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31)
# 39장 대면 (3) #
“소교주 등극을 허락해주십시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천여운의 주청에 대전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표정이 각양각색이 되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물론 놀랍다 못해서 당혹스러운 것은 다섯 종파의 장로들이었다.
천여운이 장로로 임명되는 것조차도 불쾌했던 와중에 이런 식으로 치고 들어오리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다, 당했다!’
‘이 놈이…..이걸 노렸구나!’
교주에게 주청할 수 있는 기회를 노렸다.
천여운 이외에도 교주 천유종을 향해 무릎 꿇고 포권을 취하는 세 명의 장로들.
그들은 분명 입회자가 틀림없었다.
‘대, 대체 언제 이 자들을 설득했단 말인가?’
‘연무화? 환의?’
구 장로 사마의는 그렇다 치고 십 장로 연무화와 십일 장로 환의는 마교에서도 가장 괴팍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자들로 정평이 나있었다.
그런 그들이 무릎을 꿇고 천여운의 소교주 등극을 이구동성으로 주청하니, 다섯 종파의 장로들로서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셈이었다.
‘막아야 하건만…..’
여기서 그들이 반대를 하고 나서기에는 방법도, 명분도 없었다.
차라리 장로들만 모여 있는 자리라면 모를까, 교내의 모든 종파의 종주들이 모여 있는 자리였기에 섣부른 수작을 부려봐야 위신만 잃는다.
‘크윽!’
‘어찌할 도리가 없구나.’
천여운은 마도관의 소교주 쟁탈전에서 모든 경쟁자를 물리친 것도 모자라서 세 명의 장로 급 입회자마저 구했다.
교주의 인가만 떨어진다면 당장에라도 소교주 등극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처리할 수 있는 떨거지로 취급했던 안일함이 불러일으킨 패착이라 할 수 있었다.
‘교주님의 인가만 떨어지면 모든 것은…..’
그들이 바라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오백 년 만에 여섯 종파의 혈손이 아닌 자가 소교주가 된다면 그들이 구축해놓은 견고한 성세는 흔들리게 되리라.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교주에게로 향했다.
교주 천유종의 표정이 묘했다.
‘……본좌가 알고 있던 그 아이가 맞단 말인가?’
교주는 다른 의미로 천여운에게 감탄을 했다.
장로로서 나타났을 때는 안중에도 없던 자식이 눈에 띨 만큼 괄목상대(刮目相對)한 것에 놀랐었는데, 지금은 천여운의 영악한 수에 놀랐다.
무릎을 꿇고 포권을 취하고 있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천여운의 당당한 눈빛에 무표정했던 교주의 눈동자에 흥미가 감돌았다.
마도관 입관식 때 보았던 무력하고 복수심에만 불타던 치기 어린 그 천여운이 아니었다.
‘인정하라는 말이더냐.’
분위기는 이미 무르익었다.
좌중을 스윽 바라보던 교주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세 명의 입회자들은 칠 공자를 소교주로 인정하는 것이냐?”
-웅성웅성!
교주 천유종의 물음에 대전의 희비가 갈렸다.
천여운을 따르는 각 종파의 종주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고, 장로들과 그들의 산하에 있는 종파의 종주들의 눈빛에 당혹감이 서렸다.
장로로 임명되었는데 천여운을 칠 공자라 표현했음을 소교주 후보로서 정식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이었다.
“저 구 장로 사마의는 천여운 공자를 본교의 소교주 자격이 있음을 인정합니다.”
“저 십 장로 연무화는 천여운 공자를 본교의 소교주 자격이 있음을 인정합니다.”
“저 십일 장로 환의는 천여운 공자를 본교의 소교주 자격이 있음을 인정합니다.”
세 사람의 결의가 담긴 목소리에 교주 천유종이 눈빛이 무거워졌다.
그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진심으로 천여운을 인정하는 듯 했고, 여섯 종파의 의중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다.
‘……이 편이 나을 지도.’
여섯 종파와 무관한 소교주.
그가 설계했던 그림과는 다소 동떨어졌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교주가 고개를 끄덕 거리더니 결정을 내렸다.
