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22)
# 37장 두 번째 입회자 (2) #
천여운은 마도관을 나오기 전에 좌호법 이화명을 통해서 각 종파에 대한 여러 정보들과 열두 장로들에 대한 특징, 무공, 세력권에 대해서 상세히 알아두었다.
물론 그것은 완벽한 정보라기보다는 교주전에서 조사한 정보들이었다.
이화명이 십 장로 연무화에 대해서 이야기해준 것을 떠올렸다.
‘장로들 중에서 교주님조차도 독특한 성격 때문에 꽤 껄끄러워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그 중 한 명이 십 장로 연무화입니다.’
또 다른 한 명은 비환귀종의 종주 환의라고 한다.
연무화의 마연검종은 종파라고 표명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그녀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무인들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연검종의 장원에는 최소한의 고용인들만이 있다고 한다.
가장 특이한 것은 그녀는 장로 회의가 있거나 교주의 명이 없고는 늘 장원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연 장로는 괴팍한 성격 때문인지 타인과 교류를 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오는 손님도 마다한다고 하더군요. 다만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몇 년에 한 번꼴로 검마종주, 현마종주와 접촉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접촉을요?’
‘그렇습니다. 늘 성 밖에 인적이 드문 산봉우리에서 만나는 것 같더군요. 사람을 보내서 염탐을 하고 싶어도 세 장로들의 무공 수위가 높아서 접근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화경의 고수를 상대로 일정 간격 이상으로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세 사람의 회동이 수상하기는 했지만, 그 후에는 늘 하던 데로 장원에 틀어박혀 아무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에 교주는 근 칠 년 가까이 그녀를 감시하게 했던 것도 이내 중지시켰다고 한다.
‘특이하군요.’
‘워낙 괴팍하고 완고해서 설득하기 어려워서 권해드리고 싶지 않지만, 만약에 연 장로의 충성을 얻게 된다면 굉장히 도움이 되실 겁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녀의 무공은 저를 능가합니다.’
이 말을 할 때만큼은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이 있는지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좌호법을 능가한다고요?’
가진 세력이 없고 특별한 공적이 없어서 장로들 중에서도 하위 서열에 속하지만 무공만큼은 여섯 종파의 종주들에 버금간다고 했다.
심지어 장로 회의가 있을 때마다 음마종의 종주 항소유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것을 피한다고 할 정도였다.
교주전에서 파악하기로는 두 장로가 비공식적으로 비무를 겨뤘고 항소유가 처참하게 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무화는 마교의 여자 무인의 정점에 서있다고 할 수 있었다.
‘괴팍한 성격을 떠나서 연 장로가 강한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수하로 거두시기에는 흐음…..차라리 다른 장로 분들을 설득하시는 편이 빠를 겁니다.’
이화명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녀의 옥패를 얻기로 결정한 천여운이었다.
이를 생각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마연검종의 장원에 도달했다.
마연검종의 장원은 마도관의 동남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라?”
허봉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장원의 입구의 대문은 잠겨 있었는데, 다른 종파들과 달리 그 앞을 지키는 경비 무사들이 없었다.
크기도 여느 장원보다 작은 규모라서 얼핏 보아도 외당, 내당을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경비 무사들도 없고 많이 조용한데요?”
“안에 기척은 느껴지네. 기감을 열어서 살펴보게.”
“아!”
허봉에게 고왕흘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허봉이 기감을 열어서 살펴보면 장원 내부에 그리 많은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많아도 열 명을 넘기지 않는 듯 했다.
그 대부분도 무공을 익히지 않은 평범한 사람의 기척이었다.
“주군, 아무래도 직접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천여운이 고개를 끄덕이자 허봉이 대문의 문고리를 잡고 두드리며 소리쳤다.
-쿵쿵쿵!
“누구 계십니까? 안에 누구 계십니까?”
허봉이 몇 차례 외치자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리며, 청소를 하는 고용인으로 보이는 중년인이 빗자루를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고, 나으리들 무슨 일이십니까?”
말투만 듣더라도 무인이 아님은 확실했다.
장원을 정리하고 유지할 수 있는 고용인들 외에 어떠한 수하를 두지 않는다는 소문이 사실인 듯 했다.
허봉이 중년의 고용인에게 용무를 밝혔다.
“이 분은 본교의 십이 장로이신 천여운 공자이십니다. 십 장로님을 뵈러 왔는데, 말씀을 올려주십시오.”
