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dungeon life RAW novel - Chapter (150)
적나라한 던전생활 〈 150화 〉150화(150/238)
〈 150화 〉150화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옷이나 피부가 축축해져 가는 짙은 습기.
사각의 돌 기둥이
빽빽하게
세워져 있는 공간에 바닥에는 물이 차있다.
천장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고
높지만 확실히 야외는 아니다.
이곳은 마치 고대
도시의
지하에 만들어진 공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내가 알고 있는 지하
수로처럼
긴 통로가 보이는
것은
아니다.
시야를
가리는
저
기둥들을 제외하면 사방이 뻥 뚫려있는 것 같다.
“이 물 밟아도 되는 걸까요?”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물은 무릎
높이까지
차 있다.
우리가 통과한 게이트 주변은 대지가 높아 물이 없지만
장소를
이동하기 위해선 반드시 저 물을 통과해야만 한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체크해
보겠습니다.”
나현희의
질문에
군에서
나온
한
남자가
물을 떠 수상한 장치에 집어 넣었다.
성분 검사라도 하는 건가?
결과는 순식간에 나왔다.
“인체에
위해한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음용할 만큼 깨끗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저런 기계가 있었나?
확실히
우리가
일반
업체에서 대여하는 장비와는 수준 차이가 느껴진다.
레이더도
확실히 더
고급인
것 같고.
포로인
네
녀석을 우리 팀
전용
서포터로 데리고 왔지만 정부 측에서 나온 서포터들 역시 다섯 명이 배정되었다.
이들 역시 모두 각성자인데 마력 수준은
F나
E급으로 수준이
낮았다.
하지만 전문 교육을 받은 탓인지 필요한 걸 요구하기
전
알아서 움직여 줬다.
이런 녀석들이 우리 회사에 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
여기에 추가로 각종 장비 전문가를 더하면 우리 팀에 포함된 정부 측 요원만
총
원 스무 명이
넘는다.
“저희
팀은
이곳을 중심으로 레드 방향으로
진입할
예정입니다.
방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공간이기 때문에
게이트
주변을
4분할 해 각각 색으로 표시해 두었습니다. 다이아몬드에서 블루 방향으로, 또
다른
팀에서 옐로우 방향으로 향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
나머지
한 방향은?”
“이전 진입한 박유리
초월자님과
공격대의
진행 방향이
레드
방향이기 때문에 이쪽 세 방향의 수색이 실패할 경우 가장 마지막으로 향할 예정입니다.
보통은
하나의
팀으로
구조대가
편성되기
때문에
이쪽을 우선 탐색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세
개
팀이기
때문에
여러
방향을 동시
수색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설명은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곧바로 출발하는
거죠?”
“그렇습니다. 특수
레이더
설치가 완료 되면…
아,
그리고 일단 저희가 준비한 포메이션은…”
저들이
준비한
세세하게 마련된
작전에
따라 행동했다.
이동하면서도
수시로
설명을
들었는데,
그간
내가
원정을 다니며
해왔던
일들이 얼마나 수준 낮았는지 실감했다.
군대는
군대라
이건가 싶었다.
다만
이들의
계획은 다소
소극적이었다.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초월자가 둘이나
있음에도
이런
방식이라니.
그만큼
박유리의
실력을
높게
평가하는
반면,
나와 나현희의 실력을
낮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좋게
평가하자면
인명 피해 없이 작전을 수행하려는 듯 보였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나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았다.
하긴 이 놈들은 내 진짜 실력도, 그리고 우리 팀에 몇 명의 초월자가 있는 지도 모르고
있을
테니까.
바닥에
가득
차
있는
물을 헤치고
수십
분
이동하자,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건 지독한 악취였다.
시체가 썩어가는 냄새.
“앞에 보입니다!”
스스로
이곳을
지하라고
평가하긴
했지만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것은
아니다.
특히 마력을 통해
시력을
강화 가능한 각성자들에게
있어서는
움직이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는 됐다.
“이건 그놈들이군.”
“지난
게이트
역류
때 지하철 역사에서 쏟아져 나온 놈들과 같은 놈들이
확실해.”
