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0)
# 5장 애송아, 제자로 받아주마(1) #
들것에 실려 나가는 천여운을 바라보던 음마종의 가주인 오 장로 항소유의 표정이 미묘했다.
연기를 했다고 보기에는 피를 저렇게 토해냈으니, 분명 내상이 심한 것은 틀림없었다.
그런 그녀의 곁으로 어느새 좌호법 이화명이 단상 위로 올라왔다.
“심했습니다.”
“뭐, 뭐가요?”
“거의 죽기 일보 직전까지 만들어 놨더군요.”
비파로 펼치는 비파음파공을 극성으로 연마한 이후로 저렇게 심각한 내상을 입은 자는 평생 본적이 없었다.
자신의 내공이 진일보한 것이 아닐까 착각마저 들었다.
좌호법 이화명의 작은 타박에 잠시 민망해하던 항소유가 슬그머니 물었다.
“그 아이, 정말 내공이 없던 가요?”
내상을 입어서 들것에 실려 나갔기 때문에 기분이 한결 풀렸지만 일각이라는 시간 동안 내공도 없이 음파공을 견딘다는 것을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화명이 쓴 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전혀요.”
“네?”
“내공이 완전히 전무합니다. 그 맹약을 지켰더군요.”
“그럴 리가요? 내공이 없이 제 음파공을 견딘다는 게 말이 되나요?”
그녀의 비파음파공은 절대로 가볍게 여길 수 있는 무공이 아니었다.
비록 극성으로 펼치는 음파공은 아니었지만 절반의 공력을 끌어올린 위력은 이미 대연무장에 펼쳐진 광경이 그 결과물이었다.
서있는 이들이라고는 고작해야 서른 명 남짓이었고, 절반이 넘게 기절해 있든가 겨우 버텼다고 해도 바닥에 토악질을 하고 엎드린 상태였다.
“내공이 없다면 저 아이들처럼 기절을 했어야 정상이라구요.”
“이미 내상은 심하게 입은 상태였습니다. 단지 녀석이 정신력으로 견딘 것뿐이지.”
“네? 정신력으로 견뎠다고요?”
“…..무서울 정도의 정신력이더군요.”
아직도 그 정신력이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어중간한 태생으로 태어난 교주의 사생아가 아니었다면 순간 제자로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염왕 이화명은 현실에 냉정한 인물이었다.
마교의 근간을 이루는 여섯 종파에서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자를 제자로 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벌컥벌컥!
“크아! 재미있구만. 뭐 정신력으로 버텨?”
단상 우측 편에 기대고 앉아서 호리병의 술만 마시고 있던 우호법 광도 섭맹이 갑자기 관심을 보였다.
평소라면 술 외에는 어떠한 것에도 관심이 없는 광인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그런 그의 물음에 이화명이 신경질 적으로 답했다.
“네놈이 신경 쓸 바가 아니다. 먼데로 꺼져서 술이나 쳐마셔라.”
“흥! 빨간 머리 네놈이 그렇게 얘기 안 해도 갈 생각이었다.”
“주정뱅이 새끼.”
“계집 같은 놈.”
섭맹이 짜증나는지 투덜거리며 뒤를 돌아 단상을 내려 가버렸다.
두 사람은 같은 호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성향 때문에 자주 부딪치곤 했다.
대호법 마라겸이 아니었다면 둘 중 한 명이 죽을 때까지 겨뤘을 거라는 소문을 모르는 이들이 없었다.
“흠흠, 아무튼 내공은 전혀 없었으므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험에 도가 지나쳤던 점은…..교주전으로 보고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여전히 의구심이 드는 오 장로 항소유였지만, 자신이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던 것을 교주전으로 보고가 올라갈 거라는 경고에 더 이상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좌호법이 그 천한 녀석을 두둔할 리는 없으니까.’
