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dungeon life RAW novel - Chapter (208)
적나라한 던전생활-208화(208/238)
외전 1편
“크윽…”
내 앞에는 지금 세 명의 건장한 남자가 피떡이 된 상태로 무릎을 꿇고 있다.
모두 일본이 자랑하는 초월자들이다.
억지로 회복까지 시키면서 무려 10분 가까이를 팼다.
승부는 10초 만에 지어졌지만 난 때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꼭 그것 때문 만은 아니었다.
내가 누굴 패면서 희열을 느끼는 변태 새끼도 아니고.
다 이놈들이 주제에 초월자라고 일방적으로 처 맞으면서도 계속 자존심을 지켰기 때문이다.
뭐, 이해는 한다.
초월자라는,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로 살아왔을 테니 누구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이 쉽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 알량한 자존심도 이제는 무너져 내렸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별수 있겠나.
이제는 내가 손만 살짝 움직여도 세 놈 모두 크게 움찔거리며 경기를 일으킨다.
나에 대한 완벽한 공포가 심어진 것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질문에 거짓 없이 답해야 할 거야. 만약 나를 속이려고 한 다면 그때는 진짜 죽여버릴 거니까 각오해.”
“으… 알겠… 다.”
갈라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하는 타츠야.
고작 한 마디 한 것 가지고 콜록콜록 기침을 해 대는데 도저히 못 들어주겠어서 아주 살짝 회복 시켰다.
옆에 있는 다른 두 놈은 목 뼈가 어떻게 됐는지 고개만 살짝 까딱거렸는데, 놈들을 회복 시키는 것은 지금이 아니다.
어차피 내 물음에 답하는 건 한 사람이면 충분하고.
“좋아. 그럼 먼저 묻지. 너희 일본은 오키나와를 어쩔 셈이지?
“너는… 오키나와에 붙을 생각인가.”
퍽! 퍽퍽!
“커헉… 컥! 끄으…”
나는 놈을 몇 대 더 패준 후 다시 회복 시켰다.
“누가 너더러 질문하라 했어? 대답을 하라고 대답을!”
“하악… 하악… 알겠다… 이제 질문은 하지 않지.”
“대답해. 이제 치료 했으니까 그만 헥헥거리고! 귀에 거슬리니까.”
놈은 내 앞에 엎드려 후욱 후욱 한참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본래 우리의 계획은 오키나와의 상급 각성자들을 정리하고 치히로 공주를 확보하는 거였다. 오늘 게이트에 출동조차 못한 하급 각성자들은 초월 기동대의 노예처럼 부릴 생각이었고. 그 계획이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때문에 순조롭진 않겠지.”
“그렇다. 하지만 계획이 중지된 것은 아니다. 지금 쯤이면 12게이트 앞은 오키나와 각성자들의 피로 바다가 됐을지도 모르지. 보내지 않기로 했던 치히로 공주가 갔으니 우리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진 않았겠지만.”
“흠…”
나는 아주 잠시 고민했다.
이 놈들의 마나를 지워버린 상태로 묶어 둔 다음 서둘러 그쪽을 도와주는 걸 우선할까.
아니면 지금처럼 여기서 내 궁금증을 해소하는 걸 우선할까.
일단은 왔다 갔다 귀찮으니까 질문을 계속했다.
“니들이 그렇게 다 죽여 놓으면, 그럼 오키나와는 누가 지키려고?”
“그 문제는 이미 해결책이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 초월 기동대의 수장으로 있던 이시이 대장이 은퇴한 후 여기 오키나와에서 생활하기로 하셨기 때문이다.”
“은퇴? 몇 살인데 은퇴를 해? 일본은 여력이 넘치나 보지?”
“완전한 은퇴는 아니다. 결국 오키나와 주변의 게이트를 담당하게 되는 거니까. 단지 수장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 뿐이다. 그 추종자 몇 사람도 함께 내려올 테고.”
