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238)
-촥!
“자, 잠깐 국사 지금 뭘 하는 거요?”
쇠창살을 자르고 금옥 안으로 들어가는 천여운의 행동에 황제 주태겸에 놀라했다.
대체 무엇을 하려고 저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챙그랑!
“크아아아아!”
하나뿐인 왼팔이 쇠고랑에 묶여 있는 괴인.
남아 있는 신체들은 전부 썩어가고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역겹다.
천여운이 놈에게 다가갔다.
“조심하시오! 국사 놈에게 물리거나 할큄을 당하면…”
-콰드득!
“크케켁!”
황제 주태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괴인의 몸이 금옥 바닥을 파고들었다.
바닥에 머리가 반쯤 처박힌 괴인이 고통스럽기라도 한 것 마냥 괴상한 소리를 냈다.
‘하…..’
주태겸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괴인이고 뭐고 할 것 없이 마신 천여운 앞에서는 누구라도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천여운을 황태자 주치윤이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흠.’
천여운이 괴인의 혈을 손으로 짚었다.
어째서 이런 상태인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진맥하는 의원처럼 눈을 감고서 혈에 집중하던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상하군.’
괴인의 상태는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미묘한 상태였다.
생기(生氣)와 사기(死氣)가 동시에 공존했다.
보통 이런 상태가 있을 수는 없었다.
‘나노 어때?’
[생체학적으로 진상 규명이 힘든 상태입니다. 죽은 세포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나노의 스캔 능력을 통해서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이 현상은 인위적인 현상을 벗어났다.
그런데 더욱 기이한 것은,
‘이 기운…..그것과 많이 흡사하군.’
괴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천여운이 알고 있는 어떠한 것과 매우 흡사했다.
“망자산 근방에서 이놈을 주웠다고 했나?”
천여운의 물음에 황태자 주치윤이 대답했다.
“…..그렇소.”
“흠.”
천여운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이것만 봐서는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무래도 ‘그녀’에게 직접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천여운이 바닥에 박혀 있는 괴인의 목덜미를 움켜쥐고서 말했다.
“이놈은 내가 데려가도록 하지.”
“뭐, 뭐요?”
-스르륵!
황제의 반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여운과 쇠고랑에 묶여 있던 괴인의 모습이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사라졌다.
황제 주태겸이 난처함을 금치 못했다.
“허어.”
그런 주태겸에게 황태자 주치윤이 비어 있는 금옥 안을 바라보며 묘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위대하신 국사가 나섰으니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특히 우리 황실에도 말이죠.”
그 미소는 선의보다 악의가 가득했다.
* * *
안개로 가득한 망자산.
그곳에서 살을 베는 병장기 소리들이 들려왔다.
-촥! 촥!
“빌어먹을!”
낭인들의 입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그들은 이를 어찌 타파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안개로 시야는 보이지 않고 그들의 앞에 망자로 보이는 괴인들이 끝도 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을 먹잇감으로 보는지 계속 물어뜯으려 안달이었다.
“크왁!”
“떨어져!”
낭인들의 대장인 윤자서가 거칠게 괴인의 다리를 베어냈다.
어차피 목을 베어도 죽지 않았기에 저들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것이 최선의 수단이었다.
‘물리면 안 돼!’
눈앞에서 괴인으로 변한 동료를 둘이나 보았다.
어떤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들에게 물리면 똑같이 변하고 만다.
무조건 물리는 것만은 피해야 했다.
“끄아아아악!”
“세여어어어엄!”
그러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낭인들 중에 한 사람인 조세염이 괴인에게 발목을 물리고 말았다.
고통도 느끼지 않고 아무리 베어도 미친 듯이 달려드는 괴인들은 무위가 뛰어난 무림인이라고 해도 상대하는 것이 벅찼다.
-콰득!
“아, 안 돼에에에에!”
낭인들 중에 또 다른 누군가가 괴인에게 손목이 물리고 말았다.
“젠장!”
곁에 있던 낭인인 포유군이 이를 발견하고서 비통한 표정을 짓더니, 기습적으로 그의 목을 베었다.
-촥!
차마 동료가 괴인이 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른 낭인들도 이를 이해하는지 말없이 밀려오는 괴인들을 상대했다.
-촤촤촤촤촤촥!
