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34)
천여운이 마교의 고수 양성 기관 마도관에 입관했던 시절.
그에게는 훌륭한 스승이 있었다.
그 스승의 이름은 섭맹.
천마신교의 우호법이다.
천여운을 마음에 들어 했던 섭맹은 당시 천마신교를 좌지우지 했던 여섯 종파의 감시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제자로 받아들였다.
[클클, 제자야. 너는 어찌 이런 근골을 지니고도 누구 한 명의 발탁조차 받지 않은 것이 신기하구나.]천여운을 가르치던 섭맹이 했던 말이다.
나노머신으로 육체를 최상으로 재구축한 그는 무공을 익히기에 최고로 적합한 신체를 가질 수 있었다.
섭맹은 이것에 늘 감탄했었다.
[참으로 기이하다. 기이해. 특수한 신체도 아닌데, 어찌 이런 근골을 지녔을고.] [특수한 신체? 그게 무엇입니까?] [궁금하느냐? 클클. 하긴 알아둬서 나쁠 건 없지. 간혹 무공을 익히기에 최적의 신체들이 있다.] [최적의 신체?] [뭐 사실 세부적으로 분류하자면 굉장히 많지만 자질구레한 것들은 기억할 필요가 없지. 클클, 현재 네 근골과 가장 흡사한 천 년에 한 번 내릴까 말까 한다는 천무지체 정도만 기억하면 된다.] [천무지체!] [전설에 의하면 본교를 세우신 개파조사이신 천마께서 천무지체를 타고나셨다는 말이 있지.]무공을 익히는데 가장 탁월한 신체.
그것이 천무지체이다.
타인과 비교해 월등한 성취를 지닐 수 있는 이 신체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그 조건을 갖추기기 힘들었다.
[뭐 그 외에도 천무지체에 버금가는 신체들도 있지만 대개가 위험부담을 안고 있어서 실상은 큰 의미가 없다.] [위험부담이라 하시면?] [뭐 구음절맥이나 태양절맥은 무한에 가까운 타고난 음기와 양기를 지녔다고 하지만 워낙 방대한 기운으로 스무해를 못 넘긴다고 한다. 그런 몸은 가져봐야 큰 의미가 없지. 클클.] [스무해라…..확실히 불행한 운명이군요.]일종의 리스크다.
리스크를 지고서 강해지는 것만큼 무의미한 것도 없다.
그것이 끝이라 여겼을 때, 우호법 섭맹이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천무지체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신체가 있다.] [그게 무엇입니까?] [천살성을 타고난 자만이 가진다는 혈살지체] […..사기가 느껴지는 이름이군요.]천무지체와 달리 굉장히 섬뜩한 이름을 가졌다.
[이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신체들과 달리 매우 위험하다고 전해지지.] [어째서입니까?] [천살성은 평생 타인을 죽여야 하는 운명을 지녔다고 하더구나. 그런 살업을 지고서 태어나는 그것이 위험한 것은 만사를 소멸시키는 혈살기를 타고 난다고 했다.] [만사를 소멸한다라….광오한 말이군요. 실제로 천살성이 무림에 나타난 적이 있습니까?] [그건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기록에서는 천살성이 나타나면 무림뿐만이 아니라 인세에 대혈겁이 일어나기에 반드시 죽여야한다고 말이다.]그런 이유에서 천살성이 제대로 모습을 드러나지 않은 것일지도 몰랐다.
[스승님. 그런데 천살성인지 아닌지는 어찌 구분합니까?] [특유의 살기 때문에 금방 들킬 게다.] [……만약 그것을 조절할 수 있다면요?] [조절?]그 질문에 섭맹이 묘한 표정을 짓더니, 너털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클클, 천살성은 살업을 타고났기에 살기를 감출 수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그것을 감출 수 있을 정도로 훈련이 되었다면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지.] [간단한 방법?] [그건…..]-팡!
천여운의 공력이 실린 손바닥에 사요기의 칠공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심지어 밑으로 눌리는 바람에 목이 꺾인 그가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지려 했다.
“아직이다.”
천여운이 그의 멱살을 붙잡고서 이번에는 복부를 향해 발경을 내질렀다.
-파악!
“끄웩!”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과 함께 사요기가 피를 게워냈다.
한방 한방이 일수에 사경으로 보낼 수 있는 위력인데도 불구하고 사요기는 용케도 숨이 넘어가지 않았다.
‘튼튼하군.’
마족을 보는 듯하다.
확실히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봐도 무방했다.
보통이라면 이 정도까지 당한다면 기세가 한층 꺾여서 살려달라는 말이 나올 법했지만, 사요기는 아니었다.
