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dungeon life RAW novel - Chapter (214)
적나라한 던전생활-214화(21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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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1편
타츠야는 매우 곤란한 얼굴로 망설이다가 겨우 목소리를 토해냈다.
“무슨 생각이신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셋 늘어난다고 크게 달라지는 게 있겠습니까?”
그는 극도로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애초에 놈들에게 거부권 따위는 없고, 자칫 내 심기를 거슬렀다가는 평생 잃어버린 마력을 되찾을 수 없을 테니까.
“다 생각이 있으니까 거기까진 신경 쓸 거 없고. 알지?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라는 거.”
“……”
“대답 안 해?”
“마, 마력만 되찾을 수 있다면 저는 그 순간부터 오키나와의 편에 서겠습니다.”
“저, 저도 마찬가집니다. 어차피 이대로는 여길 나가는 순간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맞아 죽을 테고…”
폭력을 사용하긴 했지만 효과는 발군이었다.
스무 명이 넘는 초월자에 수천 명의 최상위 각성자.
그 아래까지 더하면 수십 만은 될 일본의 각성 전력을 상대로 간단히 배신을 저질러 버리는 저 단호함.
내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물론, 놈들의 말을 백 퍼센트 신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 놈들이 감히 오키나와를 배신하지 못하도록 몇 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 속으로 생각 중인데, 옆에 서 있던 치히로가 설명을 요구했다.
“강정혁씨. 당신의 의도는 알겠어요. 저희 전력은 본토에 비해 한참 부족하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저들의 도움을 받고 싶진 않아요. 저 자들이 지금껏 저지른 일들도 그렇고, 무엇보다 신뢰할 수 없어요. 분명 나중에 문제가 될 거라고요. 정보를 몰래 흘린 다거나…”
“흠… 동지가 되라는 소리는 아닌데. 그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써먹을 장기 말이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하지만…”
“이건 자존심 문제가 아니야. 당신은 이미… 아니, 오키나와는 이미 사지에 발을 내디뎠어. 이제부터는 뒷걸음질이 허용되지 않아. 멸망하거나, 독립 하거나. 다른 선택지는 없어. 뭐, 저 세 녀석 늘어난다고 당장 불가능하던 독립이 이뤄지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멸망의 시간은 늦출 수 있다고 보는데.”
치히로는 반문하지 않았다.
그저 옆에 서 있는 세 남자를 차갑게 흘겨 볼 뿐이었다.
내 말에 반박할 수 없는 탓이겠지.
“걱정은 알겠어. 나도 저 놈들 신뢰하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지금부터 몇 가지 수작을 좀 부리려고.”
나는 사악하게 웃었고, 다른 네 녀석은 그런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대체 뭘 어떻게 할 셈이죠?”
“그렇게 무서운 얼굴 하지 마. 난 단지 오키나와에 시간을 벌어주려는 거니까.”
다들 내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안달이 난 눈치다.
“우선 방송을 해야지.”
“방송이요?”
“그래. 저 세 녀석이 일본을 배신했다는 방송.”
내 발언이 끝남과 동시에 세 남자의 동공이 빠르게 흔들렸다.
놈들은 처음에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가, 결국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받아들이고 체념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부터 너희는 방송을 통해 일본의 초월 기동대에서 오키나와에 꾸민 일을 실토해야 할 거야. 물론 오키나와 독립과 관련한 건 이야기 하면 안돼. 치히로의 납치 계획이나 21 게이트 폭주를 이용해 오키나와 각성자들을 몰살하려고 했던 것. 그런데 갑자기 거대 보스가 튀어나와 뿔뿔이 도망친 일. 마지막으로 그 최악의 사건을 치히로가 단독으로 해결한 것까지.”
내 이야기에 세 녀석도 놀랐지만 가장 크게 놀란 사람은 단연 치히로였다.
당장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해 보였지만 어제 게이트 앞에서 했던 이야기 때문인지 입을 꾹 닫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그녀를 영웅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것도 본토의 각성자들이 내뺀 상황에 끝까지 홀로 남아 거대 괴수를 쓰러뜨린 최강의 영웅으로.
“너희는 일본 초월 기동대의 불의한 명령에 더는 참지 못한 내부 고발자가 되는 거야. 거기에 더해 자신을 희생할 각오로 홀로 오키나와를 지켜낸 영웅 치히로에게 매료 되어 그녀의 힘이 되어주기로 한 거고. 언더스텐?”
“……”
“마력은 모든 방송이 끝나면 곧바로 돌려 주도록 하지.”
놈들은 내가 시키는 대로 행동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당장 죽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니까.
그리고 방송을 통해 놈들은 확실한 배신자로 낙인 찍힐 것이다.
치히로를 확보하라고 오키나와로 보내 놨더니 임무는 실패한 대다 방송에 나와 이상한 헛소리를 지껄인다?
안 봐도 뻔하지.
방송을 감상한 놈들이 어떤 얼굴을 할지 벌써 기대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희가 하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어 줄까요?”
“안 믿으면 어쩔 건데?”
