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03)
# 33장 숨겨진 지하 보고 (3) #
마교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교주가 피살되었다.
그것은 중원 무림의 삼대 세력이라 할 수 있는 마교에 있어서 절대로 좌시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마교에서는 공식적으로 그를 적으로 규명하고 추적에 들어갔다.
적은 이때까지 한 번도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였다.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교인이 말하기를 스스로를 극도신이라고 칭했다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없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나타나 교주인 천무휘와 우호법, 그리고 호위대를 몰살시킨 극도신은 홀연히 사라졌다.
신강에 수많은 교인들을 파견해서 추적했지만 어떠한 흔적도 찾지 못했다.
“그자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이 년 뒤인 하남의 숭산이었습니다.”
숭산(嵩山).
그곳은 정도 무림의 성지라 할 수 있었다.
무공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 소림사(少林寺)가 있는 곳으로 사파나 마교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놀랍게도 그곳에서 오대 고수 중 한 명인 소림신승이신 공운 대사께서 피살되었습니다.”
정사마를 떠나서 무림에서 존경받는 소림신승의 죽음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무림맹에서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흉수를 잡기 위해 구파일방과 중소 문파들이 연합하여 천라지망(天羅地網)을 펼쳤다.
천라지망은 수많은 고수들이 지정된 적을 잡기 위해 펼치는 포위망이다.
자그마치 이천 명에 이르는 고수들이 하남을 포진했지만 극도신을 잡지 못하고 오히려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말았다.
“정말 대단한 자로군요.”
“그렇게 유유히 천라지망을 빠져나간 극도신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정확하게 이 년 뒤인 강소성이었습니다.”
마치 의도한 것처럼 이 년 뒤에 강소성에서 모습을 드러낸 극도신의 다음 목표는 바로 오대고수 중의 한 사람인 사파의 거성인 철사권왕 육종겸이었다.
한 번 천라지망에 당해서 그래서인지, 육종겸의 시신은 피살되고 나서 근 열흘이 지나서야 발견되었다.
“또 오대 고수라면 설마?”
“그렇습니다. 극도신이 노린 자들은 오대 고수였습니다.”
중원 최고의 고수라 불리는 오대 고수 중에 세 사람이 극도신이라는 자에게 피살되자 그의 명성은 하늘을 찌를 것처럼 올라갔다.
그가 어떠한 세력에 속해 있는 자가 아니라, 순수한 무의 결정체로서 당대 무림의 절대자들에 대한 도전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세간의 여론이 바뀌었다.
이미 무림인들은 그를 천하제일의 고수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마지막 남은 오대 고수는 무당파(武當派) 제일의 검객인 무당검선 청명 진인과 마교의 부교주인 검마뿐이었다.
“검마 공께서는 그 자가 반드시 자신의 앞으로 나타날 거라 확신하셨습니다.”
검마는 교주인 천무휘가 피살되어 왔을 때, 교주를 비롯한 시신들에 남겨진 극도신의 도흔을 살펴 보았었다.
불세출의 검수인 검마였지만 도흔에 남겨진 초식은 상상을 초월하는 역량을 지녔고, 그는 현재 자신의 검법으로는 도저히 그를 꺾을 자신이 없다고 공언했다.
검마는 극도신의 도법을 꺾기 위해서는 그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검초를 상대해야 한다고 여겼고, 그것이 바로 청옥석 비석에 남겨진 천마검공의 검흔이었다.
“부교주인 검마 공마저 잃을 수 없다고 판단한 장로 회의에서 조사님의 검흔이 새겨진 비석을 상대로 검초를 연마하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아! 그래서 파훼검초가 남아 있던 거였구나.’
청옥석 비석의 뒤에 남겨진 수많은 검흔들은 검마가 극도신을 상대하기 위해 스스로의 검을 단련시키기 위한 흔적들이었다.
다만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검초들이 전부 평범한 검식들로만 이루어졌다는 점인데, 그것은 이화명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는 알 수가 없었다.
“검마 공의 예측은 정확했습니다.”
정확하게 사 년 뒤, 극도신이 십만대산의 마교에 나타났다.
“……무당검선을 먼저 꺾었군요.”
“그렇습니다. 검마 공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이미 당대 천하제일이라는 호칭까지 얻어낸 극도신은 대담하게도 마교의 성 앞에서 진을 치고 검마에게 도전을 했다.
그리고 결과는 알려진 것처럼 무승부였다.
