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4)
# 6장 속성 과외란 이런 것이다(3) #
나노 머신의 프로그램은 사용자에게 위협, 혹은 위해가 가해질 경우 그것을 차단하고 방어하는 시스템이 가동되도록 되어 있다.
7세대 나노 머신은 기존에 내장된 프로그램 이외에도 자체적인 분석과 연구를 통해 진화하도록 설계가 되었다.
사용자인 천여운의 명령대로 나노 머신인 나노는 우호법 섭맹이 내공을 불어넣는 행위가 사용자에게 위해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방어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았지만, 과학적으로 알 수 없는 무형화 된 에너지가 들어오자 곧바로 분석에 들어간다.
[사용자의 명문혈(命門穴)을 통해 무형화된 에너지가 유입.내장된 자료를 통한 검색으로 분석을 시작합니다.
특정한 혈 자리를 통해 순환 반복되는 에너지는 기(氣), 혹은 차크라(chakra)로 추측.
사용자의 체내에 미치는 영향으로 분석을 진행합니다.]
이때 천여운은 자신의 체내 혈 자리를 순환하는 내공의 고통을 이겨내느라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나노의 분석, 연구가 쌓이게 되면서 훗날 그에게 크나큰 기연을 가져다주게 된다.
‘이 녀석, 정말 아무 것도 익히지 않은 것이 맞나?’
무천심법의 운기 경로로 내공을 순환시켜주면서 우호법 섭맹은 의아해했다.
천여운의 기경팔맥을 비롯해 임맥과 양맥은 벌모 세수를 받은 것처럼 불순물이 없어서 내공 순환에 거침이 없었다.
‘……역시 교주인가?’
그것은 나노 머신이 주입되면서 체내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육신의 십사경락을 비롯한 근육과 근맥을 최상의 형태로 바꾸었기 때문이었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섭맹은 자연스럽게 교주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화 부인을 많이 아끼긴 했나 보군.’
호법인 그는 교주의 곁에서 많은 것을 지켜보았다.
강한 후계자의 양성과 마교의 근간을 이루는 여섯 종파와의 끈끈한 혈맹을 위해 여섯 명의 처를 맞아들였으나, 화 부인 만큼 정을 준 여인이 없었다.
-탁!
한 시진 가량을 운기 경로에 내공을 순환시켜준 섭맹이 손을 뗐다.
아무리 심후한 내공을 지닌 섭맹이라고 하나 타인의 운기 경로를 위해 장시간 동안 내공을 소모했으니 지칠 수밖에 없었다.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으며 섭맹이 물었다.
“하아….하아, 운기 경로를 기억했느냐?”
“확실하게 기억했습니다!”
원래 어떠한 무도 종파라도 처음 운기 경로를 가르쳐주기 위해서 장시간 동안 내공을 순환시켜주는 무리한 짓을 하지 않는다.
스승이 제자에게 내공으로 두세 번 정도 운기경로를 순환시켜준 후에 제자 본인이 직접 심법의 호흡을 반복하여 운기 경로를 완전히 습득하여 단전을 형성시킨다.
이 과정은 모든 내공을 쌓는 초석이었고 단전에 내공을 형성하기까지 길게는 일 년에서 짧게는 몇 달을 소요하게 된다.
그러나 섭맹의 스승은 무공에 재능이 없는 자신의 자식에게 내공을 가르치기 위해 이러한 무식하면서도 파격적인 방법을 개발해냈다.
“크크큭, 꽤 고통스러울 거다. 하지만 내공에 대해 일자무식인 네 녀석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법이지.”
단지 이것을 시행하는 스승도 내공 소모가 크고, 시전 받는 제자도 고통스럽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었다.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지쳐있는 섭맹의 모습에 내심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목표는 이레(7일)다. 그 안에 네 녀석의 단전에 내공을 생성시킨다. 알겠느냐?”
다른 종파의 무가에서 들었다면 오만한 목표라고 하겠지만 섭맹은 정말로 일주일 안에 이것을 달성시킬 작정이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 일주일 만에 내공을 가질 수 있다면 충분히 고통을 감내할 만하다.’