일본 초월 기동대의 수장이라면 국제적으로도 제법 알려져 있다.
엄청난 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니까.
기억이 가물 가물 하지만 일본 최강이니 어쩌니 했던 거 같은데… 마치 한국의 박유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런 양반이 갑자기 오키나와에 왜 온다는 걸까?
그걸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건 말할 수 없다. 극비다.”
“더 맞아야 대답할래? 아니면, 대답이 먼저 나오는지 나한테 맞아 죽는 것이 빠른지 시험이라도 해볼 생각이야? 어!”
주먹을 내질렀다.
놈의 코 앞에서 멈췄다.
기괴한 표정으로 두 눈을 감고 얼굴을 찡그린 놈은 전신을 파르르 떨었다.
“나 화나게 하지 마. 진짜 죽기 싫으면.”
놈은 고개를 크게 끄덕인 다음 입을 열었다.
“…이건 대외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지만, 최근 일본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상급 각성자들이 초월 각성을 경험했다.”
“……”
겉으로 티를 내진 않았지만 순간 심장이 쪼그라 들었다.
설마 또야?
또 나 같은 놈이 나타난 거야?
이런 시부레 이놈의 세상은 나 혼자 꿀 좀 빨게 내버려두는 법이 없다.
“몇 명이나?”
“올해 초월 기동대에 보고된 것만 4명이다.”
생각보다 그리 많진 않네?
네 명 정도면 그냥 우연이 아닐까?
꼭 나와 같은 능력자가 누군가를 초월 시켰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한국만 해도 초월자 등장 초창기를 떠올려 보면 다들 거의 비슷한 시기… 대부분 1년 내에 초월한 것 같았으니까.
세계적인 규모로 보면 그 숫자는 당 해에만 백에 육박했을 정도고.
물론 지금에 와서는 국가 별로 1년에 한 명만 초월 각성을 해도 대 환호할 정도로 드물어졌지만, 이 역시 국제 규모로 본다면 1년에 스무 명 가까이 새로운 초월자가 등장한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 일본에 운 좋게 한번에 네 명이 등장했다고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너무 희망적인 생각일까?
“뭐 일단 그렇다 치고… 그래서? 그거랑 너희 대장의 은퇴랑 뭔 상관인데?”
“신규 초월자 중 대장을 압도적으로 상회 하는 능력자가 나타났다. 다음 대장은 녀석이 되겠지.”
“흠… 뭐, 정치 문제 그런 건가? 한 마디로 현 대장은 혜성처럼 등장한 루키한테 밀려 유배 보내지는 거고, 그 유배지가 여기 오키나와라는 소리고?”
“…그렇다.”
박유리와 이시이라는 일본의 대장이 1대 1로 직접 겨뤄본 적은 없다.
양국이 전쟁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
다만 세간의 의견은 두 사람의 전투력이 비슷할 거라 평가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는 그 문제로 양 국가의 네티즌들이 자존심을 세우며 박터지게 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데 그런 이시이를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새로운 초월자가 나타났다?
타츠야 놈이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세계 최강의 초월자가 나타난 거라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치히로처럼 개중에도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각성한 초월자들이 있기 때문에 단순 무력 비교는 어렵고, 또, 무의미 하다.
무엇보다 나도 있고.
나는 괜히 속으로 우쭐거렸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이, 저런 일본을 상대로 독립을 꿈꾸다니 치히로라는 녀석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보력이 딸려서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용감할 수 있었던 걸까?
양 세력의 힘의 차이를 비교하면 비교할 수록 오키나와의 독립은 너무나 터무니 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아아, 그녀의 숭고한 정신을 폄훼하지는 말자.
나는 힘의 논리로 모든 걸 평가하려 한 스스로를 자책하며 타츠야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만약 너희의 오늘 계획이 모조리 실패로 돌아가면 다음 계획은 있었나?”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았다. 무려 네 명의 초월자가 움직였고, 동원된 상급 각성자의 숫자만 400명에 달한다. 실패한다면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겠지.”