우리끼리
중얼거리는 걸 들었는지 서포터 중에서도
리더
격인 남자가 다가왔다.
아까부터 작전을 설명하느라 가장
말을
많이
하고
있는 녀석이다.
“프로그맨 입니다.”
“프로그맨? 이 놈들이? 개구리랑은 거리가 멀지 않나?
양서류
보다는 파충류에
가까운
것 같은데…”
“일단
저희는 그렇게 이름 붙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 놈들은 역시 그건가?”
“그렇습니다. 저희가 방향을
잘
따라온
것 같습니다. 박유리 초월자와 공격대가 쓰러뜨린 것으로 보입니다.”
물 안에
담겨진
시체인데도
마치
방금 전
죽은
것처럼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인간이라면 탱탱하게 불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을 텐 데…
그
이유에
대해
물었지만
이들 역시 모르는 눈치였다.
“한마디로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몬스터라
이거군.”
“죄송합니다.”
수십 마리의 프로그맨
시체가
담겨진
물에 다리를
담그고
있다는 게
거북했다.
내가
이 정도니 여자들은 말할 것도 없지.
서둘러
장소를 이동하기로
했다.
끝없이
세워진
사각의 기둥이 방향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
주었다.
“정말
끝도 없네.
벌써
한 시간은 걸은 것 같은데… 이
수
많은 기둥을
다
어떻게 세운 거지?”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런
거 따지기 시작하면 머리가 이상해져 버릴 거라고요. 던전이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계속 반복되는 똑같은
풍경.
가끔
등장하는
시체만이 우리가 이동하고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한
끝에,
우리는
어느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동안 살아있는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첫날
야영한
장소로 보입니다.”
“여기
밖에
없었겠지.
바닥에
물이 없는 장소는…
심지어
여기도
게이트가
있던
곳과 흡사한데?
마치
우리들에게 여기서 쉴
수
있도록
일부러 만들어 놓은 듯
한
걸.”
“야간에
습격은
없었던 듯
합니다.”
“어떻게
할 거지? 여기서 휴식을 취할 건가? 우린 몬스터를
상대하지
않아서
그런
지 아직
오후
2시잖아.”
“출발 하겠습니다. 휴식의 기준은 여러분의 마력
소모
정도에 따라 변경할 계획입니다. 전혀 사용하지
않으셨으니
괜찮으시죠?”
“빡세네… 우린 군인이
아니라고?”
결국 쉬지 않고
이동을
계속했다.
그의
말이
틀린 게
없으니까.
각성자가 조금 오래 걷는다고
지치는
것도 아니고, 문제는 장비를
옮기는
녀석들인데 군인은 군인인지… 그것도 특수
훈련을
받은
녀석들
답게
낙오하는
녀석 없이 다음 목적지에 당도했다.
그렇게
나름의
강행군이
이어졌고,
큰 전투 상황이 벌어지지 않은
상태로
게이트를
통과한
지
3일
차가
되었다.
**
“흔적을 봤을
때
이
방향이 확실합니다.”
“그래.
누가 아니래?”
스트레스가
가득
쌓였다.
햇빛을 못 보고 습한
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다.
언제 몬스터가 습격할 지
모르는
상황 역시
우리의
정신을
심하게
소모 시켰다.
이런 상황에 익숙한 지
군인
놈들은 제법 멀쩡했는데, 놈들도
속으로는
크게 차이 없을 거다.
“지나오는 동안
발견한
몬스터의 시체 수나 분포를 봤을 때
공격대의
이동 속도는 저희보다
현저히
느렸을
확률이
높습니다. 저희는 거의 일직선으로 이 곳까지 왔지만
그들은
여기 저기 탐색하며 이동했을 테니까요. 야영
흔적도
여덟
군데나
찾아냈으니
얼마 안 있어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초월자님.”
“그런데 보통
한
달 이상 공략하는
경우도
있잖아? 아직 멀쩡하게 살아서 공략
중인
거 아냐?”
“공격대라면
그렇겠지만,
초월자 박유리님의 경우 10일 이상
서울을
벗어날
수
없게
끔
되어 계십니다. 그분이야말로 서울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분이시니까요. 그분도 그 걸 충분히 인지하고
계십니다.
