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dungeon life RAW novel - Chapter (18)
적나라한 던전생활 〈 18화 〉18화(18/238)
〈 18화 〉18화
지난
여섯
시간 동안 대기하며 다양한 정보를 파악해 두었다.
다이아몬드 길드
소유의
트레일러에는 장비 뿐 아니라 간이 샤워 시설도 설치되어 있다는 것.
다이아몬드 길드의 각성자들은 원정이
끝난
후
트레일러에서
슈트를
벗을 때 대충 한번 몸을
행군
뒤,
재차
사우나
같은
곳으로
향한다
들었다.
그래서 난 미리 공무원 아재에게 일러 두었다.
“있다가
구조대원들
나오면
곧바로
샤워실로 안내 좀 부탁
드려요.
아무리 협소 해도
트레일러에서
하는
것보다는
관리 건물
안에
있는 샤워실이
좋으니까.”
그러자 중년의 공무원은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았어도 그랬을
거라고
했다.
트레일러에
설치된
샤워 부스는 하나 뿐.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어차피 구조
대원
중
누군
가는
관리
사무소의
샤워실을
사용하게
되어
있었고,
민혁주가
그 당사자가 되어야만 내 계획이 성립한다.
선후배
따지지
않고 자기가 가장 먼저
씻겠다는
민혁주.
내가
그토록 걱정했던 게
우스워
질
정도로
기회는
곧바로
찾아왔다.
상황은
너무
자연스럽게도 이어져 민혁주는 관리
건물
안의
샤워실로 향하게
되었다.
나는 그 뒤를 슬며시 따라 붙었다.
“저기, 어디
가세요?”
그런데 하필
아까
그 여자가 말을 걸어
왔다.
대충 거짓말로
얼버무릴
수 밖에.
“아, 저 배
아파서요.
바쁘지 않으세요? 그쪽 회사 사람들 우르르 나왔는데.”
“아… 네. 바빠요.”
기분이
상했는지
몸을
휙 돌리더니 떠나가 버렸다.
왜
저러는 거야?
사람
바빠
죽겠는데.
나는
그녀가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멀어지는 걸
확인하고
서둘러
샤워실이
있던 방으로 이동했다.
이미
샤워실
안에서
물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민혁주
역시 나처럼 슈트를 착용한 채
안으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일체형인 C급슈트 보다는 벗기
훨씬
편하지만 A급 슈트 역시 타이트하게 피부와 밀착되는 스타일이라 다 벗는데 30초는 걸릴
것이다.
그리고 샤워를 아무리 짧게 해도 1분은 하겠지.
최소한으로
잡아 1분 30초.
그
시간
안에
결판을
내야
한다.
샤워실 문의 잠금 쇠는 이미 부서 놨고.
나는
곧장
김찬일
선배에게 연락했다.
아까 부탁해 두었던 일을
해
달라고. 그것도 최대한
빠르게.
나는
선배가,
내가 부탁한
일을
해
주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심장이
요동치고
있다.
건물 들어오기 전 눈치를 주고
왔는데
이놈의
선배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1초,
1초,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입이
바싹바싹
타 들어갔다.
팟!
드디어 선배가 내가 부탁한 일을 완수했다.
안에서 샤워 중이던 민혁주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니
이런 씨이발 갑자기 뭐야? 왜 갑자기
깜깜해?
어?”
정전.
샤워기의 물은 계속 나오고 있었지만,
정전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사전에
선배에게
사정 사정 해,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관리 건물의 전기를 차단해
달라
부탁했다.
여섯 시간 동안 위치와 동선,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게
끔 여러 모로 계획을 짜 두었다.
오히려 가장
힘이
든 건 선배를 설득하는 것이었는데, 별로
선량하게
살아 온 것 같지도
않은
사람이라 결국 돈이
모든
걸
해결
해
주었다.
나중에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이유를 알려주겠다고 해뒀는데, 이제 뭐라고 둘러대야
할
지 생각해 봐야겠다..
아무튼 선배는 내 부탁대로 관리 건물의 전기를 차단했고,
이제는
내가
움직일 타이밍이었다.
나는 목소리를
다르게
내며 소리쳤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몇 번이나 녹음해 다시 들어 가며
연습한
목소리다.
“죄송합니다. 각성자님.
저
관리소
직원인데
정전인 듯 합니다. 금방 고칠 테니까 걱정 마십시오. 자주
있는
일입니다.”
“알았으니까 빨리 고치기나
해!”
성질 내기는.
“그래서
말씀인데,
샤워실에서 누전이
된
것
같습니다.
샤워기는 내려 놓으시고 꼼짝
말고
계세요. 감전되실
위험이
있습니다.”
안에서
뭐라고
뭐라고 잔뜩
승질을
부리며 욕설을 해오는데, 맨정신으로 듣기
힘들
정도였다.
“그럼
제가 들어가서
잠시만
살펴보고
나가겠습니다.”