그 결정을 입 밖으로 내뱉으려는 순간,
-오싹!
찌를 듯이 날카로운 살기가 교주의 감각을 자극했다.
그것을 느낀 자는 교주만이 아니었다.
대전 안에 있는 자들 모두가 그 살기를 감지했기에 절로 진원지를 향해 시선이 갔다.
‘이, 일 장로?’
살기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현마종의 종주이자 일 장로 무진원이었다.
일 장로 무진원은 동공에 핏줄까지 서서 살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자신의 혈족이 전부 죽었다고 했을 때부터 혼란스러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던 무진원은 더 이상 주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 시점에 소교주 등극을 주청해?’
교주와 수뇌부들이 기밀로 중원 무림으로 출타를 하기 전만 하더라도 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 천무연 역시도 소교주에 가까운 위치였다.
다른 다섯 종파의 후보자들이 마도관에서 방출되었기에 무진원 역시도 그리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그가 돌아왔을 때, 현마종과 관련된 모든 종파원들과 혈족들이 죽었다.
공교롭게도 천무연 역시도 마도관에서 살인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탈출하여서 독마종의 장원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과 관계를 떠나서 무 부인도 그렇고 천무연이 소교주 쟁탈전의 마지막을 앞둔 시기에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할 리가 없었다.
평소에는 절대로 보이지 않을 실책으로 그들이 죽으면서 천여운 혼자 단독 소교주 후보자가 되었고 기다렸다는 듯이 소교주 등극을 주청했다.
그 시점에서 무진원의 모든 의심은 단 한 사람에게로 쏠렸다.
‘천….여…운!’
이제 증거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심증이 천여운에게로 향한 시점에서 무진원은 그를 이 자리에서 찢어 죽이지 않는 다면 이 풀리지 않는 원한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다.
-탁!
살기를 풀풀 풍기고 있는 일 장로 무진원의 앞으로 좌호법 이화명과 우호법 섭맹이 빠르게 나타나 가로막고, 대호법 마라겸은 교주의 앞을 지켰다.
-챙!
이화명이 붉은 검신의 염화검을 뽑아서 무진원에게 겨냥했다.
섭맹 역시도 허리춤에 차고 있던 광무도의 도병에 손이 가져가 있었다.
마교의 대전에서 유일하게 무구를 지닐 수 있는 자들은 교주와 그를 보호하는 세 호법들뿐이었다.
“살기를 거두시오. 일 장로.”
“교주님이 계신 대전에서 이 어찌 무엄한 행동이란 말이오.”
이화명과 섭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 장로 무진원이 살기를 거두지 않고 분노가 서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본 장로가 네놈의 간교한 계책을 모를 것 같으냐.”
그가 말을 하는 대상은 앞에 있는 호법들이 아닌 바로 천여운이었다.
무진원의 날카로운 눈빛은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천여운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교주를 향해 포권을 취하고 있던 천여운이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장로 석에 앉아 있는 일 장로를 바라보았다.
‘이놈!’
천여운과 눈이 마주한 일 장로의 동공이 분노로 흔들렸다.
덤덤한 얼굴과 달리 천여운의 눈빛은 그를 도발하듯이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노기가 치솟은 무진원이 화를 내려는 순간,
“거기까지다.”
교주의 입에서 경고성이 흘러나왔다.
낮게 깔린 어조에 불과했지만 목소리에 실려 있는 공력은 심후했고,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무진원을 억눌렀다.
“크윽!”
천여운의 계책에 현마종의 종파원들과 혈족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생각에 아무 것도 보지 못하던 무진원이 그제야 대전의 자리임을 의식했다.
이 자리에서 교주를 자극해봐야 그만 위태로워질 뿐이었다.
무진원이 주체하지 못하던 살기를 갈무리하고 교주를 향해 바닥에 엎드려서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다.
“신이 지엄하신 교주님께 무례를 범했습니다. 불손함을 사죄드리겠나이다!”
-쿵! 쿵! 쿵!
그 말과 함께 머리를 세차게 바닥에 찧었다.
