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21)
# 37장 두 번째 입회자 (1) #
“끄아아악!”
“이, 이 괴물들!”
현마종의 무사들이 있는 힘을 다해서 대항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두 명의 화경의 고수 앞에서 그들은 그저 범 앞에 있는 사냥감에 불과했다.
몇몇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도망을 시도했지만 독마종의 장원을 둘러싸고 있는 비환귀종의 무사들에게 붙잡혀 죽임을 당했다.
‘으으으…천여운! 천여운!’
학살 당하는 무사들의 끊임없는 비명 소리에 무 부인은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점차 두려움으로 심장이 옥죄여 왔다.
-촤아악!
“끄아아악!”
“크헉!”
이 고통스러운 소리가 멈추는 순간 그녀는 죽게 된다.
모순적인 감정이라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수하들의 비명 소리가 그치지 않기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 말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 많던 인기척들과 비명 소리들이 사라지고 독마종의 장원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전부 끝났습니다.”
좌호법 이화명의 말에 천여운이 짓밟고 있던 무 부인을 차갑게 내려보았다.
이제 그녀의 마지막 순간이 찾아온 것이었다.
그 전에 먼저 할 일이 있었다.
“십일 장로님.”
“네에. 공자.”
“비환귀종의 무사들을 불러서 독마종의 약재실을 뒤져서 쓸만한 독이 있다면, 시신들에 하독해주세요.”
“아아!”
철두철미한 천여운의 명령에 이화명과 환의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렇지 않아도 독마종이 저지른 걸로 꾸미기 위해서 그들은 최대한 본신 절기를 숨기고 평범한 일격으로 저들을 살해했다.
그런데 독까지 뿌려놓는다면 확실하게 독마종과 싸운 흔적으로 보일 것이다.
“옳으신 판단입니다. 후후후.”
환의가 장원 바깥에 있는 수하들을 데리러 간 사이에 천여운이 발로 짓누르고 있는 무 부인을 향해 사형선고를 내리듯이 말했다.
“이제 네년 차례다.”
비명 소리가 그친 후로 미칠 듯이 뛰는 심장 때문에 전신이 땀으로 젖은 무 부인이 화들짝 놀라서 온몸을 뒤틀었다.
‘안 돼! 안 돼! 이, 이렇게 죽을 수 없어. 제발! 제바아아알!!!’
“지옥에 떨어져서 먼지가 되는 그 순간까지 내 어머니께 참회해라.”
-푹!
날카로운 예기가 그녀의 우측 목덜미부터 파고들며, 차가운 어둠 속에서 그녀는 의식을 잃어갔다.
* * *
다음날 마교의 성내는 뜻밖의 소식으로 떠들썩해졌다.
교주전 소속의 교인들로부터 모든 종파와 무가로 소식들이 날아갔는데, 이것은 교인들을 충격에 휩싸이게 할 만큼 엄청난 사건이 되었다.
얼마 전 현마종과의 싸움으로 겨우 종파의 명맥만 유지하던 독마종이 지난 밤,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몰살당했다는 소식이었다.
교내 번화가 거리는 이 소식들로 인해 떠들썩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뭐? 그게 사실이야?’
‘세상에 여섯 종파 중의 하나가 하룻밤 새에 사라진 거잖아!’
‘허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그 독마종이 이젠 없다고?’
그런데 이것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일을 자행한 현마종의 소식이었다.
독마종의 장원에서 이백 명이 넘는 현마종의 무사들이 독에 중독되어 몸이 녹거나, 흑변한 채로 그 시신들이 발견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른 아침에 독마종과의 협약으로 식료품을 배달하는 용역들이 사건의 현장을 발견하면서, 교주 전에서 사람들과 현재 교내 책임자를 맡고 있는 구 장로가 시신들을 수습하고 조사 중이다.
‘참 말인가?’
‘허어, 무섭구만. 여섯 종파는 여섯 종파답네. 독마종 사람들이 절대 그냥 당하진 않는군.’
‘현마종주가 복귀하면 난리가 나겠는데.’
‘무슨 사달이라도 나겠나? 설마 죽은 독마종 사람들을 상대로 부관참시라도 할 리는 없을 거고.’
부관참시(剖棺斬屍).
죽은 뒤에 극형을 치루는 것으로 시체를 베거나 목을 잘라서 걸어두는 것을 말한다.
관에서 하는 것이지만 일종의 시신을 상대로 분풀이를 하지 않겠냐는 말이었다.
‘그, 그 있잖아. 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이신 천무연 공자의 시신도 현장에서 발견 되었다던데.’
‘응? 천무연 공자는 마도관에 있지 않나?’
‘마도관에서도 사건이 터졌다고 공문을 붙였던데. 현마종에서 마도관의 구금동을 습격해서 천무연 공자와 일 장로의 자제 분을 탈출시켰다던데?’
‘헉! 마도관에 말인가? 쯧쯧, 아무리 현마종이 성세가 높다지만 본교의 규칙도 우습게 여길 만큼 대담해졌네. 그려.’
‘무공 교두들이 일부 흉수들을 잡긴 했다던데, 것 참…..교주께서 자리를 비웠다고 교내가 엉망이 되어가는군.’
