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dungeon life RAW novel - Chapter (10)
적나라한 던전생활 〈 10화 〉10화(10/238)
〈 10화 〉10화
“어떻게 해요. 많이 아프세요?”
“그게…
실은
어제 힐을 받은 뒤로 괜찮았던 통증이 갑자기
밤에
한번에
찾아와
기절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동글씨에게만
하는
말인데… 윽! 지, 지금도 오른
손에
엄청난
통증이…”
“괘,
괜찮으세요? 미안해요. 저 때문에…”
이동글은 크게 놀라 붙잡고 있던
내
손을 놓으려 했다.
하지만
내가 그녀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걱정 마세요. 동글씨 탓이 아닙니다. 실은
이
오른
손…
상처를 입힌 건 각성자입니다. 아마 그 탓에…”
다른
각성자
때문에 다쳤다고
하니,
내 손을
무슨
금세 깨져 버릴 유리 잔처럼 조심이
문질러온다.
나는 그 민감한 촉감에 닭살이
돋을
것만 같았다.
“정말 괜찮으세요?”
“그럼 요. 특히 동글씨에게 회복
받아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세요?”
“오늘 밤에도 그런 통증이 또 찾아오면, 혼자
있는
것이… 그… 무섭습니다. 아는 힐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
통증은
일반
병원에서는 치료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라서…”
기대하는 대답이 있었다.
‘그럼 제가 함께 있어드릴게요.’라고.
그러나 그건
단순한
내 희망 사항일 뿐이고, 아무리
멍청해도
그렇게 쉽게
넘어
올
여자가
있을
리
없었다.
“큰일이네요. 그런데
그런
걸
저에게
말씀하시는
이유는 도움을 요청하시는 건가요? 정확히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힐을 해
드려요?
오늘은
아직
1번 남았긴
한데…”
던전에서는 오늘도 그녀가 힐 해야 하는
상황은
찾아오지
않았었다.
뭐, F급
던전
이었으니까.
마지막
홍귀
대장을 쓰러뜨릴 때, 연습 삼아 탱커에게 힐을
사용해
보라 내가 주문해 딱 한번
사용한
것이 전부였다.
원거리에서도 제대로 아군을 향해 사용 할
수
있는
지 의문이 들어
테스트
겸 해서였다.
그래도 아카데미
졸업은
한 만큼 뚜렷이 잘못된 점을 찾아내진 못했었다.
그저
횟수가
2회 뿐이라는 게 여전한 문제이긴 하지만.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향해 직설적으로 말했다.
“저와
오늘 밤 함께 있어
주시겠어요?”
여전히 붙잡은 손은
그대로.
시선
역시
피하지 않았다.
이동글의 얼굴이 점점 붉어져 가는
걸
너무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 어디서…”
“저희 집.”
이번엔
그녀가
손을 빼려 했지만
강하게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잠시 보였다가, 포기했는지 손의 힘을
스르르
뺐다.
다만
시선은 이내 다른 곳으로
피했고,
얼굴은
아주 티
나게
붉은 기가 돌고 있었다.
“호,
혼자
사시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그
저는… 처음이에요.”
갑자기?
눈치가 이렇게 빠른 여자였나?
단도직입적으로 나온다고?
“괜찮습니다.”
“네에?
아니요. 그런 의미가 아니고 나, 남자
집에
가는 게 처음이라는
소리…”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라면
어떤…?”
주도권을
잡은 것은 처음부터 나였기
때문에,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
스무
살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는 당연히 아닐 것이다.
요즘은 이 나이까지
아직도
처녀인
게
더 신기한 세상이기도 하고.
아니지.
꼭 남자 집에 가 본 적이 없다고 처녀라고 단정 짓는 것도
우습다.
뭐 아무렴
어때.
중요한
건
오늘 우리 집으로 갈
거냐,
거절할 거냐 하는 문제였다.
