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210)
공명음을 일으키는 천마검.
그 모습에 마왕 타우라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리샤의 무구들은 모두가 마왕의 권능과 그 힘을 승계한 자신과 심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누가 가지고 있다고 한들 진정한 주인이 될 수도, 제 능력을 발휘할 수도 없다.
그런데 검이 그를 거부하고 있었다.
“돌아와라.”
마왕이 마력마저 발산해가며 검을 회수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러는 것이 무색할 만큼 천마검은 천여운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왕의 마안에 분노가 서렸다.
“왕의 곁을 지켜야 할 무구가 제멋대로 주인을 택해? 좋다. 그렇다면 네놈이 그리 좋아하는 주인 놈을 죽여야 겠구나.”
-차차차차착!
마왕이 손을 내밀자, 발목에 있던 갑반이 해체되며 채찍의 형태가 되어 그의 손에 쥐어졌다.
“흥!”
마왕이 채찍을 휘두르자, 그것이 길어지며 천여운을 향해 뻗어왔다.
천마검이 공명음을 내며 자신을 휘둘러 달라는 것처럼 들썩거렸다.
천여운이 천마검을 쥐고서 입 꼬리를 올렸다.
“뜻이 통했구나. 천마검.”
-차차차창!
천여운이 자유자재로 천마검을 휘두르며, 쇄도해오는 채찍을 쳐냈다.
튕겨져 나가는 채찍의 모습에 마왕이 소리쳤다.
“아리샤의 채찍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
-휘리리릭!
마왕이 채찍에 마력을 불어넣자, 아리샤의 채찍이 갑자기 굵어지며 한없이 길어지더니 순식간에 천여운의 주위를 회전하며 결계처럼 둘러쌌다.
어떤 상대이든 봉(封)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리샤의 채찍이다.
그렇게 주위를 에워싼 아리샤의 채찍이 공간을 줄여가며 천여운을 채찍 속으로 포박하려들었다.
천여운이 천마검을 들고서 허공에서 기수식을 취했다.
‘마신검공.’
그 상태에서 천여운이 천마검을 회전시키자 화려한 검세가 일어났다.
-촤촤촤촤촤촤촤촤!
스물네 개의 검식이 복잡한 형태로 맞물리면서 빼곡한 폭풍의 검망을 만들어냈다.
마신검공 제 3초식 검신폭우(劍神瀑雨)였다.
-차차차차차창!
검신폭우의 검초가 날카로운 회오리 검망을 만들어내며, 주위를 조여오는 채찍들의 압박을 튕겨냈다.
그러자 압박하려 했던 채찍이 줄어들지 못하고 군데군데가 늘어나며 튕겨나갔다.
이것을 보던 마왕이 다른 손을 내밀었다.
“가서 도와라!”
-차차차차착!
마왕의 흑색 투구가 분해되어 륜(輪)으로 변해 굉장한 속도로 회전을 하며 채찍 속으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하반신의 갑주들 또한 분해되더니, 12자루의 단검이 되어 날아갔다.
-슈슈슈슈슈슉!
그렇게 날아오는 륜과 12자루의 단검은 마왕의 마력을 머금고 검은 빛을 내면서 천여운의 사지를 노렸다.
절묘하게 날아오는 세 무구에 천여운이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기본으로 돌아가게 하는군.”
그 말과 함께 천여운이 그림자 속에 왼손을 뻗었다.
그리고 나서 뭔가를 잡아당겼는데,
-챙!
날카로운 발도 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백색의 도신을 가진 도였다.
천여운이 자랑하는 양대 병기 중 하나인 백룡도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슥!
천여운이 오른손으로 천마검을 쥐고서 왼손으로 백룡도를 쥐자, 밑에서 함성 소리가 더욱 커졌다.
“와아아아아아아!!!”
천마신교의 교인들의 외침 소리였다.
전설로만 들어왔던 마신의 우검좌도의 모습에 모두가 열광한 것이었다.