“헛! 십이 장로님이라고요?”
고용인이 눈이 왕방울 만해져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워낙 손님이 없는 장원에 마교의 수뇌부라 할 수 있는 장로가 찾아왔다고 했으니 놀랄 만도 했다.
확실히 마연검종이 폐쇄적이긴 했다.
천여운의 이름은 육 단계 시험 이후로 마교 성내에 꽤 많이 퍼져있었는데, 전혀 듣지 못한 듯했다.
‘응? 이 젊은 공자가 장로님이라고?’
일개 고용인에 불과한 중년인이었기에 고작 약관의 나이에 불과해 보이는 천여운이 장로라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는지 수상해 하는 눈초리로 그를 살폈다.
그러나 이내 천여운이 품속에서 꺼낸 장로의 신분을 알리는 옥패를 보고서는 황급히 장원으로 뛰어 들어갔다.
“으음, 살짝 느낌이 안 좋은 걸요.”
여자의 감일까.
문규의 촉은 정확했다.
얼마 있지 않아 대문 입구로 다시 나타난 중년의 고용인이 눈치를 보면서 물었다.
“호, 혹시 교주전에서 보내서 오셨습니까?”
“아닙니다.”
“아아…..”
신음성을 흘리던 고용인이 허리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천 장로님. 저희 종주께서 교주님의 명이 아니라면 뵙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네에? 다른 장로님이 찾아오셨는데요?”
허봉이 불만스러웠는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물론 손님을 받고 안 받고는 그 장원의 주인의 자유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동급의 직위를 가진 다른 장로가 찾아왔는데 단번에 거절할 줄은 몰랐다.
“흠.”
천여운의 입에서도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적어도 얼굴은 비출 거라 생각했는데, 확실히 완고한 성격의 소유자인 듯 했다.
아무래도 십 장로 연무화와 대면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무인의 본성을 자극하는 편이 좋을까?’
첫 대면이었기에 좋은 인상으로 만나고 싶었지만 상대가 만나기를 거부하니, 억지로 장원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그나마 무난한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장원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에 이 정도 거리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실례를 무릅써야겠군요.”
“네?”
천여운이 심후한 내공을 끌어올려서 장원 내부를 향해 기세를 발산시켰다.
화경의 경지에 오른 천여운이 내뿜는 기운은 동급의 강자라면 충분히 자극이 될 만큼 강렬했다.
“주, 주군?”
옆에 서있는 고왕흘과 문규, 허봉조차도 영향을 받을 만큼 강렬한 기세였다.
내공이 약한 자들은 천여운이 발산하는 기운만으로도 공포심이 생겨나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였다.
“흐어어어!”
-털썩!
그 예로 바로 앞에 서있던 고용인이 안색이 창백해져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장원의 본당 쪽을 향해 기운을 집중했으니 아마도 무인으로서 호기심이 생기거나 자극이 되었다면 뭔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응?’
그러나 예상과 달리 장원의 내부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허탈해지기마저 했다.
‘좌호법의 말대로 무리인가.’
이렇게까지 외부의 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자는 처음이었다.
만나기라도 해야 두 번째 입회자로 설득을 해볼 텐데, 이래서는 무리였다.
잠시 고민에 빠져 있던 천여운이 장원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확인해보기로 했다.
‘현마종, 검마종과 연이 있다고 했지.’
만약에 그녀가 그들의 조력자가 맞다면 처음부터 배제할 필요가 있었다.
여섯 종파의 종주들에 버금가는 고수인 연무화가 그들을 돕게 된다면 아직까지 세력 면에서 부족한 자신이 불리해진다.
“혹시 십 장로님께 마지막으로 이 말을 전해줄 수 있겠습니까?”
“마, 말씀하십시오.”
겁에 질린 고용인이 얼른 답했다.
“현마종, 검마종과 같은 길을 걷는 가? 라고 전해주십시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기로 하였다.
만약에 그들과 조력자라면 뭔가 반응을 보일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일관되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중년의 고용인이 떨리는 다리를 붙잡고 장원 안으로 들어갔다.
천여운의 질문에 의아해진 고왕흘이 물었다.
“주군. 십 장로님의 옥패를 얻기 위해서 오신 게 아닙니까? 어째서 그런 질문을?”
좌호법 이화명에게 장로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 아니었기에 의문스러울 만도 했다.
천여운이 그런 고왕흘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답해주었다.
“방관자로 남을지 적이 될지 확인해보려고.”