“일반 국민들은 몰라도 초월 기동대에서는 분명 수상함을 느낄 겁니다. 저희가 하루 이틀 거기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협박 당해 방송하는 거라 생각하는 녀석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
“상관 없어. 아니, 오히려 좋아. 협박? 그 말인 즉, 오키나와가 너희 초월자 셋을 생포해 협박할 정도의 힘을 갖췄다고 소리니까. 그 만큼 치히로의 실력을 더 과대 평가 하겠지.”
가만히 있던 치히로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렇게 일이 쉽게 풀릴까요? 놈들은 언론과 미디어 대부분을 장악했어요. 저희가 아무리 진실을 이야기 해도 여론은 간단히 뒤집힐 거에요. 저들에게 유리하게…”
“인터넷이 있잖아. 해외 사이트에 올리면 쉽게 건드릴 수 없을 걸? 한국 쪽에도 올릴 거고.”
“맞아요. 아무리 놈들이라도 해외 사이트에 올라온 영상까지 전부 차단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그게 정말 의미가 있을까요? 설사 모든 게 잘 풀려 일본 국민들의 여론이 저를 추앙시 하게 되더라도 본토의 초월자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거에요. 그들은 일반인을 벌레처럼 생각하는 일본의 최강 최악의 권력자들이니까.”
커다란 그녀의 눈동자에는 분노가 떠올라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어깨에 힘을 빼며 이야기 했다.
“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니까. 무엇보다 내 목적은 시간을 끄는 거고. 놈들이 네 힘을 두려워 해 당장 처 들어오지 않으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 하잖아? 애초에 아무리 일본의 일반 국민들이 너를 추앙하게 되더라도, 결국 오키나와를 독립 시키겠다고 알려지는 순간 모든 건 물거품이니까.”
“…그건 그렇겠네요.”
나는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럼 움직이자. 우선 시간을 벌어야 뭘 해도 하니까.”
“네.”
“저희는 그럼…”
“너희는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 준비가 끝나면 부를 테니까.”
“아, 네.”
나는 치히로와 함께 방을 빠져나가며 필요한 것들을 주문했다.
물론 그녀가 직접 준비할 만한 것들은 아니다.
“대본도 미리 써 두는 게 좋을 거야. 당황하지 않도록.”
“네… 그런데, 방송은 누가 하죠? 제가… 해야 하나요?”
“아니. 방송에 출연하는 건 저 세 녀석이면 충분해. 아! 물론 치히로도 얼굴을 비추긴 해야지.”
“저도?”
“근데 걱정할 거 없어. 생방송에 나가는 건 아니니까.”
“……?!”
“여기에 편집 잘하는 녀석은 있나?”
* * *
인터넷을 통해 영상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목소리는 일본어였지만 세계 주요 언어로 자동 번역이 제공되고 있다.
한국 정부에 연락해 충분히 바람을 잡아 두라고 했기 때문인지 방송 시작과 동시 시청자 수가 폭발 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일본과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야 그럴 수 밖에.
일본의 초월자가 직접 게이트와 관련해 중대한 발표를 한다고 사전에 미리 깔아 뒀으니까.
방송의 흥행을 걱정하던 오키나와 각성 총국의 사람들은 안도하다 못해 상상 이상의 시청자 수에 매우 고무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타츠야 일행은 내가 시킨 그대로 정해진 대본을 토씨 하나 빠짐 없이 이야기 했다.
적힌 걸 보고 읽는 탓에 조금 어색해 보이기는 했지만 상관 없다.
중요한 건 내용이니까.
“댓글 반응이 굉장합니다. 일본 정부나 초월 기동대를 욕하는 댓글이 쉬지 않고…”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다.
각성 총국의 모두는 완전한 적이 되어버린 일본 정부와 본토의 각성자들이 전 세계로부터 욕을 먹는 모습에 크게 환호했다.
코딱지 만큼의 승산도 보이지 않는 전쟁이었기에 절망하고 있는 와중에, 고작 댓글 이었지만 마치 커다란 승리라도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처음에는 타츠야 일행의 말만 믿고 생각 없이 일본을 비난하던 여론이 삽시간에 돌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런 증거가 없이 말 뿐이기 때문이다.
“댓글 여론이 점차 뒤섞이고 있습니다.”
증거를 내 놓으라는 것에서 시작해 중대 발표라더니 뭔 헛소리를 하느냐는 것부터.
수 많은 사람이 모인 만큼 다양한 반응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슬슬 내보냅시다.”
“네!”
내가 신호하자 일본의 초월자들을 비난하던 타츠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저희가 지금까지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우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이 다음 이야기는 우선 영상을 공개한 다음 다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사전에 미리 편집해 둔 영상.
특별한 건 아니다.
애초에 총국의 상황실에서 12 게이트 주변을 파악하기 위해 설치해 두었던 16대의 카메라가 있었다.
그렇다.
어제 치히로의 집무 책상 위에 있던 모니터에서 재생되고 있었던 그 영상.
그 영상이 지금 보기 쉽게 편집 되어 전 세계로 흘러 나가고 있다.
물론, 내가 출연한 부분은 깔끔하게 제거한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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