겨우
허락을 맡고 샤워실의 문을 열었다.
샤워실의
창문도,
그리고 샤워실과 연결된 방의 창문도 모두 두꺼운 천으로 가려 두었다.
빛이 새 들어오지
않아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
내가 누군지
민혁주는
결코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나는
샤워실
안으로 조심히 들어갔다.
스마트폰의
플레시로
무언
가를
확인하는 척 하다가 다시 입구로
향했다.
도망칠
장소부터
파악하는
것이야
말로
범죄자의
철칙.
나는 도둑놈이라도 된 거
마냥
쫄깃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스마트폰의 빛이 내 얼굴을 드러내지 않도록 사전에 몇 번이나 시뮬레이션
했기
때문에
아마
들킬
일은 없을 것이다.
“확인
끝났습니다.
이제 제가
나가서
전기를 다시
올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시끄러워!
빨리
가서
전기나 올려!”
어디
얼마든지 떠들어 봐라.
나는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웃으며 스마트 폰의
플래시를
민혁주의 얼굴로 향했다.
눈부시다며 또
지랄
발광을 한다.
나는 그걸 적당히 무시하고 슬며시 손을
뻗었다.
내
손
끝은
아주
잠시 동안 민혁주의 팔 어딘가에
스쳤다.
그
짧은
순간.
그거면
충분했다.
‘OFF’
나는 그대로 돌아
샤워실을
빠져 나왔다.
너의
각성자 인생은 이걸로 끝이다.
어디
나락으로
떨어져
좌절을
느껴봐라
씹새야.
신체의
변화에 이상을 감지했는지 샤워실 안에서 뭐라 뭐라 시끄럽게 떠들어 대길래 한 마디 소리쳐
주었다.
‘감전이라도
당하신
거
아닙니까? 그대로 가만히 계세요. 큰일 납니다.’라고.
나는 속으로 키득키득 웃으며 방에서
빠져
나왔다.
그리고
곧장
화장실로 향하며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이제 차단기를 올려도 된다고.
**
밖에 나온 나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
관리
사무소
입구의 조명 같은 게 전부 나갔었을 테니, 밖에
있던
사람들 역시 정전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1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전기가 들어왔기 때문인지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으니까.
단
한
명만 제외한다면.
선배가 내게 다가왔다.
왜 이런
일을
시켰느냐,
고작
이런
걸로
50 만원이나 준 다는 게 정말이냐,
네놈이
이상한
범죄라도
저질렀으면
혼자 책임져야 한다고 중얼중얼 댔다.
나는 그런 선배의 귀에 대고 그렇게
떠들면
들킨다고 들키면 50
만원은
없던
일이 될 거라고
일러두었다.
고작 50
만원.
뭐, 지금 당장은 며칠이나 죽어라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지만
그래도 고작 50이다.
단 돈 50 만원 가지고 김 선배와 나의 입장이
이렇게
달라졌다.
그가 내
사수인
탓에
우리
둘
사이에서는
언제나 선배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는데
그
변하지 않던 관계가 고작 50으로 뒤바뀌었다.
이런
걸 하극상이라
하든
가?
아니,
각성자였던 민혁주와 내 관계가 오히려 더 하극상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
“휴우~”
그나저나 너무
지친다.
고작 재수 없는 놈 하나 보내버리는 게 뭐 이리 힘이 드는지.
지금
당장이라도
샤워실로 달려가 밟아버리고 싶을 만큼 개
쓰레기
자식이지만
놈이 일반인이
되었다는
걸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들켜선
안된다.
뭔가
스트레스가 해소
된
것도
같고 부족한 것도 같은 오묘한
기분.
“흐음…”
지금 소유하게 된 이 능력은, 앞으로 이런 식으로는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잠재력이
뛰어난
각성자들을 데려다 성장 시켜 내
편으로
만드는
것에
훨씬
유용해
보였다.
현재 내가 가진 말은 백화연과 이동글.
김이솔은
이미
보내버렸고, 장용은 남자라 패스.
그런데 김이솔과 백화연이
내
생각처럼 잘 커줄까?
그
둘은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정신적이거나, 아니면 지능적으로.
그리고 그 둘 만으로는
한참
부족하지.
적어도 C급
던전을
쓸어버리고 다니려면 아무래도
여기
저기 다니며 여자
각성자들
인맥
좀 넓혀
둬야
할 것 같다.
그래.
서포터 기업의
권한으로
아카데미
수업에 참관해
잠재력
넘치는 어린 친구들을 미리 데려오는 방법도…
아,
그건
좀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일단
회사 빨이 안되고,
후원할
돈도 문제였다.
대기업들과
경쟁도 치열할 테고.
그럼
역시
가장
급선무는
돈을
버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다시
이동글과
백화연을
성장 시켜야 한다.
“아으…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도
아니고…”
오늘은 이런 생각 그만두자.
기쁜 날이지
않은가.
민혁주
그
개새끼에게
시원하게
복수에 성공하지 않았는가.
