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01)
# 33장 숨겨진 지하 보고 (1) #
-뚝뚝! 치이이익!
핏방울에 섞인 독기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피가 떨어지는 백오의 잘린 머리는 눈을 부릅뜬 채 죽음을 맞이했다.
죽는 그 순간까지 고통스러웠는지 백오의 얼굴은 괴로움이 가득해서 일그러져 있었다.
양팔의 보호대로 변한 흑검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천마검공의 위력이 이렇게까지 상승할 줄이야.’
천여운이 먼지 속에서 펼친 천마검공의 초식은 제 삼 초식이었다.
흉흉한 마성의 기운이 담긴 검은 검강과 흑검, 천마검공의 초식이 삼위일체를 이루자 그 위력은 폭발적인 역량을 발휘했다.
독인이 된 독마종주 백오조차 속수무책을 당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아직 멀었어.’
하지만 모든 것이 만족스럽진 않았다.
천여운은 이번 대결을 통해서 스스로를 시험해볼 수 있었다.
‘더….더 강해져야 해.’
원래의 목표는 접무도법만으로 백오를 이기는 것이었다.
삼 년 동안 폐관수련을 통해서 아바타들과의 대결로 수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이번 독인과의 대결로 새롭게 깨달은 게 많았다.
‘백오도 비장의 수가 있었듯이 다른 적들도 마찬가지겠지.’
이렇게 엄청난 살상력을 가진 독인 백오가 본교의 정점이 아니라는 말은 그처럼 나노의 해독능력 없이도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있다는 말이었다.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기에 더욱 강해질 여지가 있었다.
‘어머니….’
천여운이 자신의 손에 꾹 쥐고 있는 백오의 수급을 바라보며 화 부인을 떠올렸다.
미독에 돌아가신 화 부인의 한이 조금이라도 덜어졌을까.
‘이제 시작이다.’
독마종의 종주 백오는 시작점에 불과했다.
천여운이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에 경악으로 물들었던 대연무장의 정적을 깬 것은 바로 허봉이었다.
“주구우우우운!”
감격스러운 허봉의 외침에 천여운의 수하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
지금까지는 생도들이나 소교주 후보자들을 상대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비슷한 경험과 선상에 놓인 적들이었기에 천여운을 신뢰했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결만큼은 수하들로서도 패배와 죽음을 예감했다.
독인으로 변한 백오가 내뿜는 기운은 대연무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압도할 만큼 무시무시했는데, 그를 꺾는 것도 모자라 죽였다.
-주르륵!
“아…..”
문규는 자신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훔치며 이상해했다.
천여운이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세상이 무너진 것만 같았는데, 승패를 떠나서 그가 무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심장이 폭주하는 것처럼 뛰었다.
‘심장이 왜 이렇게 뛰는 거지.’
가슴을 압박한 천 때문이라고 애써 생각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에 애써 그것을 무시했다.
그리고는 다른 수하들처럼 같이 큰 함성을 질렀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괴물이 되었군요. 독마종주의 목을 베다니…”
“천가(天家)의 피는 속일 수 없군요.”
“허허허. 글쎄, 과연 천가라서 그럴까.”
단상 옆에 모여서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무공 교두들도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화경의 경지에 올랐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상대가 독마종주 백오라는 말에 육 단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거라 여겼다.
어쩌면 여섯 종파와 관련된 만큼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는데 결과는 정반대가 되었다.
괴독마장이라 불리며 마교를 넘어서 중원 무림에 악명을 떨치던 백오가 저렇게 한낱 수급이 되리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아직 도전도 하지 못 했는데 먼 곳으로 올라갔네. 그려.’
선임 무공 교두 호진창이 아쉬워했다.
노란 명찰 쟁탈전 이후로 한 번 더 겨뤄보고 싶었는데, 이제 그러기에는 천여운의 무위가 너무 높아져버렸다.
다만 우려가 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이 대결로 인해 확실히 전쟁을 선포한 셈이군.’