천여운의 세 수하들인 허봉, 문란영, 백기 또한 정말 오랜만에 보는 우검좌도의 모습에 과거가 떠올랐는지 전율을 느꼈다.
“주군 보여주십쇼오오오!”
허봉이 신이 나서 외쳤다.
-우우우웅!
천마검과 백룡도가 동시에 공명음을 냈다.
‘너도 반가운가 보구나.’
그 생각처럼 양대병기들이 파트너를 만나 기뻐하는 듯 했다.
천여운이 피식 웃으며 천마기로 양대병기를 둘러싸며 우검좌도의 초식을 펼쳤다.
-촤촤촤촤촤촤!
오른손의 천마검으로 마신검공의 제 4초식 변해무정(變海無情).
왼손의 백룡도로는 극도신무의 제 7초식 팔선도경(八僊刀競).
-차차차차차차창!
두 양대병기에서 펼쳐지는 최강의 검법과 도법의 초식들이 기묘할 정도로 맞물리며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 변화는 마왕조차 느껴질 정도였다.
‘이건 대체?’
검초와 도초가 만나면서 만들어낸 파괴적인 흐름.
그것은 절대로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마왕이 인상을 굳히고서 두 손을 움직이며 세 아리샤의 무구들을 더욱 세밀하게 조절하며 그 빈틈을 노려보려 했다.
그러나,
-차차차차차차차창!
우검좌도가 만들어낸 완벽한 검초와 도초의 맞물림에는 그 작은 틈이 없었다.
오히려 검초와 도초의 격렬한 격류에 세 아리샤의 병기들이 휘말려서는 그대로 튕겨나가고 말았다.
-파파파파파파팍!
‘아닛?’
권능을 펼치는 세 병기가 튕겨나가자 마왕 타우라가 처음으로 당혹감을 드러냈다.
제 3차 대전쟁 때 이 조합으로 탈리샤의 최측근들인 사대 대전사들을 동시에 격퇴시켰는데, 그것이 깨져버렸다.
-촤촤촤촤촤촤촤촤!
그렇게 세 병기를 격퇴시킨 우검좌도의 초식들이 격렬한 파도처럼 마왕에게로 쇄도해왔다.
마왕이 굳어진 인상으로 소리쳤다.
“병기술에 일가견이 있나 보구나. 그렇다면 전부 먹어치워주마.”
-고오오오!
마왕의 마안에서 검은 빛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우검좌도를 펼치고 있는 천여운의 앞으로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쉬프 공작을 먹어치웠던 검은 구와는 비교도 안 되는 백 미터 가량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구가 입을 쩌억 벌렸다.
-쿠아아아아아아아!
그것은 그대로 천여운을 초식 째로 먹어치우려 했다.
엄청난 스케일에 천마신교의 교인들이 숨을 죽이고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마왕 휘하 마족들은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그래. 그럴 줄 알았지.”
초식을 펼치고 있는 천여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 순간 우검좌도의 초식의 궤적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쩌저저저저적!
천여운의 검과 도의 궤적이 닿는 곳의 공간이 깨지면서 날카롭게 변해갔다.
‘공간검!’
그것은 바로 공간검이었다.
우검좌도의 초식에 그대로 공간검의 묘리를 실은 것이었다.
공간도검이라 봐야 했다.
변화를 읽어낸 마왕 타우라 또한 심상치 않아했다.
“잔재주가 많구나! 소용없다. 통째로 먹어치우면 그만이다.”
검은 구가 더욱 크게 입을 벌리며 덮쳐왔다.
최강의 초식과 하나가 된 공간도검이 그대로 마왕이 만들어낸 검은 구의 입속을 파고들었다.
-쿠압!
검은 구속에 모든 것이 그대로 삼켜졌다.
“주, 주군!”
