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68)
“마족?”
천여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그의 머릿속으로 나노가 마족에 관한 기본적인 정의를 알려주었다.
[마족(魔族). 설화나 전설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선(善) 혹은 천사와 같은 존재와 대비되는 악(惡)을 의미하는 존재입니다. 때로는 기독교나 천주교에서는 악마라고 부르기도 하고 불교에서는 마군, 요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츠츠츠츠!
천여운의 동공이 떨려왔다.
그 외에 관련된 정보들이 천여운의 머릿속으로 전이되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마족은 전설 속의 악마와 다름없는 존재들이었다.
마계나 지옥에서 건너와 인간을 현혹하고 그 영혼을 지배하려는 족속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샤케나는 자신들의 행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행성이라….’
이 시대의 인류는 게이트를 막기도 급급하다.
그래서 게이트 너머의 미지의 세계가 어떤 세상인지 모른다.
한데 그녀는 행성이라고 말했다.
‘나노. 행성이라는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와 같은 걸 말하는 거지?’
[그렇습니다.]천여운도 처음에 나노가 전송해준 이 시대의 지식을 전이 받고 많은 것을 신기해했었다.
원래 시대에 있을 때만 해도 세상은 끝없이 펼쳐진 대륙으로 알았다.
‘게이트 너머가 다른 행성이었나.’
[그것은 정확히 규명할 수 없습니다.]‘네가 있던 시대에서도 알 수 없나?’
-삐삐!
[시스템에 락이 걸려있습니다.]나노에게는 여러 가지 제한이 걸려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현재 이상의 미래의 역사를 누설하는 것이었다.
시간의 축이 달라졌다고 해도 그 락은 여전히 존재했고, 이것만큼은 천여운으로서도 어찌할 수 없었다.
‘락을 풀어보고 싶군.’
원래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던 천여운이다.
하지만 이 시대로 오면서 현대의 지식에 눈을 뜨고 나자, 나노가 원래 있던 시간의 축의 역사가 궁금해질 때도 있었다.
-파칙! 파칙!
“으윽!”
뇌전의 검에서 뇌기가 일어날 때마다 그녀의 몸이 움찔거렸다.
천여운이 몸에 꽂혀 있던 뇌전의 검의 절반을 소멸시켰다.
-스륵!
“아….”
한결 편해진 그녀에게 물었다.
“계집.”
“네.”
“네놈들의 목적이 뭐지? 게이트를 열어서 인류를 학살하고 정벌하는 것이냐? 어째서 네놈들이 살던 곳을 놔두고 이곳에 온 것이지?”
천여운은 어쩌면 이들이 무분별하게 일어나는 게이트 파동을 일으킨 주범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게이트에서 넘어오는 여느 위험 개체들과 달리 지적 능력과 강대한 전투 능력을 동시에 가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틀렸다.
그녀가 진지한 눈빛으로 해명했다.
“지구에 열린 다른 게이트들은 저희가 연 것이 아닙니다.”
“아니다?”
“저희가 오기 전부터 지구는 열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일족이 정말로 지구를 정벌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렇게 한 명씩 올 이유가 없습니다.”
작위라는 계급이 존재하는 그들이다.
그 말은 내부에 사회를 형성하여 군집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정벌을 목적으로 했다면 군대를 이끌고 왔을 것이다.
“그럼 어째서 인간을 공격하는 것이지?”
“그건…..게이트를 열고 나왔을 때 인간이 적대적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적대적?”
“제가 게이트를 넘어왔을 때도 인간의 군대와 능력자들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해왔습니다.”
알 만 했다.
인류는 게이트 너머의 존재를 위험하게 여겼다.
절대로 처음부터 대화를 하자는 식으로 평화적으로 대응하진 않았을 것이다.
가령 제압한 후에 알아본다는 식의 조치를 취했을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저 계집은 인간을 굉장히 하찮게 여겼지.’
인간보다 훨씬 모든 능력이 발달한 종족이다.
인류를 피지배 대상 그 이상으로는 여기지 않는 저들이 공격을 받았으니, 호전적인 마족이 그냥 넘어갈 리가 만무했다.
“공격을 받지 않았다면 그냥 내버려뒀을 거라는 것이냐?”
“……그건 확신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지?”
천여운의 질문에 그녀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저희 일족에게 타종족의 피와 육식은 좋은 양분이기 때문입니다.”
“하!”
결국 마족은 어떤 식으로든 결국 인간과 부딪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피지배가 아니라 인간을 먹이로 여기는 종족이었다.
“저희 일족은 끊임없이 투쟁하고 먹어치워 스스로를 강대하게 만들어갑니다. 약자는 오직 강자를 위한 부산물이자 먹이입니다.”
“포식을 통해서 힘을 키운다라.”
먹는 것이 움직이기 위한 에너지와 허기를 채우는 행위인 인간과는 전적으로 달랐다.
이런 놈들이 게이트에서 오면 올수록 인류에게는 해악이었다.