이런 낭인들과 마찬가지로 괴인들에 의해 곤욕을 겪는 것은 천우명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월등한 무위로 괴인들이 자신들의 반경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었지만, 이래서는 끝도 없었다.
“허 숙부 안 되겠습니다. 이래서는 끝도 없어요.”
-촥! 팍!
허봉이 달려오는 괴인의 다리를 베고서 몸통을 발로 차면서 답했다.
“으힉! 제 생각도 같습니다. 도련님.”
물리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과 어떤 식으로도 죽지 않는 괴인들은 무공의 수위와 상관없이 상대하기가 굉장히 껄끄러웠다.
심지어 불에 타면서도 미친 듯이 달려드니 말이다.
허봉이 화기로 화염의 벽을 만들었는데, 자신들이 불타든지 말든지 신경조차 쓰지 않고서 덤벼들었다.
“재로 만들면 안 됩니까?”
“으음, 어렵지는 않지만 그럼 금방 화기가 소진될 겁니다.”
화기를 최고치로 올리면 한 번에 육신을 재로 만들만큼의 열기를 낼 수 있다.
다만 그렇게 된다면 화기를 오래 유지할 수 없었다.
적이 적다면 모르겠지만 끝도 없이 밀려오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독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천우명이 주위를 둘러보며 고민했다.
자신들은 점점 지쳐 가는데, 적들은 끝도 없이 밀려오는 상황.
이러다간 정말 당할 것이다.
그때 귓가를 울리는 날카로운 여인의 비명 소리.
“꺄악! 오지마!”
고왕숙의 목소리였다.
그녀가 달려드는 괴인의 머리통을 잡고서 한 손으로 으깨버리더니, 그 몸통을 다른 괴인들을 향해 던져버렸다.
-쿵! 데구르르르!
뭉쳐있던 괴인들이 우르르 넘어졌다.
여기서 유일하게 적수공권, 즉 맨 손으로 괴인들을 상대하는데 경지가 훨씬 높은 허봉보다도 학살하다시피 하고 있는 그녀였다.
“꺅! 오지 말라고!”
-팍! 부웅!
고왕숙이 괴인의 다리를 낚아채서 몽둥이마냥 휘둘렀다.
-퍽! 휘익!
“크웩!”
“컥!”
괴인은 그녀의 무기가 되어서 다른 괴인들을 날려 보냈다.
마치 이 모습은 용맹한 거인이 몽둥이로 적들을 때려눕히는 것과도 같았다.
“오지 말라고 새끼들아!”
-팍! 부웅!
“크왁!”
처음과 달리 갈수록 거칠어지는 그녀의 말투.
폭군과도 같았다.
천우명은 소름이 돋았는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쟤랑 누가 살겠어.’
생각만 해도 끔찍해졌다.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나 신력이 대단하면 괴인을 몽둥이처럼 저렇게 휘두르다니 말이다.
내공만 강해서 될 것이 아니었다.
‘아!’
문득 천우명은 좋은 생각을 떠올랐다.
“허 숙부! 왕숙!”
“네?”
“도련님?”
그들을 부른 천우명의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작전을 전음으로 알렸다.
이를 들은 허봉이 괜찮은 생각이라며 찬성했고, 고왕숙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반문했다.
“제, 제가요?”
난처해하는 그녀에게 천우명이 부탁했다.
“그래! 너밖에 없어.”
천우명의 그 말에 고왕숙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가 검은 피가 묻은 손으로 자신의 두 뺨을 매만지며 몸을 배배 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불끈!
그리고는 전의가 불타올랐는지 전신의 근육에 힘을 주었다.
사랑에 빠진 소녀는 불구덩이라도 들어갈 기세다.
“고왕숙이를 잘 다루시는군요. 도련님.”
허봉이 천우명을 칭찬했다.
천우명이 바짝 마른 입술로 중얼거렸다.
“일단 살고 봐야죠.”
첫 무림 출조에 목숨을 잃을 수야 있나.
한편 여덟 명의 동료들 중에 단 셋만 남은 낭인들이 지친 얼굴로 주위를 둘러싼 괴인들을 망연자실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괴인들 중에는 동료 두 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크흑, 어쩌다가 금지까지 와서….”
