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11)
# 35장 소교주의 자격 (2) #
네 종파의 혈손들이 죽음을 당한 사건이 있은 직후 사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마도관 밖에서는 현마종과 독마종이 일으킨 큰 규모의 분쟁과 더불어 여섯 종파 간의 작은 알력들로 마교의 성내의 분위기는 냉랭해져가고 있었다.
수뇌부인 교주와 장로들이 장기간 자리를 비우면서 팽배해져 있던 감정들이 격화되어 가는 과정이었다.
한편 마도관에서도 변화가 생겨났다.
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연과 현마종의 혈손 무진윤이 내공이 금제된 채로 구금동에 격리된 후로 그 산하의 수하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건재하다는 전제라면 소교주 쟁탈전이 이어지겠지만, 네 종파의 혈손들을 살해한 혐의로 갇혔다는 소식이 공표되면서 천무연의 수하들은 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음을 깨달았다.
천무연을 소교주로 지지하기 위하여 영입되었던 수하들은 지지선언을 철회했다.
천무연의 왼팔이라 할 수 있는 연현종의 극신이 배신이라며 이를 만류했지만 빠져나가는 인원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어찌 공자님께 충성을 맹세하고 배신한단 말이냐!’
‘배신이라뇨? 이미 소교주의 자리에서 물 건너 가신 천무연 공자님이 무슨 수로 우리 종파들을 지원해준다는 겁니까?’
‘우리가 현마종 산하에 포함된 게 아니라는 것을 잊었군.’
‘천여운 그 괴물과 부딪치지 말라고 분명 경고했었습니다.’
그들은 소교주가 될 천무연을 지지한 것이지 현마종을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검마종에서 영입된 인원을 포함해 열다섯 명이 빠져나가면서 천무연 일파는 원래 현마종 산하에 포함되어 있는 열하나 종파의 생도들만이 남게 되었다.
‘별 수 없구나.’
‘마도관은 천여운의 세상입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크으! 밖으로 나가서 공자님을 뒷받침 하는 수 밖에.’
어차피 천무연이 마도관에서 방출된다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는 그들이었다.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고 판단한 천무연 산하의 생도들은 자진해서 마도관을 퇴관신청 하여 나갔다.
천무연이 일파에서 빠져나온 열다섯 명의 생도들 중에 일곱은 가장 유력한 소교주 후보가 된 천여운에게 충성을 맹세했으나, 한 명도 수하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째서입니까? 공자님도 소교주로 등극하시려면 상위 종파의 입회자들을 모으셔야 하지 않습니까?’
‘필요 없다.’
천여운은 단 한 마디로 일축했다.
인재를 받을 때 충성심을 가장 크게 보는 천여운에게 있어서 그들은 안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천여운의 산하로 들어가지 못한 일곱 생도들은 어중간한 입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천여운과 그 수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열다섯 명이었던 수하들은 이번에 새롭게 영입된 두 사람으로 인해 열일곱 명이 되었다.
최상위 종파인 사무종의 사마착과 중소 종파인 해도종의 이사흠이었다.
그들은 천여운이 네 종파의 혈손들과 겨루기 전에 충성을 맹세했기에 마지막으로 수하로 받아졌다.
‘소교주가 되실 천여운 공자를 모시고 싶습니다.’
‘상위 종파의 수하들이 필요하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를 받아주십시오.’
‘거절한다.’
‘네?’
천무연이 구금동에 갇히면서 천여운이 소교주로 가능성이 높아지자, 아직까지 누구도 지지하지 않았던 다섯 명의 생도들이 찾아와서 수하가 되기를 청했지만 전부 거절했다.
마지막까지 대세가 확실해질 때까지 간을 보던 자들을 받아줄 생각 따윈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사마착과 이사흠의 빠른 선택이 운이 좋다고 볼 수 있었다.
“주군! 그들을 받으셔야 합니다.”
채택겸의 말에 몇 명의 수하들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이렇게 모인 이유는 천여운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수하를 받아들이는 것만큼은 자신의 기준이 명확한 천여운에게 충성 맹세를 하려 했던 일곱 생도들을 받기를 권하는 것이었다.
“주군의 심중도 이해하지만 소교주로 등극하시려면 적어도 열두 명 이상의 상위 종파의 종주들이 입회자로 있어야 합니다.”
채택겸의 말에 천여운이 인상을 찌푸렸다.
마도관 내에서 소교주 쟁탈전을 통해 다른 후보자들을 전부 제친 천여운에게 유일한 장벽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입회자들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마도관에서 소교주 후보자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을 모아야 하는 진정한 이유였다.
쟁탈전은 후보자들 간에 스스로를 증명하면서 후보를 줄이기 위한 경쟁이었지만, 마교라는 거대한 단체를 이끄는 수장이 되는 직전 단계인 소교주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그를 지지하는 입회자들이 필요하다.