-으득!
사요기가 이를 갈았다.
계속되는 고통은 그에게 분노를 가져왔다.
내재된 특유의 살(殺)을 누르기 위해 그는 양조부가 익히라고 한 청호경을 늘 외운다.
청호경(淸湖經)은 서천 대납사의 고명한 주지승이 만든 마음을 다스리는 경이다.
‘잔잔한 호수가 달빛에 비추는 것처럼 마음을 가지런히….젠장! 젠장!’
점차 강해져가는 살을 청호경을 통해 바로잡으려고 하는데, 계속 되는 고통이 습관처럼 외우던 것을 억눌렀다.
지금 당장 자신에게 고통을 준 저 자를 찢어 죽여야 이 속이 풀릴 것 같았다.
“크아아아압!”
사요기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를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천여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죽여버리겠어!”
조금 전 보다 훨씬 쾌속하면서 짙은 살기를 발산했다.
게다가 원래는 동공만 붉었던 것이 어느 순간 눈동자 전체가 붉게 빛났다.
‘이게….정말 인간의 살기인가?’
허봉이 혀를 내둘렀다.
지독한 살기는 사악함마저 느껴졌다.
-파팍!
백무도라는 명칭에 걸맞게 권법과 각법 또한 보통이 아니었다.
하지만 천여운은 여전히 가만히 서있는 상태로 한 손만 사용하며 사요기가 펼치는 권각술을 막아냈다.
‘더! 더! 더 강하게!’
사요기의 살기가 더욱 강해졌다.
-찌릿!
손을 타고 들어오는 공력이 굉장했다.
‘살기가 짙어지는 것만으로 공력이 이 정도로 오르다니?’
공력에 제한이 없는 듯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
직접 손을 섞고 있는 천여운은 확연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사요기가 광기가 넘치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죽여버릴 거야!”
“그건 네 능력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뭐?”
-꽉!
천여운이 사요기의 얼굴을 빠르게 낚아챘다.
“읍!”
그 상태에서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쾅!
사요기의 머리통이 바닥을 파고들었다.
이를 중심으로 5미터 가량이나 바닥에 균열이 일어났다.
“호오. 이것도 견뎌?”
뇌진탕이 아니라 머리가 박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위력이었는데, 사요기의 몸이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꽈악!
천여운이 손아귀를 더욱 힘을 주려했다.
그때 그의 몸에 이변이 일어났다.
‘기운이?’
-고오오오오!
붉은 운무가 유형화되며 뿜어져 나오더니, 폭발적으로 상승한 기운에 의해 천여운의 몸이 뒤로 튕겨나갔다.
-파앙!
천여운의 몸이 10미터 가량 허공으로 밀려나서는 멈춰 섰다.
멈춰 선 천여운이 날카로워진 눈매로 붉은 운무로 뒤덮인 사요기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혈살지체.”
혈살지체는 단순히 근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저렇게 혈살기를 유형화할 수 있는 단계의 각성을 의미한다.
천여운이 계속해서 그에게 자극을 준 것은 완전한 혈살지체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파스스스!
유형화된 혈살기에 닿은 땅이 녹아내리듯이 소멸했다.
완전한 혈살지체로 변한 사요기가 두 팔을 벌리자, 유형화된 혈살기가 날개처럼 활짝 펴지며 그의 몸이 위로 떠올랐다.
사요기가 천여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놈을 죽인다.”
평정심을 되찾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지독한 살기가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사요기가 천여운 이외에도 허봉부터 멀리 언덕 위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무림인들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전부 죽는다. 생은 오직 사를 위해 존재한다.”
천살성의 업에 완전히 먹힌 듯 했다.
기록에 남겨진 구전대로라 한다면 혈살지체가 된 천살성은 만사를 소멸시킬 때까지 살업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죽인다!”
-팟!
사요기의 신형이 번개처럼 천여운을 향해 날아왔다.
무서울 정도의 사악한 기세에 허봉이 소리쳤다.
“주군!”
평소라면 걱정하지 않겠지만 자신과 싸울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난 역량에 천여운이 우려가 되었다.
그런데 천여운이 입 꼬리를 올리더니 검결지를 내밀었다.
그 순간,
“끄억!”
하늘을 날아오르던 사요기가 심장을 움켜잡고서 멈춰 섰다.
심검(心劍)이 심장에 박힌 것이었다.
-찌릿! 찌릿!
사요기가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더욱 강한 혈살기를 내뿜었다.
심검을 방출시키기 위해서였다.
“안 그러는게 좋을 텐데.”
“풋!”
천여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요기의 입에서 선혈이 터져 나왔다.