원래부터도 마도관이 끝나는 순간부터 대립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여섯 종파의 수장 중 한 명인 독마종주의 목마저 베어냈으니, 독마종 뿐만이 아니라 다른 종파에서 일제히 천여운을 견제할 것이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천여운을 죽이기 위해 독수를 썼으니.’
상대인 독마종주 백오가 먼저 그를 죽이려들었으니 명분은 충분했다.
공증인까지 있으니 이걸로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단지 수장을 잃은 독마종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 지가 관건이었다.
-꾹!
대결을 지켜보던 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연이 손바닥의 살이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움켜쥐고서 몸을 돌렸다.
“고, 공자!”
같은 생도로서 천여운의 놀라운 신위에 마음이 동해서 같이 함성을 지를 뻔했던 천무연의 수하들이 대연무장을 빠져나가는 그를 따라갔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넋을 놓고 있던 마도관주 좌호법 이화명이 진심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독인이 된 백 장로의 목을 베다니…’
본교에서 서열 십위 권의 고수인 그 자신조차도 독마종주 백오의 독을 정면에서 맞서서 이겨낼 자신이 없건만 그것을 천여운이 해냈다.
불과 사 년 채 되지 않았다.
무공조차 익히지 않았던 소년이 불과 사 년 만에 수많은 교인들 중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절세고수로 성장했다.
그의 괄목상대할 만큼 엄청난 성장은 천재를 넘어서 괴물이라 불러야 할 정도였다.
‘정녕 본교에 진정한 그 분의 진전을 이은 교주가 탄생하려는 건가.’
생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전율이 일어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연무장에 남아있던 독기가 어느 정도 가시자, 무공 교두들이 나서서 죽은 백오의 시신을 수습에 들어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여섯 종파 중 하나인 독마종의 종주인 만큼 신경 써야 했다.
공증인인 구 장로 사마의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좌호법 이화명이 석좌에서 일어나 대연무장에 서있는 천여운을 바라보며 외쳤다.
“천여운 단주. 육 단계 시험을 통과한 것을 축하하오!”
“와아아아아아아!!!”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연무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성을 질렀다.
칠십 년 만에 탄생한 마도관 육 단계 시험의 통과자였다.
위업을 달성했으니 축하받아 마땅했다.
‘아아아!’
그제야 천여운 역시도 실감이 갔는지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천여운의 수하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가 대연무장의 한가운데 있는 그에게 달려왔다.
고왕흘이 거구의 근육에 어울리지 않게 콧등이 붉어져서 축하했다.
“주군 경하 드립니다!”
“경하 드립니다!!!”
“이제는 장로님이라 불러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핫.”
오종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수하들 모두가 즐거워했다.
그렇게 천여운과 그의 수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을 때, 사마종의 종주이자 구 장로 사마의가 단상 위를 내려와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좌호법 가기 전에 잠깐만 아들 녀석의 얼굴을 봐도 되겠소?’
‘그렇게 하시지요.’
공증인으로서의 일이 끝났기 때문에 곧장 마도관을 나가야 했지만, 좌호법 이화명에게 부탁해 아들의 얼굴을 잠시만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그 정도 부탁을 어려운 것이 아니기에 흔쾌히 허락했다.
“아버님!”
그렇지 않아도 나가기 전에 구 장로 사마의를 배웅하려 했던 사마착이었다.
오랜 만에 보는 아들의 얼굴에 사마의가 들떠서 다가왔다.
“잘 커주었구나. 아들아.”
이미 관주 집무실에서 좌호법 이화명을 통해서 사마착이 마도관의 오 단계 시험을 통과한 사실을 들은 그였다.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성과라 할 수 있기에 칭찬해주고 싶었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이 뛰어난 성취를 거뒀다는데 흐뭇해하지 않을 이가 있겠는가.
오랜만의 해후의 여운이 가시자 사마의가 아들인 사마착에게 육성이 아닌 전음을 보냈다.