천여운의 산하에 상위 종파 출신은 고왕흘, 백기, 문규, 호상화, 채택겸, 우소정, 사마착 등이 있었지만 일곱 명에 불과했다.
“다섯 명만 받으셔도 숫자를 채울 수 있습니다.”
여섯 종파의 소교주 후보자들끼리만 쟁탈전을 벌일 때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산하에 있는 상위 종파의 세력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많은 입회자들을 모을 필요가 없었지만 천여운은 아니었다.
사실 열두 명의 상위 종파 종주들이 입회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불과 이틀 전의 일이었다.
소교주 등극을 위해 상위 종파의 수하들을 모으라고 좌호법 이화명이 언질해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뻔했다.
그 사실을 전해들은 수하들이 더욱 안달날 수밖에 없었다.
“주군. 이번만큼은 제 생각도 채택겸과 같아요.”
평소라면 천여운에게 이견을 보이지 않는 호상화 역시도 채택겸의 말에 동의했다.
천무연에게서 떨어져 나온 수하들은 전부 상위 종파의 생도들이었는데, 그들을 전부 거절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주군. 그들을 받으십시오!”
천여운이 수하를 받는데 있어서 신중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입회자들이 없어서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무래도 아니었다.
한 번 내뱉은 말을 번복하는 것은 그렇겠지만, 입장이 어중간해진 그들도 천여운이 손을 내민다면 분명 잡을 것이다.
그러나 천여운은 그런 그들의 간언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른 방법을 택할 거다.”
“네?”
의아해하는 수하들을 바라보던 천여운이 뜻밖의 선언을 했다.
“오늘부로 나는 마도관을 나간다.”
“…..네에에에?”
폭탄선언과도 같은 말에 수하들이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직 마도관에서 지낼 수 있는 기간이 다섯 달 가량이 남았기에 육 단계 시험을 통과하긴 했지만 천여운이 남은 기간은 채우리라고 여겼던 수하들이었다.
마도관을 나가는 순간부터 그가 여섯 종파와 대립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주군. 지금 당장 나가시는 것은 위험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상위 종파에 속하는 수하들은 아직 마도관의 시험을 전부 마치지 않았다.
적어도 그들과 함께 하는 편이 천여운에게도 안전했다.
“그리고 아직 상위 종파의 입회자들도 전부 모으지 않으셨는데, 무리하시는 것이 아닌지…”
“아니. 상위 종파 이외에도 입회자들을 모으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
천여운의 말에 수하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들 역시도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은….”
그때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던 고왕흘이 빙그레 웃으면서 수하들에게 말했다.
“걱정들 말게나. 주군 혼자서 나가는 게 아니니까.”
“앗? 설마 고왕흘도 나가시는 겁니까?”
진국이 눈이 동그래져서 고왕흘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평소라면 주군인 천여운의 일에는 누구보다도 제일 앞장서서 의견을 피력하는 고왕흘이 가만히 듣고 있기만 한 것이 이상하긴 했다.
“나만이 아니네.”
“헤헤, 저도 천 공자님과 같이 나갑니다.”
“문규?”
“나도 나간다.”
문규가 신난다는 듯이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백기도 손을 들어서 함께 나간다고 의사를 밝혔다.
‘잠깐 설마?’
이들은 전부 오 단계 시험을 통과한 이들이었다.
설마 하는 생각에 채택겸과 호상화가 새로 들어온 사마착을 바라보자, 그가 쑥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부족하지만 저도 주군을 보필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이들은 사전에 천여운과 이야기를 마친 상태였다.
불가능에 가까운 육 단계 시험을 제하고 오 단계 시험까지 통과한 이들은 실질적으로 마도관의 모든 과정을 마쳤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미안하네. 이렇게 모두 모여 있는 자리에서 밝혀서.”
고왕흘이 놀라하는 그들에게 어찌된 일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천여운이 이렇게 시기를 앞당겨서 마도관을 출관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앞서 밝힌 대로 소교주 등극에 필요한 입회자를 구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취하기 위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현재 마교에 교주를 비롯한 여덟 장로들이 중원 무림으로 출타하여 자리를 비운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죽은 독마종의 종주인 백오를 제외한 다섯 종파의 종주들이 없는 지금이야말로 천여운이 출관하기 가장 적절한 시기였다.
“하면 저희들도 함께 하겠습니다!”
“저희도 함께 하겠습니다!”
호상화가 마도관을 퇴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른 수하들 역시도 이구동성으로 같이 하겠다고 외쳤다.
그러나 천여운이 고개를 저으며 다른 수하들에게 마도관에 남기를 권했다.
“안 된다.”
“하, 하지만!”
“너희들의 충심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내게 힘이 되고 싶다면 익히고 있는 무공을 완성해서 나와라.”
