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42)
# 43장 전력을 늘려라 (2) #
마룡장종의 외당과 내당의 경계지점에 자리한 객당.
객당은 부랴부랴 손님을 맞이할 준비로 시종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소교주가 방문한 것이기에, 허투루 준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객당을 꾸미고 다과를 준비하는 동안 동행한 문규가 넓은 마룡장종의 정원을 소개하면서 둘러보고 있는 중이었다.
나이가 지긋한 마룡장종의 종주인 문연의 유일한 취미 생활은 정원을 가꾸는 것이었다.
문연은 조경(造景)에 조예가 깊어서 정원은 장식물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조경에 조자도 모르는 제가 봐도 엄청 멋지네요.”
허봉이 정원을 둘러보며 연신 우와우와 하면서 탄성을 흘렸다.
그만큼 마룡장종의 정원은 마교의 내성에 있는 정원을 제외하면 가장 잘 가꾸고 아름다웠다.
“헤헤 그렇죠?”
문규가 정원을 둘러보면서 감탄하는 일행들을 보면서 뿌듯해했다.
마룡장종으로 오게 된 일행들은 호위를 맡고 있는 십 장로 연무화와 허봉, 백기였다.
물론 문규는 마룡장종의 종주인 문연의 손녀이기 당연히 동행했다.
그렇다면 다른 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같은 시각 그들은 나누어져서 움직이고 있었다.
전력을 늘려야 한다는 천여운에 의견에 동의한 십일 장로 환의는 구 장로 사마의와 함께 육 장로이자 몽환검종의 종주 몽오를 만나러 갔다.
‘괜찮겠습니까?’
‘사마 장로가 육 장로와 마도관의 동문이면서 막역지우라 들었습니다. 소교주님 혼자서 모든 일을 하실 수는 없으니, 육 장로는 저희들이 설득해 보겠습니다. 후후후.’
남은 고왕흘과 사마착은 환의에게 받은 각 종파의 세력표를 기준으로 네 종파의 산하에 속해있지 않은 중립 종파들을 찾아다니면서 영입하기로 하였다.
그들 중에서 가장 말발이 좋은 고왕흘이 이를 맡았는데, 원래는 허봉을 데려가려 했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양보하지 못한다며 천여운에게로 합류했다.
‘백기도 데려가십시오. 주군.’
‘둘만으로 되겠나?’
‘괜찮습니다. 하하하핫.’
‘……잘난 척은.’
‘크흠! 주군을 잘 보.필.해.서 다녀오게나. 백기.’
서로를 동료이면서 호적수로 여기다 보니, 백기와는 늘 티격태격하는 고왕흘이기에 결국은 사마착과 함께 움직이기로 하였다.
그렇게 문규의 안내를 받으며 정원을 돌아다니던 차였다.
팔 장로 문연이 직접 그들을 데리러왔다.
황궁의 대학사를 보는 것처럼 백발에 고풍스러운 품격이 있어 보이는 노인이 바로 문연이었다.
풍채는 젊은 백기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만큼 건장했다.
“팔 장로 문연이 소교주님을 뵙겠습니다.”
공손히 두 손을 모아서 고개를 숙이는 문연에게 천여운도 포권을 취하며 인사했다.
“팔 장로님을 뵙습니다.”
그들은 초면은 아니었다.
대전 회의 때도 봤었고, 내성 연회장에서도 얼굴을 마주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꽤 큰 사건이 벌어져서 문연에게 단단히 각인이 된 천여운이었다.
‘아직도 인피면구를 쓰고 있다니?’
인사를 하고 난 문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문규에게로 향했다.
마도관을 나왔다고 하여서 이제 인피면구를 벗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했었는데, 동료들이 아직 모른다고 부끄러워했던 그녀였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인피면구로 얼굴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흠흠.’
문규도 그런 문연의 눈빛을 눈치 챘는지 괜히 시선을 회피했다.
문연이 내심 혀를 차면서 천여운에게 말했다.
“제가 직접 소교주님을 객당으로 모시겠습니다.”
