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dungeon life RAW novel - Chapter (215)
적나라한 던전생활-215화(215/238)
외전 1편
보스 몬스터 자이언트 드래곤 멘티스.
웬만한 빌딩보다도 거대한 그 육중한 모습에 지켜보던 각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놀라운 것은 단지 외형 뿐만이 아니다.
본토 측과 오키나와 측의 최상위 각성자들이 놈에 의해 떨어진 낙엽처럼 쓸려 나간다.
심지어 본토 측 각성자들의 리더 격이던 초월자가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그 장면마저 아무런 여과없이 송출되었다.
물론 클로즈업 되거나 사방으로 낭자하는 선혈이 또렷이 보일 정도의 고화질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부 네티즌들은 그 잔혹함을 견디지 못하고 방송 채널을 떠나거나 비난을 퍼부었다.
의도치 않게 과하게 몰입해버렸기 때문이다.
미지의 게이트가 난무하는 세계.
언제든 자신 또한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기 때문이다.
댓글 창에 그 어떤 비난이 쇄도해도 영상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거대한 괴물은 최상위 각성자들을 마치 작은 벌레 대하듯 유린했다.
심지어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타츠야 일행은 물론, 옆에서 방송 진행을 도와주며 함께 하고 있는 오키나와 측 하급 요원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들 역시 놈을 직접 보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저런 것이 세상을 떠돌아 다니면 우리 인간은 곧 멸망하고 말리라.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대체 저런 괴물을 어떻게 쓰러뜨리신 겁니까…”
아직 편집 된 영상을 확인하지 못한 누군가 무심코 내뱉은 말.
명백히 치히로를 향한 질문이었지만 그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이 쓰러뜨리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강정혁이 대체 무슨 수로 저 괴물을 쓰러뜨렸는지 빌딩의 옥상에 무력하게 쓰러져 있느라 구경조차 못했으니까.
이윽고 화면이 전환되었다.
평소보다 수십 배 확장된 거대 게이트와 그 앞에 외로이 선 치히로의 모습이 보인다.
늘씬한 몸매와 수려한 외모 덕에 마치 히어로 영화의 여주인공 같다.
그런 그녀를 향해 달려드는 수 많은 드래곤 멘티스와 거대한 보스.
부분 부분 장면이 잘려 있었지만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저 거대 괴물을 단독으로 쓰러뜨렸음을.
“그녀의 이름은 치히로 세르게이. 현 오키나와 각성 총국의 국장이자 이 시대가 선택한 최강의 초월자입니다. 화면을 보면서 특수 효과가 아닌가 놀라셨겠지만 저것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녀가 보유한 특별한 능력. 안보 상의 문제로 자세히 설명 드릴 수는 없지만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완전히 정지 시킨 것은 다름 아닌 그녀입니다.”
화면을 보며 의아해 하는 네티즌들에게 타츠야가 친절하게 설명한다.
댓글 창은 처음보다 더욱 격렬한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 * *
“이제 저흰, 뭘 어떻게 하면 되죠?”
방송은 계획대로 무사히 끝이 났다.
오키나와 각성 총국의 요원들은 방송을 지켜본 사람들의 댓글 반응을 살피는 한편, 일본 정부나 초월 기동대 측의 반응이 언제 언론을 통해 공개될 지 몰라 인터넷과 TV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나는 유난히 불안에 떨고 있는 치히로에게 대답했다.
“이 방송이 일차적인 시간 끌기는 될 테니까, 이제 그 다음을 진행 해야지.”
“그러니까 이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
손을 뻗어 그녀의 발언을 자제 시켰다.
“일단 위로 올라가서 이야기 하지. 다른 사람들 방해하지 말고.”
“……”
치히로는 조용히 내 뒤를 따라 나섰다.
우리는 함께 그녀의 방을 향해 이동했다.
띵!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문이 닫히자, 그녀는 대답을 듣지 못한 조금 전의 질문을 다시 꺼내 놓았다.
나는 조금 어이 없다는 투로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 했다.
“왜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거야?”
“…당신은 내일 여길 떠나실 거잖아요. 놈들에게 모든 게 들통난 지금, 저는 오키나와의 대표로써 이제부터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조금 전의 방송이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지도 전혀 모르겠고요.”
“말했잖아. 그건 단지 시간을 끌기 위함이라고.”
“시간… 시간이 필요하긴 하죠. 오키나와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피난 시킬 시간… 대답해 줘요. 이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는지. 당신은 속으로 생각하는 게 있는 거잖아요? 오키나와의 모두가 무사할 수 있는 방법 말이에요.”
나는 진지한 눈으로 호소해오는 그녀의 눈빛을 결코 외면할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그녀의 눈동자.
마치 뭐라도 맡겨 놓은 사람처럼 너무 닦달하는 것 같아 한 소리 해주려 했던 마음이 감쪽같이 사그라진다.