“아아아……”
천여운은 아직 그들이 더 강해질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오종이나 진국, 마칠 등은 아직까지 자신이 주었던 상위 종파의 무공조차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다.
여섯 종파의 허를 찌르기 위해서 지금 출관하는 것이었지만, 자신의 욕심 때문에 그들이 자진 퇴관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가 아직 주군께 큰 힘이 될 수 없구나.’
‘일부러 우리를 배려하시는 거다.’
‘….강해져야 한다!’
그 동안 천여운과 함께 지내온 시간이 있었기에 그 진의를 못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주군인 천여운에게 힘이 되기 위해서라도 더욱 강해져야겠다고 그들은 마음속 깊이 결의하게 되었다.
‘허봉이 많이 아쉽겠군.’
진국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허봉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푹 숙여서는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천여운의 제일 수하라 칭하는 허봉이 그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상심이 클까 하고 위로해주려 했다.
-벌떡!
‘응?’
그런데 갑자기 허봉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는 남아있어야 할 수하들을 향해서 눈시울이 붉어져서 울먹이는 소리로 외쳤다.
“제, 제가 주군을 잘 보필 할 테니, 여러분들은 걱정하지 마시고 얼른 강해져서 나오세요!”
“……..아.”
그런 허봉을 바라보며 고왕흘이 손바닥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나갈 때까지 이야기하지 말라고 당부를 했는데 허봉이 저질러버렸다.
천여운이 마도관을 나간다고 한 순간부터 막무가내로 무조건 따라 나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만 예외로 두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터뜨려버리면 마도관에 남아 있으라고 한 수하들의 기분이 어떻겠는가.
“으으으 주군! 어떻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저희보곤 남으라고 해놓고는 허봉은 왜 데리고 가시는 겁니까!”
“더 강해지라면서요!”
아니나 다를까 멍하게 허봉을 바라보던 수하들이 일제히 터져버렸다.
이에 자신의 실수를 인지한 허봉이 당황스러워했다.
“…..허봉, 네가 알아서 해라.”
“주, 주군!!!”
골머리가 아파진 천여운은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만 남기고 허봉을 내버려두고 가버렸다.
허봉은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만 했다.
* * *
그날 저녁 술시(戌時) 중엽,
마교의 성내 서남쪽에 독마종보다는 규모가 작았지만 꽤 큰 장원 하나가 있었다.
여느 장원들과 달리 화려한 느낌보다는 묘하게 음산한 느낌을 풍겼다.
장원의 대문 위쪽 문패에는 비환귀종(飛換鬼宗)이라 새겨져 있다.
대문의 앞에는 경비 무사로 보이는 흑의를 입은 사내 두 명이 서있었는데, 그들은 눈과 콧구멍만 드러나는 흰색 인피면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귀신처럼 보일 만큼 소름 돋는 모습이었다.
그 덕분에 서남쪽 성내에 살고 있는 교인들은 이 근방으로는 발걸음조차 하지 않을 정도였다.
경비를 서고 있는 사내들의 눈에 장원으로 다가오는 이들이 보였다.
약관으로 보이는 여섯 명의 젊은이들이었는데, 혼자서 툭 튀어나온 한사람 덕분에 눈에 띨 수밖에 없는 조합이었다.
‘허어?’
턱수염을 기르고 근육질의 청년이었는데, 보통 성인 남자보다도 상체 하나를 더 붙인 만큼 큰 신장의 거구였다.
멀리서 볼 때는 그가 눈에 띠였는데 장원의 대문 앞까지 다가오자 선두에 서있는 묘한 분위기의 청년에게 자연스럽게 눈이 갔다.
등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에 새하얀 얼굴의 청년이었다.
풍겨지는 기세만 보아서는 무공을 전혀 익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등허리에 교차하고 있는 검집과 도집이 무인임을 짐작하게 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경비 무사를 서면서 이곳 근방에 있는 웬만한 교인들의 얼굴은 다 알고 있는데, 이 청년들은 처음이었다.
경계심이 생겨난 무사들이 허리춤의 검병에 손을 올린 채 물었다.
“무슨 용무이십니까?”
긴 머리카락의 청년이 품속에서 가지고 있는 파란 옥패를 내밀었다.
파란 옥패에는 십이(十二)라는 음각이 새겨져 있었다.
“이, 이건?”
그것을 보는 순간 인피면구에 드러난 사내들의 두 눈이 커져서는 검병에 쥐고 있던 손을 떼고서 급히 포권을 취했다.
“본교의 십이 장로님을 뵙습니다.”
옥패는 다름 아닌 마교의 최상위 직인 장로의 신분을 증명하는 패였다.
십이 장로의 옥패를 보인 청년이 놀란 눈으로 포권을 취하고 있는 경비들에게 말했다.
“십일 장로이신 환의 공께 십이 장로 천여운이 뵙기를 청한다고 전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