“무승부를 이뤘지만 검마 공께서는 큰 희생을 치러야 했습니다. 무인에게는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오른팔을 잃었으니까요.”
“극도신이라는 자는 어떻게 되었죠?”
“검마 공과 사흘 밤낮으로 싸우고 나서 결판이 난 후에 더 이상 무림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좌호법 이화명의 말대로 검마와의 승부를 끝으로 극도신은 무림에서 자취를 감췄다.
세간에는 진기를 소진해서 죽었을 거라는 것부터, 이미 자신이 목표로 했던 바를 전부 이뤄서 사라졌다는 말까지 온갖 소문이 돌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극도신은 무림사에서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도(刀)로써 천하제일인이라는 칭호를 얻은 고수로 남게 되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본교는 달라졌습니다.”
극도신과의 대결로 오른팔을 잃고 진기를 소진한 검마는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며 부교주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부교주에서 물러나면서 그 해로 열여섯이 된 죽은 교주의 여식 천무화가 교주에 취임하게 된다.
처음으로 여자 교주를 맞이하게 된 마교의 수뇌부들은 성화를 통해서 한 명의 신녀를 간택하는 방식이 천가의 혈손이 끊어질 수 있다는 것을 빌미로 제도를 바꾸기를 수없이 간언했다.
비록 교주 직에 올랐으나 힘이 없던 천무화는 장로들의 성화를 이겨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근 삼백 년을 이어오던 성화의 간택은 폐지되고, 그때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종파제가 시작된 것이었다.
교주 천무화는 평생 다섯 명의 남편을 맞이했는데, 그 중 두 명이 검마의 진전을 이은 제자들로 현마종과 검마종의 뿌리가 되었다.
나머지 세 명은 일 장로에서 삼 장로의 자제들이었는데, 그들이 현재의 기득권 층인 도마종과 독마종, 음마종이었다.
“검마 공께서는 부교주에 물러나신 후에 후진 양성을 위해 마도관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검마가 마도관을 세운 위치는 뜻밖에도 천마의 심득과 마(魔)를 봉했다고 알려진 구금동과 봉마동이 있는 부지였다.
검마는 왜 하필 이곳에 마도관을 설립하게 된 것일까?
모든 이야기를 마친 좌호법 이화명이 천여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가 왜 이 이야기를 말씀 드리는지 아시겠습니까?”
잠시 고민하던 천여운이 입을 열었다.
“…….혹시 검마 공께서 마도관을 세우신 진짜 목적이 단순히 후진양성이 아니라고 말씀하려고 그러는 게 아닙니까?”
정답이었는지 이화명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정확하게는 두 가지 목적이 있는데, 하나는 바로 진정한 천마 조사님의 진전을 이을 후계자를 위해서입니다.”
“후계자를 위해서인데 어째서 이곳에 마도관을 세우신 겁니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천여운의 말에 이화명이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검마 공께서 진기를 소진하시고 부교주에 물러나신 후에 장로들이 기득권을 차지하게 되었지요.”
부득이하게 부교주의 자리에 올랐었던 검마였지만 그는 마교의 충성스러운 교도였다.
그는 자신의 깨달음이 부족하여 천마 조사의 심득을 이해하지 못하여 천마검공을 구현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천가의 후손들 중에 그 진정한 비밀과 심득을 깨닫게 되는 자가 나타날 거라 믿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구금동과 봉마동을 사수해야 한다고 생각한 검마는 이곳에 마도관을 세워 혹여 기득권을 잡은 종파들이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도록 보호하게 만들었다.
“검마 공께서는 임종 전에 당대의 호법들에게 유언을 남겼습니다.”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호법들이 교대로 마도관의 관주를 맡아서 진정한 천마 조사의 진전을 잇는 자가 나타났을 때, 그를 교주로 옹립해달라고 말이다.
그렇게 오백 년이라는 세월 동안 검마의 유언은 이뤄지지 않았고 그저 호법가의 구전으로만 내려오는 유지가 되어버렸다.
“그 동안 교주님을 보필하면서 전장터에서 수없이 천마검법을 보았습니다. 그런 제가 공자님께서 펼친 검법을 몰라볼 것 같습니까?”
“………”
천여운이 선임 무공 교두인 호진창에게 펼치는 천마검공의 검초를 처음 보았을 때, 좌호법 이화명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기존의 천마검법보다도 훨씬 정교하면서도 고절한 검초.
