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dungeon life RAW novel - Chapter (230)
적나라한 던전생활-230화(230/238)
외전 1편
“빌어먹을! 이 놈들은 대체 어디서 이렇게 몰려오는 거야?”
꽈광! 꽈과광!
사방에서 지뢰가 폭발한다.
어느 순간부터 몰려오기 시작한 괴물들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게이트가 폭주했다고 나올 수 있는 양이 아니라고!”
“닥치고 처리하기나 해! 이 놈들이 여길 돌파하면 서울이 쑥대밭이 될 거라고!”
판문점을 중심으로 휴전선을 따라 길게 배치된 대한민국의 각성자들.
그들은 지금 북한 방향에서 개 떼처럼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콰앙!
백화연의 활을 떠난 화살이 미사일처럼 날아가 놈들의 중앙을 타격했다.
순식간에 수십 마리의 육체가 갈기갈기 찢어져 비산했다.
그러나 그 공간을 순식간에 다른 놈들이 뒤덮었다.
“야 백화연! 뒤쪽은 됐으니까 일단 가장 앞에 놈들부터 처리해! 급한 건 이쪽이잖아!”
“알았어…”
김이솔의 지적에 백화연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이동글! 너도 뭐라도 좀 해!”
“하지만 난 힐러잖아.”
“그래도! 지금 힐러 딜러 가릴 때야? 초월자가 됐으면 뭐라도 하란 말이야! 다른 사람들 고생하는 거 안 보여!?”
“난 무기도 안 가지고 왔는데…”
“돌맹이라도 주어 던지라고 멍청아!”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혹시… 그날이야?”
김이솔의 얼굴이 악마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1년 전만 해도 자신과 눈도 못 마주쳤던 녀석이 이제는 꼬박꼬박 말대꾸를 해온다.
“그리고 팀장님이 힐러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항상 마나를 아껴둬야 한다고 그랬어.”
말을 말아야지.
김이솔은 투덜대는 이동글을 바라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럼 방해되지 않게 뒤로 빠져있던가!”
“으으… 그렇게 소리 지를 건 없잖아. 팀장님이 이런 걸 보셔야 하는데…”
“뭐라고?”
“아, 아니야. 난 뒤에 서 있을게.”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는 이동글.
이런 심각한 상황에 태평한 저 얼굴을 보고 있으니 끝도 없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김이솔은 이를 까드득 깨물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모조리 검에 담았다.
지금 막 그녀의 손을 떠난 두 자루의 검이 눈을 까 뒤집고 맹렬히 달려드는 괴물들을 향해 쇄도했다.
보이지도 않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검은 순식간에 수십 마리의 대가리를 그대로 뚫고 지나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마치 살아있는 듯 허공을 비행하는 두 자루의 검은 몸에 묻은 괴물의 살점과 피를 털어낸 후 다시 놈들을 향해 쇄도했다.
스르르릉.
이걸로 끝이 아니다.
그녀는 세 번째 검을 뽑아 들었다.
그와 동시 앞으로 튀어 나갔다.
회사에서 특수 제작해 그녀에게 지급한, 그녀의 신장 만큼이나 긴 장도.
무게만 해도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긴 쇳덩이가 마치 장난감처럼 이리 저리 휘둘러 졌다.
서걱! 서거걱!
한번 휘두를 때마다 괴물 서너 마리의 신체가 아무런 저항 없이 썰려 나간다.
잘린 팔이며 대가리며 육편들이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으아아아아!”
괴성까지 내지르며 적들을 베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가히 살벌했다.
근처에서 괴물들을 상대하던 다른 길드의 각성자들이 한동안 멍하니 정신을 팔 정도였다.
“허… 저게 초월자의 힘…”
“여, 여긴 어웨이크 레이디 분들께 맡기고 우린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우린 방해만 되겠어.”
“저, 저도 같이 가요.”
“예?”
갑자기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
뒤를 돌아 확인한 장소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이동글이 서 있었다.
“가, 같이요?”
“네. 전 힐런데, 쟤들이 다칠 거 같진 않아서요.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려고요. 괜찮죠?”
“아, 물론입니다. 저희가 영광이죠. 그럼 서둘러 이동하시죠. 분명 버티지 못하고 돌파 당한 지역이 있을 겁니다.”
이렇게 해서 이동글은 다른 길드 사람들과 합류했다.
그리고 이는 매우 타당한 선택이었다.
북한 땅에서 밀려 내려오는 몬스터들이 휴전선 전 지역을 동시에 덮친 것은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빈 틈이 수 없이 만들어졌을 테고, 순식간에 전선이 뚫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많은 놈들이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걸까요? 북한에 있는 게이트가 모조리 동시에 폭주한 것도 아닐 텐데…”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야.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다행 아닌가? 난 전쟁 대비 태세라길래 북한 놈들이랑 싸워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니까.”
“흠… 혹시 초월자님은 뭔가 아시는 거 없으십니까?”
“네? 저요?”
“예. 그래도 어웨이크 레이디 쯤 되면 저희 같은 중소 길드보다 정부 측과 소통이 원활할 거 아닙니까.”
이동글은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의 볼을 살살 긁었다.
“그, 글쎄요… 아! 북한에는 먹을게 없어서 괴물들이 화가 난 게 아닐까요?”
“예?!”
“설마요….”
“헤헤… 아니면 말고요.”
“……”
생글생글 웃고 있는 이동글의 얼굴을 바라보며, 각성자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초월자라고 다 똑똑한 건 아니구나…’
* * *
“아니 씨발… 이 지경이 되도록 중국 새끼들은 대체 뭘 한 거야?”
막 게이트 내부에 진입한 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어이가 없었다.
“하… 씨발…”
그저 욕밖에 안 나온다.
