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32)
# 39장 대면 (4) #
교주를 제외하고 마교에서 대호법 마라겸과 더불어 최강의 고수라 불리던 일 장로 무진원의 비참한 최후는 대전에 있는 모든 종주들을 충격으로 몰기에 충분했다.
천여운을 따르기로 한 종파의 종주들은 내심 환호성을 지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기에 입술을 조용히 실룩였다.
누구도 막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일 장로 무진원의 절세초식을 격파한 천여운의 도법은 모두를 전율스럽게 만들었다.
‘세상에! 일 장로를 이겼어!’
‘정녕 이게 현실이란 말인가?’
‘이, 이런 전율적인 도법이 존재했다니?’
그로 인해 본의 아니게 종주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우호법 섭맹이었다.
천여운에게 도법을 전수한 자가 섭맹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다.
“흠흠.”
섭맹은 미묘하게 자신이 주목받는 느낌에 헛기침을 했다.
사실 천여운의 도법에 누구보다 충격을 받은 사람은 섭맹 자신이었다.
‘아니. 이 녀석. 언제 이런 절세도법을 익혔단 말인가?’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접무도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전율적인 도법이었다.
도를 연마하는 무인으로서 그저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다.
‘한데, 도법이 낯이 익다.’
이상했다.
분명 처음 보는 도법인데 낯설지가 않았다.
그것은 섭맹뿐만이 아니었다.
좌호법 이화명은 너무 경악한 나머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만약 그가 최근에 마도관의 지하 보고를 열어서 천여운을 안내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이 도법의 도흔을 본 적이 있었다.
‘극….극도신의 도법!!!’
지하 보고에 보관되어 있는 시신들에 남겨진 도흔과 판박이였다.
그저 시신에 남겨진 흔적에 불과했지만 그 도초에서 느껴지는 기운만큼은 전율적이었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도법의 파훼법을 연구하신 게 아니라 그걸 익히셨다고? 어찌 이런 일이…..’
시신에 남겨진 도흔만으로 초식을 익힌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좌호법 이화명은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는 놀라움에 사로잡혀 전신이 떨려왔다.
‘누구도 익히지 못했던 천마 조사님의 마지막 심득도 그렇고, 공자님의 자질은 정녕 하늘이 내린 것이란 말인가.’
이화명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천여운이야말로 다시 마교를 부흥시킬 새로운 천마(天魔)가 되리라고 확신했다.
[좌호법.]이화명은 자신의 귓가로 들려오는 마라겸의 전음에 흠칫 그를 쳐다보았다.
가면에 가려진 작은 틈새로 보이는 눈동자가 무진원의 조각조각 난 시신의 도흔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세.] [알겠습니다.]그렇지 않더라도 마라겸과도 천여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그 역시도 검마 공의 유지를 받드는 입장이니 말이다.
‘이 자리를 이렇게까지 활용하다니 정말 훌륭합니다. 공자. 이로써 모든 종주들 앞에서 공자를 제대로 각인시켰군요.’
십일 장로 환의는 천여운이 일 장로 무진원을 이긴 것 이상으로 이런 상황을 연출한 것을 신의 한수라고 평가해주고 싶었다.
여전히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종주들의 반응만 보더라도 큰 효과를 보았다고 할 수 있었다.
‘공자께서 일 장로를 해결했으니 뒷수습은 제 몫이겠군요. 후후후’
무진원 본인도 대단하기도 했지만 그가 가진 남은 현마종의 전력은 마교 내에서도 수위권에 꼽히는 정예 무사들이었다.
‘이들을 공자님의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봐야 겠군.’
그냥 무작정 처리하기에는 꽤 아까운 전력이었다.
천여운의 산하로 거둬들일 수만 있다면 쓸만한 전력이 될 것이다.
다른 네 종파에서 욕심을 내서 손을 뻗기 전에 먼저 움직이는 것이 관건이었다.
‘교주님께서는 어떤 심중이실지 궁금해지는군.’
한편 석좌에 앉아 있는 교주 천유종의 표정은 아까 전과 달리 굳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흥미롭다고 여겼던 마음이 달라졌다.
독마종의 종주인 백오를 꺾었다고 했기에 무위가 대단할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예상 수치를 훨씬 웃돌고 있었다.