“신경써주시는 만큼 꼭 성공시키겠습니다.”
“기특한 말도 할 줄 아는구나. 흐흐흐, 좋다. 그렇다면 오늘 수련은 이걸로 마무리한다.”
섭맹은 흡족한 표정으로 그의 등을 두드리고는 의무실을 나가버렸다.
바람과도 같이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사내였다.
‘후우, 반드시 이레 안에 내공을 형성하고 만다!’
굳은 결의에 찬 천여운은 아침이 밝고 의원 백종명이 출근하기 전까지 호흡법을 계속하며 운기 경로를 탐색해갔다.
날이 밝아지고 아침 일찍 모든 생도들이 대연무장으로 집합했다.
그들보다도 먼저 연무장에 도착해있던 무공 교두들은 자신들이 할당 받은 조원들을 살펴보았다.
‘흠, 예상대로군.’
무공 교두들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눈짓과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연무장에 모여 있는 생도들의 얼굴에 나있는 상처와 멍들로 인해서였다.
마도관에 입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자신들끼리 서열을 정하는 일이었다.
밤새 무공 교두들이 일부러 숙소에서 자리를 비운 이유는 그들끼리 서열을 정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묵인하기 위함이었다.
‘이 녀석들이 각 조의 조장들인가?’
굳이 조장을 뽑을 필요도 없이 각 조의 맨 선두에 서열 전쟁에 승리한 생도들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서있었다.
예상대로 소교주 후보인 생도들은 자신들이 들어간 조에서 정점이 되었다.
그러나 딱 한 군데만은 무공 교두들이 예상한 것과는 다른 결과가 일어나 있었다.
‘설마 저 녀석이 사 번 생도를 이겼단 말인가?’
십이 조에 배치되었던 사 번 생도는 바로 독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종섬이었다.
당연히 그가 조에서 최고 서열이 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맨 앞의 선두에 서있는 소년은 십팔 번 생도였다.
오른쪽 눈가에 긴 흉터가 나있는 십팔 번 생도의 얼굴에도 멍으로 가득한 걸로 보아서 꽤나 격렬하게 서열 다툼을 한 듯 했다.
‘호오. 재미있는 녀석이 등장했군.’
단상 위에 서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좌호법 이화명의 얼굴에 흥미가 감돌았다.
대부분의 생도들은 훗날 소교주, 그리고 교주가 될 지도 모르는 검은 명찰의 생도들을 함부로 건들지 못하는데, 십팔 번 생도는 대단한 배짱과 실력을 지녔다는 의미였다.
‘멍청한 놈.’
‘하다하다 하위 종파의 녀석한테 밀린 거냐?’
이로 인해 다른 다섯 종파의 후보자들의 경멸의 눈빛마저 받아야만 하는 천종섬이었다.
치욕스러운지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모두 모인 것 같으니 훈련을 시작한다.”
“마도!!!”
이화명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생도들이 외치며 드디어 훈련이 시작되었다.
중급 무사들의 기본이 될 수 있는 전술과 전법, 진형을 갖추는 훈련을 삼 주 동안 진행하게 되고, 그것이 끝나는 마지막 날에 조별 시험이 진행될 것이다.
“오열을 맞춰서 대강당으로 간다. 일 조 부터 앞으로 갓!”
“앞으로 갓!!!”
매일 훈련은 오전과 오후로 나누게 된다.
첫 주 오전에는 점심 식사 시간 전까지 대연무장 우측 편에 있는 대강당에서 전술과 전법에 대한 이론을 배우게 되고, 오후에는 대연무장에서 진형 훈련을 한다.
모든 훈련은 저녁 식사 전에 마무리가 되고 그 후부터는 생도들의 개인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대다수의 생도들은 자신들의 종파나 가전 무공을 수련하는 식으로 보냈다.
첫날 훈련을 마치고 그날 저녁 팔 조의 숙소.
“크아아악! 빌어먹을!”
팔 조의 조장을 맡게 된 삼 번 생도 천무금은 아까 전에 들었던 무공 교두 임평의 말 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져 있었다.
