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36)
# 41장 숨겨진 목적(1) #
계속해서 달라붙는 제갈소희의 얼굴을 보게 된 천여운은 그녀의 풀린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마치 스스로의 의지가 없는 사람처럼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은 동공을 이상하게 여긴 천여운이 나노에게 물었다.
‘나노. 지금 내 앞에 여자가 술에 취해서 이런 걸까?’
[안면 분석에 들어가겠습니다.]천여운의 동공이 흔들리며 흰 빛의 입자가 일자로 선을 그리며 제갈소희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나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동공이 수축되고 눈이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입니다. 암시에 의한 최면 상태입니다.]‘최면?’
[해당 정보를 사용자의 뇌 속으로 전이해드리겠습니다.]-스스스스!
머리가 찌릿해지며 그의 머릿속으로 나노가 보낸 최면에 대한 정보가 전이되었다.
최면이란 인위적으로 암시를 걸어서 뇌파에 영향을 주어 의식을 스스로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르게 유도하는 술법이었다.
‘조종 당하고 있구나.’
나노가 보내온 정보 대로라고 한다면 최면은 특별한 반복적인 암시나 자극을 통해서 이를 유도한다고 한다.
뭔가 그녀를 조종하는 근원적인 행동이 있었을 것이다.
‘최면을 깰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시전자가 해제하는 방법도 있지만, 강제적으로 전기 충격을 가해서 신경계에 영향을 준다면 인위적으로 유도된 암시를 깨뜨릴 수 있습니다.]‘좋아!’
천여운은 과감하게 직접적으로 제갈소희의 얼굴을 움켜잡아서 전기 충격을 가했다.
덕분에 암시를 통해 최면에 걸렸던 것이 풀리게 되었다.
‘멀쩡했는데 갑자기 행동이 바뀌었다는 것은 이 자리에 최면을 건 당사자가 있다는 것이겠지.’
그러나 그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두가 천여운을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구분할 수가 없었다.
짧은 찰나에 천여운은 생각했다.
‘본교의 내성에서 이런 짓거리를 벌일 정도로 과감한 자라면 혼자가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천여운은 나노에게 다른 진동을 가진 음파를 찾아내게 했다.
이것을 통칭해서 전음 도청 모드라고 불렀다.
아니나 다를까 혹시나 했던 천여운의 예측은 들어맞았다.
[사형 제 삼계를…]‘찾았다!’
그 소리가 들리는 순간 천여운은 번개처럼 신형을 날려서 대청 끝의 좌상에 서있는 호위 무사의 목을 움켜쥐었다.
“제 삼계가 뭐지?”
천여운에게 목이 붙잡혀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제갈소희의 호위 무사는 너무 놀란 나머지 표정관리를 하지 못했다.
‘이, 이놈이 대체 어떻게 알았지?’
자신들의 계획이 유출되었을 리가 없었다.
전음을 듣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인데, 그것은 어떠한 높은 무공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처음부터 그게 가능했다면 사전에 이를 막았을 것이다.
“켁켁!”
‘빌어먹을! 목을 너무 세게 잡혀서 전음을 보낼 수가 없어.’
이렇게 된 이상 제 삼계를 행하라고 사형에게 말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목이 조여서 전음은커녕 신음 소리를 내는 게 다였다.
바로 그때였다.
-슥!
“그쯤 하시게. 천마신교의 젊은 소교주여. 본 맹 측에서 부정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호위 무사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은 과한 처사일세.”
어느새 가까이로 다가온 칠웅주 모용강이 천여운을 만류했다.
본래 그는 말보다 먼저 무력을 행하는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이곳은 마교의 한가운데였기에 최대한 스스로를 자제하고 있었다.
그런 모용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천여운은 여전히 손을 떼지 않고 말했다.
“이 자가 무림맹의 사람이 확실합니까?”
“그게 무슨 억지란…”
“제갈 군사. 당신이 알고 있는 호위무사가 맞습니까?”
모용강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대꾸를 하려하는데, 이를 무시하고서 천여운이 겨우 몸을 일으켜 세우는 제갈소희에게 물었다.