능력을 잃어버린
민혁주를
보면
신하늘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두
년,놈들의
비참한
꼬라지를
두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게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주변이 점점 한산해 졌다.
구조 대장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가 싶더니, 그게 끝나자 마자 기자들이
해산했다.
나는
혹시 몰라 선배를
데리고
민혁주와 마주치지 않을만한 장소로 피해
다녔다.
사실은
절망한
놈의
면상을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지만
안전
제일이다.
놈이 유명한 만큼 무언가 변화가 생기면
금세
소문이 나겠지.
당장
내일
아침에 출발하는 구조대만 확인해도,
놈이
어쩌고 있을 지 확인이 가능해 진다.
나와
선배는
회사에 연락을 했고 구조대는 빈 손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아직
퇴근도 안 하고 회사에서 우리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임 부장은, 회사에서 비용 처리 할 테니
근처의
호텔에서 묵으라
했다.
좋아할
일이 아니다.
내일
또 게이트 앞에
와
대기하라는
소리였으니까.
“씨발. 내일 토요일인데.”
“어쩌겠냐. 그냥 원정
들어갔다고
생각해.”
“장기 원정이면
다음에
쉴 때
휴가라도
길죠.
저희는
월요일에
출근해야
하잖아요.”
“지금
그거 걱정할
때가
아니야.
회사
망하면 너 갈 데는 있어?”
확실히…
선배는 몰라도 아직 실적 0인 내가 다른 회사에 가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나이가 어리니
다른
일이나
찾아보라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게 되겠지.
이 회사에
취업
성공한
것도 엄청난
행운이었을
정도니까.
“그리고 던전
안에
있을
안소라 팀장이나
김미연이
생각해봐.”
하긴, 웃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다.
안 선배는 항상
같이
일해보고 싶은 선배였다.
내가 팀장이 되면서 그럴 확률이 희박해
졌지.
그리고
김미연씨는
나와
입사
동기인데 나만 팀장이 되어 버린 상황이라 항상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데,
우리 차 박살 난 건 어쩌죠?”
“낸들
아냐.
다이아몬드에서
보상
해
주겠지
뭐.”
그렇게
의미 없는 몇 마디
더
나누는 동안
콜
택시가
도착했고,
우리는
수원 시내로 향하려 했다.
그런데
누군가 나의 옷을
잡아
챘다.
“우와악-!”
난
설마 민혁주가 그러는 가
싶어
깜짝 놀라 뒤돌아섰다.
“강정혁씨.
무슨
죄 지었어요? 뭘 그리 놀래요?”
서
있는 건
여자였다.
아까 대화를 나눴던 다이아몬드 길드의 담배
피는
매뉴얼 타령 하는 여자.
그녀를
수식하는 단어가 이렇게 많아 졌는데, 정작
나는
그녀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내가 기다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길래, 먼저 말하려고 왔어요. 우리 회사 사람들은 오늘 수원에서
대기에요.
정혁씨도
그렇죠?”
“아… 네.”
“그럼
우리
저녁이나 같이
먹지
않을래요?”
“네?”
“뭘 놀라요! 밥
같이
먹자고요.”
난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분명
귀엽다고
잠시 생각하긴
했지만
갑자기 데이트 신청?
괜히 옆에 서 있는
김
선배의 눈치가 보였다.
하지만
선배도
눈치는
있는지
콜 택시에 올라타며 나에게
말했다.
“일단 방 잡고
위치는
보내
줄게… 우리 회사는 가난해서 방 따로 잡을 수 없는
거
알지? 너 다른
데서
잘 거면
그
돈은 니가 내라는
소리다.
그럼 난 갈 테니까 적당히
놀아라.
부러운
새끼야.”
선배는
그대로 혼자 택시를
타고
가 버렸다.
비상 상황이라 대기라도
해야
하는지 공무원들은
관리
건물로 모두 들어갔고, 다른 회사
사람들
역시
이미
모두 떠나간
뒤였다.
이 장소에 남은 건 나와 이 여자와
박살
난
자동차
들 뿐이다.
“죄송해요. 선배가 짓궂죠.”
“괜찮아요.
어린애도
아니고 그
정도
농담은.
오히려 그쪽이 아까 저에게
했던
말들이 훨씬 심하니까.”
.
내가 무슨
말을
했더라?
아, 왜 내 알몸을 본 뒤 가슴 주무르고 있었냐는 그거?
나는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고, 나를
바라보던
눈앞의
여자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차갑던 인상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다양한 표정을 보여 온다.
나는 이런 상황이 낯설고 난처해
어쩌면
좋을까
하다가, 일단은 여기를
벗어나야
할 것 같아 말했다.
“그…
택시
부를까요?”
“아니요. 그냥
조금
걷죠. 수원이 시골도
아니고
조금 걷다 보면
택시가
잡힐
거에요.”
그렇게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도 난,
내
옆을 걷고 있는 그녀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