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dungeon life RAW novel - Chapter (231)
적나라한 던전생활-231화(231/238)
외전 1편
“말씀하신 것처럼 게이트에 진입했었던 모양입니다. 갑자기 신호가 확인되었습니다!”
줄곧 찡그리고 있던 안지현의 표정이 순식간에 활짝 폈다.
“빨리 긴급 신호 보내세요!”
“처음부터 쉬지 않고 보내고 있었습니다. 확인했다는 신호가 곧… 아! 지금 들어왔습니다. 강정혁 초월자께서 긴급 신호를 확인하셨습니다!”
“지금 당장 통화할 수 있겠어요?”
“그건 어렵습니다. 시계형 위성 수신기는 내구성을 최우선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그런 세세한 기능이 없습니다. 초월자님께서 가까운 기지국으로 이동해 휴대하신 스마트 폰으로 직접 연락해 오지 않는 이상은…”
그는 지금 사막 한복판에 있을 것이다.
위성 수신기의 위치가 가리키고 있는 장소도 고비 사막의 한복판이고.
아무리 중국이라도 사람 한 명 살지 않는 사막 한복판에 기지국을 설치하진 않았을 테니,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연락이 오기를 그저 기도하며 기다리는 것 뿐이다.
게다가 이번 중국의 수상한 움직임을 생각하면 각성자들로 이루어진 감시가 붙어있을 터.
긴급 신호를 확인한 강정혁이 협조를 요청해도 묵살 될 확률이 높다.
아니, 놈들이라면 분명 적극적으로 방해해 올 것이 틀림 없다.
“아까 연락했던 내몽골에 파견 나가 있는 고비 사막에 가까운 모든 요원들에게 다시 연락하세요. 차를 훔치든 헬기를 훔치든 무슨 수단을 동원해도 좋으니까 강정혁씨 확보해 한국행 비행기에 태우라고! 최우선 사항이에요!”
“이미 연락 중입니다!”
“중국 각성자들이 어떤 더러운 수단을 써가며 방해할지 모르니 최대한 주의하라 전하시고요!”
“예!”
옆에서 폰으로 계속 연락을 시도하던 홍은영이 입을 열었다.
“아직 안 받아요. 사막은 사막인 모양이네요.”
“먼저 연락해오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겠죠.”
안지현은 또 다시 초조하게 시계만 바라보기 시작했다.
제발 그가 오기 전까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기를 마음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그 바람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대… 대통령님… 큰일이… 난 것 같습니다.”
“분위기 잡지 말고 바로 말씀하세요.”
“파, 파주 진서면 북쪽 전선이 북에서 내려온 몬스터 떼에 의해 돌파 당했습니다! 해당 지역을 담당하던 제나스 길드를 비롯해 중소 서포터 기업의 각성자들이 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규모는.”
“방금 전멸에 가깝다고…”
“피해 규모 말고 적의 규모요!!”
“아, 죄송합니다. 그… 수 보다는 갑자기 나타난 A등급을 뛰어넘는 특이종 보스 몬스터에 의한 피해가 막대한 것 같습니다. 보스 몬스터를 막지 못해 전선이 뚫렸고, 여타 몬스터는 그 이후에 뒤따라 내려온 것으로…”
갑작스러운 비보에 벙커 내 분위기가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추가 병력 지원은 없습니까?”
“다행히 근처에 이동글 초월자님이 계셔서 사상자는 더 늘어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이미 돌파 당한 전선의 수복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파주 주민들 대피는 끝났나요?”
“예.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파주를 지나면 곧바로 서울이에요. 제나스 길드라면 비록 소속된 초월자는 없지만 국내에서 손꼽히는 길드 아니던 가요? 수도 방위를 위해 대기 중인 예비대가 아무리 강하다곤 해도, 초월자 없이 그들만 가지고 과연 막아낼 수 있겠어요? 특이종이라면서요!?”
“그 그것이… 합참에서도 이리저리 궁리를 하는 모양이지만 국내 초월자들은 이미 전부 전선에 투입한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 초월자들의 배치를 조종했다가 자칫 다른 전선까지 붕괴하면… 그땐 문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에…”
안지현 대통령은 냉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국내 초월자들이 전부 전선에 투입됐다고요?”
