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20)
# 36장 뱀의 아가리 속 (6) #
잔인하게도 양팔과 다리가 잘려나가서 처절하게 고통스러워하다 목이 잘린 천무연.
그것은 정원 내에 있는 현마종의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감히 도련님을!”
-챙!
참을 수 있는 선을 지나쳐버렸다.
현마종의 무사들이 병장기를 빼들고 싸울 기세를 취하자 좌호법 이화명이 그의 독문 병기인 염화검(炎火劍)을 빼들더니 푸른빛 강기를 형성해 바닥에 그었다.
-촤아아악!
바닥에 선은 정확하게 무사들과 이화명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이화명이 강렬한 기세를 발산하며 현마종의 무사들을 향해 고압적인 목소리로 경고했다.
“이 선을 넘는다면 목숨은 장담할 수 없다.”
그들도 무인인 이상 좌호법 이화명의 위명을 모를 리가 없었다.
좌호법, 그리고 마도관주의 칭호 이전에 무림에서는 그를 염왕(炎王)이라고 부른다.
열양기(熱陽氣)가 가득한 그의 검에 베이면 상처부위가 타들어가서 회복할 수 없다고 알려질 만큼 악명이 자자했다.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시험해도 좋다.”
-움찔!
이화명이 검끝을 살짝 움직인 것만으로 현마종의 무사들이 저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다.
‘비, 빌어먹을!’
‘크윽! 도련님이 비참하게 죽었는데.’
‘염왕!’
차마 선을 넘어갈 수 있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충성 이전에 이화명을 상대로 섣부른 모험을 한다는 것은 개죽음을 의미했다.
그만큼 명성이라는 것은 절대로 무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물론 그런 명성에 굴복하지 않는 이도 있었다.
“용서할 수 없다! 크아아악!”
손목이 꺾여서 부상을 당한 긴 턱수염의 중년인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천여운을 향해 신형을 달려 살초를 펼치려고 했다.
그러나 신형이 천여운의 근처로 닿기도 전에 중년인의 몸은 반 토막이 나고 말았다.
-촥!
“끄아아아아악!”
허리 째로 잘려나간 중년인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어졌다.
팔이 잘려도, 근육이 잘려나가도 그 고통이 말로 이룰 수가 없다.
그런데 척추를 비롯한 허리가 통째로 잘려 나갔으니 이를 멀쩡한 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끄으으윽!”
-털썩!
잠깐 동안 상반신이 꿈틀 거리던 중년인은 이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뚝뚝!
붉은 문양이 그려진 도신에서 핏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언제 도를 뽑았는지 조차 보이지 않았는데, 십일 장로인 환의가 그 옆으로 나타나서는 턱수염 중년인의 몸을 반으로 갈라버린 것이었다.
‘대, 대단하다.’
‘보이지도 않았어.’
문규나 허봉, 고왕흘은 이런 광경에 침을 꿀꺽 삼켰다.
좌호법 이화명부터 십일 장로인 환의까지 화경의 고수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 위압감부터 고절한 실력까지 절대로 허명이 아니었다.
이런 자들을 굴복시킨 주군인 천여운은 얼마나 대단하단 말인가.
‘아직 멀었구나.’
강함에 대한 의욕이 불타오른 고왕흘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실 그들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천부적이라고 불릴 만큼 빠르게 성장한 것이었는데, 천여운이나 마교의 수뇌부급들의 무위를 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촤악!
“컥!”
천여운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망설임 없이 무진윤의 목도 베었다.
마교의 차기 실세를 거머쥘 수 있는 현마종의 자제들의 죽음치고는 허무하면서도 비참한 최후라고 할 수 있었다.
-부들부들!
바닥에 두 손을 짚고 떨고 있는 무 부인은 정원 바닥을 구르고 있는 천무연의 수급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았다.
소중한 이를 잃는다는 고통.
그것을 겪어본 것은 정말 오래간 만의 일이었다.
조부를 비롯해 양친을 잃은 그녀였지만 그들은 타인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닌, 정해진 수명이 다 되어 눈을 감았다.
사랑하는 아들인 천무연의 목이 잘리는 순간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 때문에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내 아들이…..내 아들이……으으으,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단 말인가?’
아무리 돌이켜 보아도 잘못될 만한 것은 없었다.
계획을 수차례 검토해보았을 만큼 빈틈을 두지 않았다.
천여운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호위무사를 붙잡아서 그가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역함정을 치는 두 수하들마저 납치하면서 천여운이 누가 호위무사를 납치했는지조차 알아내지 못하게 정보를 차단했다.