[착아…..혹시 소교주 쟁탈전에 지지할 주군을 찾았느냐?] [아! 아버님께서도 그 이야기를 하시려 했군요.] [응?] [그렇지 않아도 가시기 전에 드릴 말씀이 있었습니다.]망설이는 사마착의 전음성에 사마의가 부드럽게 권했다.
[먼저 말해 보거라.] [전에 아버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여섯 종파의 후보자들 중에서 지지할 분을 찾으려 했는데…..죄송합니다.] […….] [아무리 생각해도 천여운 공자에게 계속 마음이 갑니다.]마도관에 입관하기 전, 사마종의 종주인 사마의는 그에게 이번에 있을 소교주 쟁탈전에 지지했으면 할 소교주 후보자들을 알려주었다.
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연과 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 천유찬이었다.
두 후보자들은 마도관에 입관하기 전부터 차기 소교주에 가장 가깝다고 알려진 신동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마도관에서 생도로 지내면서 천여운의 놀라운 성장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면서 그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종주이자 아버지의 당부가 있었기에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했지만 이상하게 천무연이 끌리지 않았다. 이미 산하의 수많은 상위 종파의 수하들을 둔 그가 자신을 중용 할지도 의문이 갔다.
[녀석.]나무랄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사마의가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역시 내 아들이다.] [네?] [어찌 이 애비의 생각과 똑같으냐.]사실 사마의가 아들인 사마착에게 이런 전음을 꺼낸 것도 이번 마도관의 육 단계 시험을 보고나서 심중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칠십 년 만에 나타난 마도관의 육 단계 시험 통과자였다.
더군다나 이번 대결에서 승리하게 되어 적어도 십이 장로의 자리가 보장되었다.
고작 약관에 불과한 천여운이 이 정도 무위를 지녔다면 앞으로의 얼마나 성장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굳이 여섯 종파의 산하로 들어갈 필요가 없지 않은가?’
마룡장종과 더불어 교내에서 최상위 종파가 사무종이었다.
여섯 종파의 말석인 독마종과 비슷한 성세를 가진데다 장로의 직위를 가진 만큼 사마의는 타 종파의 산하로 들어간다는 것이 내심 탐탁지 않아했다.
‘여섯 종파에 속하지 않은 소교주 후보자!’
그야말로 탐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천여운이 소교주가 된다면 기존의 여섯 종파를 중심으로 돌아갔던 마교의 체계에 분명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가 아직까지 기반을 갖추지 않았을 때 지원하게 된다면 사무종이 그 중심에 설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이 애비도 네 뜻을 존중한다. 천여운 공자라면 충분히 지지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암!] [아아! 그럼 제 뜻대로 해도 괜찮은 겁니까?]원하는 바를 얻게 된 사마착의 얼굴이 밝아졌다.
사마의가 흡족해진 얼굴로 답했다.
[그러도록 하거라. 하하핫, 잘하면 네 매제가 될 분이니, 더욱 잘 보필하도록 해라.] [네?]사마착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무래도 자신의 아버지는 천여운을 누이 동생인 사마영의 남편감으로 점찍은 듯 했다.
* * *
반 시진 후,
마도관 본관의 일 층 관주 집무실 앞.
독마종의 종주인 백오의 시신 수습을 마친 후, 어느 정도 장내가 정리되고 천여운은 좌호법 이화명을 따라서 관주 집무실로 왔다.
육 단계 시험을 통과했기에 그에 따른 혜택을 주기 위해서였다.
집무실로 들어서기 전에 선임 무공 교두인 호진창을 비롯해 두 명의 교두들이 따라왔는데, 이화명이 잠시 그들에게 밖에서 대기하라고 하였다.
‘응?’
그렇게 집무실로 들어와 문을 닫자마자, 좌호법 이화명이 진기를 일으켜 바깥과의 소리를 차단시켰다.
알 수 없는 그의 행동에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그런데 갑자기 좌호법 이화명이 그의 앞에 한 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며 입을 열었다.
“공자님. 그 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본 관의 육 단계 시험을 통과한 것을 진심으로 경하 드립니다.”
그 태도는 지금까지 생도를 대하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