“그, 그렇습니다. 강정혁씨와 오키나와에 파견 나가 계신 박유리 초월자를 비롯한 어웨이크 레이디 소속 초월자 두 분을 더 제외하면…”
“아니요. 틀리셨어요.”
“예?”
그녀는 겉옷을 벗어 의자에 던지고 벙커의 출구를 향했다.
“저도 초월자에요.”
“대, 대통령님!”
“머, 멈추십쇼! 안되십니다. 그런 위험한 장소에 어찌 이 나라의 대통령께서 직접…”
그녀는 모두의 만류를 일갈했다.
“이런 상황에 대통령이… 아니, 초월자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죠?”
“그 그건…”
“더 이상의 의견은 듣지 않겠어요. 곧바로 헬기 준비 시켜 주세요. 어서!”
그녀는 그대로 걸어가 입구를 꽉 막고 있는 문을 활짝 열어 젖었다.
“아, 그리고… 강정혁 그 남자에게서 연락이 오면 전해주세요. 만약 내가 오늘 죽게 된다면 다 당신 탓이라고. 그러니까 죽기 전에 빨리 좀 오라고.”
대통령 안지현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지휘통제실을 떠났다.
그리고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강정혁으로부터 연락이 도착했다.
* * *
타타타타타!
“다행이네요! 놈들이 아직 파주 시내를 벗어나지 않아서!”
헬기의 시끄러운 프로펠러 소음 사이로 안지현이 소리쳤다.
“다시 한 번 검토해 주십시오 대통령 각하!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위험합니다! 특히 보스의 저 움직임… 웬만한 A급 던전 보스조차 비교가 불가 할 정도로 엄청난 운동 능력이지 않습니까!”
“그만! 그 이야기는 더 듣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주민들의 대피가 끝난 암흑 천지의 파주 시내 상공.
저 아래 날뛰고 있는 다수의 몬스터와 한 마리의 거대한 존재가 눈에 들어온다.
“괴물 주제에 검을 두 자루나 들고 있다니, 암살자 흉내라도 내는 걸까요?”
안지현은 아무 두려움도 없다는 듯이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임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정도면 충분해요. 아 그리고, 혹시 제 뒤를 따라 올 생각이라면 접어 주세요. 초월자가 아닌 이상 방해만 되니까!”
“하지만 저희 입장도 생각해 주십쇼! 각하를 경호해야 하는…”
그녀는 자신을 뒤따라 일어서는 경호 담당자들을 막아섰다.
이들 역시 대한민국이 내로라하는 뛰어난 각성자들이지만 초월자 앞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전에 합을 맞춰 둔 포메이션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뒤처리는 맡기겠어요. 저는 저 괴물 녀석을 최대한 공터로 유인해 상대할 테니, 여러분은 예비 부대에 합류해 나머지 녀석들을 처리해 주세요. 그럼.”
휘이이이잉-
그녀는 수십 미터 높이의 헬기에서 망설임 없이 암흑 천지의 도시 한복판으로 뛰어 내렸다.
쿵!
그리고 지면에 착지 하는 순간.
그녀의 오른 손에 새하얗게 응집되었던 냉기가 정면을 향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갔다.
프로스트 캐논.
맹렬한 속도로 주변의 습기를 빨아들여 점점 크기를 키우며 쏟아져 나간 얼음 알갱이들은 어느 순간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되어 수백 미터 떨어져 있던 특이종 보스 몬스터를 등 뒤에서 습격했다.
파가각! 쿠궁!
“뭐?! 전혀 소용이 없다고?”
얼음 덩어리는 마치 기계로 잘라낸 것처럼 깨끗하게 두 동강 났다.
놈은 아무런 데미지도 입지 않았다.
이를 확인한 안지현은 입술을 깨물며 급히 장소를 이동했다.
효과는 없었지만 놈의 시선을 끌기는 충분했으니까.
