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52)
혜연은 암거래 시장을 통해 나노폭탄의 해제할 수 있는 코드를 담고 있는 주파수 단말기를 겨우 구할 수 있었다.
고가인 C등급 코어를 지급해가면서 얻은 MS사의 진품 단말기였다.
그런데 나노 폭탄이 해제가 되지 않았다니 당혹스러웠다.
‘설마 나 불량품을 산 거야?’
“아으으윽!”
고통스러워하는 유소화를 보며 천여운의 흡족해했다.
S급 게이터 키퍼인 혜연이 가지고 온 단말기는 불량품이나 가짜가 아니었다.
정말로 나노폭탄의 해제 코드가 담겨 있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나노 폭탄이 해제되어서 나중에 배설이나 오줌을 통해서 나왔을 것이다.
‘나노 효과가 있군.’
[그렇습니다.]단지 나노가 개조를 한 것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애초에 나노 테크놀로지가 훨씬 고도로 발달된 미래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나노는 천여운이 백종서에게서 흡수한 나노 폭탄을 개조시켰다.
해제나 폭발 외에는 조작이 불가능한 원래의 나노 폭탄과 달리 원하는 신체 부위에 자유자재로 이동시킬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망할 암거래 마켓!”
이를 모르는 혜연은 분을 이기지 못해 툴툴거렸다.
안경을 끼고서 지적인 모습과는 달리 꽤나 거친 여자였다.
“좋아. 상관없어.”
“뭐가 상관없다는 거지?”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거든. 당신만 처리하면 내가 SS급 게이트 키퍼보다도 훨씬 뛰어나다는 게 증명이 되는 거니까.”
그녀의 당돌한 말에 비막헌이 어이가 없어했다.
“부회장님. 처리해도 되겠습니까?”
-슥!
비막헌의 손이 자연스럽게 검집으로 향했다.
어차피 SS급 게이트 키퍼인 유소화가 나노 폭탄에 얽매여있는 상황이기에 천여운은 그의 청을 허락했다.
“처리해라.”
“충!”
-팟!
기다렸다는 듯이 비막헌이 단숨에 혜연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환영검파의 종주인 그의 검술은 환영(幻影)이라는 칭호에 걸맞을 만큼 초식에 변화가 다채롭다.
단숨에 그녀를 벨 참이었다.
“가랏!”
“날 공격할 생각이야?”
-움찔!
그 순간 초식을 날리던 비막헌이 강제로 그것을 멈춰 세웠다.
“쿨럭!”
억지로 공력을 회수했으니 내상을 입는 것은 당연했다. 갑자기 공격을 멈춘 것을 의아해하고 있는데, 비막헌이 그녀에게 양쪽 무릎을 꿇고는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쿵!
“시, 신이 하마터면 적의 농간에 속아 부회장님을 공격할 뻔 했습니다.”
‘!?’
천여운의 오른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비막헌은 정말로 눈앞에 있는 혜연이 자신이 된 듯이 연신 사죄를 했다.
혜연이 입술을 실룩거리며 손가락으로 천여운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서 적을 처리해야지.”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비막헌이 자리에서 일어나 분노한 얼굴로 천여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감히 날 속이다니! 이 계집 목을 베어주마!”
반대로 천여운을 혜연으로 보고 있었다.
그녀가 이 광경에 즐겁다는 듯이 혓바닥을 내밀며 소리쳤다.
“헷! 같은 편끼리 잘들 싸워보라고.”
바로 그때였다.
천여운이 검초를 펼치는 비막헌을 향해 손을 내밀어 가볍게 누르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세 보 앞까지 다가왔던 비막헌이 바닥에 강제로 꿇려졌다.
-쿵!
“끄으으으윽!”
심후한 진기에 억눌린 비막헌은 바닥에 그대로 엎어지고 말았다.
그 광경에 혜연이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세네.”
어느 정도 시간벌이를 해줄 거라 여겼는데, 너무 싱겁게 제압되어버렸다.
그런 그녀에게 뒤에서 화상 당한 손을 붙잡고 고통스러워하던 유소화가 말했다.
“그런 걸로 저 자를 제압할 수 없어요.”
“흐응. 그런 것 같네. 뭐 상관없어. 강하면 강할수록 본인에게 손해니까. 내가 온 걸 다행으로 생각하라고.”
-찡긋!
혜연이 그녀에게 윙크를 하고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두 눈을 마주했다.
그녀의 동공에서 묘한 안광이 번뜩였다.
“후후. 끝!”
혜연이 자신만만하게 말하고는 천여운의 앞에 비막헌이 떨어뜨린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좋은 게 있네. 그거 주워.”
“……..”
“주우라고.”
그녀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천여운이 바닥에 손을 뻗어 진기로 검을 회수했다. 순간 자신의 이능력이 걸리지 않았나 싶었는데, 청각으로 다시 최면을 강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스스로의 몸을 찔러야지.”
