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dungeon life RAW novel - Chapter (229)
적나라한 던전생활-229화(229/238)
외전 1편
콰과과과광!
북이 발사한 미사일이 지면에 닿지 못하고 모조리 공중에서 폭발했다.
위치는 비무장지대 상공.
폭발의 여파로 엄청난 소음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지상을 덮쳤다.
근처에 있던 동물들은 혼비백산했다.
폭발 고도가 조금만 낮았어도 지면의 그 어떤 생물조차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의아한 건, 이것이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 덕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미사일이 스스로 공중에서 폭발하다니? 발사 실패라는 건가요?”
대통령 안지현의 물음에 통신병 역시 당황한 듯 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확신할 순 없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계획된 것 같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서울을 노리고 발사한 게 아니란 소리에요?”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하나가 아닌 모든 미사일이 일제히 폭발했습니다.”
“확실한 거 맞아요?”
“예! 무엇보다, 설사 미사일이 이곳 서울을 향했다고 해도 어차피 우리 요격 시스템의 먹잇감이 되어 실패로 끝났을 겁니다. 북측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겁만 주려 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릴 겁주려고 고의적으로 그랬다는 소리에요?”
“근거는 없습니다. 단지 저의 추측일 뿐입니다.”
통신병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벙커 내부가 한동안 정적에 휩싸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길래 이런 식으로 움직인단 말인가.
분명 북한에 잠입한 요원들에게서 저들의 목적이 전쟁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때문에 미사일이 공중에서 스스로 폭발했다는 사실이 더욱 황당하게 다가왔다.
“정확한 폭발 위치를 파악해 주세요. 휴전선 남쪽인지, 아니면 북한 땅인지.”
“이미 북측 영토 위에서 폭발한 것으로 최종 확인 됐습니다. 또한 평양 연락 사무소를 통해 북한 당국과 연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답변이 없습니다.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전포고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습 공격을 한 것도 아니라면 대체 무엇 때문에…”
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전면전이 시작될 거라 생각해 국방부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에 비상이 걸린 상황.
사전 계획대로 북한 군 기지에 폭격을 개시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움직임이 포착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지, 안지현은 복잡한 마음에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죠?”
그녀는 홍은영의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들려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처음부터 스스로 원해서 오른 자리도 아니지 않은가.
강정혁 그 남자에 의해 억지로 씌워진 감투.
이런 상황에 연락조차 닿지 않는 그 남자가 지금 그녀에게는 무척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비상 소집한 각성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죠?”
“지금이면 모두 군 헬기를 타고 판문점 근처에 도착했을 겁니다. 다만 지방에 있던 분들은 조금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두 눈으로 직접 봤겠네요. 미사일이 폭발하는 장면.”
“그렇습니다. 바로 머리 위는 아니더라도 그분들의 강화된 시력이라면 충분히 확인했을 겁니다.”
“미안하지만 잠시 대기하고 있으라 연락하세요. 아직은…”
아직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북한에 진입한 중국 초월자의 수만 열이다.
거기에 최상급 각성자의 수는 그보다 백 배 더 많은 상황.
초월자의 수는 그에 못 미치지만 북 측의 각성자 숫자 역시 고려해야 한다.
‘강정혁 그 사람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그녀를 비롯한 안소라와 홍은영은 초초한 마음으로 통신병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 * *
“추, 출항했습니다! 전부 이리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공주님!”
치히로는 두 눈을 지긋이 감았다.
결국 이 날이 오고 말았다.
일본 본토의 정예 병력들이 이 땅을 차지하기 위해 개 떼처럼 몰려오고 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놈들이 탄 선박을 향해 미, 미사일이라도 쏠까요? 선박을 파괴 시킬 수만 있다면 아무리 초월자가 많다고 해도 시간을 지연 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초월자들은 몰라도 각성자 몇을 제거할 수도 있고 말입니다.”
“안됩니다! 그럼 결국 저들도 미사일을 사용할 겁니다. 빌미를 줄 뿐이에요! 그럼 저희가 불리해 집니다. 애당초 초월자들이 버티고 있는데 미사일이 통할지도 의문이고요.”
“그럼 차라리 일본 원전에 선제 공격을…”
“큰일 날 소리! 안 그래도 우릴 지지하는 국가가 극 소수인 상황에 국제적인 입지만 줄어들 뿐이에요. 애초에 일본의 방공망을 우리가 가진 미사일 몇 기로 뚫을 수나 있을지 의문이고 말입니다.”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고성을 조용히 듣고 있던 치히로는 천천히 두 눈을 열었다.