이마에 피가 흘러내릴 만큼 바닥에 연달아서 박자, 교주 천유종이 말없이 무진원을 압박하던 기운을 해지시켰다.
-쿵! 쿵! 쿵!
이마를 스무 번 가량 박은 무진원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다.
냉정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던 교주 천유종이 계속해서 이마를 박으려는 무진원에게 그만하라 명했다.
“돌아가서 착석하라.”
“교주님의 하해(河海)와 같은 은혜에 감사하나이다!”
무진원이 다시 한 번 교주에게 절을 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올린 후에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서서 자리로 돌아갔다.
-착!
사태가 수습되었다는 생각에 좌호법 이화명이 염화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두 호법은 다시 교주의 양 옆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얼굴에 범벅이가 된 피를 소매로 닦아내며 무진원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천여운을 노려보며 훗날을 기약했다.
‘모든 것을 밝혀내고 네놈을 내 손으로 찢어 죽여주마.’
여기서 흥분해서 천여운을 해한다면 결국 자신마저도 해치게 되는 결과였다.
혈족들의 절반을 잃었지만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그때 일 장로 무진원의 귓가로 뜻밖의 전음성이 들려왔다.
[일 장로 그대가 생각하는 게 전부 사실이다. 독마종이 아니다. 내가 했다.]천여운의 전음이었다.
고의적으로 도발하는 목소리였다.
떨리는 눈동자로 천여운을 바라보는 순간 그의 입매가 웃고 있었다.
그 순간 겨우 진정시켰던 무진원의 실낱같은 이성의 끈이 끊어져버리고 말았다.
“크아아아아악! 네놈을 죽여 버리겠다!”
-팟!
무진원의 신형이 자리를 박차고 번개처럼 천여운에게로 쇄도했다.
“아닛! 일 장로!”
교주의 곁으로 발걸음을 돌리던 좌호법 이화명이 재빨리 신형을 날려서 무진원을 막으려 했지만 무위에서 한 단락 이상 차이가 났다.
“방해하지 마랏!”
-파파파파파팍!
무진원이 왼손으로 부드럽게 유현운장(柔玄雲掌)의 초식을 펼쳐서, 신형을 날린 이화명을 역으로 튕겨내고 말았다.
-팡! 콰쾅!
“크헉!”
가슴에 일장을 맞은 이화명의 신형이 뒤로 튕겨나가 기둥에 박히고 말았다.
화경의 극에 이른 무진원의 공력은 이화명을 압도했고, 초식적인 부분도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기둥에 박혔던 이화명이 거친 소리를 내뱉으며 다시 공격하려 했지만 이미 무진원의 푸른빛 강기가 서린 검결지가 절초를 그리며 천여운에게 쇄도했다.
그것은 검마의 진신마검(進新魔劍)의 검초 중에서 가장 살상력이 높은 절초인 진검무정(進劍無情)이었다.
-촤촤촤촤촤촥!
연무화가 말했던 것처럼 그 역시도 검마의 검법을 익히고 있었다.
화경의 극에 이른 무진원은 처음 보았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천여운이 자신과 같은 경지임을 눈치 채고 있었다.
그렇기에 단번에 최강의 초식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어, 엄청난 초식이다!’
‘무 장로가 이런 절세검법을 익혔다니?’
무진원의 손에서 펼쳐지는 엄청난 절초에 모든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그것은 교주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가히 천마검법에 버금갈 정도의 절세검법을 일 장로 무진원이 숨기고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게 진신마검이라고?’
짧은 찰나에 연무화 역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교내 서열 일이 위를 다투는 일 장로 무진원의 손에서 펼쳐지는 진신마검의 검초는 기존의 위력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보완한 것을 넘어서서 검초를 더욱 발전시켰다.
“죽어랏!”
초식 그대로 무정한 진신마검의 검초가 천여운을 뒤덮었다.
‘강하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어떤 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위력의 검초에 천여운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우웅!
천여운의 검결지에서 푸른빛 검강이 서렸다.