“네 명?”
“……”
내가 ‘너희는 세 명이잖아?’라며 손가락으로 각자를 가리키자, 놈은 아차 싶었는지 표정을 구겼다.
하지만 내가 묻기도 전에 먼저 체념하듯 말을 이어 붙였다.
“지금 오키나와에는 우리 이외에 각성자들을 지휘하는 한 명의 초월자가 더 와있다.”
“그러니까 치히로가 향한 장소에 초월자 한 명이랑 상급 각성자 400명이 대기 중이라 이 말이지?”
“그렇다…”
나는 아차 싶었다.
내 덕분에 마력이 증가한 치히로가 그녀의 동료들과 힘을 모으면 제법 버텨 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수가 상상 이상인 데다가 초월자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아무래도 계획을 변경해야 할 것 같다.
당장 치히로에게 가봐야 한다.
“미안하지만 너희는 여기서 꼼짝 말고 대기해줘야겠어. 아직 물어볼 게 산더미 같거든. 북한 문제도 그렇고… 대체 거기 가서 뭔 짓을 꾸민 거야?”
“……”
당장 대답을 들으려 내뱉은 질문은 아니었다.
놈들을 꽁꽁 묶으며 한 푸념일 뿐.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특히 나에 대해서 그 누구에게라도 입을 놀리는 순간… 하긴 뭐… 그러지도 못하게 만들 거지만. 일단은 잠이나 자고 있어라.”
나는 방에 있던 치히로의 옷을 찢어 긴 끈을 만든 다음 놈들을 칭칭 묶었다.
마나를 지워버린데다 부상도 심각하기 때문에 감히 도망치진 못할 것이다.
추가로 기절까지 시켰다.
오히려 마력을 잃고 일반인이 된 녀석들이 갑자기 죽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건, 놈들을 도울만한 누군가가 나타나는 경우였다.
놈들에게 힐을 사용하면 잃어버린 정신도 돌아올지 모르니까.
그렇게 되면 내 존재… 내가 이렇게 강하다는 거나 상대의 마나를 없애버릴 수 있다는 걸 일본 초월 기동대에서 알아버린 다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만일에 하나 나와 같은 권한을 가진 능력자가 일본에 존재할 경우.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나는 놈들을 화장실에 처박아 두고 문을 닫았다.
여기까지 채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급히 치히로의 집무 책상 앞으로 향했다.
사실 방금 전 놈들을 묶으려고 치히로의 옷가지를 챙기다가 우연히 보았다.
그녀의 책상에 올려진 모니터에 오키나와 시가지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걸.
소리까지 들렸다면 처음부터 확인했을 텐데 아쉽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16개로 분활된 화면.
이미 대부분의 화면이 검게 변해있었다.
파괴된 것일 테지.
또 일부는 카메라의 앵글이 틀어졌는지 하늘이나 벽 같은 엄한 곳을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딱 두 개.
두 개의 화면 만큼은 여전히 멀쩡했다.
그 중 하나는 주변을 가득 메운 먼지 때문에 볼 가치가 없었고, 마지막 남은 하나의 화면을 더블 클릭했다.
화면이 크게 확대되었고, 나는 오키나와 12 게이트 앞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거 피해가 너무 심각한데?”
도심 한복판을 가득 채운 거대한 실루엣의 괴물.
정확하진 않지만 화면 상으로 볼 때도 덩치가 엄청났다.
마치 2층 버스 서너 대를 이어 붙인 듯한 크기의 괴물 사마귀.
어떻게 봐도 저건 보스 몬스터가 틀림 없었다.
“더 서둘러야겠군.”
박유리의 능력을 링크했다.
그리고 곧바로 치히로가 있는 장소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우레와 같은 빠르기로.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