‘이걸 계기로 독마종과 천여운을 같이 처리하려고 했건만.’
얼마 전 독마종의 대부분의 전력을 처리한 그녀였다.
현마종을 공격할 당시에 팔 할 이상의 전력을 투자하면서, 겨우 종파를 유지할 수준만 남아있는 독마종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여전히 후환거리였다.
네 종파에서 과거 동맹을 들먹이면서 중재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이미 옛적에 남은 독마종의 사람들마저 전멸시켰을 것이다.
‘언제적 동맹 타령이야. 어차피 척을 지었는데 굳이 후환이 될 적을 남겨둘 필요가 없잖아.’
그러나 문제는 명분이 없었다.
여섯 종파의 수장으로 있는 만큼 모든 일에는 신중을 기해야 했다.
적어도 모두가 납득할 만한 명분이 있어야 했는데, 한 번 중재가 들어온데다가 중하위 종파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독마종을 쳐서 제거하자니 일방적인 학살이 되어 남은 네 종파의 반발과 견제가 들어올 수도 있었다.
‘천여운 네놈이 도와주는 구나.’
그녀는 이 기회를 노려서 천여운이 독마종의 남은 전력과 싸우다 공멸한 걸로 그림을 그렸다.
미심쩍은 부분이 있을지 몰라도 어차피 천여운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네 종파에서도 그를 제거했다는 것을 빌미로 독마종이 처리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묻을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대체 무슨 수로 알아냈다는 말이냐!!!’
천여운은 마치 현마종이 범인인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는 것처럼 대응했다.
자식을 잃은 고통과 혼란스러움으로 망연자실해하는 무 부인을 향해 천여운이 천천히 다가왔다.
-탁!
“학!”
한 발자국 걸어올수록 살기가 짙어졌다.
그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초절정의 극에 불과했다.
화경의 극에 이른 천여운이 내뿜는 살기에 짓눌려 숨이 턱턱 막혀왔다.
‘마, 말도 안 되는 살기다!……설마 본 녀 역시도 이곳에서 죽이겠다는 것이냐?’
그를 죽이기 위한 함정을 팠지만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강렬한 살기를 내뿜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천여운이 그녀의 앞에서 서더니 무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고통은 충분히 느꼈나?”
“대체 본 녀에게 왜 이러는 건가요? 함정을 판 것은 본 녀인데 어째서 내 자식들을 빼앗는…”
-퍽!
“꺅!”
-쿠당탕탕탕!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의 발차기에 복부를 걷어 맞은 무 부인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나가 떨어졌다.
공력이 실려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엄청난 괴력에 몸이 날아간 것도 모자라서 내장이 뒤틀릴 것만 같았다.
-주르륵!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고통스러워하는 그녀에게 천여운이 다가오면서 말했다.
“내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만들고도 곱게 죽을 거라고 생각한 거냐?”
“!?”
그 말을 듣는 순간 무 부인이 고통도 잊은 채 두 눈이 왕방울 만하게 커져서는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벌써 십 년도 더 된 일이었다.
교주조차도 진노해서 호법전의 사람들을 전부 풀고도 알아내지 못했던 그 일을 대체 천여운이 무슨 수로 알아낸 것일까?
-탁!
천여운이 품속에서 꾸깃꾸깃 구겨진 종이를 꺼내서 펴서는 무 부인의 앞으로 날렸다.
그녀의 앞에 떨어진 종이에는 무언가가 빼곡이 적혀 있었다.
무 부인이 떨리는 눈으로 그 글씨를 읽어내려 갔다.
[독마종의 천종섬이다. 천여운 네놈에게 알려줄 것이 있다.]* * *
지금으로부터 다섯 시진 전, 신시(申時) 중엽.
독마종의 본당 건물 앞에 한 중년인이 독마종의 무사로부터 무언가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근방에서 현마종의 무사들에게 끌려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멀리서 지켜보느라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턱수염이 긴 남자가 그 청년더러 천여운의 수하라고 한 것은 확실히 들었습니다.”
“그 외에는 다른 보고 사항은 없느냐?”
“넵. 앞서 말씀 드린 그 객잔 건과 이것 외에는 없습니다.”
“알겠다.”
독마종의 무사가 물러나자, 뭔가를 고민하던 중년인이 본당 안으로 들어갔다.
본당에는 종주의 집무실 이외에 숙소도 있었는데 그 안의 침대에는 앙상하고 몰골이 엉망인 한 청년이 눈만 깜빡거리는 채 움직이고 있었다.
“공자님. 내당주입니다.”