천여운이 검을 위로 들어올렸다.
보안요원들이 당황해서 그를 막으려고 들었다.
“어서 찔러!”
혜연이 소리쳤다.
바로 그 순간,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어?”
-휙! 푹!
“까아아아아아악!”
천여운이 던진 비막헌의 검이 혜연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불시에 당하고만 그녀가 검이 꽂혀 있는 허벅지를 붙들고서 비명을 질러댔다.
“빌어먹을!”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키퍼들 중 한 사람이 천여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전신에서 날카로운 강철 가시들이 돋아났다.
온몸에 무엇이든 꼬챙이로 만들 수 있는 강철 가시들로 몸을 보호하고, 이것을 공격용으로 날려 보낼 수 있는 것이 이 자의 능력이었다.
“하압!”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지자 키퍼가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강철 가시들이 미사일처럼 몸에서 발사되어 천여운과 보안요원들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천여운이 손을 가볍게 휘젓자 날아오던 가시들이 일제히 옆에 있는 벽면에 박혀버렸다.
“큭!”
강철 가시 능력을 가진 키퍼가 다시 한 번 가시를 몸에 돋게 하려 했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손날을 내리그었다.
“지금 대체 뭘?”
-촥!
바로 그 순간 날카로운 예기와 함께 키퍼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몸을 보호하던 강철 가시들까지 전부 잘려나갔다.
반으로 나뉜 동료의 모습에 모자를 쓴 키퍼가 천여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 개새끼가!”
-우웅!
“어엇!”
“이게 무슨?”
그러자 그의 양 옆을 지키고 있던 보안요원들이 밀려났다. 천여운의 주변으로 뭔가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났다. 모자의 게이트 키퍼의 능력은 공기로 얇은 벽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압사시켜주마.”
그 능력은 이런 식으로도 다룰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공기의 벽이 상자처럼 정육면체를 만들어 그것의 크기를 줄여나간다.
그렇게 되면 그 안에 있는 자는 그 공간에 눌려 압사되고 만다.
안에 있는 천여운이 뭐라고 중얼거렸다.
소음까지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에 밖에 있는 자들은 그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
“죽어!”
공기의 벽이 빠르게 압축되어갔다.
바로 그때였다.
-촤악!
천여운이 푸른빛 도강을 일으킨 손날로 보이지 않는 공기의 벽을 그었다.
그러자 유리창이 깨지듯이 공기의 벽이 갈라지고 말았다.
“애들 장난감 같은 능력이로군.”
“이, 이게 대체…”
모자의 키퍼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필살기나 다름없는 기술을 이리 쉽게 부숴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게 끝이라면 그만 가라.”
천여운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모자의 키퍼의 목이 옆으로 꺾여버렸다.
-우드득!
“컥!”
-털썩!
목이 꺾여버린 키퍼가 그대로 죽고 말았다.
능력에 비해서 내구성은 일반인들과 다를 바가 없었기에 천여운의 진기를 온전히 버틸 수 없었다.
“아아….”
유소화가 탄식을 흘렸다.
내심 혜연의 이능력에 기대를 하고 있었던 그녀였다. 오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특수한 알파형 위험 개체가 아니라면 어떠한 생명체이든지 최면을 걸 수 있는 이능력이었다.
‘저 자는 괴물이야.’
유소화는 그제야 천여운이 어찌할 수 없는 존재임을 인식했다.
‘어, 어떻게 능력에 걸리지 않은 거지?’
어느 정도 고통을 견딜 수 있었는지 혜연이 의구심을 품었다.
이런 일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 동안 만났던 무림인들 중에서도 최면이 통하지 않는 자는 없었다.
‘왜! 왜! 안 통하는 거야?’
-우우웅! 우우웅!
그녀의 눈동자에서 끊임없이 안광이 뿜어져나왔다.
지금도 계속 이능력을 일으켜서 천여운에게 환상을 보인다거나, 그를 제어하려고 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때 천여운이 그녀에게 말했다.
“일흔여덟 번.”
‘!!!’
그 말에 혜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정확하게 센 것은 아니었는데 그가 말한 숫자는,
“내 감각에 암시를 걸려고 부단히 노력하는군.”
“하!”
혜연은 기가 찼다.
저 자는 정확하게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인지하고 있었다.
인체의 모든 감각을 스스로 통제하고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지 않고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암시라….참 오랜만이로군.”
천여운이 그녀를 향해 걸어오려 했다.
그때 혜연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멈춰!”
“내게 그런 건 통하지 않는다.”
“흥! 그래? 당신의 부하들도 그럴까?”
“음?”
그녀의 말에 천여운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그랬더니 네 명의 보안 요원들이 눈동자의 초점이 풀려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병기로 스스로의 목을 겨냥하고 있었다. 혜연이 인상을 팍 쓰고서 경고했다.
