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dungeon life RAW novel - Chapter (234)
적나라한 던전생활-234화(234/238)
외전 1편
“강정혁 초월자?”
“이, 이분이 그 유명한…”
“설마 여기까지 몬스터를 타고 오신 겁니까?”
갑자기 등장한 나를 보고 놀라는 것은, 비단 대통령 안지현 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경호 역으로 보이는 남자들 역시 나를 보고 입을 쩍 벌리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니, 초월자정도 되는 사람이 일단 나섰으면 보스 한 마리 정도는 깔끔하게 잡아 줘야 그쪽을 대통령으로 민 내 체면도 살고 그러는 건데. 이게 지금 뭡니까?”
“그렇게 한가한 소리 할 때가 아니에요! 먼저 이 상황 좀 어떻게 하고, 이야기는 그 다음에 해요.”
“뭐, 그러든가요. 그것보다 더러우니까 콧물이나 훔치세요.”
농담 좀 했다고 죽일 듯 노려보는 저 눈빛을 보고 있자 하니, 이제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나는 안지현과 그녀의 경호원들을 그대로 가로 질러 정면에 서 있는 거대한 그림자를 향해 천천히 이동했다.
“음?”
놈의 면상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듯한 맹수의 눈동자.
그리고 비릿하게 말려 올라가 있는 주둥아리가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이 새끼는 또 뭐 하는 새끼야? 어디 괴물 새끼가, 팍! 눈 안 깔아?”
인간 흉내라도 내는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놈이 그동안 상대해 왔던 괴물들과는 다르다는 것 정도는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것이 게이트 안 괴물들의 특징인데, 놈은 마치 나를 천천히 관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인간 흉내라도 내는 거야 뭐야?”
애초에 무기를 다루는 것부터 놈이 제법 지능이 높은 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 뿐.
놈을 마주한 내 감상은 딱 여기까지였다.
“그래봐야 니가 괴물 새끼지.”
탓!
놈을 향해 지면을 박찼다.
그러면서 허리에 찬 검을 뽑아 들었다.
“미안하지만 형이 시간이 없거든.”
바다를 건너오기 전 중국에서 홍은영과 통화를 했다.
중국 놈들이 북한에서 개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소리나, 지금 휴전선 인근이 난리 통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여기서 괜히 여유 부리다가는 쓸데없이 인명피해만 늘어날 뿐이다.
“하앗!”
공중으로 십 여 미터 날아오른 나는 놈의 이마를 향해 검을 내리 그었다.
“!?”
그런데 그 순간 놈의 모습이 시야에서 일순 사라졌다.
카가가강!
그렇게 사라진 놈은 갑자기 등 뒤에서 나타나 거대한 장도를 횡으로 휘둘렀고, 나는 손목을 비틀어 그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맞부딪친 검에서 엄청난 양의 불꽃이 튀었다.
콰광!
엄청난 충돌이었다.
나는 그대로 튕겨나가 거대한 건물의 외벽에 처박혔다.
[오토 실드로 피해를 상쇄하였습니다. 잔여 에너지 77/100%]물리적인 데미지는 없었다.
에너지도 거의 소모하지 않았고.
단지 문제가 있다면.
“콜록, 콜록…. 이 씨발 새끼가…”
내 자존심에 약간 스크레치가 생겼다는 정도.
결코 힘에서 밀린 것은 아니었다.
나는 공중에 떠 있었고, 놈은 나와 비교해 열 배는 덩치가 크다.
이건 체중 차이로 인한 사소한 문제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내동댕이쳐진 것은 내가 능력을 각성한 이후로 정말 오랜만의 일이 아닐 수 없다.
“하… 내가 중국 이 씨발 새끼들 때문에 마력 아끼려다 별 수모를 다 겪네.”
정말 이가 갈린다.
약간 방심했던 것도 같고.
먼지가 흩날리는 잔해를 벗어나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 빌어먹을 괴물 자식은 내가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오는 동안, 그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열이 받아 있는 상황에, 놈은 내 속을 뒤집어 놓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네 놈이 빠르다는 건 인정하지. 하지만 번개보다 빠를까?”
파직- 파지지직!
나의 전신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검을 다룰 때는 박유리의 능력 만큼 좋은 것이 없다.
놈도 수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변화한 내 모습을 확인함과 동시에 양 손에 쥔 두 자루의 장도를 X자로 휘둘렀다.
그러나 소용 없는 일이었다.
이번에 모습을 감춘 것은, 놈이 아닌 바로 나였으니까.
“여기다 이 씨발 새끼야!”
전류를 가득 머금은 검이 놈의 두터운 허벅다리를 쩌억 가르며 통과했다.
끈적끈적한 보라 빛 혈액이 폭포수같이 쏟아지는 가운데, 놈의 잘린 왼쪽 다리가 그대로 힘없이 눈 밭 위를 굴렀다.
놈은 뒤늦게 몸을 비틀어 등 뒤의 나를 향해 도를 휘둘렀지만, 이미 그 장소엔 내가 존재하지 않았다.
쿠웅!
장도는 허공을 그었고, 한쪽 다리로는 중심을 잡기 어려웠던 놈은 그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넘어졌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부욱!
이번에는 바닥에 집고 다시 일어서려는 놈의 한쪽 손목이 내 검에 의해 그대로 갈렸다.
푹!
다음은 한쪽 눈.
촤악!
그 다음은 또 다른 다리.
또 그 다음은 아직 남아 있던 팔과 다리는 물론 코와 귀와 꼬리까지.
마지막으로 목이 잘렸고, 순식간에 사지가 잘려나간 놈은 이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여기까지 불과 수십 초도 걸리지 않았다.
“후우… 괜히 마력 아끼려다 시간만 낭비했네.”