여전히 혼란스러운지 비틀대던 제갈소희가 매달려서 고통스러워하는 호위무사를 바라보더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죄, 죄송한데, 그자는 대체 누구죠?”
그녀는 자신이 데리고 온 호위 무사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 말에 대청 위에 있던 마교 측의 수뇌부들과 정파 무림맹 사람들이 인상이 굳어졌다.
그럼 대체 저 호위무사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던 그때, 천여운의 귓가로 누군가의 전음이 들려왔다.
[사제. 어쩔 수가 없다. 그분께서 검마의 잔재를 찾는 동안 제 삼계를 행해야 한다. 혼란이 야기되면 돕겠다.]‘!?’
전음이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대청 아래에 연회장의 정원 한가운데에 제갈소희의 호위무사 중 한 사람이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더니 세게 박수를 두 번 쳤다.
-짝! 짝!
그 순간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중소 종파 중에서도 무공이 약한 종주들과 화산파의 항렬이 낮은 제자, 그리고 모용세가의 무사들의 일부가 갑자기 동공이 풀려서는 서로를 공격했다.
“이 더러운 마교인들 죽어랏!”
“위선적인 정파 놈들!”
-퍽! 퍼퍼퍽!
병기가 없었지만 무인들답게 맨손으로 무공을 펼치며 싸워댔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화기애애했던 연회장의 자리가 일순간에 마교와 정파의 싸움터가 되어버렸다.
천여운의 눈살을 찌푸렸다.
‘언제 이 많은 사람들이 최면에 걸렸지? 설마….아까 그 박수가?’
최면은 일종의 자극을 통해서 이뤄지는데, 아까 전 제갈소희가 면사포를 벗으면서 그때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이 그녀의 아름다움이 넋이 나갔었다.
그 순간 호위무사 중에 한 사람이 박수를 쳤었다.
‘박수 소리가 암시의 원인일까?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최면에 걸린다는 게 가능한가?’
뭔가 이들이 쉽게 최면이 걸리도록 도운 자극제가 있는 듯 했다.
그때 혼란스러운 틈바구니 속에서 최면을 유도한 호위무사가 소리를 질렀다.
“더러운 마교 놈들이 우리를 공격했다! 동맹은 놈들의 간악한 함정이다! 반격해라!”
최면에 걸린 자들이 시작한 싸움이었지만 이 외침으로 인해 정원에 있던 종주들과 정파 무림맹의 무사들을 혼란스럽게 하는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죽어랏!”
“헛! 이놈들이 정녕!”
더군다나 최면에 걸린 자들은 본인들끼리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무차별적으로 타인을 공격했기에 싸움은 불이 번지듯이 커지려 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양측의 수뇌부들도 어느새 서로를 노려보며 기수식을 취하고 있었다.
“키..키키킥!”
천여운의 손에 목이 잡혀 있는 호위무사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이겼다는 듯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웃어댔다.
“짜증나게 하는군.”
-퍽! 우드득!
“끄아아아악!
천여운의 주먹이 그의 갈비뼈를 강타하며,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호위무사가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타타탁!
그런 그를 점혈을 하고서 내팽개친 천여운이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에 놓여있는 수뇌부들을 향해 외쳤다.
“멈추십시오! 저들은 최면에 걸린 겁니다.”
“최면?”
최면이라는 말을 알 리가 없었다.
마땅한 말을 찾던 천여운이 환술(幻術)을 떠올렸다.
“아까 제갈 군사처럼 환술에 걸려서 저런 행동을 하는 겁니다. 본교와 무림맹이 부딪치도록 하기 위한 흉수의 함정입니다.”
그런 천여운의 말에 수뇌부들이 대치 상태에서 망설였다.
그들 역시도 눈앞에서 제갈소희와 모용유의 돌발행동을 보았었기 때문에 이것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된 함정이란 것 정도는 눈치 채고 있었다.
‘알고는 있지만…..’
다만 이미 양측에서 싸움이 벌어졌기 때문에 서로가 오해를 풀기도 전에 공격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쉽게 견제를 풀 수 없는 것이었다.