‘어서 교주님과 장로님들이 복귀하시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겠는걸.’
거리의 분위기는 떠들썩한 것으로 그치지 않고 흉흉해졌다.
최근에 들어서 마도관 내에서 벌어진 혈손들이 죽는 사건 때문에 여섯 종파끼리의 알력 다툼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교인들은 생각했다.
교인들은 자리를 비우고 있는 교주가 어서 빨리 복귀하기를 기원했다.
한편 비환귀종의 본당 종주의 집무실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종주인 환의에게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집무실 책상에 앉아있는 환의에게 한 중년의 사내가 보고했다.
“비작 거리에 파견되었던 공작원들이 복귀했습니다. 말씀 하신대로 입소문을 퍼뜨려서 여론이 현마종으로 집중되었습니다.”
“잘했어요.”
나비 문양이 그려진 붉은 비단 옷을 입은 환의가 빙그레 웃으며 칭찬했다.
놀랍게도 현재 성내에 퍼진 소문의 일부는 의도된 것이었다.
암종인 비환귀종의 사람들은 정파나 사파에 파견되어 세작으로 활동할 만큼 정보 조작이나 여론을 형성하는데 능했다.
“특별히 공작전을 벌일 필요도 없었습니다.”
“상대가 없으니까요. 후후후.”
만약에 독마종이나 현마종이 멀쩡했다면 이런 여론 조작이 되지 않도록 손을 썼겠지만, 독마종은 완전히 멸종했고 현마종 역시도 교내에 남아있던 자들이 전부 제거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막을 수가 없었다.
이로써 진실은 은폐되고 두 종파 간의 상쟁이 되어버렸다.
‘천 공자. 정말 감탄스럽군요.’
이 모든 것이 천여운의 지시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물론 그런 지시가 없더라도 환의는 자의로서 일부 정보를 조작할 생각이었지만, 천여운의 말을 듣고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갓 마도관에서 출관한 애송이가 아니라 능구렁이를 잡아먹은 것처럼 영악했다.
‘과연 현마종주가 돌아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 오만하면서도 강한 남자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보일 반응.
이것만 생각해도 즐거워지는 환의였다.
같은 시각, 비환귀종의 객당 정원에는 심각한 얼굴로 서있는 천여운과 수하들이 있었다.
밤새 잠을 자지 못했는지 그들의 얼굴은 퀭했다.
몇 차례 천여운이 자신은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서 쉬라고 했지만, 주군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그냥 내버려둘 순 없는 수하들이었다.
‘에휴. 어젯밤의 일들로 주군께서도 많이 피로하실 텐데.’
차마 쉬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키워준 장 호위가 위독하다는 말에 천여운은 밤을 꼬박 지새웠다.
어제 새벽에 좌호법 이화명이 불러준 의원 백종명이 밤새 장 호위를 돌보고 있었다.
마의 백종우를 부르고 싶었지만 그는 교주의 주치의였기 때문에 출타 중이었다.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비환귀종의 내당주가 전해준 말에 천여운의 심경은 내내 복잡했다.
‘장 호위…..’
수많은 추억들이 그를 괴롭게 만들었다.
장 호위마저 죽게 된다면 어릴 적 유년기를 떠올리게 만들 마지막 끈이 끊겨버리는 셈이었다.
‘천 공자님.’
문규는 괴로워하는 천여운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이 쓰라렸다.
힘내라는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아직 아무런 결과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위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기에 할 수 있는 것은 같이 이 자리를 지키는 것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끼이이익!
“지친다. 지쳐….”
객당의 한 방문이 열리면서 초췌한 얼굴의 의원 백종명이 걸어 나왔다.
밤새 치료를 하느라 잠을 자지 못한 그는 당장에 침상에 쓰러져서 자고 싶은 심경이었다.
“엇?”
마루로 나온 백종명이 천여운을 발견하고 포권을 취했다.
그가 장로가 된 이후로 예전처럼 편하게 대할 수는 없었지만, 마도관의 밖에서 만나게 되니 반갑기는 매한가지였다.
“천 장로님이 여긴 무슨 일로?”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여운이 마루 위로 올라와서 물었다.
“배, 백 의원님. 장 호위는 괜찮습니까?”
“장 호위?”
백종명은 자신의 숙소에서 자고 있던 도중에 비환귀종으로 반 강제로 끌려왔기 때문에 장 호위의 정체를 몰랐다.
“제, 제 호위입니다.”
“아아!”
어쩐지 좌호법 이화명이 직접 와서는 신경써달라고 한 이유가 있었다.
얼마나 걱정스러운지 평소에 감정 표현이 별로 없는 천여운의 떨리는 눈을 바라보면서 백종명이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참….이런 말을 하기 그렇습니다만….”
그 말에 천여운이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그러자 백종명이 뭔가 오해한 것 같다는 생각에 얼른 다음 말을 이었다.
“아아, 그게 아니라 이빨이 전부 뽑혀져 있어서 평생 미음이나 죽만 먹으면서 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네? 그, 그럼?”
백종명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겨우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참 심지가 굳건한 사내더군요.”