특히
대통령님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지금 가장 필요하신 분은 바로…”
“그 말은 죽었거나 배신했다는 소리네?”
“… 아무리
초월자님이시더라도
박유리님을
모욕하시는 발언은 삼가해
주십시오.”
“그래,
그래…
지금
건 실언이었어. 미안.”
한숨이
나온다.
처음 이틀은 잠자리에서 스트레스를 풀기라도 했는데,
3일
차 되니 나도 그렇고 여자들도 그렇고
욕구가
사라지고 있다.
축축한
환경에
살을
문지르기
싫어지는
건
당연한
일.
거기다
슬슬
체취가
심해지고
있기도 한 상황.
“팀장님…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해요?”
“저도
모릅니다.”
지금
당장
돌아가더라도
적어도
3일을
같은 생활을 반복해야 한다.
그
사실이 한층
정신을
고갈
시킨다.
“정혁아!”
“정혁씨!”
동시에
나를 부르는
목소리.
하나는
선배.
또
하나는
나현희의 목소리다.
두 여자가 가리키는 곳에서 발견 된 몬스터는 프로그맨이 아니었다.
그때
서울
한복판에서
프로그맨과 같이 나타나 건물을 무너뜨리던 거대한 괴물 놈이었다.
프로그맨의
알을
품고
있는
모체.
보스라 착각했을 정도로 강력한 놈이다.
“저 놈은 뭐라고 불러?”
“프로그 퀸…”
“잘도
저런
괴물에 여왕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였군. 센스
하고는.”
“… 죄송합니다.”
이
남자는
나에게
사과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쓰레기 같은
초월자
비위 맞추느라
고생하네.
잘 대해주고 싶어도 신경이
예민해진
탓인지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버린다.
내가 궁둥이나 긁으며 별일
아니라는
태도를 취하는 동안 정부 측
구조대
녀석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고작
B급
던전 보스 수준의 적을
상대로도
긴장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들에겐 당연한 일이겠지.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
미안하니까 더 불안에
떨지
않도록 외쳤다.
“나현희씨. 실력 좀
보겠습니다.”
“조,
좋아요.”
아직 마력을 조금도 상승 시켜주지 않고
그녀를
괴롭히는 나.
나에게
잘
보이려고 아양을 떠는 나현희.
지난
3일 간의
우리
관계다.
해
줄듯
해
주지
않는
나 때문에 그녀 역시 폭발 직전이지만, 내 손길만 스쳐도
마력이
사라지는
걸 스스로 경험한 그녀는
어떤
반항의 낌새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나름 스트레스가 쌓여있을 걸?
쾅-!
거대한
프로그 퀸이
우릴
발견하고
돌진했다.
뱃속에
알을
가득
품었는지
한껏
부풀어
오른 몸.
지하철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거대한 육체로 달려든다.
“하압-!”
나현희 역시 검을 뽑는
동시에
돌진했다.
전투
장소를
우리가
머물러
있는 곳에서 떨어뜨리려는 생각인
듯.
내가
평가하기도
뭐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순식간에
그녀가
쥔 검이 프로그 퀸을 횡으로
통과했다.
“와…”
여기 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흠잡을 데 없는
깔끔한
일격.
지금의 김이솔에게 저런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박유리의 전투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이 여자보다 더 강하다는 건 대체 어느 정도인
것일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모두 조용!!”
그때
나현희가
외쳤다.
프로그
퀸은
분명 쓰러졌다.
왜 저러나
싶었지만
그녀의
긴박한
외침에
모두
입을 다물었고
고요함이
찾아왔다.
첨벙. 첨벙.
“뭐지?”
“입 좀 다물어봐. 안 들리잖아!”
첨벙.
첨벙…
첨벙!
갑자기 사방에서 가까워 지는 커다란 물 소리.
프로그맨이 낼
수
있는 크기의
소리가
아니었다.
“슬슬 움직여야
할
때가
온
건가?”
지루했던
시간은
이제 끝.
3일 차가
되어
겨우 무언가가 우리를
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