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208)
“와아아아아아아!!!”
새롭게 나타난 천여운 산하의 마족들로 인해 전황이 다시 바뀌었다.
오백여 명에 이르는 지하 수감소에 갇혀 있던 마족들은 하나 같이 백작 상위에서 후작 급에 버금가는 존재들이었다.
그들의 발산하는 마력에 마왕 휘하 마족들의 얼굴이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온다!”
“막아랏!”
마족들이 위에서 덮쳐오는 이들에 전열을 가다듬었다.
‘대, 대체 이게 뭐야?’
방위군을 통솔하는 소장 조윤은 성서에서나 나올 법한 기이한 전쟁에 지휘하는 것도 잊고서 넋을 잃고 말았다.
그들이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보좌하는 장교들조차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스륵!
마왕 타우라의 섬뜩하면서도 날카로운 마안(魔眼)이 한 존재에게로 꽂혔다.
그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조쉬프 공작이었다.
두 눈의 녹색 안광 때문에 다소 흉흉한 기세가 느껴졌지만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와 한 점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살아 있었나?’
마왕은 그가 죽었다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머릿속에서는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는 분란의 씨앗이었다.
마왕의 좌에 오른 후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위협했다.
‘칼리아프….조쉬프.’
자신을 의심하는 그 두 존재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어찌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있겠는가.
마왕 타우라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둘 다 죽일 수 있겠구나.”
-씨익!
단순히 감정을 드러냈을 뿐인데, 일대를 뒤엎을 만큼 엄청난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될 정도였다.
‘말도 안 되는 위압감.’
‘저건 괴물인가?’
마왕의 존재감은 공포를 가져왔다.
흉흉한 오오라가 모든 이들의 심장을 옥죄일 만큼 강렬했다.
‘타우라!’
천여운의 명령에 지상으로 내려가려 했던 조쉬프 공작이 멈춰 섰다.
자신을 향해 명백하게 전해져오는 짙은 살기.
그것은 어떠한 생명을 지닌 존재들도 두려움에 떨게 만들 만큼 위협적이었지만 그에게는 아니었다.
오랜 세월 동안 모두가 꺼려하는 지하 수감소에 숨어서까지 한 존재를 미워했다.
“타우라아아아아아!”
조쉬프 공작이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자 그에게서 엄청난 풍압이 일어나며 전신이 녹색 빛으로 물들었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역한 냄새.
그것은 독(毒) 그 자체였다.
“조쉬프 공작!”
지상의 전장으로 향하려고 했던 칼리아프 대공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혹시나 이런 상황이 될까봐 우려했는데 역시나였다.
게이트로 오기 전부터 마왕 타우라를 향한 분노를 불태웠던 그였다.
칼리아프 대공이 그를 만류하려 했다.
“조쉬프 공작! 혼자서는 무리….”
-칼리아프!
그때 누군가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칼리아프 대공이 고개를 돌려보니, 그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은색 빛의 무언가가 보였다,
“에버단!”
은색 빛에 붉은 눈동자.
그는 진각성한 에버단 대공이었다.
“감히 율법을 어기고 반역을 들다니!”
칼리아프 대공이 반역을 저지른다고 확신한 에버단 대공은 그를 막기 위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칼리아프 대공이 난처해했다.
원래의 전력이라면 그가 에버단 보다도 한 수 위였다.
하지만 천여운에게 한 팔을 잃고 나서 상당히 전투력이 감소된 상황이었다.
‘별 수 없군.’
상대를 가릴 수 있는 선택권은 없었다.
칼리아프 대공이 얼굴로 손을 올리며 진각성을 하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륵!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에버단 대공의 앞을 누군가 가로막았다.
-흥!
에버단 대공이 본능적으로 자신의 앞을 막은 자를 치워버리기 위해 수도를 날렸다.
가볍게 휘둘렀지만 허공을 가르는 풍압만 들어도 태산도 무너뜨릴 기세였다.
-파아아앙!
그런데 상대는 그의 수도가 가볍게 막아버렸다.
어지간하면 막는 것 정도로 놀랄 에버단이 아니었지만,
-인간?
그의 일격을 막은 것은 같은 일족이 아니었다.
인간인 천여운이었다.
칼리아프 대공의 배신에 더욱 신경이 가면서 미처 그를 잊고 있던 에버단 대공이 같잖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인간 주제에 제법 하는구나. 놀아주고 싶다만 지금은 네놈을 상대할 시간이…
“네놈이 저렇게 만들었나?”
-뭐?
천여운의 검지손가락이 향하는 곳.
그곳은 용천 그룹의 본사 건물 밑에 비참한 몰골의 금모 구미호였다.
새까맣게 타들어간 털과 화상을 입은 피부.
보기만 해도 안쓰러울 정도의 모습이었는데, 에버단 대공의 눈매가 초승달을 그렸다.
