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dungeon life RAW novel - Chapter (235)
적나라한 던전생활-235화(235/238)
외전 1편
쿠구구궁!
놈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말 그대로 재해였다.
짓밟힌 지면은 수 미터 바닥으로 꺼져 내렸고, 핵 폭탄이라도 터진 것 마냥 대지가 흔들렸다.
“더 빨리 달려! 그러다 밟힌다구!”
“이솔씨야 말로 반대 쪽으로 가세요! 그러다 휩쓸려요!”
두 사람은 고래 고래 소릴 지르며 서로를 괴물에게서 떨어뜨리려 안간힘 썼다.
그러나 멀리 서 보면 어찌나 사이좋게 나란히 달리는지, 기간트가 대체 누굴 뒤따라 가는 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놈을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유인하는 것이 한계다.
“이대로 평양까지 달리는 거야?!”
김이솔의 발언에 백화연은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머, 멀지 않을까요?”
“멀겠지. 하지만 거기 있는 거 아냐? 이 모든 사태의 원흉들이!”
이대로 놈을 유인해, 이런 날벼락 같은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다.
“좋아요! 해 봐요 우리!”
백화연의 시원한 대답에, 이번에는 김이솔 크게 놀랐다.
‘진짜 가?’
생각해보니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도 않다.
놈의 거대한 크기와 말도 안되는 보폭을 생각한다면 차로 달리는 것보다 몇 배는 빠르지 않을까?
다만, 앞서 달리고 있는 두 사람의 마력이 끝까지 버텨줘야만 하겠지만.
“이대로 한 시간 더 달릴 수 있겠어?”
“그건… 힘들 거 같네요.”
“나도 마찬가지.”
이미 몇 시간 동안 계속 밀려오는 괴물들을 상대 하느라 진이 빠진 상태다.
오히려 아직 서 있는 자체가 기적이었다.
“그러니까 넌 쉬고 있어! 내가 혼자 유인할 테니까.”
“하지만…”
“이대로 둘 다 마력을 소모하는 것보다, 번갈아가면서 하는 편이 더 오래 시간을 끌 수 있잖아!”
“그럼 이솔씨가 먼저 쉬세요!”
“싫어! 니가 먼저 쉬어!”
“아니요. 이번엔 양보하지 않을 거에요!”
김이솔은 백화연을 한참 노려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이번엔 내가 양보할게. 그대신 강정혁은 내 꺼야.”
“네!? 지금 그 사람 이름이 왜 나와요!”
“그것 봐 싫지? 그러니까 네가 양보해.”
“그, 그럼 강정혁… 사, 사장님은 제 껀가요?”
“뭐?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하지만 이솔씨도 조금 전 그랬잖아요!”
두 여자는 등 뒤에서 거대한 괴물이 뒤쫓아오고 있는 와중임에도 이 황당한 주제로 한참 동안 실랑이 했다.
사람이 없는 곳이어서 다행이었다.
누가 봤다면 미쳤다고 손가락질 했을 거고, 본 사람이 어웨이크 레이디의 부사장인 안소라나 홍은영이었다면 잔소리를 하루 종일 들어도 부족했을 테니까.
결국 두 사람은 달리는 방향을 바꿨다.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린 다음, 괴물이 뒤쫓아 가는 사람이 계속 달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쉬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은 보기 좋게 실패해버렸다.
“백화연! 피해에에!
달리는 정면에서 갑자기 엄청난 열기 폭풍이 휘몰아쳤기 때문이다.
백화연은 다행이 늦지 않게 피할 수 있었다.
마법 자체가 스피드 보단 열기 그 자체에 중점을 둔 것 같았다.
“하아앗!”
김이솔은 공격이 날아온 방향으로 돌진했다.
‘그럼 그렇지. 아직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으니까.’
휴전선 인근에서 북쪽으로 수십 킬로미터를 내달렸다.
북한의 각성자들이나 중국의 각성자들이 단 한 사람 나타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게다가 지금 그녀들의 등 뒤에는 괴물이라는 말로도 다 표현하기 힘든 거대한 녀석이 뒤따라오고 있지 않은가.