“네놈들은 동족도 패자라면 먹나?”
“그건 아닙니다. 동족 포식은 율법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투쟁의 대가로 승자는 패자를 지배합니다.”
마족의 개체 수는 생각보다 적다고 한다.
행성 내에는 수많은 종족이 살아가는데, 그들의 개체 수는 전부 합쳐도 십만 명을 넘기지 못한다고 했다.
게이트 사건 이후로 인구가 현격히 줄었다고 해도 35억 명에 이르는 인간에 비하면 현격히 적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서 나름의 율법을 정해 이를 지켜온 것이다.
“좋아. 다른 것은 제쳐두고 정복도 아니라면 네놈들이 이곳에 나타난 진짜 목적이 뭐지?”
게이트를 넘어서까지 이곳으로 오는 이유가 궁금했다.
“왕의 명령으로 일족의 배신자를 찾기 위함입니다.”
“배신자? 반란이라도 일으켰나?”
“저희들에게 반란은 없습니다.”
“충성심이 두텁군.”
“그게 아닙니다. 저희는 오직 강자를 따릅니다. 누구라도 왕을 꺾는다면 그 자가 새로운 왕입니다.”
힘이 모든 법이 되는 것이다.
그들 일족이 유독 강한 것은 이런 강자존에서 비롯되었다.
“그건 마음에 드는구나. 그렇다면 그 왕이란 놈이 제일 강하다는 거군.”
“저 같은 백작 급 작위를 가진 자들은 수천이 달려들어도 왕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습니다.”
놀라운 이야기였다.
그녀의 무력은 순수하게 비교한다면 현경 초입의 고수와 비견할 만했다.
사기적인 패이징 능력까지 친다면 뇌기(雷氣)를 다룰 수 있는 자가 아니라면 상대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작위가 네놈들의 무력 기준이냐?”
“그렇습니다. 저 같은 백작이 천 명, 그 위로 후작이 백 명, 또 그 위로 공작이 열 명, 그리고 대공이 세 명, 마지막으로 왕이 존재합니다.”
‘……엄청나군.’
이것은 천여운조차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백작 급이라고 하는 그녀보다도 강한 자들이 위로 114명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들이 작정하고 군단을 이루고서 쳐들어온다면 과연 현재의 인류가 막을 방법이 있을까?
“계집 너는 그 백작의 작위를 가진 자들 중에서 어느 정도 수준이지?”
“저는 그들 중 서열 3위입니다.”
“3위?”
천 명 중에 세 번째라고 한다면 굉장한 순위였다.
아마도 물체를 투과시키는 패이징 능력이 엄청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문득 천여운은 궁금해졌다.
“네놈들 마족의 기준으로 나는 어느 정도지?”
“당신은…..”
그녀가 고심에 빠졌다.
머릿속으로 실제 작위 급 마족들과 비교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후작에서 십위 권내에는 들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후작?”
천여운의 한쪽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적어도 공작 급 이상은 나올 거라 여겼는데, 그녀는 후작 급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상의 놈들이 궁금해지는군.’
극도신 이후로 적수를 만난 적이 없는 천여운이었다.
오랜만에 호승심이 생겨났다.
“재밌군.”
투기가 흘러나왔다.
그런 천여운의 모습에 샤케나가 흥미로워했다.
‘후작급 이상의 일족이 나타나길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붙고 싶어 하는 건가.’
눈앞에 있는 자는 인간보다는 오히려 자신들과 동류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강함을 숭상하는 그녀로서는 묘한 흥분을 느꼈다.
그런 그녀에게 천여운이 물었다.
“그럼 너희 마족들은 그 배신자란 놈만 잡는다면 더 이상 게이트를 타고 넘어오지 않겠군.”
“왕이 명하지 않는 이상은….”
그 말은 왕이 침략을 원한다면 넘어올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꽤 의미심장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없다는 것은 마족의 왕은 인류에 흥미가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배신자란 놈도 작위 급 마족인가?”
“그렇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이지?”
“남작 급입니다만…..지금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어째서지?”
“놈이 동족 포식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눈빛에 분노가 서렸다.
마족에게 있어서 최악의 죄는 동족을 포식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배신자라고 했나.’
율법으로 금지한 것을 어기고서 동족을 먹어치웠으니, 배신자라 부를 만 했다.
그런데 동족을 포식했다는 것과 그 힘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르겠다는 것과 대체 무슨 관계일까?
의아해하는 천여운에게 샤케나가 말했다.
“동족을 포식한 자는 그 자의 힘을 모두 흡수할 수 있습니다.”
“힘을 흡수해?”
“저희는 포식을 통해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종족보다도 같은 일족을 먹어치우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동족 포식은 그 힘을 100퍼센트 흡수할 수 있다.
끊임없이 강해지는 것을 원하는 마족에게 있어서 매우 큰 유혹일 것이다.
동족을 포식하는 것만큼 쉽게 힘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 테니 말이다.
