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34)
# 40장 정파 무림맹의 귀빈 (2) #
“극도육무문?”
처음 들어보는 문파였지만 익숙한 명칭에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고 여겼는데, 그것은 지하 보고에 있던 검마의 유지 속의 극도신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오백 년 전의 도로써 천하제일인의 칭호를 가져간 절대자 극도신.
그 이름과 비슷한 것이 석연치가 않았다.
‘우연인가?’
그런 천여운의 생각을 모르기에 환의가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본교의 영역인 절강성에 자리 잡고 있는 아홉 지부와 안휘성에는 정파 무림맹 소속의 남궁세가를 필두로 한 열다섯 문파가 있습니다.”
절강성의 마교 지부의 숫자도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안휘성에는 정파 무림맹의 수뇌부인 십칠웅주(十七雄主) 중 한 사람인 무궁검(武躳劍) 남궁선의 세력권이기에 난공불락의 방어선이라 불리는 지역이었다.
이 두 곳은 삼대세력의 영역 경계선이 직접 맞닿고 있는 지역이었기에 다른 곳보다도 전쟁이 잦고 경계가 삼엄했다.
“얼마 전 절강성의 지부 세 곳이 처음 보는 집단에 동시에 공격을 받았다는 전갈이 본교로 왔습니다.”
세 지부가 동시에 공격당했다는 소식을 받은 마교에서는 정파 무림맹에서 대대적인 침공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하여, 인근 강서성에 있는 두 지부와 절강성에 남은 여섯 지부에 전갈을 보내 공격받는 지부를 지원토록 했다.
한 지부의 전력이 오백 명 정도였기에 약 사천 명에 이르는 일류 고수들이 파견된 셈이었다.
“그런데 보름을 약간 넘겼을 때, 절강성에 있는 본교의 정보망이 전부 끊겼습니다.”
그것은 불과 보름 만에 절강성에 있는 마교인들이 전멸했음을 의미했다.
너무도 빠르게 한 성이 함락된 것이었기에 마교는 긴급 전시 체제에 들어갔다.
당연히 정파 무림맹이 손을 쓴 것이라 판단한 수뇌부는 한동안 발발하지 않았던 대전쟁이 일어난 것이라 여겼다.
그 시점에 십만대산 마교의 성으로 정파무림맹의 사신단을 보냈다.
“원래는 그들을 처형해서 그 수급을 정파 무림맹의 본단으로 보내려했는데, 사신단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것은 절강성과 마찬가지로 정파 무림맹의 영역인 안휘성을 빼앗겼다는 소식이었다.
십칠웅주 중 한 사람인 무궁검 남궁선마저도 전사했다고 했다.
무림맹도 처음에는 한 성에 있는 문파들이 일제히 전멸했기에 당연히 마교의 소행이라 판단해서 전쟁 체계로 돌입하려 했으나, 마교와 달리 정파 무림맹은 명분을 중시했기에 그 전에 사신단을 통해서 항의를 해온 것이었다.
“그래서 알게 되었군요?”
“그렇습니다. 덕분에 본교나 무림맹은 제 삼의 세력에 당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사파연맹일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그러나 안휘성이나 절강성의 경우 중원 서쪽을 근거지로 삼고 있는 사파 연맹과는 동떨어져 있었기에 그들의 침공이라 보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본교에서 무림맹에 제안을 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심상치 않기에 양측에서 각각 안휘성과 절강성을 탈환할 때까지 임시적으로 휴전을 맺기로 하였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무림맹에서 다시 한 번 사신단이 왔다.
그때 임시 휴전으로 인해 처음 마교의 성 안으로 사신단이 입성했는데, 덕분에 마교 성내 전체가 난리가 났었다.
사신단으로 십칠웅주 중 한 사람인 개방의 방주 홍팔우가 찾아왔다.
개방의 방주 홍팔우는 무림맹의 회의에서 결정된 제안을 가져왔고, 이를 받아들인 교주와 수뇌부들은 빠르고 은밀한 기동을 위하여 본교의 핵심 세력만 차출하여 출진하였다.
“설마 이번 출타가 두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서입니까?”
“맞습니다. 안휘성과 절강성 두 지역을 빼앗은 집단이 방어망을 갖추기 전에 본교와 무림맹이 동시에 기습을 감행해서 탈환하는 작전이었죠.”
마교와 정파 무림맹은 양측의 최고 전력을 차출하여 외부와 내부로 철저하게 기밀로 하여 안휘성과 절강성을 동시에 공격했다.
그러나 결과는 놀랍게도,
“탈환에 실패했습니다.”
적이 하나의 단체임을 감안했기에 정파 무림맹과 마교에서 동시에 두 지역을 급습한다면 충분히 탈환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도리어 역공을 당해서 퇴각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교주를 비롯한 장로들의 부상이 그 증거였다.
심지어 칠 장로 간명도종의 공선웅은 전사하고 말았다.
