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dungeon life RAW novel - Chapter (194)
적나라한 던전생활-194화(194/238)
외전 1편
일반 직원 사무실에도 잠깐 얼굴을 비춘 난, 딱히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곧바로 청와대로 출발했다.
“왜 직원들 시키지 않고 홍은영씨가 직접 운전하는 겁니까?”
내가 탄 차를 운전하는 건 어웨이크 레이디의 부사장 중 한 사람인 홍은영이었다.
“왜? 싫으세요?”
“안 바쁘십니까?”
“바빠요! 누구 때문에 특히 더! 제가 왜 굳이 운전대를 잡았냐고요? 왜겠어요? 누가 또 일을 벌려 더 바빠지지 않도록 컨트롤 하려는 거지.”
“지금 저를 비꼬시는 겁니까?”
“흥.”
그녀가 괘씸해진 난 앞 좌석 양 쪽으로 손을 넣어 운전 중인 홍은영의 양 가슴을 움켜쥐었다.
“지,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운전 중인 거 안 보여요?”
나는 그녀의 발언을 무시하고 풍만한 가슴을 강하게 주물럭거렸다.
“흣… 제, 제발, 그만…”
안간힘을 쓰며 참아내던 그녀는 신호등 앞에 차가 멈춰 서자마자 고개를 팩 돌려 나를 노려봤다.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고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있다.
“가슴 좀 주물렀다고 운전 중 그렇게 몸부림을 칩니까? 그러다 사고나요 사고!”
“정말… 지금 공식적으로 청와대에 가고 있는 중이란 말이에요. 이런 장면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강정혁씨 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의 이미지가…”
“그러니까 누가 날 비꼬랍니까?”
“비꼬다뇨! 전 당신과 회사를 생각해서… 웁?”
눈물이 맺혀있던 그녀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뜨였다.
거칠게 마주친 서로의 입술.
슬며시 벌어진 입 안으로 혀가 빨려 들어갔다.
빵빵 빠앙!
어느새 신호가 바뀌었나 보다.
나는 서서히 고개를 뒤로 뺐다.
“거 드럽게 시끄럽네. 한창 좋은 때에.”
“하아, 하아… 이게 갑자기 무슨…”
나에게서 단 한 순간도 시선을 돌리지 못하는 그녀.
나는 가벼운 미소를 건네며 그녀의 입가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침을 닦아주었다.
“그냥, 귀여워서요. 청와대 가는 건 그만두고 지금이라도 호텔이나 갈래요?”
마치 열여덟 소녀처럼 홍은영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 올라 있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렸는지 급히 몸을 돌려 핸들을 붙잡고 액셀을 밟는다.
“…안 돼요. 공식적으로 오찬을 함께 하기로 청와대 측과 이미 약속이 된 상황이란 말이에요.”
“흥. 솔직하지 못하기는.”
청와대에 도착하기까지 수 분 동안 그녀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운전에 집중했다.
하지만 빨갛게 달아오른 두 귀는 좀처럼 식지 않는 듯 했다.
“이제 도착했어요. 출입 기자들 깔려 있을 테니까…”
“압니다. 이제 해 달라고 애원해도 안 해줄 테니 걱정 마요.”
“……”
“왜, 아쉬워요? 아니면 청와대에서 함 할까?”
“그, 그게 무슨…”
“농담입니다. 당황하기는.”
“정혁씨!”
이렇게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우리는 어느덧 청와대 앞에 도착해 있었다.
“자, 그럼 우리 대통령께서 무슨 볼일로 나를 여기까지 불렀는지 알아 볼까요?”
* * *
안지현과 홍은영의 궁금하지도 않은 사소한 근황 이야기가 한참 이어졌다.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던 나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크게 하품했다.
내 불손한 태도에 실무관들이 도끼눈을 뜨고 노려봤지만, 정작 안절부절 못하는 건 내가 아니라 안지현 쪽이었다.
“아,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바쁘신 분 불러 놓고…”
“우리 사이에 그렇게 예의 차릴 건 없지 않아요? 그리고 용건이 뭔진 모르겠지만 저 사람들 내보내면 안됩니까?”
나는 쓸데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실무관들을 내보내라고 눈치를 줬다.
덤으로 카메라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성가신 기자들도.
“아, 그러는 게 편하시겠죠? 알았어요.”