천무금의 신경질적이고 포악한 성격 때문에 같은 숙소 내에 있는 생도들이 그의 눈치를 보느라 조용히 숨을 죽였다.
“열나흘 동안이나 입원을 한다는 게 말이 돼?”
“의원의 판단이니 거짓은 아닐 겁니다.”
신경질적인 천무금의 곁에서 유일하게 그것을 받아주는 소년이 있었다.
대머리에 가까울 만큼 짧은 머리에 턱이 튀어나온 팔십 번 생도였다.
그는 여섯 종가 중 하나인 복마종의 혈손인 자현이라는 소년으로, 천무금과는 외가의 핏줄로 이어졌으며 어릴 적부터 그에게 충성맹세를 하고 주군으로 모시고 있었다.
“거짓이 아니긴. 그 자식 일부러 연기하고 자빠진 게 틀림없어.”
숙소로 오는 날만을 단단히 벼르고 있었는데, 이 주씩이나 입원을 한다고 하니 짜증이 났다.
“그 빌어먹을 더러운 핏줄 새끼가 편하게 누워 있는 꼴만 생각해도 이가 갈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종파의 후계자들에 비해서 유독 천여운에 대한 천무금의 분노는 이상할 만큼 높았다.
“제기랄!”
-쾅!
화가 나서 숙소에 있는 물건을 발로 차고 신경질을 내는 천무금을 아이 달래듯이 자현이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자님. 고정하시죠. 굳이 열 내실 필요 없이 이렇게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응?”
자현이 조심스럽게 천무금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말했다.
그의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신경질적이던 천무금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시간을 빠르게 지나 닷새라는 시간이 흘렀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대연무장에서 오후 훈련이 시작되려 했다.
사 일 동안 훈련에 목검과 나무방패를 이용해서 진형 훈련을 했지만, 오늘은 첫 번째 진형에 관한 마지막 훈련을 위해 실제 진검(眞劍)과 철 방패를 쓴다.
팔 조 역시도 진검과 철 방패를 지급 받아서 훈련에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준비 됐나?”
진형의 뒷줄에 있는 팔십 번 생도 자현이 자신의 앞에 있는 이십삼 번 생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이십삼 번 생도가 주변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진형 훈련을 시작한다. 진검을 사용하는 만큼 앞 열과의 거리를 유지해서 진형을 변형한다. 개(開)!”
-팍!
팔 조의 무공 교두 임평이 훈련의 시작을 알리며 붉은 깃발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팔 조의 생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깃발의 움직임에 맞춰서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푹!
“끄악!”
뒷 열에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형을 제대로 갖추기도 전에 사고가 터졌다.
“무슨 일이야?”
비명소리에 놀란 무공 교두 임평이 다급하게 그곳으로 뛰어가 보니, 이십삼 번 생도가 등에 진검이 찔려서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이 멍청한 놈들이! 간격을 유지하라고 했잖아! 저리 비켜!”
임평이 화를 내며 이십삼 번 생도의 등을 찌른 자현을 밀쳐냈다.
박힌 검을 바로 빼냈다가 출혈이 심할 것 같다고 판단한 임평은 곧바로 그를 엎고 본관을 향해 달렸다.
그것을 바라보는 팔 조의 조장 천무금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쿵쿵!
“어이쿠!”
다급하게 의무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책상에 턱을 괴고 졸고 있던 마도관의 주치의 백종명이 화들짝 놀라서 깼다.
“무슨 일입니까?”
의무실의 문을 열자 무공 교두 임평이 검에 찔린 생도를 업고 들어왔다.
그동안 천여운 이외의 환자가 없어서 지루하게 시간을 때우고 있던 백종명이었다.
‘드디어 환자가 왔구나!’
내심 좋았지만 일부러 티를 내지 않고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헉헉! 진검으로 훈련하는 도중에 생도가 다쳤습니다. 출혈이 심해질까 검을 뽑지 않고 일단 데려왔습니다.”
얼마나 다급하게 왔는지 거친 호흡을 내뱉는 임평이었다.