기밀로 하였기 때문에 현재 중원 전체로 이 소문이 퍼져나가지는 않았지만 본교에 있어서는 치욕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뭐, 어떻게 당하셨는지는 대전 회의에서 말씀해주시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승리한 것도 아니고 치욕스럽게 패배한 내용을 상세히 알려줄 리는 만무했다.
그나마 유일한 위안이라면 정파 무림맹의 핵심 전력 역시도 안휘성을 탈환하는데 실패해서 상당한 타격을 입은 듯 했다.
“……그래서 동맹이 추진되는 것이었군요.”
“공동의 적이 생겼으니까요. 후후후.”
패퇴한 두 세력은 긴급 회동을 가지게 되었고 동맹으로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무림의 패권을 다투는 두 세력의 핵심 전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최악의 적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판을 흔들었다.
만약 사파 연맹에 이 정보가 들어가게 된다면 그들은 분명 이것을 기회로 삼아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동맹을 통해 새롭게 나타난 적을 배제할 필요는 있습니다. 이번에 공식적으로 동맹이 진행된다면 중원 각지로 알려져서 사파 연맹도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결국 동맹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새롭게 나타난 적인 극도육무문을 상대하기 위함이었고, 두 번째는 사파 연맹의 개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극도육무문……’
그렇게 십일 장로 환의에게 동맹이 추진된 배경을 듣게 된 천여운의 머릿속에는 극도육무문이라는 그 이름이 맴돌았다.
같은 시각,
내성의 교주전 건물의 바로 우측에는 호법가 건물.
건물의 사 층에 자리 한 대호법 마라겸의 집무실에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대호법 마라겸과 좌호법 이화명이었다.
“….된 일입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소교주께서는 우리가 기다려왔던…..그 분이군.”
좌호법 이화명에게 그 동안 마도관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은 대호법 마라겸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마 조사의 심득인 천마검공을 비롯해 검마 공의 진전인 이십사마검 마저 익혔다면 천여운은 그들이 기다렸던 검마 공의 유지를 잇는 자였다.
‘반응이 왜 이렇지?’
그런데 대호법의 반응이 뭔가 무덤덤 하자 이화명은 이를 이상하게 여겼다.
평소부터도 말수가 적고 가면을 쓰고 있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런 반응을 기대하진 않았다.
“대호법.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마라겸이 대화의 화제를 돌렸다.
“그게 무엇입니까?”
“극도육무문.”
이화명의 인상을 찡그렸다.
이것은 마교 전체의 문제였는데 왜 거론하는 것일까?
이미 정파 무림맹과 동맹까지 추진되는 일이었기에 호법인 그들이 논의할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뭔가 이상한 걸 모르겠나?”
“혹시 이름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까?”
이화명 역시도 그 정체 모를 문파의 이름에 붙여진 극도라는 말이 신경 쓰이기는 했다.
하지만 문파 명에 극도가 붙여졌다는 것만으로 극도신과 연결 짓기에는 섣부른 판단 같았다.
더군다나 오백 년 동안 극도신의 후인이 나타나기는커녕 그 흔적조차 없지 않았나.
“대전 회의 자리에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항 장로의 팔을 베고 우호법 섭맹의 눈을 앗아간 극도육무문의 고수가 있었다.”
“호, 혼자서 말입니까?”
이화명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절대고수였다.
마라겸이 고개를 저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명이 아니다.”
“그럼?”
“셋이었다.”
절강성으로 진격한 교주 일행은 극도육무문의 전력과 맞닥뜨리게 된다.
교내에 조차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이동을 했으나, 그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매복을 하고 있었고 도리어 습격을 당한다.
“습격한 그들은 수적으로 우세했고 강했지만 본교도 핵심 전력들이었지.”
그들의 습격에 즉각 대응해서 반격하자, 얼마 있지 않아 극도육무문의 수장으로 보이는 절세고수 세 명이 나타났다.
후에 등장한 그들은 대주와 단주 급에 해당하는 고수들을 너무도 쉽게 학살하듯이 죽여 나갔다.
이 셋의 무공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파악한 장로들이 직접 나섰다.
처음에는 장로들이 한 명씩 그들을 상대했으나, 오히려 밀리면서 두 명씩 합공을 해야만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들은 검법(劍法), 장법(掌法), 조법(爪法)을 쓰는 고수들이었다.”
화경의 고수들이 합공을 했기에 겨우 버텼지만 그들의 무공은 일반적인 중원 무림의 것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그들이 펼치는 무공은 통상적인 것과 다르게 육신에 극한의 무리를 준다.”
일정 수준에 이르면 내공을 더욱 중요시하는 것과 달리 세 고수들은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특정 부위들이 발달해 있었는데, 그 독특한 무공을 펼치기 위함이었다.
“칠 장로 공선웅이 죽고 오 장로 항소유가 팔이 잘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두 명이서 합공을 해야 호각이었는데, 균형이 무너지니 당연히 혼자서 상대하던 장로들도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어지자 결국 마교의 최고 고수인 교주와 대호법까지 나서게 된다.