“아아아!”
방금 전까지 심각하게 굳어져 있던 천여운의 안색이 밝아졌다.
밤새 걱정해왔던 모든 것이 씻은 듯이 날아갔다.
기뻐하는 천여운의 얼굴에 긴장된 얼굴로 결과가 어찌되었는지 궁금해 하던 수하들이 마루 위로 뛰어 올라와서 축하했다.
-우당탕!
“경하 드립니다. 주군.”
“주, 주군! 정말 잘되었습니다! 밤새 그렇게 걱정하셨는데.”
“공자님! 흑!”
허봉과 문규는 괜히 벅차올랐는지 눈물까지 글썽였다.
그만큼 천여운이 괴로워하는 모습은 그들을 많이 걱정스럽게 만들었었다.
그래도 다행히 장 호위가 망자의 강을 건너지 않고, 무사히 견뎌냈으니 한시름 덜은 것이었다.
“으음….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시끄럽게 하지 말고 일단 내려가는 게 좋겠네요. 환자는 당분간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헙!”
“죄, 죄송합니다.”
의원 백종명의 말에 머쓱해진 그들이 조용히 마루 아래로 내려갔다.
밤새 치료를 받은 장 호위는 백종명이 처방해준 약을 먹고 겨우 잠든 상태였다.
당분간은 안정을 취하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에 천여운은 연신 백종명에게 감사하다고 예를 표했다.
백종명이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원의 본분을 다했을 뿐입니다. 아이고, 그런데 저는 출근 시간이 늦어져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요?”
금방이라도 피로에 지쳐 쓰러질 것 같은 그의 상태에 천여운이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쉬고 가는 편이 좋지 않겠냐며 권했지만, 백종명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괜찮습니다. 하하핫, 의무실에 가서 눈을 부치면 됩니다. 천 장로님이 마도관에 안 계셔서 더 이상 바쁠 일이 없을 것 같거든요.”
“네?”
“아, 아닙니다.”
천여운이 있을 때만 하더라도 환자가 끊이지 않았던 마도관 의무실이었다.
그러나 그가 육 단계 시험을 통과해서 나갔으니, 더 이상 환자가 없을 거라 생각하면 매순간이 아쉬운 백종명이었다.
‘뭐, 몇 달만 참으면 되니까.’
마도관의 기간이 끝나고 나가게 된다면 스승인 마의의 곁에서 보조로 있을 때보다도 더 많은 환자를 접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여운의 전신에서 풍겨져 나오는 짙은 혈향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백종명이 마도관으로 돌아간 후에 수하들은 밤새 잠을 자지 못한 천여운에게 쉬기를 권했다.
그런데 천여운의 생각은 달랐다.
“그럴 시간이 없을 것 같다.”
“네?”
“얼마 후면 본교로 교주님이 도착한다.”
“아…..”
교주 일행의 귀환.
그들 역시도 아까 전에 십일 장로 환의가 찾아와서 했던 말을 같이 들었다.
정파 무림맹의 사자가 방문한 후로 무림으로 나가서 장기간 자리를 비웠던 교주가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강서성의 남부 지역까지 도달했다고 하니, 닷새 안에는 도착할 것이다.
그 안에 천여운이 해야 할 일은 명백하게 정해져 있었다.
남은 두 명의 입회자들을 구해야 했다.
‘교주부터 여섯 종파의 종주들이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현마종의 무 부인은 비교적 쉽게 처리했지만, 종주들까지 돌아오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욱 힘든 싸움이 시작된다.’
그들이 복귀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천여운을 견제할 것이다.
그 전에 만반의 준비를 마쳐야 했다.
문규의 조부인 팔 장로 마룡장종의 종주 문연도 있었지만, 지금 당장에 입회자로 설득할 길이 없기 때문에 혹시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인가.’
현재 교내에 있는 네 명의 장로들 중에 한 사람인 독마종주 백오는 천여운의 손에 목숨을 잃고, 십일 장로인 환의는 옥패를 바치고 충성을 맹세했다.
두 사람의 장로들에게서 옥패를 얻어야만 소교주로 등극할 수 있다.
“그래도 구 장로님은 설득하기 쉽겠군요.”
“음음. 그렇겠군.”
허봉의 말에 고왕흘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구 장로 사무종의 종주 사마의의 아들인 사마착이 천여운의 수하로 있으니, 아무래도 그를 지원할 확률이 높았다.
“그럼 먼저 구 장로님을 뵈러 갈 겁니까? 주군.”
“아니. 구 장로는 사마착이 내상을 치료하면 같이 간다.”
무 부인의 수하들에게 내상을 입은 사마착은 지금 객당의 한 방에서 백기와 함께 운기조식을 취하며 회복 중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졌군요.”
“마연검종으로 간다.”
다음 목표는 십 장로 마연검종(魔演劍宗)의 종주 연무화였다.
열두 장로 중에서 사 장로인 음마종의 종주 항소유와 더불어 여인의 몸으로 장로직을 맡은 자였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그녀는 검마종, 현마종과 어떠한 연이 닿아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것이 길(吉)이 될지 흉(凶)이 될지는 가보면 알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