“내….당….주….오셨….습….니까?”
힘겹게 목소리를 내뱉고 있는 자는 다름 아닌 독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종섬이었다.
폐인처럼 누워만 있던 그가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독마종의 종주인 백오가 한밤 중에 찾아온 무 부인을 만나던 그때 천종섬은 극도의 분노로 뭔가를 말하려고 아우성을 치다가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가 깨어난 것은 불과 이틀이 지나서였다.
척추의 손상으로 감각을 잃게 되면서 전신의 기혈이 막혀서 혀조차 움직일 힘이 없던 천종섬은 다시 깨어났을 때 목과 입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그의 분노가 의도치 않게 그 감각을 자극시켰기 때문에 일어난 기적이었다.
여전히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깨어난 일부 감각 덕분에 지금은 천천히 라도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현….마….종에….서는….무슨…..움직…임이…있던…가요?”
“그렇습니다.”
중년인은 독마종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수뇌부인 내당주 백승이었다.
얼마 전에 있었던 현마종에 대한 기습의 실패로 독마종은 전력의 대부분을 잃게 되었다.
그로 인해 현재 남은 전력은 현마종을 감시하는데 전부 활용되고 있었다.
언제라도 현마종에서 남은 독마종의 사람들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일 거라고 예상 한 내당주 백승의 대처였다.
“공자님께서 언짢으실 수도 있습니다만. 천여운이 나타났습니다.”
“!!!”
요 근래 동안 감정 반응이 없던 천종섬이 눈동자가 흔들렸다.
백승은 그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객잔에 있는 천여운을 비롯해 현마종의 근방에서 그 수하가 납치된 것까지 말이다.
이 보고를 듣게 된 천종섬은 뭔가 현마종과 천여운 간에 알력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하를 끔찍이 아끼는 그놈의 사람을 건드렸다고? 현마종이?’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던 천종섬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이것이 하늘이 내린 마지막 기회라고 여겼다.
‘잘하면 놈들을 상쟁시킬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독마종의 전력을 잃으면서 살아남는데 주력을 다하는 그들은 비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 같은 년.’
천여운의 모친인 화 부인을 죽게 만든 진정한 원흉을 천종섬은 알고 있었다.
만약 천여운이 수하도 모자라서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범인이 현마종의 무 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둘이 부딪쳐서 서로를 죽여라.’
그렇게 된다면 자신을 이 꼴로 만들고 외조부인 백오를 죽인 천여운과 독마종의 사람들을 몰살시키고 어머니에게 거짓 오명을 뒤집어씌운 무 부인 중에 누구 한 명은 반드시 죽게될 것이다.
“내….당….주.”
“네. 공자님 하명 하십시오.”
“내가……말하….는 것을….받아….적..으….세요.”
천종섬은 그가 알고 있는 화 부인의 죽음에 관련된 모든 진상을 내당주 백승에게 받아 적게 했다.
그리고 그 서찰을 당장 천여운에게 보내게 했다.
침대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된 이후로 처음으로 천종섬은 복수할 수 있는 천운이 생겨난 것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운명은 참으로 공교롭기 짝이 없었다.
천종섬이 천여운과 현마종의 상쟁시키려는 계획을 짰듯이 무 부인은 반대로 천여운과 남은 독마종의 잔당이 상쟁했다는 그림을 그린 것이었다.
다시 시점은 현재로 돌아온다.
구겨진 종이에는 천여운의 어머니인 화 부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비롯해, 현마종에서 천여운의 수하를 납치한 것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
이 모든 내용을 읽은 무 부인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것은 분노와 어이가 없음이 같이 섞인 감정 때문이었다.
‘이…..이놈이…..’
설마 그 병신이 된 독마종의 소교주 후보자 천종섬이 이런 서찰을 천여운에게 보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미궁에 빠져있던 모든 실타래가 풀렸다.
천여운이 납치된 흉수를 찾은 것도, 자신의 모친인 화 부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알아낸 것도 전부 천종섬의 짓이었다.
‘본 녀가…..본 녀가 그딴 병신이 된 놈에게….’
“아아아아아아악!!!”
-촥촥촥촥!
그로 인해 모든 것을 망쳐버린 무 부인이 서찰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이 서찰만 아니었다면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맞지 않았을 지도 몰랐다.
무 부인이 씩씩 거리며 천여운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흥! 그래 본 녀가 네놈의 그 창녀 같은 더러운 애미 년을 죽였다.”
이성을 잃은 그녀는 원래의 교양 넘치는 말투를 벗어버렸다.
어차피 모든 진상이 드러난 마당에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숨길 생각 따윈 없었다.