내가 아직 연애 경험이
없었다면
그녀의
이런
사소한
표정의 변화나 말투에 대해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불과 이년 전만 해도 난
그냥
숙맥이었고, 그때 신하늘과 나 사이의 주도권을 잡는
건
언제나
그
쪽이었었다.
나는
항상
끌려 다니는 연애를 했고, 그녀는 마치 엄마처럼 행동했었다.
그건
동거를
시작하고도
마찬가지였었다.
현재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나는 눈앞의 이동글과 연애를
시작할
생각이
없음에도
그녀에게
헷갈리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여동생이 있다면
이런
남자 절대 만나지
말라고
하겠지만,
또
당사자인
내
입장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이용해 먹기
딱
좋은 포지션에
그녀가
있는 상황이니까.
그렇다고 그녀를 이용해 먹기만 하고 버릴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까지
쓰레기
짓을 할 마음이 드는 건 김이솔.
그
악마년
뿐이다.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중이라는 건 알지만
내가
무슨 성인 군자도 아니고.
이런
절호의 기회가
왔으니
충분히 즐겨야지
않겠나.
“꼭 좀 부탁
드립니다.
어제
같은 일이 벌어진
상황에
저
혼자
있다고
생각하면…
아마
전
죽을지도…”
“네에?
주,
죽어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동글씨가 옆에 있어준다면 안심이
될
것 같습니다.
기절했던
지난 밤에도 동글씨의
힐
주문 만큼은 저의 심장을 뜨겁게 데워줬으니까요.”
이게 지금
대체
뭐하고
있는
건지.
내 입으로
이런
오글오글 거리는 말을
할
줄이야.
거짓말에 몰입하다 보니 생각지도 않은
말들이
튀어나왔다.
조금 진정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내가
우위에
서 있는
입장이라고
그녀의 모든 감정을 꿰뚫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조금 더 신중해
지기로
했다.
“저기… 저…”
“걱정
마세요. 이 일은
우리
둘만의
비밀로… 아니
오히려
제 쪽에서 제발 비밀로 해
달라
부탁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제발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나는
일부러 낮은
자세를
취해
그녀의 모성애를
자극할
목적이었다.
“죄송해요.
오늘은 저기… 그…
씻지도
못했고…”
“저희
집에서 씻으셔도
됩니다.”
새빨간 얼굴로
당황만
반복하는 그녀.
반응이
귀엽고 재밌어 자꾸만
더
놀리고 싶어졌다.
그녀도
아마
이쯤
되면
나의
진짜 목적을 눈치
챘을
텐
데?
이동글은 아직 거절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긍정적인 답변
역시
좀처럼 해오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오늘
당장은
무리일
듯 싶었다.
그러나
좌절할
필요는 없었다.
이제껏
잡아
당기기만
했던
실을,
확
풀어버릴
차례가
되었을 뿐.
“알겠습니다. 제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드렸군요.”
“……”
사실,
오늘
꼭
집으로
데려갈 필요까지는 없었다.
넘어와 주면 땡큐, 아니어도 상관 없었다.
이미
밑
밥은
충분히
뿌려 둔 상태니까.
나는 ‘비밀’이라거나 ‘부탁’,’제발’이라는 단어들을 사용해 가며 그녀를 설득했다.
거절하기 껄끄럽게 간절함 역시 보였다.
그런 호소를
그녀가
매정하게 거절한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으니,
앞으로 내게
큰
빗을 지은 것
같은
착각이
들 것이다.
심지어
우리는 계속 마주쳐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그녀는 내가 다음에 하는 부탁을 어느
정도
선까지는
절대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정말,
죄송해요. 오늘만
아니면…”
오늘만 아니면?
이거 내
생각보다도
더 일이 술술
풀리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지금 덥석
무는
건 역효과.
여기서 다음 약속을 잡아 버리면 내가 깔아둔 밑 밥이 소용없어 지게 된다.