“만약 당신이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거나 우리에게 해를 끼친다면 저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보게 될 거야.”
-꾹!
보안 요원들이 자신의 목에 힘을 주었다.
천여운이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이런 식의 협박용으로 능력을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두고 봐. 언젠간 이 치욕을 갚고 말 테다’
도망치는 신세가 된 것이 자존심이 상했다.
혜연이 속으로 굳게 다짐을 하고서 다친 다리를 질질 끌면서 유소화에게 말했다.
“부축해줘. 여기서 어서 빠져나가…”
그때 천여운이 말했다.
“무기를 버려라.”
-챙그랑! 챙그랑!
천여운의 명령에 최면에 걸려 있던 보안 요원들이 바닥에 무기를 집어던졌다.
혜연이 두 눈이 커져서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이, 이게 무슨?”
아직까지 그들의 동공에 초점이 풀린 것을 보면 최면에 걸려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최면과는 다른 행동을 했다.
‘그럴 리가 없어. 우연이야.’
“이익! 무기따윈 없어도 상관없어! 스스로의 목을 졸라!”
그녀가 악에 받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무기를 던진 보안 요원들이 스스로의 손으로 목을 움켜잡으려 했다.
그때 천여운이 다시 말했다.
“꼼짝도 하지 마라.”
-우뚝!
그 목소리가 들리자 보안 요원들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이 행동을 멈췄다.
그들의 눈동자는 검게 물들어 있었다.
혜연은 당최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아깝게 되었군. 네년의 암시 능력보다 천마기의 권능이 위로구나.”
분명 혜연의 능력은 강력했다.
하지만 한낱 인간의 이능력이 타락한 영물인 흑룡의 마성에서 비롯된 기운을 이길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이를 모르는 그녀로서는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천마기라니 그게 대체…”
-스륵!
그때 천여운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일순간에 혜연의 앞에 당도했다.
천여운이 그녀의 목을 움켜잡았다.
-꽉!
“켁!”
“한데 더 놀아주기에는 짜증이 나는구나.”
“컥컥!”
혜연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당장에라도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던 마음도 이미 꺾인 지가 오래였다.
SS급 키퍼인 유소화가 기가 꺾인 꼴도 보고 빚을 만들려고 온 것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이렇게 죽는 건가? 저년만 아니었어도…’
유소화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기이하게 빛났다.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사….살려….주….세요.”
“살려달라고?”
그녀의 말에 목을 움켜쥐던 천여운의 손아귀가 느슨해졌다. 겨우 호흡을 고른 혜연이 다급히 말했다.
“하아…하아…저, 저도 유소화만큼 당신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어요.”
“유용하게 쓰인다라. 흐음.”
천여운이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통했어!’
기회가 보인다고 생각한 그녀가 조금이라도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거친 호흡성을 내뱉으며 유혹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아….몸도 마음도 당신에게 바칠 수 있어요.”
“몸도 마음도?”
“네에…..믿지 못하시겠다면 제 몸에도 나노 폭탄을 넣으셔도 좋아요.”
‘안돼.’
그 말에 유소화가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몸 속에 나노 폭탄이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혜연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에 목숨을 구걸하고 이 괴물 같은 자의 노예로 벌벌 떨면서 평생을 살아야 할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웃기지마. 그럼 내가 여기서 죽으란 소리야.’
그럴 생각은 없었다.
차라리 여기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이능력을 더 향상시켜 이 괴물을 자신의 치마폭에 넣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넌 그런 게 불가능해도 난 가능하거든.’
무뚝뚝한 유소화와 달리 그녀는 남자를 잘 다룰 자신이 있었다.
천여운이 고민하는 것을 보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위험도 기회라고 하였다.
혜연이 강수를 던졌다.
“있잖아요. 제가 유소화보다 더 침대 위에서 화끈…”
“천박하군.”
“네?”
유혹의 정점을 찍으려던 혜연의 인상이 굳어졌다.
자신을 바라보는 천여운의 눈빛은 싸늘하다 못해 경멸에 가까웠다.
“생각이 바뀌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린지?”
“네년 같이 잔머리를 굴리는 족속들이 생각하는 건 하나 같이 똑같지.”
“자…잠깐만요. 왜 저 년은 되고 나는…”
-꽈악!
“켁켁!”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그냥 죽어라.”
-우드득!
“컥!”
당황해서 발버둥 치는 혜연의 목을 천여운은 망설임 없이 꺾어버렸다.
그녀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죽고 말았다.
-팍!
천여운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그녀의 시신을 바닥에 내던졌다.
능력을 어필했던 초반 전략은 좋았다.
다만 천여운이 유혹이나 잔머리를 굴리는 인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했던 것이 그녀의 패착이었다.
“하읍.”
유소화가 아픈 것도 잊고서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얗게 질려버린 그녀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이제 가출 시도는 끝났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