화산파의 장문인이자 무림맹의 육웅주 풍청운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소교주 이 상황을 어찌해야겠소?”
“소교주님께서 명을 내리신다면 행하겠습니다.”
구 장로 사마의도 무림맹 수뇌부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서 말했다.
천여운이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정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러 장로님들과 무림맹의 귀빈들께서 환술에 걸리지 않은 자들이 싸우지 않도록 통제하여 주십시오.”
“그럼 환술에 걸린 자들은?”
“그것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팟!
그 말과 함께 천여운이 먼저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연회장의 정원으로 신형을 날렸다.
잠시 망설이던 육웅주 풍청운이 대청으로 내려가자, 화산파의 장로들과 모용세가도 따라나섰다.
눈치를 보는 장로들에게 교주 천유종이 손을 들어서 인가하자, 그들 역시도 정원으로 신형을 날렸다.
난리법석이 된 연회장을 바라보며 교주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감히 본좌의 안방에까지 손을 뻗었다라….’
그 불쾌감이 말로 이룰 수가 없었다.
“멈춰라! 당장 싸움을 중단해라!”
“적의 함정이다. 여기서 싸우면 동맹이 무산된다.”
싸움이 벌어지는 연회장의 정원으로 나온 양측의 수뇌부들이 나서서 소리치며 그들을 제지하자, 최면에 빠지지 않은 자들이 조금씩 싸움을 멈추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서 천여운의 몸놀림은 빨라지고 있었다.
‘나노, 일일이 구분하기 힘드니까. 누가 최면에 빠진 건지 구분해줘.’
[알겠습니다.사용자의 시각 정보에 증강현실(增强現實) 개안(開眼) 가동합니다.]
그 순간 천여운의 동공이 빠르게 흔들리더니, 하얀 입자들이 선을 그리며 증강현실이 개안되었다.
나노의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최면에 걸린 대상자들을 타겟팅(Targeting)하겠습니다.]-피피피피핏!
개안된 증강현실에 붉은 원에 작은 십자 표시가 그려지며 뒤섞여서 싸우고 있는 자들을 목표설정을 해주었다.
‘후우. 나노. 내가 손을 갖다 대면 곧바로 전기 충격으로 보조해줘.’
[알겠습니다.]천여운이 붉은 원에 십자가 표시된 목표들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경공을 펼치기 시작한 천여운의 몸이 잔상을 일으키며 수많은 인파를 스치며 단숨에 목표된 자의 머리통을 손으로 낚아챘다.
-팍!
“뭐, 뭐얏!”
“뭐긴 뭐야.”
머리를 잡고 있는 천여운의 손에서 하얀 전격이 일어났다.
-파치치치칙!
“끄아아아악!”
최면에 빠져서 동공이 풀려있던 화산파의 제자가 비명을 지르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한 번 시작된 천여운은 곧장 다음 목표물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엇? 끄어어억!”
“끄아아아악!”
순식간에 싸우고 있던 두 명을 양손으로 낚아채서는 전기 충격을 일으켰다.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당해서는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다음!’
-팟!
천여운은 쉬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해 신형을 날리며 빠르게 최면에 걸린 자들을 잠재워갔다.
‘대, 대단하다!’
최면에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대청 위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는 무림맹의 군사 제갈소희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공이 낮은 편이 아닌데도 천여운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육안으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저 사람이 현 마교의 소교주.’
자신이 공언한대로 혼자서 최면에 빠진 자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천여운의 손에 닿은 자들은 일시적으로 쓰러졌다가 깨어나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비, 빌어먹을. 대체 저 놈은 뭐란 말인가!’
싸움이 벌어지는 틈바구니 속에 숨어서 분란을 조장하던 호위무사의 눈에 당혹감이 서렸다.
혼란을 야기 시키려는 계획이 빠르게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었다.
최면이라는 것이 걸기는 어렵지만 한 번 걸리게 된다면 시전자가 해지하지 않고는 곧바로 풀리는 기술이 아니었다.
‘마, 말도 안 돼! 손에 닿는 족족히 암시가 풀리고 있잖아!’
