으으으으!”
황보준의 온몸이 경련했다.
힘은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한다. 황보준은 자신의 존재가 불타 없어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허나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한 줌 잿더미가 될지언정 황보세가의 성씨를 빼앗길 수는 없다. 황보준은 그 검은 불길 속에 자기 자신을 아낌없이 내던졌다.
우우우우웅.
이내 온몸에 힘이 가득 차올랐다.
휘익.
그리고 다시 고개가 움직였다.
검은 불꽃으로 가득 찬 눈빛이 저 위의 이벽과 맹우강을 스쳤고, 다시 지척에 선 혁대웅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러나.
분노의 한가운데에서 차가운 이성이 속삭였다. ‘이길 수 없는 상대’도 있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다만.
‘누구도… 당해낼 수 없다고?’
지금 당장, 아버지의 말이 그릇되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자신이 이 자리에서 ‘가장 약한 이’가 아님을 보여야만 한다.
스윽.
이내 시선이 송영영을 스쳤다.
마지막으로 제갈소미를 향했다.
울컥.
‘…건방진 계집―!’
그 순간, 분노가 터져 나왔다.
애당초 저 건방진 계집년이 주제도 모르고 비무대에 오르지 않았다면, 자신이 이와 같은 수모를 당할 이유가 없었다.
하물며 저깟 계집년을.
자신이 당해내지 못할 리 없다.
“이… 주제도 모르는 계집년이 감히 힘을 숨기고 있었구나! 옳거니, 적과 내통한 것이 틀림없다! 내 한때나마의 정으로 친히 그 더러운 몸뚱아릴 거두어주마!”
타아아앙.
황보준의 신형이 쏘아졌다. 동시에 용권풍이 다시 주변을 감싸며 비무대를 휩쓸었다.
“…크읏!”
태극혜검의 영역에 둘러싸인 채 진법에 자하신공을 불어넣고 있던 제갈소미가 이를 악물었다.
마침내.
진법의 발동은 목전에 달했다.
허나 비무대는 지나치게 넓었고, 낌새를 들키지 않기 위해 신중을 기하던 제갈소미의 기운은 아직 권왕과 검왕의 위치에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걱정 마. 침착하게 해.”
허나 그때 맞은편의 송영영이 말했다. 슥, 달려드는 황보준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비틀.
“…쿨럭.”
허나.
균형이 흔들리며 입가로 피가 한움큼 흘렀다. 말할 것도 없이 그녀 또한 이미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크아아아아아―!!”
마침내 질풍이 쇄도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커어어어억!”
허나.
결과적으로 황보준의 공격은 송영영과 제갈소미의 지척에 다다르지조차 못했다.
그 순간, 저만치에서 직선의 충격파가 뻗어지며 그 옆구리를 강타한 것이다.
파아아아앙.
그 즉시 용권풍은 사방으로 와해 되었으며, 황보준의 신형 또한 우측으로 꺾어졌다.
“미친 새끼가… 계집이 뭐가 어쩌고 저째? 끝끝내 마지막까지 뚜껑 열리게 하네.”
제갈소미가 위험에 처한 순간, 혁대웅이 마침내 진력을 다한 극척의 초식을 뻗은 것이다.
“커어억, 쿨럭―!”
물론 창끝에 직접 닿지조차 않았으나, 거리를 점한 충격만으로 황보준을 무너뜨리기에는 충분했다.
터엉, 부르르르.
“커억… 커어억―!”
심지어는.
몇 바퀴 땅을 구른 후에서야 황보준의 몸이 멈춰 섰다. 허리가 기이한 각도로 꺾인 채,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훅, 타앙.
허나 혁대웅은 그쪽을 향해서는 시선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 즉시 송영영과 제갈소미를 향해 땅을 박찼다.
사저가 위험하다. 고로.
그 곁을 지켜야 한다. 그 순간 혁대웅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피해… 피하라고! 이 멍청한 새끼야―!!”
허나 그 순간.
눈이 마주친 제갈소미의 얼굴에 경악이 번졌다. 그 즉시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후욱.
“…어?”
혁대웅의 눈이 흔들렸다.
산들바람이 머리칼을 스쳤고, 한순간 몸이 굳었다. 허나 그때는 이미 또 하나의 인영이 혁대웅의 지척까지 다가서 있었다.
슥.
혁대웅의 고개가 움직였다.
그리고 권왕을 마주했다. 분명 체격을 따지자면 혁대웅이 머리 하나는 더 컸음에도 불구하고.
비무대에 올라선 권왕은.
혁대웅을 ‘내려다보았다’.
스윽.
이내 권왕의 오른쪽 어깨가 뒤로 뻗어졌고, 천하제일의 주먹 위로 바람이 응축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그리고 그 순간까지.
혁대웅은 반응하지 못했다.
‘피해? 아, 아니, 막아야…….’
덥석.
이내 혁대웅이 창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회전을 통해 집륜의 초식을 펼치려 했다. 허나.
찰나의 의구심이 스쳤다.
우우웅.
미증유의 힘이 응축되는 권왕의 주먹을 바라보았다. 애당초 저 주먹을 ‘막는다’는 게 인간에게 가능한 일인지, 혁대웅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