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dungeon life RAW novel - Chapter (222)
적나라한 던전생활-222화(222/238)
외전 1편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데요?”
고비 사막에 도착했다.
한반도보다 더 거대한 사막이 지평선 끝까지 펼쳐져 있다.
하지만 내가 상상했던 사막의 모습과는 괴리가 있었다.
매마른 땅에 드문드문 나있는 잡초.
상상 속 모래 언덕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직 초입이라 그렇습니다.”
“그래요?”
“예. 여기부터는 헬기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헬기라…”
“제트기가 빠르긴 하지만 사막 한 가운데서 다시 탑승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부득이 하게 헬기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그거야 폴짝 뛰어서 올라 타면… 아 됐습니다.”
가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고 짐도 있다.
게다가 괜찮은 전리품이라도 나오면 헬기 쪽이 회수에 용이할 것이다.
“바로 출발하시겠습니까?”
“그러죠. 이쪽으로 유인하는 건 민간 피해가 극심할 테니까.”
중국 측에서 파견된 안내 역의 상위 각성자가 셋.
거기에 헬기를 운전할 파일럿과 기타 잡일을 도와줄 사람들이 다섯.
모두 각성자였다.
“아, 벨트는 됐습니다. 착용 안 하는 편이 여차할 때 탈출하기 쉽고.”
안내 역 중 유일한 여성 각성자가 헬기 좌석에 앉은 내게 다가왔다.
안전 벨트 착용을 도와줄 생각 같았다.
중국 당국에서 무슨 의도로 이런 미녀를 붙여줬는지 모르겠지만 시종일관 내 모든 수발을 들으려 하는 모습에 촉이 왔다.
여기도 미인계인가.
그렇지 않아도 나에 관해 국제적으로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들었다.
여자를 밝힌다나 어쨌다나.
아니, 세상에 안 그런 남자도 있나?
나 원 어이가 없어 가지고 참.
그나저나 중국 놈들이 머리를 쓰긴 쓴 모양이다.
나를 제외한 8인 중 여자는 이 여자 단 한 사람 뿐이다.
한국에서 허리가 휠 정도로 한바탕 하고 온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고파 지는 시기가 오면 그녀가 내 유일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그때가 오면 안 그래도 예쁜 저 외모가 유난히 시선을 끌겠지.
사막 한 가운데서 며칠이나 시간이 소요될지 모르고, 분명 한 번은 더럽게 하고 싶을 때가 올 것이다.
웬만하면 이번 만큼은 꾹 참고 한시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타타타타타.
한 달 전 처음 타본 군용기와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헬리콥터 두 대가 고비 사막을 횡단한다.
중국산이라 그런지 더럽게 시끄럽다.
나는 이 지겨운 소음 속에서, 이동하는 내내 안내 역으로부터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했다.
“그렇게 많다고요? 그 놈들이 전부 한 게이트에서 나왔고?”
“거기까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하지만 놈들의 강력함을 생각했을 때, 저희 측에서는 모두 동일한 게이트 출신일 확률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그런 강력한 게이트가 동시에 몇 군데나 역류했을 리는 없으니까요.”
“중국 초월자들은요?”
“…모두 임무 수행으로 시간을 낼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단 한 명도? 우리 측에 제시한 금액의 10분의 1만 제시해도 당장 움직이려는 초월자가 널렸을 텐데요.”
“당국의 초월자들은 결코 돈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 이거, 제가 실언했나 보네요. 쏘리 쏘리.”
일단 사과를 박았지만 나는 조금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놈들이 나를 여기로 불러들인 데에는 분명한 꿍꿍이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단순히 몬스터를 막아내기 위함은 절대 아니겠지.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했다.
중국 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홍은영이 건네 준 자료들.
그 중에서 특히 시선을 끄는 한 대목이 있었다.
자칭 중국 전문가라는 대만 교수가 주장한 내용이라 100퍼센트 신뢰할 수는 없다는 단서가 붙어있었지만 충분히 납득할 만한 내용이었다.
그는 중국 내에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강력한 초월자가 존재 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이렇다.
게이트라는 미증유의 사태가 온 세상을 휘감고 있는 작금의 시대.
그럼에도 중국은 과거나 지금이나 일당 독재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과거보다도 더욱 강력하게 국민들을 통제 중이며 그 감옥 같은 시스템이 보다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인터넷 장벽 또한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그럼 당연히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어야 한다.
아무리 어렸을 때부터 세뇌 교육을 한다고 해도 한번은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특히 월등한 힘을 소유한 자 일수록 자유를 갈망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힘을 가진 혁명 세력이 탄생했을 법 하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조용하다.
그것도 너무 지나칠 정도로.
적어도 몇 명 해외에 망명한 초월자가 충분히 나올 법 한데 말이다.
이 외에도 자세한 부가 설명이 몇 페이지에 걸쳐 길게 서술 되어 있었지만 이 내용 만으로 나는 교수의 주장에 납득해 버렸다.
아니, 틀림 없을 것이다.
중국 내부에는 분명 수 많은 각성자와 초월자를 완벽하게 통솔하고 있는 누군가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건 교수의 주장이 아닌 내 생각인데, 그 누군가는 단순한 무력이 아닌 치히로처럼 특별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전 대통력이 갖고 있던 마인드 컨트롤과 같이 특수한 스킬을 가진 존재는 이제 없다고 결코 장담할 수 없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어쩌면 나와 같은 존재가 있을 지도 모르고.
