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dungeon life RAW novel - Chapter (209)
적나라한 던전생활-209화(209/238)
외전 1편
콰광- 쿠구구구구!
높이 20층이 넘는 거대한 빌딩이 마치 어린애 장난감처럼 옆으로 쓰러진다.
온 사방이 건물의 잔해에서 피어오른 먼지로 뿌옇게 가려졌다.
갑자기 나타난 거대 사마귀는 천지를 분간 못하고 날뛰기 시작했다.
게이트 근처에 있던 오키나와 각성 총국의 각성자들은 물론이고, 몰래 뒤로 돌아 접근 중이던 본토의 각성자들까지 모조리 휘말렸다.
사방을 뒤덮은 먼지 탓에 그들의 생사를 당장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이 아수라장 속에서 살아 남는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다 도망쳐어어어!”
누군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일반 드래곤 맨티스조차 안정적으로 상대하려면 네 다섯 명의 한 개 조가 필요했다.
조금 커다란 말 한 마리 크기의 놈들이 그럴 진데, 저 거대한 괴물은 대체 몇 명이나 필요한 걸까?
아니, 정녕 인간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이기는 한가?
12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라면 과거에 이미 등장한 적이 있었다.
첫 폭주 당시, 그때는 리자드 맨의 보스였다.
오키나와는 당시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수 많은 각성자들은 물론 다수의 일반인들까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놈은 힘들지언정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결국 뒤늦게 나타난 본토의 초월자들이 쓰러뜨렸기도 하고.
하지만 눈앞에 있는 저 거대한 괴물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마치 드래곤의 비늘처럼 전신에 돋아난 두꺼운 무언가는 고강도 강철판이 우습게 느껴질 정도다.
상급 각성자들이 휘두르는 검은 최신형 장갑차의 전면 장갑마저 간단하게 두 동강 낸다.
그러나 놈에게는 스친 상처조차 줄 수 없었다.
애초에 지금은 접근하는 것조차 힘든 지경이고.
그렇다고 원거리 공격이 효과가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마나를 쥐어 짜내 시도한 투창 공격도, 엄청난 관통력을 자랑하는 화살 공격도 무용지물이었다.
마법이라고 별반 다를 것 없었다.
꽈과과광!
본토 측의 리더인 히데토시의 회심의 일격이 놈에게 작렬했다.
남은 마나의 대부분을 쏟아 부은 혼신의 일격이었다.
이 상황에 오키나와 촌놈들 상대하겠다고 여력을 남기는 얼간이 짓은 하지 않았다.
배신자의 처단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저런 상식 밖의 괴물이 일본 영토 내를 활보하게 둘 수는 없었다.
그의 주먹에서 뻗어나간 마력이 거대 사마귀의 안구 근처에서 폭발했다.
놈이 아무리 보스 몬스터라지만 이런 강력한 마력 폭발에 멀쩡할 수는 없을 거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적어도, 적어도 놈의 시력 만큼은 잃게 만들고 말리라!
그것이 일본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각성자 수백 명을 통솔하는 리더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의무이자 자존심이었다.
방금 폭발의 여파로 보스 주변의 먼지가 사라졌다.
흉측한 놈의 외관이 주변 각성자들의 눈동자에 적나라하게 비치기 시작했다.
기기기긱.
거대한 대가리에 붙은 사마귀의 흉측한 입이 빠르게 움직이며 이상한 소리를 낸다.
이미 폭발해 사라졌어야 할 사마귀 특유의 커다란 눈동자는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검은 광채를 빛내고 있다.
“이럴… 수가…”
히데토시는 망연자실 놈을 바라본 채 멍하니 서서 자리를 뜨지 못했다.
후웅-
거대한 사마귀의 앞다리가 움직였다.
오키나와를 끝장내기 위해 내려온 지옥의 사신이 섬을 통째로 두 동강 내기 위해 거대한 낫을 휘두르는 것만 같았다.
콰콰콰콰-
그 궤적에 존재하던 건물 잔해와 먼지가 폭발하듯 사방으로 비산했다.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애초에 눈으로 따라갈 만한 스피드가 아니었다.
오직 초월자인 히데토시와 치히로만이 어렴풋이, 잔상을 남기며 허공을 가르는 놈의 앞다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으아악!”
“끄아악!
공격을 당한 이들의 비명이 아니다.