그러니 오늘은 이대로
그녀가
날
거절한
것으로 끝 맺어야만 한다.
“괜찮습니다.”
난 그녀의 손을 붙잡고
있던
오른 손에 힘을 슬며시 뺐다.
눈
앞에
보이던 정보창은
사라졌고,
그녀는
연신
미안한 표정이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계산은 제가 전부 했으니
남은
건
포장해 가셔도
되고,
다 드시고 가셔도
됩니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 역시 깜짝 놀라 따라 일어섰다.
“벌써
가시 게요?”
“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하니까요.”
만약의
사태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그녀는 마치
죄를
지은
사람
같은 표정이 되었다.
쐐기를 박았다.
이제 내 생각이 떠오를 때 마다 엄청 불편한 감정이
들겠지.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카페를
빠져나왔다.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은데, 오늘은
이걸로
충분했다.
‘다음이 기대 되는군.’
다음
이래
봐야
하루
이틀이면
충분할
것이다.
나는 더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다.
**
카페를 나와 모퉁이를 돌았다.
차가 없으니 집에
가는
길은 지하철이다.
“우악-!”
그런데 누군가
갑자기
내
옷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나는 허공에 잠깐 떴다 착지 했다.
바닥에 나자빠지지
않은
것
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이 괴물
같은
힘.
각성자가
틀림
없었다.
“누, 누구야?”
사람이
많은
대로변이다.
이런 장소에서 제 아무리 각성자라 할 지라도 함부로 민간인을
공격하진
않을
것인데?
온 인터넷에 얼굴이 깔리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나는
어떤
씨발 놈이
이러나
싶어 곧바로
얼굴부터
확인했다.
‘아… 씨발…’
내 눈앞에 서 있는
건
바로 악마
년이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김이솔씨.”
김이솔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나의 팔을
잡아
끌었다.
나는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질질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팔이
빠지지 않은
걸
그나마
위안
삼아야
할 정도였다.
내가 끌려간 장소는
어느
대형
건물의
지하
주차장
안
이었다.
조명이 많아 어둡지는 않았지만 지나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가끔 먼 곳에서 시끄러운 브레이크 밟는 소리만 들려왔다.
이거
진짜
큰일 나
버렸다.
끌려오며
최대한
비명을 질렀어야
했나?
여긴 그야말로 누구한테 몰래 처
맞기
딱
좋은
장소였다.
“이게 뭐하시는
짓입니까.
놔주세요.”
“내가.
널. 그냥. 둘
줄
알았어?”
아무래도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오늘
내내
조용하길래 잊은 줄 알았더니 내
오산이었나?
하긴, 쉽게
잊혀질
만한
일은 아니었다.
내 머리에는
아직도
그
페트병과 그녀의
물줄기가…
“저를 어쩌실 생각이신 거죠?”
“어떻게
해 줄까? 응?”
“던전에서 조용하시길래 시원하게 넘어가시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너
같으면 그냥
넘어가게
생겼냐? 그런… 그런…. 치욕스러운…”
쿵-
그녀가 주먹으로 지하
주차장의
기둥을 치자,
마치
묵직한 몽둥이로
친
것 같은 울림이 들렸다.
나는 그 기둥이 마치 내가
된
것
같아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이 악마년. 오전 내내
던전을
돌아 놓고도 아직
마나가
충분히
남은
모양이네.
그러나 당황할 필요는 없었다.
방금
전도
그렇고, 김이솔은 나를 직접
공격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저
애
먼 기둥이나 걷어 차겠지.
“그러지 마세요. 기둥에 금이라도
가면
정말
큰일
납니다. 대화로 푸시죠.”
“대화? 뭐?
대화?
그걸 말이라고 해?”
“그럼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저는
일반인 입니다. 각성자에게 맞으면
죽어요.
저를 죽이시려고요?
아직
던전 탐험 완료 보고서도 회사에
올리기
전인데.”
김이솔은 짜증을 감추지 않았다.