완전히 보완되고 훨씬 발전된 형태의 진신마검을 막기 위해서는 그보다 상위 검법인 이십사마검이 답이었다.
천여운의 검결지가 앞으로 뻗어나가며, 두 절대고수의 손에서 발하는 푸른빛 검강이 부딪쳤다.
-파치치치치칙!
두 사람의 검결지에 형성된 검강이 부딪치며 파공음이 대전에 울려 퍼졌다.
천여운이 펼친 검초는 이십사마검의 세 번째 초식이었다.
스물네 개의 평범한 검식이 교묘하게 맞물리면서 그 위력이 격류처럼 거세진다.
“이럴 수가!”
“마, 막아내고 있어!”
절대로 막지 못할 거라 생각한 무진원의 절초를 천여운이 더욱 뛰어난 절세 검초를 펼치며 이를 막아내자 대전 내의 사람들이 놀라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건….이십사마검?’
검초를 부딪치는 무진원의 인상이 굳어졌다.
천여운의 손에서 펼쳐지는 검식들은 분명 무명이 보여주었던 이십사마검의 일 초식을 이루고 있던 검식들과 동일했다.
‘이놈이 어째서 이것을 알고 있는 것이지?’
천여운이 펼치는 검초에 놀란 것도 잠시였다.
무진원은 당황해하지 않고 침착하게 오른손으로 진신마검의 검초들을 연달아 펼치며 이십사마검의 초식을 막아내며 왼손의 검결지를 뻗었다.
‘헛!’
왼손 검결지에서 뻗어 나온 검초는 현마종의 검법인 현마패검(玄魔敗劍)의 오 초식인 현검유중(玄劍由重)이었다.
무거운 중검의 검식이 이십사마검을 파고들며 검초를 와해시켰다.
-파파파파팟!
“크흑!”
천여운의 어깨와 복부에 검초가 적중하며 그의 신형이 뒤로 고통으로 뒤로 밀려나갔다.
“우검좌검!”
일 장로 무진원의 비기를 알아본 종주들이 외쳤다.
우검좌장(右劍左掌)은 오른손으로 검법, 왼손으로 장법을 펼치는 무진원의 잘 알려진 비기이다.
우검좌검(右劍左劍).
그것은 단순히 장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에, 무진원은 두 손으로 여타의 다른 초식들을 동시에 펼칠 수 있다.
두 손으로 다른 초식을 펼치게 되면 두 사람이 합공을 펼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
-찌릿찌릿!
상처부위를 타고 흐르는 고통에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호신강기가 아니었다면 검강이 몸을 관통했을 것이다.
입고 있는 옷의 상의가 붉은 피로 물들어갔다.
[유형화된 에너지 파동에 의한 상처부위를 자가수복합니다.]-스스스스!
나노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울리며 상처 부위가 빠르게 재생했다.
옷에 가려져 있기에 보이지 않았지만 회복 속도는 경이로울 만큼 빨랐다.
‘후우.’
상처가 빠르게 수복된 덕분에 통증이 금방 가셨다.
강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무진원의 무위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양손으로 다른 검초를 펼쳐서 검초를 보완하면서 이십사마검의 초식마저 파훼시켜버렸다.
무진원이 더 빨리 비기를 썼다면 낭패를 보았을 것이다.
‘상대하기 까다롭다.’
직접 상대해보니, 정말 사기라고 할 만한 비기였다.
‘서둘러야 한다!’
무진원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천여운을 죽이려들었다.
여기서 머뭇거려서 시간을 끌면 천여운을 죽이기는커녕 교주나 장로들이 나선다면 제압당해서 기회를 놓치고 말 것이다.
그 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
“죽여주마!”
이십사마검의 위력을 잘 알고 있기에 무진원은 방심하지 않고, 단번에 자신의 비기인 우검좌검을 펼쳤다.
연무화가 이십사마검의 일 초식을 완성시키는데 그쳤다면 무진원은 탁월한 깨달음으로 이것으로 새로운 비기를 만들어냈다.
‘왼손에는 진신마검의 마지막 절초. 오른손에는 이십사마검의 일초식.’
-촤촤촤촤촤촥!