그들은 그대로 몸이 갈라지며 순식간에 목슴을 잃었다.
운 좋게 놈의 공격 범위를 벗어나 있던 이들이 뒤이어 찾아온 후폭풍에 휘말리며 내지른 비명이었다.
오키나와 측이고 본토 측이고 가릴 것 없이 수 십 명의 각성자가 벌레처럼 짓밟혔다.
그리고 방금 사망한 목록 중에는 본토 측의 리더인 히데토시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놈이 게이트를 빠져나오고 불과 1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오키나와는 이제 끝이다.
놈이 활개치는 한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본토의 각성자들은 생각했다.
이제 지옥이 될 오키나와와 자신의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본토가 바다로 인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오직 그 사실만이 놈을 마주한 지금 그들이 머리 속으로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으… 으아아… 도망… 당장 도망을…”
“이런 괴물… 인간이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이 놈은 설사 초월 기동대의 대장이 나선다고 해도 절대 무리야.”
전의를 상실했다.
당장 이 자리를 빠져나가야 한다.
그것만이 목숨을 부지할 유일한 수단임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리라.
대다수의 각성자들이 남아있는 힘을 온통 도망치는 것에 쏟아 붇기 시작했다.
이대로 도망쳐 오키나와만 빠져나갈 수 있다면, 그럼 자신은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제 아무리 놈의 덩치가 크다 한 들, 저 드넓은 바다를 가로지를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런 그들에게 안타까운 점은, 하필 이 빌어먹을 보스 놈이 다른 것도 아니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반응했다는 것이다.
부우우웅-
놈이 등 양쪽으로 곧게 뻗어있는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갑자기 폭풍이 몰아친 것과 같은 엄청난 돌풍이 들이닥쳤다.
헬리콥터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맹렬한 소음과 함께, 괴물 사마귀의 육중한 몸이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놈의 날개는 말 그대로 날개였다.
뛰어난 각력을 바탕으로 날개의 보조를 통해 점프 거리를 최대한 늘리는 용도가 아니었다.
놈은 분명 지금 비행을 하고 있다.
도망치다 말고 뒤돌아 보스의 움직임을 확인한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 그들의 안색이 점차 창백해졌다.
공중에 떠오른 괴물 녀석이 하필,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거대 사마귀는 제트기보다 빠르게 하늘을 가로질렀다.
그리고는 자신의 긴 앞다리를 사용해 도망치고 있던 각성자들을 하나 둘 내리 찍었다.
하지만 놈의 신체가 전체적으로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꼬챙이에 꽃인 꼬치처럼 되지는 않았다.
대다수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몸이 꿰뚫려 즉사했다.
누군가는 전신이 반으로 갈라졌고, 또 누군가는 몸이 상 하로 분리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양호한 편이었다.
고통 없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으니까.
“으으으… 살려… 줘…”
“끄아아아악! 내 다리가아아!”
겨우 목숨을 부지한 몇 몇 사람은 몸 일부가 절단된 상태로 신음하고 있었다.
결코 다행이라고 할 수 없었다.
아직 살아남은 각성자들 중에는 수십 명에 달하는 힐러가 있었지만 이들에게 도움을 줄 여유가 없었다.
그들 역시 자기 몸 하나 간수하는 것조차 버거웠으니까.
결국 출혈이 멈추지 않아 죽게 되리라.
상황을 받아들인 그들은 결국, 고통과 절망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 *
“공주님! 공주님, 어서 이 자리를 뜨셔야 합니다! 요원들도 모두 뿔뿔이 흩어지는 중입니다!”
치히로는 대답 없이 하늘을 날고 있는 괴물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보셨잖아요… 놈에게 사각 따윈 없어요.”
“그래도 피하셔야 합니다. 사방으로 도망치면 몇 사람은 운이 나쁘게 놈의 먹잇감이 되겠지만, 나머지를 위한 시간은 벌어줄 겁니다.”
“이 자리를 잠시 모면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어요.”
“하지만 그래도…”
치히로는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상관하지 말고 도망치세요.”
“고, 공주님은…”
“저는 여기 남겠어요.”
“공주님! 그건 그저 개죽음일 뿐입니다.”
치히로는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차분하고, 결연에 찬 목소리였다.