“이래서 내가 망자의 산에는 발도 들이지 말자고 했잖소!”
그들은 이곳에 온 것을 극도로 후회했다.
이들의 대장인 윤자서는 이런 불평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문파를 재건하고자 했던 꿈이 이렇게 무너지는 것이 그저 한탄스러울 뿐이었다.
‘아아아….’
바로 그때였다.
“우리의 뒤를 따르시오!”
귓가를 울리는 외침 소리에 그들이 그곳을 쳐다보았다.
-화르르륵! 부웅!
“크와아아아!”
“크엑!”
불꽃과 함께 괴인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을 바라보니, 두 자루의 거대한 불꽃의 몽둥이가 무차별적으로 괴인들을 날려 보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 저건!”
10척(3m) 정도 되는 거대한 존재가 이런 신기를 보이고 있었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광경이었다.
앞을 파죽지세로 뚫고 나가는데, 괴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길이 만들어졌다.
“저게 대체 뭐여?”
낭인이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저 거대한 존재는 고왕숙의 어깨에 무동을 타고 있는 허봉이었다.
어깨에 탄 허봉이 고왕숙이 휘두르고 있는 괴인 몽둥이에 화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합체!히히히!”
신이 나서 외치는 허봉.
‘부, 부끄러워!’
무등을 태우고 있는 고왕숙이 수치심에 얼굴이 상기되었으면서도 전차라도 된 것처럼 앞을 뚫고 나아갔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는 전법이지만 그녀가 근접해오는 적들을 처리한다면, 허봉이 위에서 적절하게 화염을 날리면서 근방의 괴인들을 차단했다.
후방을 맡고 있는 것은 소교주 천우명이었다.
“어서!”
천우명의 외침에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던 낭인들이 냅다 그들의 뒤로 달라붙었다.
죽는가 싶었는데, 천 길 낭떠러지 앞에 활로가 생긴 기분이었다.
-화르르륵! 부웅!
“깩!”
“크악!”
허봉과 합체한 고왕숙이 휘두르는 불꽃 괴인 몽둥이에 수많은 괴인들이 사방으로 나가떨어졌다.
점점 익숙 되어 가는지 그녀는 맹렬한 황소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뒤를 따르는 낭인들은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얼마 있지 않아 그들의 앞으로 괴인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 이 기세라면 산을 나갈 수 있겠어!”
“살았다!”
그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그런데 한참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안개 숲 너머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보였다.
무등을 타고 있는 허봉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림자로 보이는 존재는 긴 도집을 손에 쥐고 있었다.
‘사람?’
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얼굴이 반쯤 썩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괴인이 틀림없었다.
“마지막인가!”
고왕숙이 도를 들고 있는 괴인을 향해 불꽃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 순간이었다.
-촥!
엄청난 속도의 발도술과 함께 그녀가 쥐고 있던 몽둥이, 아니 불에 타고 있던 괴인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그 도가 그녀의 목을 노려왔다.
“헛!”
무등을 타고 있던 허봉이 재빨리 검으로 내려치며 이를 막으려 했다.
-창!
검과 도가 부딪치는 순간,
‘아닛?’
-파앙!
허봉과 고왕숙의 몸이 동시에 뒤로 튕겨나갔다.
덕분에 그 뒤를 따르고 있던 천우명을 비롯한 낭인 세 명 역시도 덩달아 넘어지고 말았다.
“우왁!”
한바탕 같이 바닥을 뒹군 그들이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허봉이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도련님 저 괴인….”
“…..무공을 쓰는 군요.”
눈앞에서 직접 겪었는데, 천우명이라고 모를 수가 없었다.
문제는 단순히 무공을 쓰는 정도가 아니었다.
괴인의 일도에 무림에서 초일류고수라고 할 수 있는 허봉을 비롯한 고왕숙이 동시에 튕겨나갈 만큼 엄청난 무위를 지녔다.
“이거 꽤 난감한 상황이 되었는데요.”
-척!
천우명이 검을 들어 천마검공의 기수식을 취했다.
일단은 저 괴인을 처리해야만 이 산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천우명의 기수식을 본 괴인의 표정이 기이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왜 저러는 거지?’
마치 분노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영문을 알 수 없어하는데, 괴인의 입에서 놀랍게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크르르르….천마…검공!”
‘!?’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