‘본좌의 예상을 뛰어넘다니.’
첫 번째 초식은 우발적으로 벌어졌기에 그랬다지만, 일 장로 무진원의 연이은 공격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본인이 직접 나섰다면 제지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교주는 일부러 이를 용인했다.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 손을 쓸 생각으로 말이다.
이런 성장 속도라면 십 년 내로 중원 오대고수의 이름이 바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본좌를 위협할 고수가 되어간 다라…..’
아직까지는 썩 내키는 일이 아니었다.
패는 다룰 수 있어야만 패로서 유용한 법이었다.
천여운을 좀 더 유심히 살펴봐야 겠다는 생각이 교주 천유종의 머릿속에 확고하게 잡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던 차에 누군가 정적을 깨고서 입을 열었다.
그녀는 오 장로 항소유였다.
“무, 무엄합니다! 지엄하신 교주님의 계신 대전에서 일 장로를 해하다니!”
천여운의 두려울 정도로 전율적인 무위에 놀란 그녀는 일순간 어찌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이내 이것을 문제 삼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마교의 법도대로라면 교주가 보는 앞에서 다른 장로를 시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항 장로님의 말씀이 옳소. 어느 안전이라고 무례를 범하다니! 당장 천여운 장로는 교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죄를 청하지 못할까!”
복마종의 종주이자 사 장로 자금경이 그녀를 도와서 외쳤다.
지금 여기서 이것을 공론화시켜서 문제 삼지 않는다면 천여운을 기세를 더욱 살려주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교주의 위엄과 체면을 깎았다고 공론화시킨다면 교주도 묵시하지 않으리라.
‘이놈이 소교주가 되게 해서는 안 돼.’
무력부터 시작해 세력까지 무서울 정도로 성장했다.
소교주가 되게 하여 날개마저 달아준다면, 더 이상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몰랐다.
‘헛!’
그런 그들을 천여운이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보자, 오 장로 항소유를 비롯한 사 장로 자금경이 자신들도 모르게 시선을 회피하고 말았다.
확연한 무력 차이를 실감했기에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탓이었다.
-탁!
천여운이 조심스럽게 한 쪽 무릎을 꿇고 교주께 아뢰었다.
“삼가 목숨에 위협을 받아서 본의 아니게 대전에서 무례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교주님께 사죄드립니다.”
‘아주 기세등등하구나!’
당당한 천여운의 말투에 오 장로 항소유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한 마디 덧붙여서 그가 곤란하도록 밀어붙이고 싶었으나, 한 번 눈을 마주치고 나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어차피 교주 역시도 뭔가 경각심을 느꼈을 터이니, 그가 판단하게 내버려두는 편이 나았다.
‘흥! 자신의 권위가 무너지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교주다. 어떤 식으로든 불편함을 드러낼 것이다.’
그때 좌호법 이화명이 교주의 앞에 무릎을 꿇고 외쳤다.
“신이 무력하여 일 장로가 교주님의 혈육이신 천여운 공자의 목숨을 위협했음에도 사전에 방지하지 못하여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이런!’
‘어째서?’
그 외침을 듣는 순간 오 장로 항소유와 사 장로 자금경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설마 좌호법이 이 상황에서 도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교주의 혈육을 노렸다는 식으로 거론해버리는 바람에 여기서 천여운의 행동을 나무라는 것이 더욱 이상하게 되어버렸다.
‘좌호법이 왜 돕는 거지?’
‘설마…..’
그들은 어이가 없어서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호법가였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여겼었는데, 좌호법의 이런 행동은 대전에 있는 누가 보아도 천여운을 돕는 것이었다.
‘장로들에 이어서 좌호법까지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고? 하!’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우호법 섭맹은 천여운의 스승이었기에 그와 친분이 있음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도 모자라서 좌호법 이화명마저 한통속이라면 이미 기호지세(騎虎之勢)였다.
‘낭패다! 제대로 당했어.’
‘천여운……네놈은 대체.’
네 장로들은 이미 대전 내의 분위기가 자신들이 어찌 해볼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중립의 입장인 육 장로 몽오와 팔 장로 문연이 돕는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천여운을 몰아붙일 수도 없었고, 소교주로 등극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거침이 없구나.’