허봉이 놀라서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천여운의 초식이 저 검은 구를 부술거라 생각했는데, 그것을 통째로 먹어 치워버릴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크하하하하핫! 그러면 그렇지.”
“마왕 폐하의 디멘션 크리처 앞에서 살아남은 자가 있을 것 같으냐?”
“인간 주제에 제법 잘 싸웠지만 결국 똑같군.”
마왕군의 군단장들이 자축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이들은 마왕이 승리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들의 왁자지껄 거리는 소리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쩌저저적!
뭔가가 갈라지는 소리.
그와 함께 마왕 타우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파칙! 파칙!
거대한 검은 구에 균열이 일어났다.
이를 바라보던 마족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 갈라지고 있어.”
검은 구는 갈라지는 유리처럼 그 균열이 빠르게 이뤄졌다.
-쩌저저저저저저적!
갈라지는 균열 부위에서 빛이 새어나왔다.
뭔가 속이 불편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마왕 타우라가 이윽고 비명을 토해냈다.
“크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그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파차차차차차창!
균열이 가있던 검은 구의 조각들이 사방으로 튕겨나가며 그 속에서 공간을 뒤흔드는 검초와 도초의 궤적들이 뿜어져 나왔다.
“주군!”
“와아아아아아아!!!”
천마신교의 교인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 한 가운데서 천여운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검은 구를 파괴시킨 천여운이 그 기세를 멈추지 않고서 마왕을 향해 공간도검의 초식을 펼쳤다.
-쩌저저저저저적!
해일처럼 몰아치는 검초와 도초의 공간도검.
그것이 검은 연기를 토해내고 있는 마왕을 무서운 기세로 휩쓸려고 했다.
“이놈.”
디멘션 크리처가 깨지면서 타격을 받은 마왕이 뒤로 몸을 날렸다.
이를 놓칠 새라 공간도검이 그를 뒤쫓아 밀려왔다.
마왕 타우라가 입가의 검은 연기의 잔재를 닦아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인정하지. 네놈은 본 왕의 적수라 불릴만한 자다. 이제부터 본 왕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마.”
-슈우우우우!
뒤로 빠르게 날아가는 상태에서 마왕이 두 손으로 얼굴 앞을 교차시켰다.
그를 향해 공간도검을 펼치고 있는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진각성?’
그런데 그 모션이 달랐다.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는 모든 마력을 하나의 점으로 모으는 행위다.
이를 폭발시켜 마력을 증폭시키는 것이 진각성이다.
바로 그때였다.
-화아아아아아악!
그때 마왕 타우라가 있던 공간이 검게 물들었다.
그런데 그것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순식간에 사방을 검게 물들며 거대해져갔다.
덕분에 공간도검이 검은 공간과 맞닥뜨렸다.
-촤촤촤촤촤촤촤촤촤!
공간도검에 부딪친 검은 공간에서 격렬한 파공음이 흘러나왔다.
뭔가에 걸린 것처럼 앞에서 부딪친 느낌이 들었다.
거대한 벽을 때리는 것과 같았다.
“세…..세상에…..”
“이, 이게 대체….”
지상에서 이를 바라보는 천마신교의 교인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바라보고 있는 광경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는지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공간도검이 부딪치는 검은 공간.
그것은 검은 공간이 아니었다.
교주 천유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거, 거인!”
그들이 바라보는 상공에는 용천 부지 전체를 어둠으로 만들만큼 거대한 검은 거인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얼핏 보아도 삼사백 미터의 크기는 되어보였다.
말도 안 되는 거대한 저 존재가 내뿜는 엄청난 마력은 지상에 있는 천마신교의 교인들의 숨을 턱턱 막히게 만들었다.
공간도검이 그 존재를 베어내지 못하고 막히고 있었다.
“저, 저걸 무슨 수로 죽여?”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거대한 모습은 모두를 질리게 만들었다.
-슥!