그러는 동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녀의 방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
나는 당장이라도 입술을 빼앗고 싶은 마음을 감추고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앞장서 걸었다.
그러면서 천천히 내 머리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오키나와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지?”
치히로는 내 뒤에 바짝 붙어 뒤쫓아 오며 대답했다.
“…당신이요.”
전혀 생각지 못한 대답에 내 발걸음이 뚝 멈췄고, 뒤따라오던 그녀는 내 등에 얼굴을 부딪쳤다.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미안. 대답이 너무 참신해서.”
나도 모르게 콧구멍이 벌렁거린다.
“사실이 그렇잖아요. 당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요.”
그녀는 또 다시 호소하는 듯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 보고 있다.
서로의 시선이 교차한 상태로 조금 시간이 흘렀다.
“이거 완전 선수네…”
“네?”
“아, 아니야. 오키나와에 지금 필요한 건 힘이지. 뭐, 내가 힘이 좀 세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다 해결해 줄 수는 없으니까. 차후까지 생각한다면 결국 오키나와 스스로 힘을 키우는 수 밖에 없어.”
“그게 쉬웠다면 당신이나 한국 정부에 비밀리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을 거에요. 저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요.”
“정말 최선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있어?”
“최선… 인가요?”
치히로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는지 혼자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빤히 바라보게 되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녀는 결국 해답을 얻었는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처음 본 남자에게 처녀를 바칠 정도면… 나름 최선을 다한 게 아닐까요?”
“흠… 그것도 그렇군.”
반박할 말이 없었다.
사실 설교라도 좀 해 줄까 했는데.
“뭐 어쨌든, 오키나와는 힘이 필요해. 그것도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몇 배는 강해져야 하지. 하지만 그런 게 단 시간 안에 가능할 리가 없는 것이 문제고.”
“그러니까 당신이 필요하다고요!”
나도 모르게 헤벌쭉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렇다고 저런 대답을 듣기 위해 유도한 것은 절대 아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는 없어. 일본 정부가 언제 처 들어올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 무작정 대기하고 있을 수도 없고.”
“저도 알아요…”
치히로의 귀여운 입술이 뾰로통하게 튀어나왔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는데 이 녀석 조금 전부터 왠지 애교를 부리는 것 같은 의심이 든다.
미인계를 써서 나를 이 오키나와 땅에 묶어 둘 생각인 건가?
하지만 그런 것에 쉽게 넘어갈 내가 아니다.
아무리 그녀가 귀엽고 예쁘고 아름답다 해도, 이미 지난 1년 동안 다양한 미녀들과 함께 해 온 나다.
미인계에는 이미 충분한 내성이 생겼다.
치히로는 체념한 듯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러고는 스쳐 지나가듯 뭐라고 중얼거렸다.
“안 가면 좋을 텐데…”
아무리 작게 속삭였다 한들 나에게는 다 들린다.
아니지? 여기까지 계산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아주 치밀한 여자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미 계획이 마련되어 있다.
아무 연고도 없는 오키나와를 위해, 굳이 내가 남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 걱정할 거 없어. 다 생각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 이야기를 빨리 해 주세요.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순식간에 내 코앞까지 다가온 치히로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며 나를 올려다 본다.
나는 냉정을 유지했다.
결코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우리 회사 알지?”
“회사요?”
“그래.”
“알아요. 미모의 여성 각성자들만 우글거리는 회사의 오너 이신 거.”
“우글?…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아무튼 우리 회사에 쓸만한 녀석들이 많거든.”
“…그렇군요.”
치히로는 왠지 실망한 듯한 표정을 했다.
“그 녀석들 중 몇 명을 보내줄게. 여기에.”
“강정혁씨 회사의 직원들을요?”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오키나와에 우리 회사의 지부를 설립할 생각이야. 설명하지 않아도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회사를 통해 저희를 도와주시겠다는 건가요?”
“맞아.”
그녀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아주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해요.”
“물론, 공짜는 아니야.”
“……!?”
“말했잖아. 내 회사라고. 당연히 비지니스를 해야지. 설마 공짜로 쓰려고 했어?”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어. 나도 우리 직원들 월급도 주고 해야 하니까.”
“아… 네! 저기, 그런데… 그 고용 비용은 얼마나…”
나는 활짝 웃었다.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 보자고. 아주 진득하게. 아, 12 게이트 안에 있는 몬스터의 사체랑 그 거대 보스의 사체는 전부 내 차진 거 알지? 나 혼자 쓰러뜨렸기도 하고, 별도 서비스니까. 설마 오키나와의 영웅 치히로 공주께서 쪼잔하게 그걸로 퉁 치려고 생각한 건 아니지?”
“하하… 설마요…”
그녀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표정을 지었다.
뭐랄까… 약간 질린 듯한?
“좋은 거래를 해 보자고.”
미인계라니 어림도 없지.
나도 일단은 비지니스 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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