그제야 귀찮은 눈들이 모두 빠져 나갔다.
그리고 곧이어 식사가 준비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비공식 방문으로 할 걸 그랬네.”
“미안해요. 저희 입장에서는 강정혁씨와 저희 정부 사이가 원만하다는 걸 국민들은 물론 대외에 알려야…”
“압니다. 아니까 그 이야긴 그만 하고 밥이나 먹죠.”
다행히 밥은 맛있었다.
양은 충분치 않았지만 더 달라고 말만 하면 몇 번이고 추가로 먹을 수가 있었다.
그렇게 독도 새우 열 마리 가까이를 먹었을 때 즈음 드디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일본이요? 나보고 일본에 가라고?”
“아뇨, 정확히는 오키나와에요.”
“오키나와가 일본 아닙니까?”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요즘 그쪽 정세가 이상하게 움직이고 있거든요.”
“그게 뭔 소리에요?”
안지현은 내게 오키나와 파견을 요청했다.
정부 입장에 선 그녀가 나를 외국에 보내겠다고 먼저 제안을 한다고?
말이 되지 않는다.
불과 일주일 전 내가 인도로 떠난다는 이야기가 알려졌을 때 여론을 등에 업은 언론들이 생 난리를 피지 않았었나.
당장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예 잘 다녀오십쇼 같은 말이 나올 리가 없다.
그리고 그 모든 화살은 안지현 정부를 향하겠지.
내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 주위가 분주해졌다.
빈 그릇들은 어느새 사라졌고 테이블 위에는 뜨거운 차와 디저트용 과일만 남아있었다.
또한 덩치 큰 사내 여럿이 들어왔는데, 나와 홍은영, 거기에 안지현의 뒤에도 카메라의 삼각대와 비슷한 수상한 장치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건 갑자기 뭐죠?”
“이번에 연구소에서 개발에 성공한 도청 방지용 장치에요. 각성자 전용의.”
청력이 뛰어난 각성자가 이야기를 엿듣지 못하게 하는 장치란다.
개중에는 스킬을 통해 초월자보다 더욱 강력한 청음 능력을 보유한 각성자도 있다고 들었다.
내가 놀라워하자 안지현은 자랑하듯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 장치 뿐만 아니에요. 게이트 마력 측정 장치도 테스트가 끝났고, 휴대용 각성자 마나 측정 장치도 개발에 성공했어요.”
“각성자가 대통령 자리에 앉으니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하하… 이전 대통령도 알려지지 않았을 뿐 각성자였는데요 뭘. 지금은 아닌 것 같지만.”
아, 그러고 보니 그 양반도 각성자였었다.
지금은 아니게 되었지만.
“당신이 만든 연구소의 성과가 대단하다는 건 그렇다 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대통령이라는 양반이 나더러 갑자기 일본에 가라고 한 이유가 뭡니까? 이런 장치까지 설치한 걸 보면 제법 중요한 이야기 같은데.”
안지현은 객실에 우리 셋을 제외한 모두가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무언가 각오를 다진 듯한 눈빛이 나를 마주했다.
“저는… 아니, 우리 정부는 오키나와를 독립 시킬 생각이에요.”
“예?”
너무 황당한 나머지 나와 홍은영은 고개를 돌려 서로의 표정을 확인했다.
그녀도 크게 놀랐는지 나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한 동안 말이 없자 홍은영이 먼저 반문했다.
“그, 그런 움직임이 있다고 소문으로 얼핏 듣기는 했지만 일본 정부가 가만히 있을까요? 자칫 잘못하면 일본과 우리가 전쟁을 해야 할 수도 있어요. 그게 아니더라도 내정 간섭 말라고 난리를 칠 테고.”
“그런 일은 없을 거에요. 이 일은 비밀리에 진행 중이니까. 무엇보다 일본 정부는 우리를 적대할 만한 여력이 없어요. 거기에 강정혁씨의 존재도 알고 있을 테니 알아도 쉽게 움직일 수도 없을 거고요.”
“그런데 굳이 이런 모험을 할 필요가 있나요?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국제 조약을 어기는 셈이 되는 건데.”
조약도 조약이지만, 애초에 게이트의 폭주에 의해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타국과 전쟁을 벌이는 정치 지도자가 있다면 국제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전 세계 사람들이 미치광이라고 손가락질 하겠지.