그의 두 손에서 검초가 발하자 대전 안의 공기가 날카로운 예기와 진기로 팽배해지며 이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이 경악했다.
‘일 장로. 이 자는 정녕 괴물이란 말인가.’
‘어찌 이런 초식을?’
조금 전에 펼쳤던 초식도 놀라웠는데 그것을 한참 뛰어넘었다.
검마가 살아생전 명성을 떨치던 검초와 극도신과의 대결을 위해 만든 검초가 합쳐진 비기는 그야말로 최강의 초식이었다.
‘막을 수 없어. 이, 이건 이십사마검이라고 해도…’
연무화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십사마검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는 이것만큼은 천여운이라고 해도 절대 막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내 누이와 아들, 그리고 혈족의 복수다. 죽어라!’
일 장로 무진원의 눈빛이 살의로 번뜩였다.
이 초식만큼은 설사 교주라고 해도 막을 수 없으리라 장담했다.
왜냐하면 무명이라는 정체불명의 고수를 상대할 걸 가정해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십사마검으로도 어쩔 수 없다면….’
천여운의 두 눈에서 강한 전의가 뿜어져 나왔다.
날카로운 검초가 천여운을 갈가리 조각내려는 찰나였다.
-우웅!
‘도…..강?’
검결지로 검강을 펼치고 있던 천여운의 손이 어느새 도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순간 천여운의 손에서 폭발적인 역량의 도초가 발하며 그를 압박하는 무진원의 최강의 절초와 부딪쳤다.
-파치치치치칙!
이를 바라보는 환의의 두 눈이 커졌다.
‘그, 그것이다!’
자신을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그 전율적인 도법이었다.
천여운의 손에서 발한 패도적인 도초는 기이한 각도로 꺾어 들어가며 엄청난 기세로 도결을 만들어내 무진원의 양손에서 펼치는 초식들을 거침없이 파훼해버렸다.
-파치치치칙!
절대적인 승리를 장담했던 무진원이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초식을 어떻게?’
도식들이 쇄도해오는 각도는 상식적으로 절대로 이어질 수 없는 곳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이것은 우검좌검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사각을 노려왔다.
-파치치칙! 파팍!
“크흑!”
진신마검을 펼치던 왼손의 검강이 패도적인 도식을 이겨내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덕분에 무진원의 신형이 흔들렸다.
이 기회를 천여운이 놓칠 리가 없었다.
곧바로 극도신의 도법의 마지막 초식이 이어졌다.
구현해낸 이 초식의 정확한 이름을 몰랐지만 천여운은 이 초식을 이렇게 불렀다.
비룡(飛龍).
-휘리리리릭!
도초를 펼치는 천여운의 몸이 아래에서부터 위로 회전하자, 도결이 회오리를 치듯이 위로 이어지며 무진원의 전신으로 도강들이 휘어 감겼다.
용이 하늘로 승천하듯이 날카로운 도강에 휩싸인 무진원이 신형이 강대한 도력에 의해 대전의 허공으로 치솟았다.
‘아, 안 돼!’
무진원이 두 손으로 검강을 일으켜 검초를 펼쳐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계속해서 이어지는 도강에 갇혀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버텨야 한다!’
무진원이 최대 공력을 끌어내서 호신강기를 펼쳤다.
그 순간 회오리를 치던 도강이 좁혀지며,
-파치치치치칙!
‘호, 호신강기가?’
회오리를 치며 그를 압박하는 도강은 우습다는 듯이 호신강기를 찢어버리고 말았다.
무진원의 얼굴에 핏대가 서며 몸을 뒤트는 순간 도강이 파고들었다.
-촤촤촤촤촤촤촥!
“끄아아아아아악!”
대전을 울리는 무진원의 찢어질 듯 한 비명과 함께 허공으로 떠올랐던 무진원의 몸이 도강에 갈가리 찢겨나가고 말았다.
비명이 멎어지는 순간,
-투투투투툭!
일 장로 무진원의 조각난 시신들이 대전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대전이 일순간에 정적으로 물들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전율에 휩싸여 천여운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