이화명은 그것이 검마가 유언으로 남겼던 천마 조사의 마지막 심득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작정 이 사실을 천여운에게 밝히기에는 그 역시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단 한 초식만으로 판단할 수도 없었고, 혹시나 그것이 현 교주인 천유종이 전수해준 천마검법일지도 모른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지켜보자.’
그렇게 사파의 죄수에게 두 번째로 천마검공의 검초를 펼치는 광경을 본 후에 이화명은 확신할 수 있었다.
천여운이 그토록 호법가에서 기다려왔던 진정한 천마 조사의 심득을 이은 후계자라는 것을 말이다.
봉마동을 통과하고 육 단계 시험을 마치기까지 오랜 기다림이었다.
이화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물었다.
“공자님께 한 번만 더 여쭙겠습니다. 천마 조사님의 심득을 이으셨습니까?”
‘아아….어쩔 수가 없구나.’
마도관의 진실을 알게 된 천여운은 그 물음에 더 이상 회피할 수가 없었다.
진실을 갈구하는 이화명의 눈을 바라보며 긍정의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보는 순간 이화명은 감격스러웠는지 평소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눈시울마저 붉어져서는 오체투지를 하여 외쳤다.
-팍!
“아아아아! 좌호법 이화명이 진정한 천마 조사님의 후계자를 배알합니다.”
오백 년간 호법가에서 기다려왔던 존재가 드디어 나타났다.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오체투지한 상태로 한참동안이나 감격에 겨워하는 이화명을 바라보며 난처해하던 천여운이 문득 궁금해졌다.
“좌호법.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일단 일어나서 대답해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오체투지를 하고 있던 좌호법 이화명이 몸을 일으켜 한쪽 무릎만 바닥에 꿇었다.
마치 상전을 대하는 듯한 태도였다.
오직 교주에게만 무릎을 꿇는 좌호법이 이런 깍듯한 태도를 보이니, 기분이 묘해지는 천여운이었다.
“아까 전에 이곳에 마도관을 세운 이유가 두 가지라고 하셨는데, 나머지 하나는 대체 무엇입니까?”
“그건……직접 보여드리는 편이 좋겠군요.”
외부와의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관주 집무실을 두르고 있던 진기를 회수한 이화명이 천여운을 밖으로 안내했다.
이화명을 따라서 간 곳은 다름 아닌 북쪽에 있는 마도관의 비급 서재 건물이었다.
“앗!”
비급 서재 건물 앞에 있던 방명록 담당 교두가 관주인 이화명의 등장 화들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사를 올렸다.
“관주님을 뵙습니다.”
“성 교두, 오랜만이네.”
“넵. 그런데 관주님께서 이곳에 어찌?”
평소에 코빼기도 얼굴을 보이지 않던 이화명이 천여운을 대동해서 나타나니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 보고로 들어가려 하네.”
“네? 지하 보고라고 하시면 서, 설마…..육 단계 시험을?”
이화명이 고개를 끄덕이자 방명록 담당 교두가 두 눈이 커져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던 비급 서재를 지키는 경비 무사들 또한 놀랐는지 시선이 모아졌다.
-웅성웅성!
이것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마도관의 비급 서재에 숨겨진 지하 보고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육 단계 시험을 통과해야만 그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그들이 알기로는 칠십 년 동안 육 단계 시험을 통과한 자가 없었다.
덕분에 이곳에 근무하면서 한 번도 지하 보고의 문을 개방한 적이 없던 방명록 담당 교두였다.
“추, 축하드립니다! 천 단…아니 천 장로님.”
육 단계 시험을 통과했다면 분명 열두 장로 중 한 사람을 꺾었다는 말이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단주였는데, 정말 빠른 직위 상승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제 입구의 문을 열어줄 수 있나?”
“아, 알겠습니다!”
재촉하는 이화명의 말에 담당 교두가 앞장서서 그들을 안내했다.
마도관의 비급 서재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일 층 비급 서재의 입구에서 회전하듯이 우측 편으로 꺾어 들어가자, 지하로 들어가는 숨겨진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곳이 있었구나?’
육 단계 시험을 치르기 전에 마도관의 비급 서재 건물에 지하층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정말로 있었다.
계단을 따라서 밑으로 내려가자 그곳에 두꺼운 철문이 하나 있었고, 그 앞에는 초절정의 무위로 보이는 중년의 무인 세 명이 엄중히 경계를 서고 있었다.
“관주님을 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