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33)
# 40장 정파 무림맹의 귀빈 (1) #
원래 소교주로 임명되게 된다면 교내 대외전에서 교인들이 보는 앞에서 소교주 등극식이 행해지게 된다.
지금은 더 시급한 회의 안건들이 많았기에 천여운의 정식 소교주 등극식은 차후에 기일을 잡기로 하였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이 더 있었는데, 장로 직에 공석을 채울 때까지 천여운이 당분간 장로 직을 겸임하기로 결정되었다.
다소 실권이 없는 소교주 직과 다르게 장로 직을 겸임하게 되면, 실무를 관장하는 장로 회의에 참석할 수 있기 때문에 권위와 더불어 실권마저도 가지게 되는 것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네 종파의 장로들이 이것만큼은 막아보려고 기를 쓰고 반대했지만, 교주가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바로 이어서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천여운은 대전 회의의 다음 안건부터는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
“소교주는 치료를 받도록 하라.”
일 장로 무진원과의 싸움에서 검강에 찔려서 부상을 입은 모습을 보였기에 교주가 그를 의무실로 가게 했기 때문이었다.
피로 얼룩진 상의만 본다면 치료가 시급해 보이긴 했다.
[소교주. 회의보다 먼저 치료를 받는 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회의 내용은 끝나고 차후에 저희가 알려드리겠습니다.]다른 장로들 역시도 전음을 보내서 천여운의 안위를 걱정해서 치료를 권했다.
‘어쩔 수 없나.’
나노에 의해서 상처 부위가 자가 수복되었지만 이를 밝힐 수 없었기에 천여운은 군말 없이 대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교주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대전을 나온 천여운은 조용히 내성을 빠져 나왔다.
내성에 교주의 주치의인 마의(魔醫) 백종우가 운영하는 의무실이 있었지만 상처가 없으니 굳이 갈 이유도 없었다.
천여운은 내성을 나와서 외성 근처에 있는 우원 객잔에서 기다리던 수하들에게로 갔다.
대전 회의였기에 길어지리라 여겼던 것과 다르게 천여운이 반 시진 만에 나타난 것도 모자라 옷이 피로 얼룩져 있자 모두가 놀라했다.
“피? 공자님! 괜찮으세요?”
“주, 주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객잔이라 이목들이 많았기에 천여운은 걱정하는 그들에게 비환귀종의 객당으로 돌아가서 알려준다고 하였다.
그렇게 수하들과 객당에 돌아온 천여운은 대전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공교롭게도 그때 너무도 기다려왔던 일이 일어났다.
“천 공자님! 장 호위께서 깨어나셨습니다.”
장 호위를 돌보는 시종이 뛰어와서 그에게 그 소식을 알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천여운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장 호위가 있는 객실로 뛰어 들어갔다.
객실로 들어가니 침상에 장 호위가 상체를 기대고 앉아 있었다.
“장….호위!”
천여운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장 호위가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척한 얼굴에 이빨이 빠져서 볼이 앙상했지만 그가 그리워했던 얼굴이었다.
“호….홍자님!”
“장 호위!”
천여운이 그에게로 달려가 와락 껴안았다.
마도관을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장 호위보다도 작았던 신장이 어느새 그보다도 훨씬 커져있었다.
“…..장성하셨훈요. 홍자님.”
장 호위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찌 본다면 그에게 천여운은 반평생을 돌본 자식과도 같았다.
갖은 고문을 당하면서도 그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끝까지 입을 열지 않고,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던 장 호위였다.
스스로가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천여운을 이렇게 보게 되니 진한 감동에 젖어 가슴이 뭉클했다.
-탁!
천여운이 안고 있던 팔을 풀고서 장 호위의 침상 곁에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수척한 얼굴에도 불구하고 장 호위가 흡족해하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홍자님께서 히렇게 훌늉하게 장성하신 호습을 봤으니, 제가 헚어도 될 것 같훈요.”
치아가 없어서 발음이 다소 어눌했지만 장 호위의 말은 알아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장 호위가 내 곁을 지켜줘야지. 그런 약한 소리 하지마.”
“…..저는 더 히상 홍자님흘 지셔드릴 후가 헚답니다.”
힘없이 말하는 장 호위의 모습에 천여운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현마종의 무 부인을 비롯해 종주까지 죽여서 복수를 했지만 이미 많은 것을 잃은 장 호위였다.
무인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단전이 폐해지고, 이빨이 통째로 빠져서 평생 음식을 씹을 수조차도 없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천여운은 그의 인생을 보상해주고 싶었다.
평생을 그를 위해 희생한 장 호위는 충분히 그런 자격이 있었고,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깨진 단전을 복구시켰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노. 단전이 깨진 것을 다시 복구시킬 방법이 없을까?’
[주인님의 복부에 응집한 에너지 막을 말씀하는 것이라면 분석이 필요합니다.]여전히 나노는 내공에 대해서 끊임없이 분석 중이다.
그러나 그것이 응집된 단전이 깨졌을 때를 가정한 적은 없었기에 새로운 방향으로 분석이 필요했다.
‘하긴 그렇겠지. 부탁할게.’
[알겠습니다.]과연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나노의 분석만이 희망이었다.
상심하려 하는 천여운의 머릿속으로 나노의 목소리가 울렸다.
[치아를 대체할 방법은 지금도 있습니다.]‘뭐?’
[임플란트(implant)나 의치(denture)를 통해 없어진 치아를 대체하면 됩니다. 정보를 전이하겠습니다.]-츠츠츠츠!
그 말과 함께 천여운의 뇌속으로 임플란트와 의치에 대한 정보가 전이되었다.