육 장로 몽오의 평이었다.
그는 중립의 입장이었지만 다른 장로들과 다르게 여섯 종파와 교분이 두터웠다.
그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의 흐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 처음 보게 된 천여운에게 그는 진심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단하다. 현 교주님조차도 여섯 종파와 혈연관계이기 때문에 그들을 견제하면서도 크게 건드리지 않았건만.’
몽오는 이를 계기로 본교가 달라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섯 종파들 가운데 네 종파와 그 산하의 종파들이 건재한 상황이니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인상을 쓴 채로 말이 없던 교주가 입을 뗐다.
“두 사람은 일어나라.”
그 말에 사 장로 자금경과 오 장로 항소유가 안색이 어두워졌다.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사람을 일으킨 것은 교주가 그들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었다.
교주의 입장에서도 이번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번 일은 일 장로의 우발적인 행동으로 벌어진 것이기에 넘어가도록 하겠다.”
“교주님의 하해와 같은 자비로움에 감사드립니다.”
천여운과 좌호법 이화명이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이화명이 제 때 나서준 덕분에 원활하게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교주가 좌중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 장로는 본좌가 보는 앞에서 공자를 노렸으나 그 대가를 치루었으니, 더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 하나, 모두 명심하라. 대전에서의 무례는 본좌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므로 그 누구도 용납지 않는다. 알겠느냐.”
“충!!!”
대전 내에 있는 모든 종주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 가운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천여운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좌중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으나, 실상은 자신에게 하는 경고라 여겨졌다.
‘이번에는 넘어가겠지만 다음은 없다는 말인가.’
그것은 정답이었다.
교주 천유종 역시도 이 사건을 빌미로 천여운을 적당히 억제시키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여겼지만 모든 종주들이 모인 앞에서 명분이 서지 않았다.
‘어차피 예상했던 바다.’
교주가 이번 일을 통해 경각심을 가질 거라는 것은 계산된 범위 내였다.
아쉬운 점은 그 경각심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표출해주길 바랐지만, 교주 천유종은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적당한 경고는 끝났고.’
교주의 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두 들어라.”
“충!!!”
“본좌가 이 자리에서 공표하겠다.”
“!?”
공표라는 말에 대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의아해졌다.
특히 네 종파의 장로들은 알 수 없는 불길함에 사로잡혀 교주를 바라보았다.
“본좌의 일곱 번째 자식이자, 세 장로들을 입회자로 두어 스스로의 자격을 증명한 천여운을 소교주로 임명하고자 한다.”
“!!!”
그 불길함은 현실로 들어맞고 말았다.
교주의 공표는 바로 천여운을 소교주로 임명하고자 함이었다.
네 종파에서 그렇게 바라지 않았던 순간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의를 제기하는 자가 있는가?”
“………”
이 상황에서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긴장된 얼굴로 교주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교주 천유종이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 이 순간부로 칠 공자 천여운은 대 천마신교의 소교주가 되었음을 공표한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천여운의 산하에 속하는 종주들이 얼굴이 상기되어서 천세를 부르며 외쳤다.
오백 년 만에 여섯 종파에 속하지 않은 소교주가 탄생했다.
“천마신교! 천세! 천천세!”
“와아아아아아아!!!”
유일하게 환호성을 지를 수 있는 순간이었다.
네 종파의 종주이자 장로들은 잔뜩 구겨진 얼굴로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고, 그 산하에 속해 있는 종주들 역시 어두워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소교주 자리를 걸고 시작된 여섯 종파와의 첫 전쟁은 천여운의 승리로 돌아갔다.
-꽉!
‘어머니…..’
천여운이 자신의 주먹을 움켜쥐면서 기쁨의 순간을 만끽했다.
어머니인 화 부인을 떠올렸다.
그녀는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도 천여운의 안위를 걱정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런 천여운이 대 천마신교의 소교주가 되었다.
‘이제 네놈들 차례다.’
현마종과 독마종을 무너뜨렸다.
이제 남은 것은 검마종, 도마종, 복마종, 음마종까지 총 네 종파였다.
여전히 그들을 따르는 산하 세력이 있었기에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목표했던 한 고비를 넘겼기에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