“……옥패는 포기하시는군요.”
어차피 이런 완고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스스로 동하지 않고는 아무리 설득한다고 해도 아군이 되어줄 리가 만무했다.
그나마 최상은 그녀가 여섯 종파와의 싸움에서 방관자로 남는 것이었다.
중년의 고용인이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흠칫!
천여운이 대문 틈새로 보이는 장원 안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방금 전까지 고요했던 마연검종의 장원 내부에서 날카로운 진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것을 감지한 천여운의 표정이 굳어졌다.
‘후자인가.’
아무래도 요동치는 진기를 보면 방관자가 아님이 확실했다.
“무, 무슨 진기가 이렇게!”
“아아!”
뒤늦게 장원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기를 느꼈는지 고왕흘과 문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까 전에 천여운이 곁에서 발산하던 기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했다.
분명 이 장원의 주인이 내뿜는 기운이 틀림없었다.
-타타타탁!
그때 중년의 고용인이 황급히 달려와서 창백해진 얼굴로 천여운과 수하들에게 말했다.
“조, 종주께서 모셔오랍니다.”
어떠한 것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십 장로 연무화가 그들을 장원 내로 초대했다.
천여운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용인을 따라 장원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모래바닥으로 이루어진 넓은 마당과 함께 그녀가 거처하는 본당 건물이 보였다.
‘아! 저 분이 십 장로님?’
문규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본당 건물의 마루에 오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흰 무복에 단정한 외모의 여인이 서있었는데, 꼿꼿한 자세부터 시작해 짙은 눈썹, 미간에 가득한 주름마저도 보통 성격의 소유자가 아님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검?’
마루에 서있는 그녀의 오른손에는 검집이 들려 있었다.
예상대로 호의적으로 초대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마루에서 내려온 십 장로 연무화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천여운이 인사를 하기도 전에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리키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네놈이로구나.”
“네놈?”
초면부터 거침없이 막말이 들어오자, 도리어 수하인 허봉과 고왕흘이 상기되어서는 불쾌함을 느꼈다.
아무리 같은 직위인 장로라고 해도 천여운은 교주의 자식이면서 소교주 후보자였다.
최소한의 예법은 갖출 만도 했는데, 인사는커녕 삿대질을 하면서 함부로 대하니 화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괴팍하긴 하구나.’
겉모습만 봐서는 귀부인처럼 보였는데 상당히 거칠었다.
교주마저 껄끄러워 할 만 했다.
그녀의 그런 태도에도 불구하고 천여운은 개의치 않고, 가볍게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
“십이 장로 천여운이 십 장로이신 연무화 공을 뵙습니다.”
“흥! 네놈이 천가(天家)이든 장로이든 내게서 대우 받을 생각 따윈 버려라. 나는 본교의 교주님이 아니면 누구에게도 예를 갖추지 않는다.”
그저 인사를 했을 뿐인데 이상할 정도로 적의가 넘쳤다.
천여운의 인상이 점차 굳어졌다.
‘역시 현마종, 검마종의 조력자인 건가.’
그렇지 않고는 아무리 괴팍해도 이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었다.
그런데 연무화가 갑자기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챙!
‘서, 설마?’
‘지금 뭘 하려고?’
갑작스러운 그녀의 발검에 천여운의 수하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묵빛 현철로 만들어진 검신이 모습을 드러내며 그녀가 천여운을 향해 적의가 가득 찬 눈으로 검 끝을 겨냥하며 외쳤다.
“뭐? 같은 길? 그런 후안무치한 배신자들과 나를 같은 검종(劍宗)으로 취급하다니, 네 녀석에게 오늘 본때를 가르쳐주마!”
-팟!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연무화의 신형이 번개처럼 바닥에서 튕겨져 나오며 천여운을 향해 고절한 검초를 펼쳤다.
적의적인 태도가 걸리기는 했지만 설마 정말로 대뜸 공격할 줄은 몰랐다.
문규가 놀라서 다급히 외쳤다.
“공자님! 위험해욧!”
-촤촤촤촤촤촥!
짧은 찰나의 순간 천여운의 두 눈이 커졌다.
열여덟 개의 평범한 검식들이 교묘하게 맞물리면서 그 위력이 증폭되는 이 검초는 천여운이 익히 잘 알고 있는 검법이었다.
‘진신마검?’
마교에서 실전된 검마의 검법인 진신마검(進新魔劍)이 십 장로 연무화의 손에서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