지옥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콰드득!
방금 코뿔소 형태의 몬스터가 티라노 사우르스처럼 생긴 공룡형 몬스터에게 당했다.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 돋아난 거대한 아가리가, 코뿔소 녀석의 대가리를 뼈째 통째로 씹었다.
어디 그뿐인가?
저쪽에서는 몸통 굵기만 지름 5미터는 될법한 수백 미터 길이의 거대한 뱀이 여러 마리의 공룡형 몬스터를 칭칭 감았다.
당한 놈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피와 체액을 한 바가지 쏟아내며 그대로 터져버렸다.
저 정도 크기의 뱀이면 웬만한 A급 던전의 보스 몬스터도 한 입에 삼켜버릴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날아든 거대한 조류 떼가 방금 전 뱀의 몸 이곳 저곳을 쪼아 대기 시작했다.
몇 마리는 뱀의 거대한 아가리를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씹혀 피떡이 되었지만, 수백 마리에 달하는 녀석들을 모조리 삼켜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순식간에 피부 곳곳에 살점이 뜯겨져 피를 흘리기 시작한 뱀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닥으로 축 늘어졌다.
눈 앞에 보이는 몬스터의 종만 해도 스무 가지가 넘었다.
그런 놈들이 마치 영역 다툼이라도 하듯이 살벌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먹고 먹히는 먹이 사슬.
그러나 돋보이는 강자는 보이지 않았다.
일대 일의 싸움이 아니다.
힘이 약한 녀석들은 머리 수를 이용해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놈들도 압도적이진 못했다.
바닥에 수백 수천 마리의 몬스터 사체가 쌓여 있다.
새빨간 피와 검푸른 체액을 시작해 괴물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검녹의 액체들이 바닥을 가득 적셨다.
“전에 봤던 거기 같은데…”
박유리를 찾아 들어갔던 지하수로 게이트.
그 곳 내부에는 또 다른 게이트가 여럿 존재했다.
아마 이 던전도 내가 방금 통과한 게이트 뿐만 아니라 수십 개의 또 다른 게이트가 더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사막에서 본 놈들은 영역 싸움에서 밀려나 도망쳐 나온 거였나? 흥, 아무렴 어때.”
내 생각이 맞든, 혹은 틀리든, 그런 건 전혀 중요치 않다.
나는 천천히 검을 뽑아 들고 창공을 향해 마나를 쏘아 올렸다.
그와 동시 엄청난 전류가 흘렀고, 내 검 끝을 시작으로 하늘을 향해 벼락이 거꾸로 솟구쳐올랐다.
광기에 휩싸여 서로를 물어 뜯고 잡아먹던 주면 괴물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한참 재미들 보시나 본데, 선수 입장이요.”
나는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놈들을 향해 돌진했다.
“어디 어느 종이 가장 센지 함 겨뤄 보자고.”
장갑을 벗어 던진 왼 손에서 수천 가닥의 촉수가 뻗어 나왔다.
맛있는 마나를 듬뿍 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다.
* * *
“강정혁씨랑은 아직도 연락이 안 돼요?”
“죄송합니다. 아직 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
“괴물들은요? 아까 돌파 당했던 철원 인근은 지금 어쩌고 있죠?”
“드래곤 길드에서 정리가 끝났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수는 많았지만 B급 수준의 몬스터들 뿐이어서 큰 피해 없이 막아낸 것 같습니다.”
“원인은, 원인은 아직인가요?”
“아직 파악 중에 있습니다.”
통신병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대통령을 비롯한 다수의 질문에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다.
“대체 무슨 짓을 어떻게 했길래 저런 숫자의 괴물들이…”
“아무래도 저희 생각이 맞는 것 같네요. 그 계속되던 미사일 폭발. 그걸로 몬스터들을 유인한 게 확실해 보여요.”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 뜯던 안지현은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홍은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걸로 유인했다고 쳐도, 저 많은 숫자의 몬스터가 동시에 밀려 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아요! 저들이 게이트의 폭주를 유도할 방법이라도 찾지 않은 이상…”
“아마 그 비슷한 수단을 갖고 있겠죠. 그렇게 생각하고 대응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조금 진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부사장님은 어떻게 그렇게 차분할 수가 있죠?”
대통령의 물음에 홍은영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불안을 견디지 못하고 조금 전 휴게실로 사라진 안소라도 그렇고, 이제는 저 대통령까지.
이런 급박한 상황에 상사들 맨탈 관리까지 해야 하다니, 이게 다 강정혁 그 인간 때문이다.
그녀는 속으로 조용히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제가 흥분하거나 불안해 한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대통령께서도 냉정해 지셔야 합니다. 머리가 흥분하면 몸이 고생해요. 우리가 냉정하지 못하면 저기서 싸우고 있는 저 각성자들이 힘들어져요.”
“후… 옳은 말씀이세요. 제가 좀 너무…”
“저들을 믿어 보세요. 수가 많아서 그렇지 절대 상대 못할 놈들이 밀려온 건 아니잖아요.”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홍은영도 내심 걱정이었다.
밀려온 몬스터들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건 지금까지 보고된 내용일 뿐.
언제 강력한 보스급 몬스터가 들이닥칠지 조금도 확신할 수는 없다.
‘게다가 아직 북한에 진입한 중국 각성자들의 움직임이 없어… 만약 지금이라도 그들이 전선에 개입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분명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강정혁 그 변태는 이런 급박한 때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이 상황을 해결할 사람은 오직 그 사람 뿐이다.
겉으론 전혀 티를 내지 않았지만 그녀 역시 빨리 이 상황이 해결되기를 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시, 신호가… 대, 대통령님! 막, 강정혁씨가 소유한 위성 통신기 신호가 잡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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