“아니요. 누군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시간을 벌어 줄 거라고 기대하기 보다, 제가 그 누군가가 되기로 결정했을 뿐이에요. 당신은 가서 대피소에서 두려워 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알려 주세요. 어서 오키나와를 떠나라고.”
“하지만…”
“이건 명령이에요. 당신들도 마찬가지에요! 어서!”
본토의 각성자들과 다르게 오키나와의 각성자들은 도망치기는커녕 치히로의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치히로에게로 시선들이 모인다.
괜찮은 척하고 있지만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모두에게 공주라 불리며 각성 총국의 국장 자리를 짊어지고 있지만 그녀는 이제 겨우 어린 티를 벗었을 뿐인 여린 사람이다.
다들 알고 있지만 누구도 입을 열진 않았다.
“부탁해요. 우리가 꿈꿨던 세상은 오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부디 모두 살아주세요. 살아 남은 오키나와의 주민 분들을 모두 구해 주세요. 부탁 드려요. 이것이 여러분을 향한 제 마지막 명령이에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공주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다들 이미 그녀에게서 몸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명령대로 차츰 거리를 벌려 나가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희생하기로 결심한 그들의 유일무이한 공주에게 슬픈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비록 이것이 마지막이 되더라도, 아니, 오히려 그럴 확률이 높았기에 더더욱 그녀의 결연한 의지를 모두가 지켜주고 싶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자리를 떠나는 유카리와 미유나에게 가늘게 떨리는 치히로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혹시 여유가 되면 그 사람에게 전해주세요. 어서 오키나와를 빠져나가라고. 그 사람은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왔을 뿐이잖아요. 도움만 받고 보답도 못했는데,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고 싶어요.”
“……”
“걱정 마. 그렇게 할게.”
두 여인은 치히로에게 억지로 지은 미소를 보이며 마지막으로 자리를 떠났다.
이제 홀로 남은 그녀.
“모든 일이 잘 풀리면…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치히로는 혼자 중얼거리며, 바닥에 굴러다니는 검 하나를 주웠다.
누군가 놈에게 희생 당하며 남겼을 버려진 마나 코팅 검이다.
그녀는 마력을 끌어올려 손에 쥔 검을 강하게 집어 던졌다.
목표는 거대 사마귀의 날개.
그러나 맹렬히 날아간 검은 목표 지점에 도착했지만 그 무엇도 꿰뚫지 못하고 반대 편으로 멀리 사라졌다.
“등 뒤에서 날아오는 걸 피하다니…”
하지만 상관 없었다.
공격은 실패했지만 의도는 통했다.
놈의 시선이 사방으로 도망치는 사람들에게서 오직 그녀를 향해 고정되었다.
그리고 놈은 곧, 허공을 가르며 그녀에게 쇄도했다.
그녀는 빠르게 움직였다.
향하는 곳은 바로 12 게이트.
처음부터 놈의 시선을 끈 다음 이 게이트 안으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놈이 그녀를 쫓아 게이트 안으로 다시 들어오든, 혹은 그렇지 않든.
어쨌든 시간은 충분히 끌 수 있을 것이다.
안 쫓아오면 다시 나가서 또 다시 어그로를 끌면 될 뿐이니까.
동료들이 도망칠 시간은 충분히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왜 하필 이런 타이밍에…”
그런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식었다.
하필 지금, 그녀가 들어가려던 게이트 안에서 또 다시 괴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사면초가였다.
그녀의 주변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거대한 괴물 사마귀의 그림자에 의해.
한 쪽에서는 끝 없이 튀어 나오는 드래곤 맨티스.
머리 위에는 거대한 드래곤 맨티스의 보스.
그녀는 이제 모든 것이 끝났음을 직감했다.
자신에게 향하는 거대한 괴물 사마귀의 앞다리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안녕…”
모든 것을 향한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
그녀의 눈이 서서히 크게 뜨였다.
“이게 대체…”
놀라운 일이었다.
공중에 떠 있던 거대 괴물은 물론이고 이제 막 게이트를 통과한, 그리고 통과 중이던 모든 괴물들의 움직임이 일제히 멈췄다.
마치 온 세상이 일시 정지한 것 같았다.
오직 그녀와, 또 다른 누군가만 제외하고.
“안녕? 그건 나를 위한 작별 인사인가?”
놀라있는 그녀의 귓가에 스며드는 익숙한 목소리.
강정혁이 그녀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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