“그래서 본 종파의 자식들도 죽여서 분풀이를 했으니, 마지막으로 이 본 녀를 죽일 셈이냐?”
“잘 알고 있군.”
냉정한 천여운의 대답에 무 부인이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웃기는 소리 집어치워! 네놈이 본 녀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
“네놈이 여기서 본 녀를 건드린다면 오라비인 일 장로의 노여움을 사서 오체분시되어 죽게 될 것이고, 여기에 관련된 네놈들도 전부..”
-촥!
“꺄아아아아아아악!”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눈이 무언가에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천여운의 손에 발하고 있는 푸른빛 검강이었다.
검강에 두 눈이 일(一) 자로 베인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피가 흘러나오는 자신의 눈 부위를 손으로 부여잡았다.
-줄줄줄!
“내 눈! 내 눈! 아, 앞이 보이지 않아!”
“네 년에게는 앞을 볼 자격이 없다.”
“끄으으으아아아아! 이 더러운 핏줄 놈이 감히…”
-촤악!
“끄으으으으으읍!”
그녀가 분노를 전부 토해내지 못했는데 천여운의 검강이 입을 통째로 베고 말았다.
“그 입도 마찬가지다.”
기가 응집된 검강에 이빨과 혀가 전부 녹아내리면서 무 부인은 고통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눈과 입이 잘려서 흉측하게 되어버린 무 부인은 두 눈으로 보기 힘들 몰골이 되었다.
“우웁!”
무력하게 지켜보고 있는 현마종의 무사들이 그 잔인함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천여운의 분노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 더러운 손으로 미독을 썼겠지.”
-촤촥!
천여운은 엎어져서 고통스럽게 뒤틀고 있는 무 부인의 두 손을 잘라버렸다.
무 부인은 경기를 일으키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런 고통 속에서도 기절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 용할 정도였다.
“그만! 그만!”
결국 참다못한 현마종의 무사 중에 한 사람이 외쳤다.
“그대는 후환이 두렵지 않단 말이오!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본 종의 전력이 아니오! 이 사실을 일 장로께서 알게 된다면 절대로 공자를 용서치 않을 것이오!”
“알게 된다면 이겠지.”
“뭐요?”
천여운이 말없이 본당의 옆에 있는 창고 건물을 향해 손을 뻗자, 심후한 공력에 의해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서 그 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무언가가 넘쳐 나왔다.
-와르르륵!
“웃!”
짙은 혈향이 순식간에 본당 앞 정원에 흘러나오며 모든 사람들의 코를 자극했다.
어찌나 놀랐는지 문규와 허봉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아아!”
창고에서 넘쳐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죽은 시신들이었다.
자그마치 몇 십 구에 이르는 시신들이 창고에 꾸역꾸역 박혀있던 것이었다.
시신들의 틈바구니 속에는 독마종의 내당주 백승을 비롯해 천종섬이 눈을 감지 못한 채 억울한 눈으로 죽어있었다.
‘허어, 죽은 독마종 사람들의 시신을 창고 속에 숨겨놨었구나.’
고왕흘이 죽은 시신들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저들의 계획은 눈에 불을 보듯 뻔했다.
아마 자신들의 계획이 성공해서 천여운을 죽였다면, 그가 이들을 죽인 흉수인 것처럼 꾸며놓았을 것이 틀림없었다.
-콱!
천여운이 바닥에서 꿈틀대며 고통스러워하는 무 부인을 짓밟으며 말했다.
“네놈들은 독마종과 싸우다 공멸했는데 뭘 안다는 건지 모르겠군.”
그 말을 듣는 순간 현마종의 모든 무사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져버렸다.
자신들이 세운 계획을 지금 역으로 행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천여운이 가만히 대기하고 있는 수하들을 향해 명을 내렸다.
“전부 죽여라.”
“충!”
-팟!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좌호법 이화명과 십일 장로 환의의 신형이 동시에 현마종의 무사들을 향해 쇄도했다.
-촤촥!
“크악!”
두 화경의 고수들이 검과 도를 휘두를 때마다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그것은 절대로 대결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웠다.
‘안 돼! 안 돼에에에에!’
-꿈틀꿈틀!
눈이 멀었고 말을 할 수 없었지만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무 부인은 비명소리에 격정에 사로잡혀 온몸을 미친 듯이 뒤틀었다.
그런 무 부인을 향해 천여운이 속삭이듯이 말했다.
“네 년은 마지막이다.”
-오싹!
무 부인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절망과 후회라는 감정을 동시에 맛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