그때 대호법 마라겸은 검을 쓰는 고수와 단독으로 대적하게 되었는데, 그 자와 직접 손을 섞게 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조법이나 장법을 쓰는 자들을 보았을 때는 몰랐지만 검을 쓰는 자를 상대해보니 알겠더군. 그들의 무공은 한 줄기에서 파생되었다.”
“설마?”
대호법 마라겸이 자리에 일어나서는 상의를 탈의했는데, 그의 상반신이 회오리를 치듯이 날카로운 검흔들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이 검흔들은 찌르기보다는 벤 흔적으로 도법과도 같았다.
“이, 이건….”
놀랍게도 그 상흔은 천여운이 펼쳤던 극도신의 도법과 흡사했다.
풍신이라 불리는 마라겸은 이 초식에 당했을 때 뛰어난 경공 실력으로 피했는데도 상처가 남고 말았다.
대호법 마라겸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자가 검법이 아닌 도법으로 초식을 펼칠 수 있었다면, 나 역시 일 장로와 같은 운명이었을 것이다.”
* * *
저녁 술시(戌時) 무렵.
마교의 내성에 있는 대전 옆에 자리한 연회장에 사람들로 붐볐다.
대전 회의에 참석했던 종주들이 깔끔한 예복을 갖춰 입고 모였는데,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화려하고 성대하게 꾸며진 연회장에는 풍악을 울리는 소리로 울려 퍼졌고, 연회장 정원에 있는 수십 개의 원형 탁자 위에는 푸짐한 음식들과 술병들이 가득했다.
마교의 수뇌부들과 무림맹 측의 고위 간부들이 앉는 자리는 연회장 대청 위에 긴 좌상으로 펼쳐져 있었다.
천여운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군.’
그가 앉아있는 위치는 교주의 석좌에 가까웠다.
소교주에 올랐기 때문에 교내에서의 서열이 두 번째였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주는 혼자 개인 좌상을 두고 있어서 마주 앉지는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아직까지 손님이 도착하지 않았기에 다들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얼마 있지 않아 연회장의 입구에 서있는 무사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귀빈들께서 들어오십니다.”
그 외침과 함께 연회장의 문이 열리며 정파 무림맹의 손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 들어오는 사십 여명은 검은 도사복에 주홍빛 혁대를 매고 있었는데 화산파의 사람들이었다.
선두에 긴 수염에 풍채가 좋은 중년인이 있었는데, 그는 화산파의 장문인이자 무림맹의 십칠웅주(十七雄主)중에 육웅주(六雄主)인 풍청운이었다.
뒤에 따라오는 자들은 화산파가 자랑하는 매화검수들과 화산파의 제자들이었다.
정파에서도 명성이 높은 구파일방의 무인들답게 정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느낌이 다르구나.’
천여운에게는 처음 제대로 보게 되는 정파인이었다.
마교인들이 다소 차갑고 호전적인 느낌이 있다면, 그들은 걸음걸이부터가 바르고 예를 중요시하는 듯 했다.
뒤에 이어서 들어오는 자들은 푸른 결이 그려진 하얀 예복을 입었는데 요녕성의 패자라 불리는 모용세가의 사람들이었다.
“크흠.”
맨 앞에 눈매가 부리부리하고 짧은 턱수염의 남자는 모용세가의 가주이자 십칠웅주 중에 칠웅주인 모용강이었다.
화산파 사람들에 비해서 모용세가 사람들은 거만한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모용강의 바로 뒤에는 연녹색의 화려한 예복에 회색 면사포를 하고 있는 여인이 있었는데 모용세가의 사람이 아닌 듯 했다.
‘누구지?’
그녀의 양옆을 지키고 있는 호위로 보이는 자들 역시도 복장이 달랐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모용강이 그녀에게 뭔가를 속삭이자,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두 호위무사들과 함께 먼저 입장한 화산파의 도사들을 가로질러 맨 앞의 선두에 섰다.
면사포의 여인이 포권을 취하며 대청 위의 석좌에 앉아있는 교주 천유종에게 인사를 올렸다.
“천마신교의 교주님께 정파 무림맹을 대표하여 인사드립니다.”
-착!
그 말이 떨어지자 정파 무림맹의 사람들이 동시에 포권을 취하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동맹 관계이긴 했으나 마교인이 아닌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최대의 예의였다.
그들의 인사에 교주 천유종이 석좌에서 앉은 상태로 입을 열었다.
“정파 무림맹의 귀인들을 손님으로 맞이하게 되어 본 교주도 환영하는 바이오.”
말은 환영의 인사를 했지만 일어나서 가벼운 예도 표하지 않자, 무림맹 사람들의 얼굴에 미묘한 불쾌감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어지는 교주 천유종의 말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본 교주가 알기로 정도인들은 예를 중시 한다 들었는데 그게 아닌가 보오?”
“어찌 그러시는지?”
“무림맹을 대표한다는 자가 얼굴을 가리는 것은 무슨 예의인가.”
“아아! 죄송합니다. 제가 교주님을 뵙는다는 떨리는 마음에 실례를 범했습니다.”
그 말과 함께 여인이 다급히 얼굴에 쓰고 있던 회색 면사포를 걷어 올렸다.
그러자 장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