-이제 알겠구나. 저 짐승의 원수라도 갚고 싶은가 보구나.
“네놈이 한 게 맞나?”
천여운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심기 불편한 감정.
이를 느낀 에버단 대공은 일부러 그를 자극하고 싶었는지 비아냥 거리 듯이 말했다.
-노릇노릇하게 타들어가는 것이 먹기 좋게 익지 않았느냐? 네놈도 원한다면 저리 만들어줄 수…
-탁!
그때 천여운의 손이 그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너무 자연스럽게 올라간 통에 무방비 상태로 머리를 내어준 에버단 대공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지금 감히 인간따위가 본 대공의 머리를….
“각오는 했겠지?”
-뭐?
-콰드드득!
-끄아아아아악!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의 손가락이 에버단 대공의 머리를 파고들었다.
진각성한 그의 신체는 어떠한 병장기로도 꿰뚫을 수 없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손가락이 파고든 것이다.
-이노오오옴!
고통 이상으로 분노한 에버단 대공의 두 손에 은빛 섬광이 물들었다.
박수 치듯이 은빛 섬광을 교차하며 에버단 대공이 천여운의 몸통을 반으로 가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천여운의 손이 빨랐다.
-콰아아앙!
-끄웩!
-우드드득!
망치질을 하듯이 천여운이 주먹으로 머리를 내려치자, 에버단 대공의 목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몸속으로 파고들며 그의 몸이 지상으로 추락했다.
-슈우우우! 쿠웅!
“금방 오지. 잠시만 막고 있어라.”
천여운이 칼리아프 대공에게 그 말을 전해놓고 지상으로 내려갔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칼리아프 대공이 무심결에 고개를 돌려서 천여운이 쳐다보았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진각성한 조쉬프 공작이 달려들고 있는 마왕이 있는 곳이었다.
‘이런…..’
잠시 막고 있으라 한 존재가 마왕이었다.
지상으로 떨어진 에버단 대공의 목이 몸속에서 빠져나오며, 부러진 뼈들이 복구되었다.
-드드드드득!
칼리아프 대공만큼은 아니었지만 그 역시도 재생력이 탁월했다.
에버단 대공이 어지러운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크윽.
그는 방금 전에 맞은 일격으로 상대가 절대로 자신보다 아래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놈 인간이 맞나?’
진각성한 자신에게 타격을 입혔다.
같은 대공 급을 상대로도 이렇게 당한 적이 없었다.
-슉!
그때 그의 앞으로 천여운이 착지했다.
에버단 대공이 다급히 손을 뻗으며 은빛 섬광을 최대 마력으로 발산하려 했다.
그 순간 날카로운 예기가 그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촥!
-끄악!
은빛 섬광을 발산하기도 전에 그의 오른팔이 잘려나갔다.
‘이런 미친!’
공격할 틈조차 주지 않자 에버단 대공이 당황해서 뒤로 몸을 날렸다.
‘이러다 죽겠어.’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에버단 대공이 전신을 은빛 섬광으로 물들였다.
-우우우우웅!
이것은 공수일체가 가능한 기술이었다.
이 상태가 된다면 자신을 공격해오는 적이 오히려 낭패를 보게 된다.
‘거리를 최대한 벌려서 놈을 제압…’
-슉!
그때 천여운의 신형이 코앞까지 파고들었다.
거리를 벌리고 자시고 할 틈도 없이 앞까지 다가온 천여운이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멍청이!’
에버단 대공이 천여운을 비웃었다.
전신을 은빛 섬광으로 보호하고 있는데 맨손을 들이 내미는 패착을 보였다.
그런데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화르르르륵!
천여운의 손이 검은 불꽃으로 뒤덮였다.
-아닛?
검은 불꽃에 물든 천여운의 손이 그의 얼굴을 그대로 낚아챘다.
-치이이이익!
은빛 섬광이 얼굴을 감싸는데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그 상태에서 천여운이 에버단 대공을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처박아버렸다.
-콰아아아앙!
머리를 박는 순간 바닥에 갈라지며 지형이 뒤틀렸다.
반경 백 미터에 이르는 지름 크기의 구덩이가 생겨날 만큼 엄청난 위력이었다.
그런데 이런 고통은 그나마 나았다.
-화르르르르륵!
얼굴을 시작으로 전신으로 번져나간 검은 불꽃.
그것이 보호하고 있던 은빛 섬광마저 태워버리고 전신을 파고들었다.
-치이이이익!
-끄아아아아악!
신체의 외부와 내부를 동시에 태우는 검은 불꽃에 에버단 대공이 비명을 질렀다.
몸부림을 치며 천여운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천여운이 얼굴을 짓누르는 힘은 더욱 강해졌다.
-놔줘! 끄아아악! 제발! 놔….
괴로워하는 그에게 천여운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노릇노릇해서 되나? 바삭하게 태워주마.”
‘이, 이놈?’