애초에 그냥 마력을 쓴 다음, 쓴 만큼 다시 빨아들이면 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아직 왼손의 길가메시 눈깔은 웬만하면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고집이라면 고집이겠지만 어쨌든 싫은 건 싫은 거다.
“저, 저기…”
나의 이런 섬세한 마음을 알 길이 없는 대통령 경호원 중 한 사람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조각 조각난 괴물과 나를 번갈아 보는 모습이, 저 괴물을 이렇게 간단히 쓰러뜨린 내 실력이 무척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 지라 이에 대한 코멘트는 따로 없었다.
“강정혁 초월자님. 급히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표정을 보아하니 벌써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진 모양이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 숨 쉴 틈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이제 막 중국에서 돌아 온 참인데.
“예. 갑니다. 가요.”
* * *
김이솔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검은 그림자는 사방에 깔려있던 괴물들을 자비 없이 그대로 덮쳤다.
놈의 발 밑에 깔린 괴물들은 탱크에 짓밟힌 지렁이처럼 모든 체액을 흩뿌리며 납작하게 으스러졌다.
일반 몬스터고 보스 몬스터고 가리지 않았다.
특히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녀가 여러 차례 검으로 베고 찔러도 쓰러뜨리지 못했던 몸이 강철보다 수백 배 단단하던 보스까지 짓밟혔다는 것이다.
“뭐하세요! 빨리 달려요!”
백화연의 외침에 충격에 휩싸여있던 그녀는 정신을 번뜩 차렸다.
그래.
도망쳐야 한다.
그런데 자신이 여기서 도망치고 나면, 그럼 저 괴물은 어떻게 되는 거지?
저런 걸 인간이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산과도 같은 거인이 지면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깔아 뭉개며 남하하고 있다.
여길 벗어나면 머지않아 그대로 서울에 도달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저 한 걸음, 그저 한 발자국을 내디딘 것 만으로 반경 백 여 미터의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꺼졌다.
대지는 지진이라도 온 것처럼 흔들리며 울부짖고 있다.
“이대로는 한국이… 이 대한민국이… 멸망해 버려…”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하려 날려 보낸 검은, 악어 껍질 같은 놈의 두텁고 단단한 피부를 단 1센티도 파고들지 못했다.
마력을 많이 소모해 베스트 컨디션은 아니지만 나름 회심의 공격이었는데.
마치 인간의 움직임을 가로막으려고 날파리가 날아와 부딪친 것처럼, 놈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소용 없어요. 어서 도망쳐야 해요.”
어느새 등 뒤로 다가온 백화연이 그녀의 어깨를 잡아 끌었다.
“이거 놔!”
“하지만…”
“넌 빨리 가서 이 상황을 보고해. 나는 여기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볼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아니, 나라면 가능해. 저 괴물을 쓰러뜨리려면 그 남자의 힘이 필요해. 저 괴물이 아무리 거대해도, 그 남자가 온다면…”
그래.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강정혁 그 남자.
그 남자가 저 괴물의 몸에 손을 댄 다음 마력을 없애 버리면.
그럼 저 괴물도 스스로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버릴 것이다.
“난 놈의 시선을 끌어 최대한 시간을 벌겠어.”
“……”
“뭐 하고 있어? 빨리 가!”
백화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솔씨가 그런다면 저도 남겠어요. 시간을 끌 생각이라면 한 명보다 두 명이 시선을 끄는 것이 더 유리할 거고.”
김이솔은 잔뜩 구겨진 얼굴로 백화연을 돌아봤다.
그녀의 얼굴은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다.
“너…”
“저도, 저 또한 초월자에요. 무엇보다 제가 직접 가 상황을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보고가 들어갔을 거고요. 저 크기면 웬만한 거리에선 보일 테니까요.”
백화연을 한참 노려보던 김이솔은 어깨의 힘을 빼며 숨을 작게 내뱉었다.
“죽어도 모른다.”
“물론이에요.”
“흥.”
김이솔과 백화연은 상대의 얼굴을 잠시 잠깐 바라보다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오히려 잘 됐어. 보스 머리 수가 너무 많아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두 자루의 검이 김이솔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제비처럼 공중으로 날아 오른 검은, 수백 미터 높이까지 치솟아 거인 악어의 눈 앞으로 날았다.
“설마 눈알까지 돌덩이 같진 않겠지. 그대로 꿰뚫어 버려!”
허공에서 재차 총알처럼 쏘아진 검은 맹렬한 속도로 괴물의 눈동자를 향했다.
눈알이 아무리 크다 해도 검에 찔리면 앞을 볼 수 없을 터.
텅!
“…!?”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 짧은 순간 두 눈을 질끈 감은 악어.
뾰족한 검 끝은 빠른 속도로 내려 앉은 놈의 눈꺼풀을 뚫지 못했다.
“뭐 저런 괴물이…”
그러나 성과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꾸준히 내딛던 놈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지겹게 흔들리던 대지 역시 조용히 잦아들었다.
“이쪽이다!”
김이솔은 어느새 괴물의 등 뒤로 이동해 크게 소리쳤다.
놈을 다시 북한 방향으로 유인하기 위해.
“이쪽이라고 이 멍청한 새끼야!”
놈은 반응하지 않았다.
김이솔은 아직 허공에 떠 있는 검을 조작해 놈의 시선을 재차 끌었지만, 이 빌어먹을 괴물 놈은 좀처럼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때 엄청난 마력의 빛이 놈의 뒤통수를 향해 쏘아졌다.
백화연이었다.
그녀가 날린 마력 화살이었다.
그제야 괴물 악어의 거대한 대가리가 서서히 뒤를 향했다.
“이쪽이에요!”
평소의 백화연 답지 않은 분명하고 단호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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