내가 한 말은 그녀에게
거의
협박에
가깝게
들렸을 것이다.
날 건드렸다가는 사회생활 시작부터
좃
될 거니 각오하라고.
“그냥
넘어 갑시다. 누구 하나 다친 사람도 없고, 손해 본 사람도 없지 않습니까.”
“그걸
말이라고
해? 다쳤어. 내 마음이 다쳤다고! 손해가
아니야?
그런…
그런
수치스러운
모습을 너 같은 새끼한테
보인
게 왜 손해가 아니야!”
그녀는 자기
입으로
말하면서 또다시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냥 기억에서 지워 버렸으면 저럴 일도
없을
것인데.
아니면 즐기고 있는 거
아냐?
이 변태 년이.
난
조금
세게
나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비장의 수단도 갖추고 있는
상황이니까.
나는 노골적으로
그녀의
둔부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너…
너.
이
새끼가 지금 어딜 보는 거야!”
아, 귀 아파.
넓은
지하 주차장에
메아리가
칠 정도로 그녀의 목소리는
높았고,
또
컸다.
난
아래로
내렸던
시선을
들어
올려
그녀의 조금 날카로운 두 눈에 고정했다.
‘예쁘긴
해.’
우리
팀
여자
셋 중엔
제일
내
타입이었다.
깔끔하게 기른 긴 검정색 생머리에 아름다운 미소녀.
딱
김이솔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런데 저 예쁜 입술에서 나오는 말은 아주 그냥.
“제가
뭘
봤다고
이렇게
화내시는
겁니까? 전
그저
우연한 찰나에 당신과 눈을
맞춘
것 뿐이었어요. 다른 건 전혀
못
봤습니다.”
“거짓말 하지 마.”
이를
악물고 나를
잡아먹을
듯
쏘아보는
그녀.
“정말
곤란한 분이시네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김이솔씨
앞에서 페트병에 오줌이라도 쌀까요?”
“야!!!!”
아, 있다가
내
고막이 잘 지내고
있는지
체크 좀
해봐야겠다..
이럴 거라고 반응을
예상하고
내뱉은 말이긴 했지만
참.
그래도 덕분에 더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김이솔이
내 앞에서
격하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니 그것이 오히려 내게 차분하고 냉정해
지는
계기가 되었다.
“참, 숙녀 분에게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저 스물 둘
입니다.
얼마 전 헤어졌긴 하지만 여자 친구랑 동거도 했었고, 여자
성기
같은 건 야동으로 원
없이
봤어요.
고작
그런 정도는 저에게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는 겁니다. 우리 그냥… 네?
잊어
버리죠?”
말을 하다 보니 그녀를 살짝 먹이게
되었지만,
다
그녀의
업보다.
나에게 그 지랄을
하니까
나도
모르게 살살 비꼬게
되는
거지.
내 비아냥에
처음에는
부들부들
대던
그녀의 눈가에 살짝 이슬
방울이
맺힌 게 보였다.
하이고 꼬셔라.
나는 그녀가 대체 어떤
식으로
내게 말해올 지
너무
궁금해졌다.
“죽여 버…”
“네? 죽인 다고요? 저를 요?”
“언젠가
기필코
죽여 버릴
줄
알아.”
나에게 살해 협박을
하는
그녀의
한
쪽
눈에서
아까 맺혔던 물방울이 또르르르 흘러 내렸다.
“지금은 아니라는 소리시죠?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나는
적당히 손 인사를 건네며 돌아섰다.
휴,
겨우
호랑이 굴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악마 같은
년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떠나려는 나의 상의를
뒤에서
붙잡아 온 것.
나는
당황한 티를
내지
않게 노력하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직 할 말이
남으셨어요?”
아, 좀 제발 보내줘.
내가 마음
속으로
그렇게
애원하고
있는데
김이솔이
등
뒤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왔다.
“씨발… 안되겠어… 너도 내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