서둘러 놈을 다른 괴물 녀석들에게서 떨어뜨려야 예비 부대가 합류할 수 있다.
‘다행히 보스 녀석만 따라오는 것 같네. 그런데…’
가히 엄청난 속도다.
신장이 10여 미터는 더 되어 보이는 녀석이 속도까지 빠르고 무기까지 사용한다.
지금까지 그녀가 상대해 왔던 최악의 보스들을 떠올려 봐도 저 정도로 위협적인 놈은 거의 없었다.
‘정말 죽음을 각오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
“쿠아악!”
괴성 같은 외침과 함께 어느덧 그녀를 코앞까지 따라온 놈이 오른 손에 쥔 장도를 휘둘렀다.
쾅!
그녀는 가볍게 지면을 박차고 공중으로 튀어올라 놈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검이 만들어 낸 돌풍에 주변의 건물이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산산 조각나며 주저앉았다.
“카그극!”
놈은 쉴 틈도 없이 반대 손에 쥔 장도를 휘둘러 허공에 떠오른 그녀를 향해 재차 검을 휘둘렀다.
“어딜 감히!”
안지현은 이럴 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양 손을 앞으로 뻗어 막대한 마력을 방출했다.
카가가강!
순식간에 생성된 두터운 얼음이 휘둘러진 검을 아슬아슬하게 튕겨냈다.
조금 전 사용했던 프로스트 캐논과 비교해 밀도와 강도가 수백 배 강력해진 얼음 덩어리.
아직 끝이 아니다.
얼음은 순식간에 덩치를 키워 보스의 덩치 만큼이나 거대하게 자라났고, 그녀의 손을 떠나 그대로 아래를 향해 내리 꽂혔다.
보스 놈의 대가리 바로 위였다.
쿠웅!
“쿠하악!”
이미 두 자루의 검을 모두 휘둘러 제때 대처하지 못한 놈은 거대한 크기의 얼음 덩어리를 방어해 내지 못했다.
그대로 짓눌려 대가리부터 지면에 처박혔다.
“아직 멀었어!”
그녀의 손에서 뻗어 나간 마력의 양이 늘어날 수록 얼음은 그 크기를 더욱 부풀렸다.
괴물의 대가리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에 짓눌려 아스팔트를 쪼개며 지면 아래로 아래로 더욱 더 깊숙이 파고 들었다.
‘지금 끝내야 해.’
이 정도로 쓰러뜨릴 놈이었으면 처음부터 걱정하지도 않았다.
이건 놈이 방심한 틈을 타 일시적으로 움직임을 봉쇄한 것에 지나지 않음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하아앗!”
온 몸의 마력을 쥐어 짜 냈다.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무리를 하는 것은 결코 그녀의 스타일이 아니다.
과거 길드 소속일 때도 그렇지만 이 무거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있는 지금은 특히나 더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망설임은 애초에 이 곳에 오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배제했다.
휘이이이-
서서히 거세지기 시작한 바람은 이내 날카롭게 휘몰아 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폭풍이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둡던 하늘은 어느새 칠흑 같은 암흑으로 뒤덮이고 있었다.
겹겹이 쌓인 새까만 적란운이 빛을 잃은 파주 시내를 묵직하게 짓눌렀다.
초월자 안지현의 고유 스킬 블리자드스톰.
지금은 강정혁 그 남자가 자신의 능력을 빌려 사용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건 엄연히 전 세계에서 그녀 자신만이 보유한 오리지널 기술이다.
그녀가 초월자가 된 이후로 이 자부심은 단 한번도 사라진 적 없었다.
“뼛속까지 꽁꽁 얼어버려 이 빌어먹을 괴물자식아!”
실전은 오랜만이었지만 감각은 전혀 죽지 않았다.
아직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늦여름.
파주 시내에 새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낭만 따위는 눈꼽 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세상 모든 것을 얼려 버릴 듯한 강력한 눈폭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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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몸이 안 좋은데 이번에 이석증에 관절염까지 한꺼번에 와버려서 그 핑계로 연재가 많이 늦어졌습니다. 다음 편은 조금 더 빠른 시일 내로 업로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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