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dungeon life RAW novel - Chapter (205)
적나라한 던전생활-205화(205/238)
외전 1편
“이게 무슨 소리죠? 죄?”
하지만 난, 남자들이 뭘 하든 큰 관심이 없었다.
내 관심사는 오로지 치히로 뿐이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치히로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묻자, 무척 슬픈 얼굴이던 그녀의 입이 천천히 열었다.
“당신은 상관 없는 이야기에요. 그러니 이만 돌아가 주세요. 저희 사이에 오갔던 협상도 이제는 없던 걸로…”
무언가 체념한 듯한 목소리.
대강의 상황은 알겠다.
큰 죄 운운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저 남자들에게 오키나와 독립과 관련한 꼬투리를 잡힌 거겠지.
치히로의 발언을 보면 나와 주고 받은 관계를 여기서 공개할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하긴.
그걸 공개하면 나 또한 그녀와 함께 오키나와를 독립 시키려고 작당한 것이 될 테니까.
한국 정부도 얽혀 있는 상황이니, 나를 그저 협상 대상자 정도로 보이게 하려는 생각 같았다.
적어도 의리는 있다 이건가?
그런데 의문이다.
고작 눈 앞의 세 남자 때문에 저렇게 위축되어있는 건가?
초월자라는 건 알겠는데, 치히로가 가진 능력이라면 눈 앞의 세 남자 정도는 상대할 만 하지 않나?
나는 그녀의 능력을 카피해 직접 사용해 보았다.
한 마디로 사기적이었다.
어떻게 사용 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초월자 이건 뭐건 무시해도 좋을 만큼.
그런데 왜 저러고 있을까.
무언가 협박을 당했거나, 아니면 인질이 잡혀있거나 한 걸까?
치히로가 말을 안 할 수록 더욱 상황 파악이 하고 싶어진 난, 일단 손부터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아, 네.”
타츠야라는 남자의 능력부터 시작해, 먼저 세 남자의 능력을 확인했다.
다행히 장갑을 착용한 사람은 없었다.
키가 160은 될까?
가장 작은 남자의 능력이 조금 특이했다.
스킬 명은 프로텍션 체인.
대충 유추해 보자면 자신과 연결된 대상을 보호하는 능력일 것이다.
초월 각성한 능력일 테니 그 방어력도 엄청나겠지.
아무리 봐도 치히로의 능력을 상대하기 위해 사전에 일부러 준비해둔 자일 확률이 높다.
치히로의 스킬을 통해 시간을 정지해도, 저 남자의 능력을 통해 증가 된 방어력, 혹은 보호막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세 남자와 악수를 끝마친 난 천천히 치히로에게 다가갔다.
타츠야라는 남자가 급하게 나와 그녀의 사이를 가로 막는다.
“죄송하지만, 아무리 강정혁씨라고 해도 범죄자와의 접촉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그녀는 이제 공주 같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 일본의 수치일 뿐.”
“그렇다네요?”
치히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여전히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전, 이만 돌아가야 하겠네요?”
“예. 뭐… 아! 물론 이 수고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해 드릴 생각입니다.”
나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빠져나왔다.
내가 사라진 뒤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뭐 하십니까? 안내 좀 부탁합니다. 여기 너무 복잡해서 나가는 길을 모르겠거든요.”
“네? 아… 네.”
멍청하게 서 있던 치히로의 비서 실장에게 말했다.
이 자가 여기 없는 쪽이 치히로가 움직이는데 있어 마음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퉁이를 돈 다음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모퉁이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기 위해 청력을 최대한 강화했지만 아직은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비서 실장이 내게 먼저 올라 타라고 손짓했다.
하지만 난 움직이지 않았다.
말 없이 비서 실장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말고 너 혼자 타고 가라고.
결국 엘리베이터는 한 사람만 태우고 아래 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난 기척을 감췄다.
* * *
“방해꾼도 사라졌으니 우린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할까?”
“……”
“고작 생각한다는 것이 저 자를 불러들이는 거였나? 저 자를 이용해 마력이 증가하면 우리 일본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흥, 웃기지도 않는군. 일본이라는 나라를 너무 우습게 봤어.”
치히로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속으로 타이밍을 젤 뿐이었다.
다행히 강정혁이 비서 실장을 데리고 나가 주었다.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사라졌으니 이제 기회를 봐 여길 빠져나갈 뿐이다.
하지만 강정혁 그 사람이 안전하게 건물을 빠져나갈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괜히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역시 초월자라는 건 알지만 능력을 봤을 때 전투 타입은 아닌 듯 보였으니까.
1분이면 된다.
그 정도면 이 건물을 빠져나가기에 충분할 것이다.
치히로는 그렇게 입을 꾹 다물고 빨리 시간이 흐르기 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갑자기 건물 전체에 비상 벨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드래곤 맨티스 출몰! 드래곤 맨티스 출몰! 치히로님 께서는 서둘러 12 게이트로 출동해주시기 바랍니다.]그녀는 다급하게 외쳤다.
“제발… 제발 비켜줘요. 이제는 제가 꼭 가야 해요.”
“보내줄 것 같나? 어림도 없지. 하지만 걱정할 거 없어. 배신자들이 전멸할 때 즈음 해서, 우리 비밀 요원들이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
“……!?”
“말했잖아. 오키나와도 우리 땅이라고. 우리 국민들까지 모조리 몰살 당하기를 바라는 건 아니야. 배신자들만 정리 되면 메뚜기 떼인지 사마귀 떼인지는 정리 해야지. 크크크. 그리고 그 모습을 잘 찍어서 방송이든 인터넷이든 공개 하는 거야. 무능력한 오키나와의 각성자들이 실패했지만 우리 대 일본의 각성자들이 나서서 뒷수습을 하는 거지. 그걸 본 국민들은 환호하고. 어때, 완벽한 계획 아닌가? 네놈들이 세운 더러운 계획은 아무도 모르는 상태로 끝이 날 테니까 걱정할 거 없어.”