적들 입장에서도 곤란한 상황일 것이다.
남쪽으로 내려 보낸 괴물이 역주행 중이니까.
‘단숨에 끝내야 해.’
지금 그녀에겐 장기전을 지속할 만큼 마력이 남아있지 않다.
최대한 빠르게 끝을 봐야 한다.
‘찾았다!’
한국의 각성자들이 사용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디자인의 마나 슈트.
새까만 수염에 선글라스를 착용한 남성이 4층 건물의 옥상 난간에 서 있었다.
김이솔은 허리띠에 고정된 칼집에서 단검을 한 자루 뽑았다.
그리고 곧장 남자를 향해 집어 던졌다.
단검은 김이솔의 마력을 휘감고 경로를 예측할 수 없이 변화무쌍하게 날아갔다.
‘꿰뚫어라!’
카아앙!
“!?”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또 다른 각성자가 단검을 깔끔하게 튕겨냈다.
‘한 놈이 아니었어.’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그녀의 초월 능력은 이기어검.
튕겨나간 검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재차 허공을 갈랐다.
“커헉!”
단검을 튕겨냈던 남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에 심장을 관통 당해 즉사했다.
근거리에서 이를 확인한 선글라스 낀 남성이 곧바로 화력을 폭발 시켰다.
김이솔의 정면으로 불타는 새 떼가 총알처럼 날아들었다.
“칫!”
그녀는 급히 지면을 박차며 옆으로 굴렀다.
조금이라도 선택이 늦었다면 새까맣게 탄 숯이 되어버렸으리라.
사용된 마법이 아까와 다르게 속도를 중시한 타입인 것도 있겠지만, 상대와의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마법이 도달하는 시간 역시 단축된 탓이었다.
아직 다 자라지 못한 벼가 빽빽하던 논 바닥을 몇 번이나 구른 김이솔은 곧바로 자세를 잡고 남자가 서 있던 옥상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새 어디로 사라졌지?’
섣불리 옥상 위로 쫓아갈 수는 없다.
숨어있는 각성자의 숫자도 모르는데 쓸데없이 마력을 낭비할 순 없으니까.
그때 그녀가 서 있던 논의 벼들이 바깥 쪽부터 일제히 불타오르며 그녀가 서 있던 중앙으로 범위를 좁혀오기 시작했다.
“이따위 불에 내가 눈 하나 깜짝할 줄 알아!?”
그녀는 손에 쥔 장도를 횡으로 길게 휘둘렀다.
그 궤적을 따라 탄생한 엄청난 풍압이 칼날이 되어 덮쳐오는 불길을 가르며 뻗어나갔다.
하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불은 꺼졌지만 회색빛 연기가 안개처럼 그녀를 삼켰다.
고작 십 여 미터 앞의 상황도 분간할 수 없었다.
이를 처음부터 예측하고 있었다는 듯, 상대는 이번엔 거대한 불 덩어리를 만들어 김이솔의 머리 위에 떨어뜨렸다.
쉼 없이 연계된 강력한 마법.
누가 어떻게 봐도 초월자가 틀림 없었다.
김이솔은 얼마 남지 않은 마력을 쥐어 짜 내, 자신을 짓누르려는 집채 만한 화염구를 반으로 가르며 논 가운데서 하늘 위로 뛰어 올랐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방법이 없었다.
우선은 적의 위치부터 찾아야 한다.
그러나 공중으로 뛰어오른 그녀의 시선을 빼앗은 존재는 초월자로 의심되는 화염 마법사가 아니었다.
“언제 여기까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거대한 그림자였다.
“안 돼…”
마력이 거의 바닥났다.
도망쳐 봐야 몇 분.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적들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쿠구구궁.
온 천지가 뒤흔들린다.
인근의 민가 건물들 중 일부가 힘 없이 주저앉았다.
놈이 그저 이동하는 것 만으로 세상에 지옥이 찾아온 것만 같다.
검을 밟고 허공에 뜬 상태로 허공에 머물러 있던 김이솔의 표정에는 체념이 어려있었다.
이제 한계다.
시간을 버는 것도, 죽지 않고 버티는 것도, 그를 기다리는 것도.
