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dungeon life RAW novel - Chapter (216)
적나라한 던전생활-216화(216/238)
외전 1편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물론 정식으로 계약을 한 건 아니다.
그런 건 실무자들이 하는 거고, 우리 회사의 실무 담당은 내가 아니다.
그건 치히로 역시 마찬가지고.
하지만 전체적인 틀은 대강 이야기가 오갔다.
나는 회사 소속의 초월자들 중 몇 사람을 오키나와로 파견 보내주겠다 말했다.
시킨 일은 완벽하게 수행해내고 있지만 어딘가 붕 떠있는 박유리와 내 손이 아닌 이미 죽어버린 그분이라는 놈에 의해 초월자가 된 녀석들.
녀석들이라면 이 일을 맡겨도 크게 걱정할 건 없을 거다.
적어도 일은 잘하는 놈들이니까.
지금 녀석들은 정부 측의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당연히 현 대통령인 안지현이 초월자를 국외에 보낼 수는 없다고 난리를 치겠지만 나를 오키나와로 보낸 당사자가 그녀였다.
결국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짜로 파견 보내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내 회사의 직원들이니까.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거에요.”
“그렇게 머리 숙일 거 없어. 어차피 비지니스니까. 우리 몫은 단단히 챙길 거라니까?”
“알아요. 그래도 감사드려요.”
“세부 적인 내용은 내가 아니라 우리 부사장인 홍은영이라는 여자가 맡아 조율 할 거야. 내 대리 역할이니까 나와 동등하게 대해주면 돼. 그렇다고 너무 숙이고 들어가진 말고. 약점을 잡으면 팬티까지 홀라당 벗겨 먹을 여자니까.”
치히로는 알겠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방송으로 시간을 벌었다고 했지만 그게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야. 최대한 빨리 일을 진행 시키는 것이 좋을 거야. 공항은 어때? 준비가 끝났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소환할게. 물론, 나도 여길 떠나려면 공항이 언제까지고 폐쇄되어 있어선 곤란해.”
“…정말 내일 떠나시는 건가요?”
“응.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워낙 많아서 말야.”
잘난 체 하거나 거들먹거릴 생각은 없었다.
실제로 나를 원하는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몸 하나론 부족할 만큼.
치히로는 뭐가 불만인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나로서는 조금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최대 걱정거리인 오키나와의 전력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해 줬는데.
그것도 그냥 해결인가?
타츠야 일행부터 시작해 우리 회사 직원들까지.
치히로 혼자 뿐이던 오키나와의 초월자 수가 순식간에 몇 배로 증가한 것이다.
게다가 박유리가 보통 초월자인가?
무려 SS급의 초월자다.
그녀 한 사람이 오키나와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일본은 쉽사리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조금 더 살갑게 다가와도 좋으련만.
너무 기대가 컸던 모양이다.
뭐, 그렇겠지.
그녀는 일단 이 오키나와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니까.
사사로운 감정보다 그쪽이 몇 배는 우선 시 될 것이다.
나도 참, 뭘 기대한 건지.
한숨이 나온다.
풋풋한 사랑 고백이라도 받고 싶었던 건가?
뭐, 그랬다면 혹 해서 이 오키나와 땅에 며칠을 더 머물렀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그녀에게 보답이라는 명목으로 진득한 잠자리를 요구하면 어렵지 않게 응해줄 것이다.
그런데 왠지 그러고 싶지가 않다.
마치 물건을 사고 파는 그런 거래를 더는 하고 싶지 않다고 할까.
아니면 치히로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은 건가?
잘 모르겠다.
지금도 난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티 없이 매끈한 피부와 균형 잡힌 어여쁜 눈 코 입.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깊은 눈동자.
작고 귀여운 콧망울.
살짝 스치기만 해도 온 몸에 전류가 흐를 것만 같은 붉은 입술.
저 작은 입으로, 오키나와를 위한다는 이유가 아닌 오직 그녀의 욕심으로 나를 붙잡고 싶다는 한 마디를 속삭인다면.
나는 그녀의 포로가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천천히 움직이는 그녀의 입술에 나는 실망하고야 말았다.
“공항은 내일부터 운항을 시작할 거에요.”
나는 감정을 드러내는 일 없이 건조하게 대답했다.
“그렇군.”
이것이 오늘 오키나와 각성 총국의 국장실에서 치히로와 주고 받은 마지막 대화였다.
* * *
대화가 일단락 되어 국장실을 빠져나왔다.
치히로 역시 내 뒤를 따른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함께 올라 타고, 아래 층으로 내려가는 동안에 우리는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내 입장에선 치히로가 먼저 무슨 말을 해주기를 기다렸던 건데, 정작 당사자는 고개를 푹 숙인 상태로 아무런 말이 없다.
나 역시 그 분위기에 휩쓸려 선뜻 말을 꺼내기가 애매했다.
그저 머리 속이 복잡할 뿐이었다.
게다가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었다.
채 말을 꺼내기도 전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우리가 목표로 했던 2층에 도착했고, 상황이 상황인지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던 수 많은 각성자들에 의해 그녀와 다시 대화를 나눌 기회 자체가 찾아오지 않았다.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순식간에 수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공주님. 이야기는 다 끝나셨습니까?”