“내가 죽일 각오로 쓴 심검은 네 역량으로 빼낼 수 없다.”
-슥!
천여운이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러자 허공에 네 자루의 검은 무형검이 생겨났다.
천여운이 이를 사요기를 향해 손을 뻗자, 네 자루의 무형검이 엄청난 속도로 사요기에게로 쇄도했다.
-푸푸푸푹!
“크아아아악!”
양팔과 양다리에 꽂힌 무형검에 의해 사요기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쾅!
사요기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어, 어떻게 혈살지체를 뚫고서….”
심검에 의한 격통으로 이성을 되찾은 모양이었다.
만사를 소멸시키는 혈살기를 갑주처럼 두른 혈살지체는 완벽한 무기임과 동시에 완벽한 방패이기도 했다.
그런 혈살기가 뚫렸다.
-슥!
그때 천여운이 그의 앞에 내려오며 말했다.
“정신을 되찾았나 보군.”
그 말에 사요기가 내심 놀라워했다.
혈살지체로 변한 상태에서 이성을 되찾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설마 압도적인 역량으로 이를 깨울 줄은 몰랐다.
“대체 당신은….끄윽!”
심장의 격통이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끊임없이 심검이 그의 심장을 분해하려 들었다.
천살성의 말도 안 되는 회복력이 아니라면 죽었을 지도 몰랐다.
“네 양조부도 네가 천살성인 걸 알고 있나? 그것도 혈살지체의 단계까지 이른 것도.”
그 물음에 사요기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자에게 숨겨봐야 의미 없는 일이었다.
‘양조부 이외에도 이런 괴물 같은 자가 세상에 존재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폭주하는 그를 이렇게 만든 자는 양조부 말고 처음이었다.
심지어 이성마저 들게 만들었다.
‘어째서 이성이 돌아온 거지? 설마….내 몸을 파고드는 이 기운 때문에?’
그의 양팔과 다리에 박혀 있는 검은 무형검.
그것에서 흘러들어오는 흉폭하면서 혼돈에 가까운 어두운 기운이 혈살기를 억누르고 있었다.
사요기의 붉은 안광이 흔들렸다.
‘이 기운이라면 내 안의 살을 눌러줄 수 있지 않을까?’
살을 완전히 누를 수 있다면 그의 안에 내재된 모든 역량을 다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청수경을 외우며 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한계였다.
사요기가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무림의 일인자를 목표로 하는 그에게 큰 장벽이 된 남자다.
혈살지체 상태에서까지 진 것이 분했지만 지금처럼 불완전한 상태로는 절대로 이 사내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
사요기가 말했다.
“쿨럭….쿨럭…..내가 졌소.”
그런 그를 천여운이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사요기가 굳은 결심을 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나를 제자로 받아주시오!”
“제자?”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설마 그의 입에서 제자라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전을 하느니, 죽인다니 하던 녀석이 말이다.
“내게 이 검을 가르쳐주시오.”
사요기가 자신의 양팔에 박혀있는 검은 무형검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천마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적에게 가르침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냐? 웃기는 놈이로군.”
“지금…..살업을 지고 있는 내 몸으로는 당신을 이길 수 없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소.”
천여운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꼭 그의 말투만 들으면 여전히 자신을 목표로 삼는 듯 했다.
“꽤 불순한 목적으로 보이는구나.”
“내가…..내가 당신을 뛰어넘어 보이겠소!”
“…….”
“당신 정도 되는 자라면 적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소. 강자에게 상대가 없다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겠소.”
사요기는 진지한 눈빛으로 천여운에게 말했다.
그 진심에 천여운이 피식 웃었다.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말하는 자는 난생 처음이었다.
“내 목을 노리는 자를 내 손으로 키우라는 것이더냐?”
천여운의 표정을 보고서 자신의 진심이 통했다고 생각했는지 사요기가 격통 속에서도 대범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것이오.”
그런 그를 내려다보던 천여운이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는,
-푹!
‘!?’
천마검을 사요기의 가슴에 박아 넣었다.
전혀 예상지 못한 일검에 사요기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 제자로….받아….준….게…..”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싸늘하게 인상을 굳히며 말했다.
“어디서 소설 같은 걸 많이 읽었나 보지?”
“컥…컥….”
“뭐 실망하지 마라. 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받아주려 했다. 고스트로.”
-스스스!
천마검에서 푸른빛의 귀기가 흘러나오며 사요기의 몸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체내의 생기가 빨리며 사요기의 몸이 서리가 내린 것처럼 하얗게 변색되어 갔다.
그런 그를 쳐다보며 천여운이 입 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혈살지체 고스트라….괜찮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