3세계 국가 중에 그런 미친 독제자가 있긴 했었다.
지금은 게이트 폭주로 인해 그 미치광이는 물론 나라 자체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지만.
그만큼 안지현의 이야기는 황당했다.
생각을 정리한 난 이제야 입을 열었다.
“안지현씨.”
“네 말씀하세요.”
“제가 당신을 그 자리에 올린 이유를 모릅니까? 그 자리에 앉아 보니까 갑자기 역사에 남을 업적이라도 쌓고 싶어진 거에요?”
“…예?”
“그렇지 않고서 뜬금없이 오키나와를 왜 독립 시킵니까? 무엇보다 그건 오키나와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우리가 거기 왜 껴요?”
안지현은 한숨을 깊이 내쉬더니 다시 표정을 가다듬고 말했다.
“저도 이런 모험을 할 생각은 없었어요. 일본이 윗동네 사람들과 손을 잡기 전까지는.”
“윗동네?”
“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정부 내에서도 극히 소수만 아는 대외비니까 절대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았으면 해요.”
나와 홍은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동안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의 정세에 대한 안지현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대충 이런 느낌이었다.
익히 알려진 대로 북한은 초월자의 수가 몹시 부족하다고 한다.
거기에 국제 사회로부터 오랜 시간 제제를 받아 온 상황.
지금의 북한 경제력으로는 외부에서 초월자를 고용하기 힘들 뿐더러, 그게 아니더라도 선뜻 지원에 나설 국가는 없을 것이다.
우방인 러시아는 방대한 영토 만큼이나 역류하는 게이트 수도 많아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고, 그나마 초월자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중국이 옆에 붙어있지만 무슨 일인지 최근 관계가 틀어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북한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사면 초가.
거기서 갑자기 손을 내민 것이 것이 일본이라고.
“북한에 뭐 받아먹을게 있다고 일본이?”
“뭘 원하는지, 거기까지는 아직 파악하기 전이에요. 하지만 저희로썬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 어쩌면 북측이 전 대통령이 추진하던 통일 계획을 일방적으로 무산 시킨 이유가 일본과 관련 있을지 모른다고 추측만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흠… 근데 그것과 오키나와 독립이 무슨 상관이라는 거죠?”
안지현은 내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사실 오키나와가 일본에서 독립을 하는 건 우리 정부 입장에서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에요. 그냥 좋은 구경거리일 뿐이죠.”
“음?”
“그런데 얼마 전 오키나와 각성자 총국의 대표가 긴밀하게 연락을 취해왔어요. 독립의 뒷배가 되어 달라고.”
“그래서요?”
그녀는 말하다 말고 갑자기 심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두 가지 중대한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이전 정부에서 만든 통일 계획. 저는 포기할 생각이 없어요. 평화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무력을 사용하는 일이 있어도 단시간 안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저희 정부가 목표로 하는 최우선 사항이에요. 그 최대 걸림돌이 지금은 일본이 된 상황이고요.”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그거랑 오키나와랑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하려는 찰나, 그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오키나와 각성 총국에 힘을 실어줄 생각이에요. 빚을 지어두고 싶거든요.”
“…?!”
“오키나와 각성 총국의 대표이자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다 못해 치히로 히메라고까지 불리고 있는 세르게이 치히로. 그녀라는 카드를 손에 넣어야겠어요.”
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답답해진 난, 좀 더 쉽게 설명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체 그거랑 북한이랑 무슨 상관이고 그 여자가 뭔데요? 그 치히로인지 뭔지 하는 여자가 일본의 약점이라도 쥐고 있어요?”
안지현은 내 시선을 피하지 않고 응시하다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럼 뭔데요?”
“첩보에 의하면… 그 여자 초월자가 분명해요.”
난 실망 감추지 못한 채 구겨진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히 그렇겠죠. 그 정도 되니까 일본 상대로 독립을 하네 마네 하는 걸 테고… 그거 말고 더 있겠죠? 그 다음 내용이 정말 중요한데.”
난 서서히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 여자.
세르게이 치히로라는 그 여자 초월자가 무언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손에 넣네 마네 하고 있는 거라고.
대체 무슨 능력이길래?
내가 무언갈 눈치채고 기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안지현도 느꼈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다음 발언을 재촉했다.
그리고 안지현의 입이 서서히 열렸다.
“그 여자. 시간을 멈출 수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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