나노가 말했던 방법을 알게 되자 천여운의 눈빛이 반짝였다.
단전까지는 아직 무리더라도 그의 뽑혀진 이빨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것을 행하려면 정교한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 구선웅과 의원인 백종명의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도 해야지. 무조건.’
시간이 나는 대로 그들을 찾아가 부탁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문득 천여운은 마침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누구보다도 먼저 소교주가 되었음을 장 호위에게 알려주고 싶었는데 천운이라고 여겼다.
“장 호위. 할 이야기가 있어.”
“알씀하십시호.”
천여운이 항상 이런 표정을 지으면서 이야기를 하면 뭔가 자랑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장 호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도관의 소교주 쟁탈전에서 이겼어.”
“네?”
큰 기대감을 가진 것은 아니었는데, 뜻밖의 말에 장 호위의 눈이 커져서 반문했다.
천여운이 다시 한 번 말해주었다.
“소교주 쟁탈전에 이기고…..오늘 소교주로 임명되었어.”
“소, 소효주!!! 흐게 정말힙니까? 홍자님께허 소효주헤…..허찌 히런 큭!”
“장 호위?”
그 말을 듣는 순간 장 호위는 너무 놀란 나머지 격해지는 가슴을 움켜잡더니, 호흡이 거칠어져서는 이내 침상에 미끄러지듯 쓰러지고 말았다.
“장 호위! 장 호위!”
[뇌혈류 감소로 인한 기절입니다. 큰 충격을 받았을 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아…..”
천여운은 그때 처음으로 사람이 너무 놀라게 되면 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게 좋은 소식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아직까지 완치가 된 것이 아니기에 안정이 필요한 장 호위였다.
* * *
약 한 시진을 넘겼을 무렵,
비환귀종의 객당으로 그 종주인 십일 장로 환의가 나타났다.
객당을 찾은 장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십 장로 연무화를 비롯한 구 장로 사마의가 대전 회의를 마치고 곧장 환의와 동행하여 찾아와 천여운이 소교주로 임명된 것을 다시 한 번 축하했다.
“소교주가 되신 것을 다시 한 번 경하드립니다!”
“네에에에?”
장로들의 축하에 천여운의 수하들의 얼굴이 벙 찌고 말았다.
장 호위가 깨어난 덕분에 아직까지 천여운에게서 아무 이야기를 듣지 않은 탓이었다.
“응? 아직 모르고 있었나요?”
환의의 그런 물음에 수하들은 봇물 터지듯이 난리가 났다.
“공자님! 그걸 왜 아까 말씀해주시지 않고!”
“주, 주군께서 소교주라니!”
문규는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허봉은 감동했는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물론 고왕흘이나 사마착 역시도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서,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주, 주군! 경하드립니다! 아니, 이제 소교주님이라고 불러야겠죠?”
“사마착, 무슨 소린가. 당연히 소교주님이라 불러야지! 하하하하핫!”
난리법석이 되자 천여운이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들에게 말했다.
“……공적인 자리가 아니라면 그냥 주군이라고 불러라.”
객당이 시끌벅적해졌다.
자신들의 주군이 소교주가 되었으니 놀라우면서도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 명의 입회자를 구했지만 대전 회의부터 여러 가지로 시일이 걸릴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빠르게 진행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주군! 오늘만큼은 잔치를 벌여야 하는 게 아닙니까?”
들뜬 허봉의 의견에 환의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후후후,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오늘은 힘들 것 같군요.”
“네?”
“오늘 소교주님과 저희는 저녁 술시(戌時)에 내성 연회장으로 가야 하거든요. 정파 무림맹의 귀빈들과의 연회 자리가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정파 무림맹과 연회 자리라는 말에 천여운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래도 대전 회의의 내용과 관련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아! 먼저 대전 회의에서 의결이 통과된 것부터 말씀드려야 겠군요.”
“……정파 무림맹과의 동맹입니까?”
천여운의 물음에 환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회의에서 정식으로 정파 무림맹과의 동맹 건이 의결로 통과되었습니다.”
“정파 무림맹과 동맹을?”
뜻밖의 소식에 천여운의 수하들 모두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다른 것은 교주가 독단으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적대적인 관계인 정파 무림맹과의 동맹만큼은 열두 장로들과 각 종파의 종주들의 칠 할 이상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렇다는 것은…..”
그 자리에 있던 종주들의 칠 할이 동의 했다는 말이었다.
삼대 세력 간의 전쟁은 근 몇 백 년 동안이나 지속되어왔기에 그 원한 관계는 뿌리에까지 틀어박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증오하다시피 하는 적대 세력인 정파 무림맹과의 동맹이 원만하게 추진되었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째서 그렇게 되었죠?”
“어쩔 수 없이 동맹이 추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뭔가 큰 일이 터졌군요?”
“네. 공자님의 말씀대로입니다. 안휘성과 절강성을 빼앗겼습니다.”
안휘성은 정파 무림맹 소속의 문파들이 집밀된 지역이었고, 절강성은 마교의 지부들이 자리하고 있는 영역이었다.
그 두 곳을 빼앗겼다는 것은 절대로 쉬이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사파 연맹인가요?”
“아니랍니다. 저희도 처음 접하는 문파였습니다.”
“문파라고요?”
문파라는 말에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마교의 경우야 수많은 종파들이 하나로 뭉쳐지면서 이뤄진 단일 집합체였지만, 하나의 문파가 중원의 패권을 다투는 두 세력을 쳤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대체 어떤 문파가 그런 일을 벌였다는 거죠?”
“그들 스스로 일컫기를 극도육무문(極刀六武門)이라고 칭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