여섯 종파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좌호법이 거짓으로 빈말을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비파를 챙겨서 총총 걸음으로 단상을 내려가 연무장을 가로질러 사라졌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소년들을 보면서 연신 같은 말을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이게 정상인데…”
오 장로 항소유가 가고 나서 좌호법 이화명은 대연무장 바닥을 기어 다니는 소년들을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하…..이를 어쩐다.”
이래 가지고는 당장에 조별 편성을 하기도 힘들었다.
한편, 마도관의 단상 뒤에는 본관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삼층으로 이루어진 마도관의 본관 건물의 이 층에는 의무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마의 백종우의 제자인 백종명이 의원으로 발령을 받아 있었다.
사 년 동안에 환자가 속출해서 많은 경험을 쌓게 될 거라는 스승의 명에 신이 나서 어젯밤 의료도구들을 챙겨서 부리나케 이사해온 참이었다.
-쾅쾅!
문이 두드리는 소리에 백종명의 표정이 의아해졌다.
아직 첫날인데다가 막 일 단계 시험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누가 의무실을 찾는 것일까?
“백 의원님 환자입니다!”
“환자? 벌써! 어서 들어오시오!”
요즘 들어서 정파 무림맹도 그렇고, 사파 연맹도 후기지수들을 기르는 전쟁 비수기여서 그런지 환자가 별로 없던 차였다.
‘역시 마도관이 최고군.’
당일부터 영업을 시작할 생각을 하니 흥분이 되는 백종명이었다.
문이 열리자 마도관 무공 교두 두 명이 들것에 환자를 실어서 들어왔다.
옷 전체가 피로 물들어 있는 소년은 바로 천여운이었다.
“아니! 대체 시험을 얼마나 과격하게 봤길래 사람이 이 지경이 된 것이오?”
배에 칼침이라도 맞지 않고는 이렇게 많은 피가 묻어있을 리가 없었다.
백종명의 질문에 젊은 무공 교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대답했다.
“심각한 내상을 입은 녀석인데. 내공도 없어서 운기조식도 못할 테니 잘 살펴봐 달라는 좌호법의 명입니다.”
“이게 내상을 입은 거라고요?”
마교의 신의(神醫)라 불리는 마의 백종우의 제자로 들어온 지 어언 십년 차이다.
많은 환자들과 사례들을 옆에서 지켜봤지만 내상으로 이렇게 많은 피를 쏟았다는 환자는 처음이었다.
“아무튼 의무실에 데려다 놨으니 저희는 가봅니다.”
“아, 알겠소.”
한참 마도관의 조별 편성이 시작될 테니 인원이 부족할 것이다.
교두들은 천여운을 의무실의 침상에 옮겨놓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다 젊은 교두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왔다.
선배 교두가 신경질적으로 그를 나무랐다.
“바쁜데 뭘 그리 꾸물거리는 게야.”
“아, 아닙니다. 흐음.”
들것에 싣고 왔던 천여운의 혈색이 아까보다 좋아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자신이 잘못 보았겠지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교두들이 의무실로 나가고 나서, 천여운이 누워있는 침상에 의자를 끌어당겨서 앉은 백종명이 진맥에 들어갔다.
“흐음.”
눈을 감고 맥을 재고 있는 백종명을 천여운이 실눈을 뜨며 바라보았다.
아까 전에 대연무장에 있을 때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죽을 것 같았지만, 나노 머신의 자가수복이 진행되면서 정신을 차린 그였다.
‘하아…..의무실을 생각 못했어.’
들것을 통해 의무실로 올라가자 당황한 천여운이 나노에게 치료를 중지시켰다.
지금 당장에 고통스러운 목구멍과 식도만 치료하게 하고, 그 외에는 의원이 진맥을 마칠 때까지 참을 작정이었다.
“맥이 불규칙적이고 빠른게 내상이 심각하긴 하군.”
진맥을 통해서 천여운이 장기가 많이 손상되었다고 결론을 내린 백종명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피를 많이 쏟았다는 것은 이상했다.
“혀를 깨물어도 이렇게는 안 되는데. 쩝.”