그런 그녀에게 야속하게도, 지면부터 생성된 불길이 맹렬히 타오르며 세차게 솟아올랐다.
콰광!
“김이솔씨! 지금 멍청하게 뭐하고 계신 거에요! 빨리 도망쳐요!”
새하얀 섬광이 번뜩였다.
백화연이 날린 마력 화살이었다.
불이 솟아오르던 지면이 화살에 의해 미사일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움푹 패였다.
“괴물이 뒤쫓지 않으면 쉬라고 했잖아! 대체 왜 따라 온 거야! 이 멍청아!”
“대답할 시간 없어요! 빨리 달려요!”
김이솔의 머리 위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윽고 기간트의 거대한 발이 그녀의 머리 위에서 육중하게 떨어져내린다.
“빨리이이이!”
“하여간 성가시긴…”
김이솔은 급히 밟고 있던 검을 박차며 반대 쪽으로 뛰어내렸다.
기간트의 거대한 발이 그녀의 등 뒤에서 불과 수 미터 떨어진 곳을 짓밟았다.
엄청난 후폭풍이 그녀를 집어 삼켰다.
그때, 먼지를 뚫고 나타난 백화연이 김이솔의 허리를 잡아 채 들고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죽는다고요!”
“이거 놔! 이러다 둘 다 죽어!”
“안 돼요. 사장님이 슬퍼할 거에요!”
“…!?”
김이솔의 표정이 뾰루퉁해졌다.
“진짜 그 남자는 이런 상황에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지금 오고 계실 거에요. 그러니까 조금만 버텨요.”
“흥. 알았으니까 이거 놔. 스스로 달릴 테니까.”
“아뇨! 이솔씨는 이제 숨어 계세요. 제가 유인할 테니까. 북한 측에서 견제가 들어와도 원거리 딜러인 제 쪽이 유리해요.”
김이솔은 뭐라 대답할 수 없었다.
이미 마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으니까.
“우리 조금만 버텨봐요. 사장님께서 곧 구하러 와주실 거에요. 그런 분이시잖아요.”
“좀… 닥쳐.”
“저 괴물 때문에 북한 측 각성자들도 어쩔 수 없나 봐요. 공격이 멈춘 거 보면.”
“방심하지 마. 언제 어디서 덮쳐올지 모르니까.”
과과과- 콰과과광!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화연이 내달리던 정면의 지면이 폭발했다.
엄청난 범위었다.
화약에 의한 폭발로 보였다.
“따, 땅이…”
발을 내디딜 지면이 개판이 됐다.
기름을 뿌려 놨는지 메케한 검은 연기를 뿜으며 사방이 타오르고 있다.
더는 북쪽으로 접근 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문제는 아직도 그녀들의 바로 뒤를 거대 괴물이 뒤쫓고 있는 상황.
“콜록, 콜록… 이, 이제 어떻게 하죠?”
“나도 몰라.”
기름 타는 연기를 들여 마신 둘은 연신 기침을 하기 바빴다.
최대한 숨을 참아 보지만, 이제 방법이 없었다.
마력도 거의 고갈 되었고, 정면은 깊이 패인 불타는 대지.
반대 쪽에선 기간트 엘리게이터.
“넌 옆으로 달려. 내가 시간을 끌 테니까.”
“또 그 소리! 싷어요!”
“가라면 좀 가!”
“싫다고요!”
두 사람이 또 다시 실랑이 하는 동안, 거대 괴물의 그림자는 어느덧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윽고.
모든 것을 짓뭉개버리는 거대한 발바닥이 그녀들의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
“어?”
이상했다.
떨어져 내릴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떨어져 내리던 발바닥이 공중에서 그대로 멈췄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뭐지? 너 뭔가 했어?”
“아, 아니요?”
그때 거대한 목소리가 그녀들의 고막을 때렸다.
마력이 가득 실린 엄청난 크기의 목소리였다.
“두 사람 거기서 뭐해! 빨리 꺼져! 쥐포처럼 납작해 지기 싫으면!”
그녀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목소리.
강정혁의 목소리였다.
물론,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형태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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