마족들은 변한 마왕의 모습에 환호성이 아니라, 무릎을 꿇고서 머리를 숙이며 극진한 예를 취했다.
진정한 마왕체로 변한 왕에 대한 예우였다.
-스르르!
공간도검을 거둔 천여운이 최대한 뒤로 신형을 날렸다.
그리고 위를 쳐다보았다.
거대한 형태로 검은 대악마와 같은 모습이 된 마왕의 마안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인간.
한 마디를 내뱉었는데,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메아리처럼 퍼져 나왔다.
천지개벽을 만들어낸 반고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너무나도 전율적이었다.
-네 힘에 경의를 표하마. 본 왕이 진정한 마왕체를 보인 것은 라릿샤와 탈리샤 이후로 세 번째로구나.
스스로도 그 힘을 감당하기 힘들어 드러내지 않는 모습.
그것이 바로 마왕체였다.
역대 마왕들의 모든 권능과 마력을 담은 각성체.
이는 혼자서 행성을 멸망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본 왕의 앞에서는 공간을 다루는 힘도 그저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천지의 만물을 통제하는 권능을 보여주마.
-쿠르르르! 쾅쾅!
천지가 감응하듯이 하늘에 먹구름들이 모여들었다.
사방이 어둠으로 뒤덮히며 천둥번개가 몰아치며 사방이 허리케인들이 생겨났다.
-들썩들썩!
대지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천지의 변화에 지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공포로 질려버렸다.
“조, 종말인가……”
방위군의 총사령관 조윤은 털썩 주저앉아 중얼거렸다.
군인이라고 해도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그와 장교들, 그리고 군인들은 절망한 얼굴로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끝이야.”
금모 구미호의 입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 역시도 천마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천지의 변화는 도저히 아니었다.
“저건……신의 영역이야.”
인간이나 대요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천마 조사가 다시 살아난다고 해도 절대로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여겼다.
-인간. 꽤 흥미로웠다. 이제 네놈과 밑에 있는 것들을 세상에서 지워주마.
-쿠구구구구구구!
거대한 마왕의 손이 서서히 움직이며 천여운을 향해 뻗어갔다.
그런데 마왕이 내려다보고 있던 곳에 있던 천여운의 신형이 사라지며, 이내 거대한 마왕의 얼굴 앞으로 나타났다.
-공간 이동인가? 그래봐야 손바닥 안….
“마왕.”
-?
천여운이 마왕의 말을 자르고 그를 불렀다.
마왕이 의아한 눈으로 벌레보다도 작은 천여운을 쳐다보았다.
천여운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마왕에게 말했다.
“천지의 만물을 다스리는 힘이라고 했나? 그렇다면 보여주지.”
-무엇을 보여준다는 거지?
마왕이 비웃음을 치듯이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때 천여운이 허공을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우주의 이치마저 움직이는 공허경을.”
-우주?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 순간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던 하늘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지상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모든 이들이 그 변화에 경악하여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저, 저걸 봐!”
“하늘이 갈라지고 있어!”
거대한 마왕이 있는 곳보다 더 높은 상공이 갈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갈라지는 공간 속에서 푸른 하늘이 아닌 무수히 많은 별빛들이 가득한 우주의 모습이 보였다.
“우주?”
“지금 우주가 보이는 거야?”
지상의 모든 이들이 혼란스러워했다.
직접적으로 보이는 우주의 모습에 거대한 마왕의 마안조차 떨려왔다.
-이게 대체….
이것은 정말로 우주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천지의 공간이 갈라지면서 일어난 혼돈 그 자체였다.
천여운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손으로 허공을 움켜쥐고서 모든 힘을 다해 끌어당기는 시늉을 했다.
-콰드드드득! 고오오오오오!
그 순간 별빛들로 가득한 우주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네, 네놈 대체 무얼 하려는 것이냐?
“받아봐라. 이게 내 전력이다.”
천여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흔들리고 꿈틀거리던 우주 속에서 별빛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