아, 그건 정말 최악인데.
일본도 그렇고 중국까지 나 같은 놈이 숨어 있다고 생각하니 눈 앞이 깜깜해 진다.
벌써 한 놈을 죽였기 때문인지 걸핏하면 생각이 그쪽으로 흐른다.
제발 그것 만은 아니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초월자님! 이제 도착했습니다!”
나는 감았던 눈을 슬며시 뜬 다음 창 밖을 바라 보았다.
멀리 보이는 깎아 지르는 절벽.
사방으로 펼쳐진 모래 언덕.
그 가운데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움푹 파인 구덩이가 셀 수 없이 많다.
대부분의 구덩이 주변은 새까맣게 타 버린 모래와 그을음으로 지저분했다.
마치 폭격이라도 가한 것 같은 광경이었는데, 아마 내 추측이 맞을 것이다.
중국 측에서는 사막을 가로질러 중국 국경을 향해 밀려오는 몬스터들을 다른 방향으로 유인하기 위해 전투기를 동원한다고 들었으니까.
이는 아마 그 흔적이리라.
“몬스터가 안 보이는데요?”
“지금 찾고 있는 중입니다. 곧 발견 할 겁니다.”
파일럿은 수시로 누군가와 통신을 주고 받았다.
그러다 갑자기 삐삐삐삐 요란한 소음이 헬기 내부를 가득 메웠다.
“찾았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레이더가 헬기 내부에 장착 된 모양이다.
신호를 찾은 후 수분 만에 창문 너머로 새까맣게 모여있는 몬스터의 대군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단 거리를 벌린 다음 지면으로 이동 할까요? 아니면…”
“뭘 그렇게 번거롭게 합니까. 바로 가야죠.”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할까요. 혼자서 충분 하시겠습니까?”
“여기서 구경이나 하세요.”
나는 하품을 하며 기지게를 켰다.
그리고는 활짝 열려있는 헬리콥터의 문을 통과해 사막 한 가운데로 뛰어 내리며 말했다.
“1분이면 충분 합니다.”
* * *
생각해보면 중국 놈들은 이미 내 힘을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사지에 파견 요청.
그것도 다른 초월자들이 아닌 나를 콕 집어 지명했다는 건 내가 가진 무력을 충분히 인지했다는 소리다.
보통은 나를 통해 다른 각성자들의 마력 증폭을 노리는 것이 보통이다.
오키나와 각성 총국이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 놈들은 전혀 그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나를 통해 마력을 늘리고 싶은 놈들이 줄을 서 있기는커녕 안내 역으로 따라온 녀석들은 마치 내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걸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래서 더 수상하다.
나를 전투 목적으로만 사용하기 위해 2조라는 거금을 태워?
중국의 경제 규모를 생각할 때 그리 큰 돈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쉽게 옆 나라 초월자에게 용돈으로 줄 금액은 아닌데 말이다.
분명 목적이 있을 텐데…
끄르르륵.
“뭐야. 이 놈들 약한데?”
괴상하게 울부짖으며 짐을 질질 흘리고 있는 괴물들.
그로데스크한 외형에 토악질이 나온다.
덩치는 인간 크기부터 시작해 집 채 만한 놈들까지.
바윗덩이 같은 신체를 녹아 흘러내리는 피부가 휘감고 있는 처음 보는 형태의 놈들이었다.
그것도 수천 마리는 되겠다 싶을 정도로 수가 많다.
파직 파지지직!
뇌검이 울었다.
순식간에 주변 수백 마리 몬스터가 새까맣게 타 죽었다.
“내가 센 거냐, 아니면 니들이 약한 거냐?”
나는 춤 추듯 모래 위를 달렸고, 그때마다 사방으로 전류가 흘렀다.
괴물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하나 둘 시체로 변할 뿐이었다.
다른 능력은 사용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나를 감시하는 놈들 앞에서 놀아날 필요는 없으니까.
불과 수십 초.
주변에 보이는 수천 마리의 몬스터 떼가 소탕 되었다.
그 어떤 위기도 감히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나는 검을 어깨에 걸친 상태로 저 멀리 떠 있는 헬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제 그만 구경하고 이리 내려오라는 의미였다.
“이런 몬스터 떼가 수십 개라고 했던가? 근데, 정말 나 없으면 해결이 안 되는 거 맞아?”
내가 불평을 늘어놓는 동안 두 대의 헬기가 엄청난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살포시 내려 앉았다.
안전한 착륙 장소를 찾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수고하셨습니다! 초월자님!”
“정말… 대단 하신 분이셨군요.”
“진짜 다 죽었잖아? 그 짧은 시간에… 믿을 수 없어…”
헬기에서 내리며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소감을 내 뱉는다.
“초월자님? 어디… 불편하십니까?”
그러나 내내 내 표정은 썩어가고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여자 각성자가 말을 걸었다.
그들 앞에서 내 뱉은 내 첫 마디는 이랬다.
“카악 퉷! 씨발놈의 헬리콥터!”
눈, 코, 귀, 입.
구멍이라는 구멍에는 모래가 안 들어간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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