그 말에 에버단 대공은 고통스러운 와중에 오싹해져왔다.
받은 것은 그 이상으로 돌려주는 천여운이었다.
* * *
정신이 혼미해져가고 있는 금모 구미호.
움직일 기운도 없는 그녀의 눈동자로 검은 무언가가 보였다.
‘이건?’
새까맣게 타들어가서 붉은 눈동자만 보이는 그것은 바로 에버단 대공이었다.
-제발…..제발…..그냥 죽여줘.
에버단 대공이 그녀를 바라보며 허우적거리며 죽여 달라고 애원했다.
검은 불꽃이 계속 체내와 체외를 불태우는데도 재생력 때문에 쉽게 죽지도 못해서 너무나도 괴로웠다.
그 괴물 같던 놈이 애원하는 모습은 싱그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대요괴란 이름이 아깝군. 이런 쓰레기를 상대로 고전하다니.”
귓가를 울리는 퉁명스러운 말투.
이를 들은 금모 구미호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
‘천마…..’
그런 그녀의 눈동자로 새까맣게 불탄 에버단의 목덜미를 잡고 있는 천여운의 모습이 보였다.
금모 구미호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역시 닮았어.’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것을 건들면 지독히도 싫어하는 모습.
천여운을 볼 때마다 천마의 향수가 떠올라서 아련해졌다.
그녀가 마지막 힘을 끌어내서 의지를 전했다.
-그래도….떠나기 전에….보게 돼서….다행이야.
겨우 숨을 이어나가게 만들던 요력도 거의 바닥이 났다.
천여운을 마지막으로 보고 가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만족했다.
-네…..선대가….질투하나….보다….빨리 오라고…..
금모 구미호의 눈동자가 점차 생기를 잃어갔다.
그때 천여운이 그녀의 미간에 손을 얹었다.
“누가 보내준다 더냐.”
-그렇게….좋다고 할 때는…모른 척 하더니…이제야….
“착각하지 마라.”
-우우우우웅!
‘!?’
그 순간 그녀의 미간을 타고서 방대한 요력이 밀려들어왔다.
‘아!’
초점이 흐릿해져가고 있던 그녀의 눈동자가 진해졌다.
단순히 요력을 전달했다면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데 시간이 걸렸겠지만, 천여운이 전달하는 이것은 달랐다.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요력은 원래 그녀의 것이었다.
“내겐 쓸모없는 힘이다. 가져가라.”
체화되지 않은 요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는데, 요긴하게 쓰였다.
방대한 요력이 꿈틀거리며 타들어간 금모 구미호의 신체 부위들이 빠른 속도로 재생하기 시작했다.
살아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천여운이 중얼거렸다.
“좀 더 부려먹어 주마.”
귓가로 들리는 목소리에 금모 구미호의 입술이 실룩거리며 올라갔다.
* * *
한편 상공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끄으으으으.
마왕 타우라의 손에 목이 붙잡혀 있는 조쉬프 공작.
녹색 독기를 내뿜으며 죽을 각오로 덤볐던 그의 모습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축 늘어진 그의 몸에서 하반신이 보이지 않았다.
-컥….컥….
그와 한참 떨어진 곳에서 칼리아프 대공이 진각성을 한 채로 거대한 검은 손에 붙잡혀서 온몸이 뒤틀린 채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이….이 정도 격차라니….’
바무트 지하 수감소에서 대공 급으로 성장한 조쉬프 공작.
삼대공 중에 최고라 불리는 자신이 합공으로 덤볐는데,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일어났다.
심지어 마왕은 진각성조차 하지 않았다.
마왕 타우라의 힘은 그야말로 신에 가까웠다.
“뭘 믿고 내게 덤빈 것이더냐? 조쉬프 공작. 끝까지 몸을 숨겼어야지.”
마왕 타우라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그런 그에게 조쉬프 공작이 힘겹게 말했다.
-릿샤…..
“뭐?”
-라릿샤께서 돌아오셨다.
“라…..릿….샤?”
그때 마왕 타우라의 하반신 갑주가 떨리며 공명음을 냈다.
유일하게 남아있던 아리샤의 갑주에서 일어난 이현상에 의아해하고 있는데, 그 순간 날카로운 예기가 느껴졌다.
-팍!
마왕 타우라가 본능적으로 조쉬프 공작에게서 손을 뗐다.
간발의 차이로 검은 선이 허공을 갈랐다.
-촥!
조금만 늦었어도 검은 선이 조쉬프 공작을 잡고 있던 자신의 손목을 갈랐을 것이다.
‘이건……’
-스륵!
눈매가 날카로워지고 있는 마왕의 앞으로 기척이 느껴졌다.
마왕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의 간격으로 어느새 천여운이 들어와 있었다.
“네놈이 마왕이냐?”
좀 더 자신보다 높은 고지에서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말하는 천여운의 모습에 마왕의 미간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