“네…”
치히로는 나와 잠시 동안 눈을 맞추고는 곧바로 자신에게 들러붙는 실무자들에게 위에서 오갔던 협상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처음 보는 여성 각성자들이 다가왔다.
“강정혁님 되시죠? 말씀 많이 들었어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와! 너무 잘생기셨다.”
“유카리 선배님께 이야기 들었습니다. 저기… 악수해 주실 수 없나요?”
“싸, 싸인을 부탁하면 실례일까요?”
한국의 각성자들이나 심지어 치히로와도 전혀 다른 느낌이 드는 아리따운 여성 각성자들이 엉겨 붙었다.
뭐지?
미인계의 연장선상인가?
언제 봤다고 친근하게 들러 붙는다.
각성한 여성들 답게 하나 같이 미인들.
그러나 치히로와 견줄만한 인물은 없었다.
어쩌면 그녀 때문에 눈이 높아진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치히로의 미인계도 견뎌낸 나에게 이 정도는 우스울 따름이다.
다만 본능은 어쩔 수 없었다.
이 여자들.
여기가 던전 안도 아니고 게이트 폭주도 다 끝난 상황인데 하나같이 얇은 슈트 한 장 차림이다.
게다가 어제부터 느낀 거지만 오키나와의 마나 슈트는 한국과 재질이 다른 건지 정말 지나치게 얇다.
이 얇기로도 충분한 성능을 발휘하는 걸까?
나도 모르게 그녀들을 한 사람씩 스캔했다.
검정의 슈트는 토실토실한 엉덩이 골 사이로 깊숙하게 파고들어 힙 라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복근에 배꼽 자국이나 심지어 유두의 위치까지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보통은 이 위로 팬츠와 조끼 같은 것을 걸쳐 치부를 감추는 것이 보편적인데, 이 여자들은 너무나 당당하게 서 있다.
게다가 속옷도 전혀 착용하지 않았는지 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젖꼭지가 저리 선명해 보일 정도라면 브레지어는커녕 누브라조차 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버릇이라고 할까 능력을 얻은 이후로 뻔뻔해진 난 아주 당당하게 그녀들을 스캔했다.
내 시선에 얼굴을 붉히는 모습들을 보고 싶은 변태적인 욕구도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확인하고 싶었다.
이 여자들이 지금 이런 복장으로 내 앞에 나타나 하려는 게 뭔지.
“정혁님. 혹시 하실 일이 더 남으셨나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타츠야 놈들을 계획대로 오키나와 측에 끌어들였고 방송 역시 무사히 끝마쳤다.
우리 회사의 지부 건립과 관련한 이야기도 치히로에게 전달이 끝났다.
이제 호텔로 돌아가 하룻밤 푹 자고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내 남은 일정의 전부였다.
그대로 이야기 하자 여자들은 서로 시선을 마주하며 눈을 빛냈다.
“와, 정말요? 그럼 저희에게 잠시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노무 여자들이 허벅다리부터 사타구니와 젖가슴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내 시선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다.
내 앞에 서 있는 여섯 명의 여자들 모두가 그렇다.
아, 약 1 명은 왠지 얼굴 전체가 붉게 물들고 있기는 한데, 그녀 역시 표정의 변화는 전혀 없다.
다들 훈련이 잘 된 건지 어떤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시간이라면 충분합니다.”
“휴… 다행이다. 실은 저희가 정혁님에게 작은 답례를 하고 싶어서 위층에 준비를 해뒀거든요? 3층에… 저희들 쉬는 곳이 있어요. 그리로 잠시 함께 가 주실 수 있나요?”
“답례?”
“별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래도 모처럼 오키나와에 와주셨는데 대접은 해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내일 떠나신다고 듣고 급하게 준비한 거라 만족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뭔데 그래요?”
“시, 식사 아직 안 하셨죠? 식사도 준비되어있어요. 원하신다면 술과 그 밖에도…”
“흠… 어? 그러고 보니 벌써 이런 시간이네.”
어느덧 늦은 저녁이었다.
“안 그래도 혼자 밥 먹기 싫었는데 잘 됐네요.”
“헤헤. 이쪽으로 오세요.”
“아, 저희는 먼저 올라가서 준비하고 있을게요.”
두 명의 여자가 나를 안내하기 시작했고, 또 다른 네 여자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그렇게 난 그녀들을 뒤따라 2층을 가로질러 3층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금 전 헤어진 치히로와 다시 눈을 마주칠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다 나를 발견했다.
그런데 내 눈을 마주 보고는 안 그래도 심각했던 얼굴을 더욱 심하게 찡그린다.
아까부터 대체 뭐가 불만이지?
설마 질투?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저래 보여도 저 여자는 오키나와의 통수권자다.
어차피 이 여자들의 수상한 행동도 결국에는 치히로의 명령… 혹은 적어도 동의를 얻은 행동일 수 밖에 없다.
나는 치히로의 심각한 표정에 어이가 없어 어깨를 가볍게 올렸다 내리고 여자 각성자들의 안내에 따라 3층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뭐야?
오키나와 각성 총국의 3층에는 내 상상을 한참 초월하는 말 그대로 별천지가 펼쳐져 있었다.
“오키나와 각성 총국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강정혁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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