일단 침을 먼저 놓아야겠다고 생각한 백종명이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갔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힘차게 의무실을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왔다.
-쾅!
“아이구 놀래라!”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통에 놀란 백종명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누군가 하고 봤더니 허름한 옷차림에 술주정뱅이처럼 코가 빨개서 호리병을 들고 있는 중년인이 눈에 들어왔다.
“우호법?”
“어라? 네 녀석이 왜 여기에 있는 거냐?”
“그러는 우호법은 왜 입관식에 있어야 할 분이 여기에 오신 겁니까?”
“이야! 매일 마의 선생 옆에서 쫄다구로 붙어 있던 놈이 올해 마도관의 주치의로 배정 받은 거냐?”
자신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고 제 말만 하는 섭맹의 안하무인 같은 말투에 백종명이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부터 이런 성향의 사람인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스승인 백종우가 옆에 있을 때는 조금이라도 얌전하게 굴었는데, 그 혼자만 있으니까 본래 성격을 고대로 보인다.
“쫄다구가 출세했네. 출세했어.”
“휴, 그러니까 무슨 일로 의무실에 오신 겁니까? 우호법 실력에 어디 다치시진 않았을 텐데요.”
“……너 좀 띠껍다.”
“아, 아하하하하하 그럴 리가요.”
기분 나쁜 티를 냈다가 단번에 표정이 돌변하는 섭맹의 태도에 당황한 백종명이다.
섭맹은 그런 그를 내버려두고 의무실에 있는 침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허어? 이것 봐라. 아주 재미있는 녀석일세.”
“우, 우호법 왜 그러시는 겁니까?”
혼잣말을 하는 우호법 섭맹이 괜히 무서워지는 백종명이 한걸음 떨어져서 물었다.
이를 신경 쓰지도 않는지 섭맹이 아무 대답도 없이 침상에 누워있는 천여운에게로 다가왔다.
정신은 멀쩡했지만 눈을 감고 있는 천여운은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뭐, 뭐야? 왜 갑자기 의무실로 찾아온 거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호법이 왔다는 말에 심장이 벌렁거렸다.
혹시나 자신이 연기한 것을 알아채고 왔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눈을 감고 있어도 누군가 자신의 위로 얼굴을 가져다대면 빛이 가려져서 알아챌 수 있다.
‘…..젠장!’
술 냄새와 지독한 구취가 천여운의 코끝을 찌르며 괴롭혔다.
최대한 내색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정말 괴로울 지경이었다.
괴로워하는 천여운의 귓가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자는 척 하는 거냐?”
순간 천여운은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
덕분에 의도하진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경직되어서 몸을 움찔하고 움직이고 말았다.
-휘릭!
그때 알 수 없는 힘이 일어나 누워있는 천여운의 상체를 앉히게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내공으로 인한 힘이었다.
내상을 치료하지 않아서 움직일 힘도 없었지만 내공에 의해 몸이 고정되는 바람에 옴짝달싹도 할 수가 없었다.
“계속 자는 척 하는 거면 때린다. 얼굴.”
결국 천여운은 감았던 눈을 떠야만 했다.
눈을 뜨니 대연무장의 멀리서 단상 위에 보이던 그 술주정뱅이의 얼굴이 보였다.
혹시나 자신이 연기를 한 것이 들켰다는 생각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천여운이 인상을 굳히며 물었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
섭맹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큼지막하게 웃으며 말했다.
“크크큭, 이놈 보소. 완전 물건이네.”
자신을 보면서 당황해 하기는커녕 오히려 인상까지 쓰면서 말하는 태도가 아주 당돌했다.
잠시 동안 혼자서 즐거워서 웃어대던 섭맹이 말을 이었다.
“네놈 호흡 소리만 들어도 자는지 안 자는지는 본 호법 정도 되는 고수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애송아.”
미처 상정하지 못했지만 우호법 광도 섭맹은 수많은 고수들이 넘쳐나는 마교 내에서도 상위 서열 십위 권에 속하는 초강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