마교와 무림맹의 수뇌부들까지 나서서 사태를 진정시키고 있어서 얼마 있지 않으면 상황이 금방 수습될 것 같았다.
‘큭! 별 수 없구나.’
원래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인지한 호위무사를 가장한 최면술사의 선택은 하나였다.
‘어차피 여기서 도망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자결이었다.
내성에만 마교의 최고 고수들이 집밀해 있고, 외성에는 수만 명의 마교인들이 상주해 있는 마교성의 한가운데서 무슨 수로 도망을 간단 말인가.
애초부터 계획이 성공하게 되면 자결을 하기 위해서 어금니에 부착해둔 독단이 있었다.
“후우후우.”
자결을 하기 위해 깊게 심호흡을 들이켰다가 내뱉은 그가 독단을 깨물려는 순간, 누군가가 빠르게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켁!”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이미 자신이 맡기로 한 최면에 걸린 자들을 전부 해결한 천여운은 단숨에 호위무사를 가장한 최면술사를 찾아냈다.
‘어떻게 단번에 나를?’
최면술사의 두 눈이 커졌다.
다른 호위 무사가 잡혔기 때문에 의심 받으리라고는 여겼지만 너무 빨랐다.
당혹스러운 것도 잠시였다.
‘큭! 이놈이 나를 어지간히 우습게 여기는 구나!’
그렇지 않아도 그로 인해 세 번의 계책이 전부 수포로 돌아간 것이 분했던 최면술사였다.
최면술사가 천여운의 가슴을 향해 공력을 끌어올려 쾌속하게 일권을 내질렀다.
-팍! 꽉!
“헛?”
일권은 미처 천여운의 가슴에 닿기도 전에 그의 손에 막혔다.
최면술사는 최대 공력을 끌어올려 이를 뿌리치려 했지만 내공의 수위에서 격차가 너무 컸다.
‘고, 고작 약관 밖에 안 되는 녀석이 무슨 공력이!’
당황해하는 최면술사에게 천여운이 냉랭하게 말을 하며, 잡은 주먹을 비틀어서 꺾어버렸다.
“본교의 한복판에서 허튼 수작을 부리고도 무사히 넘어갈 줄 알았나?”
-뿌드득!
“끄어어억!”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끄으으…자, 잠깐…지금 무슨 짓을..”
-콰드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목이 붙잡혀서 몸이 고정되어 있던 최면술사의 꺾여진 팔을 천여운이 괴력으로 잡아당기자, 그의 오른팔목이 살과 근육이 찢겨나가는 소리와 함께 뜯겨지고 말았다.
그 고통은 말로 이룰 수 없었다.
“히익!”
“파, 팔을!”
생팔이 뜯겨지는 모습에 근방에 있던 정파 무림맹 사람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손속에 사정이 없고 잔인한 것이 마교는 과연 마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뜯겨져 나간 부위를 왼손으로 붙들고 고통스러워하는 최면술사에게 천여운이 무덤덤한 눈빛으로 물었다.
“네놈들, 정체가 무엇이냐?”
“끄으으으! 정체? 헉! 헉! 네, 네놈….뜻대….로 될 것 같으냐! 이익!”
이놈에게서 벗어날 방법따윈 없었다.
어차피 자결을 하려 했던 최면술사는 독단을 깨물려고 했다.
그러나 미처 깨물기도 전에 그의 입이 심후한 공력에 의해서 강제로 벌려졌다.
“흐허어어어!”
“네놈 같은 족속들은 안 되면 자살부터 하려 드는군.”
천여운이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독단이 부착된 어금니가 무형의 기운에 의해서 뽑혀져 나왔다.
-우드득! 뽁!
“흐허헉!”
허공에 떠있는 어금니와 독단을 바라보며 최면술사의 눈동자가 두려움으로 물들었다.
마교에 교주 외에도 이런 괴물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천여운의 이어지는 마지막 말은 기절한 사제와 마찬가지로 최면술사를 경악하게 만들고 만다.
“그분이라는 놈도 처리해야 하니까 이따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