치히로는 타츠야의 이야기를 듣고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피어오르는 분노를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어차피 그럴 거면서… 왜 나를 이렇게 내버려 두는 거죠? 결국 죽일 거라면…”
“워, 워… 죽이다니. 귀한 초월자를 잃을 수는 없지 않겠어? 게다가 네 능력이 보통 능력인가.”
어이가 없었다.
“당신들을 위해 사용할 줄 알아?”
“사용 안 하면 어쩔 거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끝까지 들어! 다 큰 줄 알았더니 아직도 어린 티를 못 벗었네 이거. 생각을 좀 해. 네가 그 능력을 사용 안 하면, 오키나와 주민들은 어떻게 될까?”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암울한 미래가 눈 앞에 그려진다.
결코 그런 미래는 받아들일 수 없다.
설사 이 자리에서 죽게 되더라도.
쾅!
벽에 걸린 무기를 향해 지면을 박찼다.
또 다시 타츠야가 그녀보다 월등한 빠르기로 앞을 가로 막는다.
‘도박을 걸 수 밖에 없어… 최소한의 마력으로 셋 모두를 쓰러뜨리고 12게이트로 가야 해!’
더는 망설일 시간 따위 없다.
그녀는 결국 능력을 발동했다.
Trouble Time.
세 남자의 시간이 일제히 멈췄다.
아니, 그렇게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착각은 아니다.
시야도, 감각도, 인지 능력도, 심지어 호흡까지 완전히 멈춰있으니 그들의 시간이 정지 했다고 말해도 충분할 것이다.
치히로의 마력이 엄청난 속도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적용 대상이 초월자이기 때문에, 거기에 세 명 동시였기 때문에 평소와는 비교도 안되는 엄청난 양을 소모할 수 밖에 없었다.
벽에 걸린 애검을 뽑아 들었다.
망설임은 없다.
그 즉시 검을 휘둘렀다.
검의 궤적은 정확히 타츠야의 목을 향해 있었다.
카앙!
“…!?”
엄청난 마력 손실.
그러나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타츠야의 목 바로 근처에 푸른 빛의 반투명한 막이 나타나 그녀의 검격을 완벽하게 튕겨냈다.
카앙! 카가강!
다시 반복한 공격, 심지어 찌르기조차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야 키 작은 남자의 능력이 뭔지 알 수 있었다.
곧바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문제가 된 작은 남자의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기기기긱!
날 끝은 남자의 가슴에서 1센티 떨어진 위치에서 불똥을 튀길 뿐 더 들어가지 않았다.
세 남자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처음 능력을 발동하고 고작 3초.
불과 3초 만에 전체 마력의 3분의 1이 소멸했다.
대상이 엄청난 마력의 소유자인 초월자들이었다는 것과, 시간을 멈춘 대상에게 직접 공격을 가했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그런데 스친 상처 하나 남기지 못했다.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런 그녀에게 타츠야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능력을 사용한 모양이지? 크하하하. 내가 뭐랬어. 옛날부터 그렇게 자신의 능력을 과신 하더니 결국 이런 꼴이 되었군. 이제 눈치 챘겠지만 너는 절대 우릴 쓰러뜨릴 수 없어. 단 한 사람도.”
그녀는 이를 악 물었다.
이미 벌어진 일을 후회해도 소용 없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제 확실해졌어요.”
당신들은 날 막을 수 없다는 걸.
그녀는 다시 능력을 발동했다.
맹렬한 속도로 방을 빠져나갔다.
반대편 복도에 나 있는 창문으로 뛰어 내릴 생각이었다.
국장실에는 보안을 이유로 창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모퉁이를 지날 때였다.
그 장소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녀는 너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신이 왜 여기…”
강정혁은 대답했다.
“그냥.”
찰나의 시간이었다.
치히로는 미간을 찡그리며 그대로 장소를 지나쳤다.
능력을 발동 중이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시간을 지체할 수록 아까운 마력만 소모될 뿐이다.
복도의 유리창이 요란하게 깨졌고, 그녀의 모습은 이미 저 아래로 사라졌다.
정지되었던 세 남자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제길, 결국 사라졌나.”
“이제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당장 쫓아 가야지. 그 여자가 어디 갔는지는 뻔하니까.”
“하지만 그 곳에는 다른 각성자들도 있고 보는 눈이…”
“보는 눈이야 뽑아 버리면 그만이고, 지금 쯤이면 사마귀 떼가 미친 듯이 몰려 나오고 있을 테니 환경을 잘 이용해 봐야지.”
세 남자가 치히로의 방을 빠져나갈 때였다.
“미안하지만 세 분은 여기 계셔야겠습니다.”
누군가 그들을 가로 막았다.
“강정혁씨!? 당신이 왜 아직도 여기에…”
“설마, 아까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으셨던 겁니까?”
잠자코 있던 타츠야는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당신은 빠져 있어. 몰래 엿듣고 있었다면 알겠지만 이건 일본 국내 문제야. 괜히 끼어들지 말라는 소리야. 당신도 이 일이 일본과 한국 간의 문제로 확대 되는 걸 원친 않겠지?”
“미안하지만 국제 문제는 관심 없어. 단지…”
강정혁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다른 남자들이 내 여자 뒤꽁무니 쫓아다니는 거, 난 딱 질색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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