“욕심을 낼 만하군.”
오히려 다른 마족들이 그걸 알면서도 행하지 않은 것이 용할 정도였다.
‘흠.’
단순히 개체수 유지만을 위한다고 하기에는 의문이었다.
뭔가 큰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 짐작되었다.
“…..한 번 동족 포식을 한 자는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합니다. 저희는 강자를 숭상하지만 그런 식으로 강해진 자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딱 잘라서 말했다.
어찌 되었든 마족은 동족 포식자를 잡는 것이 목적이었다.
샤케나가 놈의 힘을 짐작할 수 없다고 한 것은 놈이 처단자로 보낸 자들도 동족 포식했을 확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빨리 처리하지 않는다면 위험 부담이 커지겠군.’
그녀의 말대로라면 놈은 계속 해서 강해지는 중일 것이다.
“놈이 숨어있다면 어떻게 잡을 거지?”
“저희는 같은 일족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녀를 데리고 있으면 놈을 찾아낼 수 있다는 말이었다.
놈을 처리한다면 더 이상 마족들이 게이트를 통해서 침입하지 않을 테니, 여러모로 그녀는 이용가치가 높았다.
“저를 어찌하실 겁니까?”
샤케나의 표정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 없었다.
이미 천여운이 자신을 죽이는 것보다 노예로 거두리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좋아. 너를 비서로 채용하도록 하지.”
“비서?”
비서라는 말을 모르는 샤케나가 의아해했다.
그런 그녀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노예와 비슷한 말이다.”
그 말에 그녀가 얼굴이 환해져서 머리를 조아리며 소리쳤다.
“샤케나가 주인님을 모십니다!”
SS급 게이트 키퍼에 이어서 백작 급 마족을 비서로 거둔 천여운이다.
* * *
용천 그룹의 중진 회의실.
제남시 무림 협회 지부가 괴멸하고 남은 제남시 무림 문파들을 흡수한 덕분에 기뻐해야 할 회의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 원인은 환명오 이사에게 온 메시지 때문이었다.
메시지에는 사진이 첨부가 되어 있었는데,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벙커의 입구 앞에서 도를 빼드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콰득!
환명오가 잡고 있는 쇼파의 손잡이가 우그러졌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환시아와 연락이 끊겼다.
본인이 직접 스마트폰을 폐기했는지,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안내음 만 들려왔다.
“환 이사님. 일단 진정하세요.”
부장 항유린이 그를 달랬다.
그런 그녀의 말에 환명오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딸의 행방을 모르는데 어찌 진정하게 생겼소.”
다른 것에는 냉철한 그였지만 수양딸의 문제만큼은 늘 이성적이지 못했다.
그가 이렇게 진정하지 못하는 것에는 사진의 남자도 한몫을 했다.
우호법 섭형.
자타공인 천마신교 최고의 도객이었다.
환명오와 도로써 우열을 가리지 못한 라이벌이기도 했다.
“하….우호법이 저쪽에 합류했을 줄이야.”
교주를 모시는 세 호법 중 한 사람이 천유성 일파에 합류한 것은 꽤 큰일이었다.
그들이 알기로는 세 호법은 교주 천우진이 감금되어 있는 이동하는 비밀 감옥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환명오가 자리에서 일어나, 회장인 천유장에게 머리를 숙여 청했다.
“회장님. 아무래도 이번에는 제가 직접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을 파견해서 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진정하게. 환 이사. 이번 일에 신중하지 못하면 천유성 일파에 놀아날 수도…”
-스륵!
그때 중진 회의실의 창문으로 누군가 투과해서 나타났다.
“헉!”
갑자기 창문을 통과해서 나타난 두 명에 놀란 중진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처, 천마이시여!”
그는 다름 아닌 천여운이었다.
천여운의 옆에는 그와 손을 잡고 있는 보랏빛 머리카락에 나신의 여인인 샤케나가 있었다.
“웃!”
옷을 벗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화들짝 놀란 남자 중진들이 민망하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전부 고개를 돌렸다.
“편리한 능력이군.”
“감사합니다. 주인님.”
천여운의 칭찬에 샤케나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녀는 단순히 자신만 패이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접촉하고 있는 대상도 패이징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부회장님?”
마침 중진 회의실에 함께 있었던 유소화가 다급히 그에게 다가왔다.
천여운의 직속 비서라는 직책 덕분에, 갑자기 날아가 버린 그를 대신해서 얼떨결에 중진회의에 참석했던 그녀였다.
“그 여자는 대체?”
그런 그녀의 물음에 천여운이 말했다.
“두 번째 비서다.”
“네?”
나신의 여인을 데려와서는 뜬금없이 비서라고 하니 어안이 벙벙했다.
그런 그녀를 샤케나가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 시선이 묘하게 탐욕스러웠다.
“당신! 지금 뭘 하는 거에요?”
불쾌해하는 유소화에게 샤케나가 해맑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인간 계집. 그 옷 마음에 든다. 벗어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