“이런! 일단 이쪽 침상으로 옮기도록 하죠.”
등에 찔려 있는 검을 보고 놀란 백종명이 비어있는 침상으로 안내했다.
조심스럽게 침상에 그를 옮겨놓는 사이에 백종명이 붕대와 소독약, 그리고 바늘과 실을 챙겨서 왔다.
“괜찮겠습니까?”
“검을 빼지 않고 오신 건 잘하셨습니다. 여기를 잠시만 붙잡아 주십시오.”
백종명이 생도의 상의를 찢어서 탈의시키고 조심스럽게 박힌 검을 빼냈다.
그러자 생도의 상처 부위에서 많은 피가 흘러내렸다.
마의 백종우의 제자답게 백종명은 빠른 솜씨로 소독을 마치고 흘러내리는 피를 지혈한 후에 상태를 살폈다.
“어떻습니까?”
“다행히 상처 부위가 근맥은 비켜나간 것 같군요. 운이 좋았습니다.”
등의 근맥이 상하기라도 했다면 무인으로서 치명적이라 할 수 있었다.
좋은 소식에 긴장했던 것이 풀렸는지 임평이 침상 옆의 의자에 털썩 앉아서 숨을 돌렸다.
“하아. 그래도 제자 같은 녀석들이라고 신경 쓰이시긴 하나 봅니다.”
“이 녀석들은 전부 제 책임이니까요.”
이 단계 시험을 치르기 전까지의 모든 사고는 그의 책임이었다.
벌써 그의 조로 배정된 생도 중에서 두 명이나 사고가 터졌기 때문에 시말서(始末書)는 피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일단 상처 부위를 꿰매야 하니, 입원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입원이요?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백종명의 말에 의하면 근맥이 다친 것은 아니라서 삼 일 정도만 입원했다가 퇴원하면 된다고 한다.
혹시나 천여운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까봐 우려했는데 다행이었다.
아직 훈련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무공 교두 임평은 백종명에게 생도를 맡긴 후에 의무실을 나갔다.
그날 저녁 백종명이 퇴근하고 일 각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불이 꺼진 의무실의 침상에서 누군가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그는 오후에 상처를 꿰매고 침상에 엎드려서 잠이 들어 있던 이십삼 번 생도였다.
이십삼 번 생도는 마치 백종명이 나가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일어나더니 의무실 문을 살짝 열고 주변을 살피다가, 의무실 진열장에 있는 의료용 칼을 하나 집었다.
“후우.”
긴장한 눈빛으로 의료용 칼을 손에 쥔 이십삼 번 생도는 천천히 흰 장막으로 가려진 창가 쪽에 있는 침상 쪽으로 조용히 걸어갔다.
-촥!
가려진 흰 장막을 걷어낸 이십삼 번 생도의 눈으로 침상에 누워있는 한 소년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바로 오일 전에 먼저 입원해 있던 천여운이었다.
잠이 들었는지 눈을 감고 있는 천여운을 바라보며 이십삼 번 생도가 중얼거렸다.
“후우, 다 살자고 하는 짓이다. 날 원망하지 마라.”
이십삼 번 생도가 긴장 했는지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여운의 발목의 근맥을 향해 의료용 칼을 가져다댔다.
그가 제대로 걷지 못하도록 먼저 발목 근맥을 자를 작정이었다.
-탁!
그가 검을 가져다대는 순간이었다.
눈을 감고 있던 천여운의 머릿속으로 나노 머신 나노의 목소리가 울렸다.
[사용자의 발목 근맥 쪽으로 위해를 가하는 행동이 포착되었습니다.사용자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긴급 방어 모드를 가동합니다.]
-파치치치치치치칙!
“이, 이게 뭐야?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천여운의 발목 근맥에 칼을 갖다 대던 이십삼 번 생도가 손을 타고 들어오는 강한 전격(電激)에 비명을 지르더니,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며 머리카락이 전부 타서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렇게 대머리가 되어서 쓰러져 있는 이십삼 번 생도를 천여운이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예상을 벗어나질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