심각한 얼굴로 원탁 주위에 모여있는 오키나와… 아니 신국 류큐의 중추들을 눈에 담는다.
성별, 나이, 지위에 상관없이 하나같이 불안 가득한 표정.
한국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때에 갑자기 중국과 북한의 움직임이라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이 모든 걸 계획하고 동시에 움직인 거겠지.’
두렵다.
어쩌면 일본이라는 나라를 너무 우습게 생각한 건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 류큐라는 작은 나라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가슴을 파고 든다.
외교력.
치히로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천천히 내뱉었다.
무척 복잡한 심경이었으나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니, 나아가 류큐의 모든 국민들이 그녀 한 사람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국민들은 지금 어쩌고 있죠?”
“한 사람 빠짐없이 대피소로 이동했습니다. 방금 연락을 받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을 지키는 거에요. 전투의 여파로 대피소에 문제가 생기면 안되니까,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주변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일 만큼은 피해야 해요.”
“물론입니다 공주님!”
치히로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말을 이어갔다.
“박유리 초월자를 비롯한 어웨이크 레이디 분들은 어떻게 하고 있죠?”
“타츠야 일행이 박유리 초월자가 진입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고 2시간이 경과했습니다. 박유리 초월자가 진입하고 20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늦어도 오늘 내로는 귀환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웨이크 레이디 측에서는 끝까지 저희와 함께 한다고 최종 통보를 받았습니다.”
“한국 내부 사정도 심각한 것 같던데, 그 이야길 듣고도 그럴까요?”
“본사 측에서 오키나와를 지키라고 연락이 온 모양입니다.”
“휴… 그나마 다행이네요.”
“예…”
여전히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치히로였지만, 마음 속으로는 크게 안도했다.
그녀… 박유리 초월자의 실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류큐의 운명은 그녀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 압도적인 강함.
강정혁과는 또 다른 의미의 경외감을 느끼게 만드는 존재였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의 힘으로 일본을 당해낼 수는 없어요.”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모두가 깊은 탄식을 토해냈다.
이것이 류큐의 현실이다.
하지만 치히로의 목소리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우린 포기하지 않을 거에요. 여기서 포기할 거라면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않았을 거에요.”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도 그저 무표정하게 먼 곳을 바라보는 이도 있다.
“우린 이 땅을 지켜낼 겁니다. 무슨 역경과 고난이 닥친다 해도.”
모두의 시선이 치히로를 향해 고정됐다.
그 모든 시선을 뒤집어 쓴 치히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책도 묘책도 없어요. 그저 묵묵히 이 땅을 지켜낼 뿐.”
그녀의 두 눈에서 광채가 뿜어 나오는 듯 했다.
두려움도, 그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
“우리는 이 땅. 신 류큐의 국민입니다. 저는 이 나라와 운명을 함께 하겠습니다. 이런 행동이 무모한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모두 도와주세요.”
그녀가 정중히 허리를 숙인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저, 저도 공주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허리 펴십쇼! 여기 있는 사람들 중 공주님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항구로 갑시다! 저희는 약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공주님께서 이렇게 버티고 계시는데, 일본 놈들이 아무리 몰려온다고 해도 모두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치히로는 그들을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띄웠다.
“부끄럽지만, 저희 최고 전력은 현재 박유리 초월자를 비롯한 어웨이크 레이디의 파견 초월자들이에요. 그들의 합류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들이 한시라도 빨리 항구에 도착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세요!”
“예!”
“적들에게 배후를 잡히지 않도록 항구의 선박들을 재 배치하세요. 그들의 동선을 최소한으로 제한합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한 최고 전력이 그들을 항구에서 직접 맞이할 겁니다.”
“그건 너무 위험…”
“그들을 막아내지 못하면 신 류큐에 미래는 없어요. 초월자인 제가 나서지 않으면 그 누가 나서겠습니까.”
“그렇지만…”
“제 능력 아시잖아요! 시간 끄는 건 제 특기에요.”
박유리가 전선에 합류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한다.
치히로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시간을 벌어낼 생각이었다.
일본의 초월자와 각성자들이 탄 선박이 오키나와 항구에 도착하기 까지 약 세 시간 남은 상황.
앞으로 세 시간 후면 이제 막 독립을 선언한 신국 류큐의 운명이 결정된다.
‘절대 포기하지 않아.’
치히로는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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