“시종을 보내셔도 괜찮은데, 문 장로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존귀한 분이 오셨는데 그럴 수야 있겠습니까? 허허허, 가시지요.”
문연이 천여운의 옆에 서서 객당으로 길 안내를 하였다.
그렇게 넓은 정원을 벗어나 객당으로 향하고 있는데, 마룡장종의 대문을 지키는 경비무사 부송이 황급히 달려왔다.
아무래도 다른 손님이 찾아온 듯 했다.
“조, 종주님.”
“무슨 일이느냐?”
문연의 물음에 경비 무사 부송이 답했다.
“지금 대문 밖에 삼 장로님과 사 장로님, 그리고 천무금 공자님이 지금 당장 뵙기를 청합니다.”
“뭐라?”
뜻밖의 손님에 문연이 인상을 찡그렸다.
하필 소교주인 천여운이 있는 시점에 네 종파인 그들이 찾아온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찾아온 것은 천여운이기는 했지만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소교주가 아니라고 해도 천무금 역시도 마교의 공자이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로군.’
마도관에서도 폐관 수련에 들어간 이후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녀석이었다.
오 단계 시험을 치르다가 탈락했다고 들었다.
‘공교롭군. 이 시점에 찾아오다니.’
왠지 느낌상으로 그들의 목적도 자신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손님의 입장이기에 가타부타 나설 일은 아니었다.
“허어. 이것 참….”
현 소교주와 네 종파와의 관계를 잘 알고 있기에 어찌해야 할지 망설이는 문연에게 천여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장로님께서 편하신 대로 하시지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천여운이 먼저 양해해준 덕분에 한결 편해진 문연이 손님들을 객당의 다른 건물로 모시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객당으로 천여운 일행을 안내했다.
객당 앞에는 정원과 작은 연못 있었는데, 그 앞에 누각(樓閣)이 멋들어지게 자리 잡고 있었다.
누각 밑에 원형 탁자에 다과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멋지군요. 문 장로님이 조경의 조예가 깊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말수가 적은 천여운이었지만 칭찬에 인색한 것은 아니었다.
칭찬을 듣고서 기분이 나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기분이 한결 좋아진 문연이 웃으면서 말했다.
“허허허, 이것 참. 매일 소일거리로 하던 것을 칭찬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다과를 준비했으니, 드시면서 담소를 나누시지요.”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천여운과 일행은 문연을 따라서 누각 위로 올라갔다.
누각 아래에 있는 원형 탁자 위로 전병부터 시작해 여러 간식들이 있었다.
‘오옷! 이번에는 무난하구나.’
허봉의 입 꼬리가 헤벌쭉 올라갔다.
지금까지 장로들의 장원에 들릴 때마다 매번 일이 터졌었기에 왠지 모르게 불안해했던 허봉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문규도 있고 느낌이 좋았다.
‘그러고 보니까 지난 번에 사무종에 들렸을 때는 사마 장로님께서 그 여식과 주군을 붙여주려고 했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도 또 그러진 않겠지?’
허봉이 듣기로는 마룡장종의 종주에게도 손녀가 있다고 알고 있었다.
문규가 자신에게 이란성 쌍둥이 동생이 있다고 했으니 아마도 여동생이라 짐작되었다.
문연이 박수를 치자 여시종들이 찻잔에 뜨거운 찻물을 따랐다.
-조르르륵!
“그럼 담소를 나눠볼…”
문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객당의 소문(小門)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이, 이러시면 곤란하옵니다. 지금 다른 손님이…”
“허어, 급한 일이라지 않았느냐.”
시종들이 소문 안으로 들어오려는 한 사내들을 만류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코 객당 쪽으로 들어왔다.
“응?”
문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은 다름 아닌 삼 장로 부철용과 사 장로 자금경, 복마종의 후보자였던 천무금이었다.
시종이 옆 건물로 안내를 하고 있었는데, 방향을 틀어서 억지로 밀고 들어온 그들의 눈빛에는 안도감이 서렸다.
‘아직 늦지 않았구나.’
그들은 내심 이야기가 많이 진행되었을까 걱정했던 차였다.
하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천여운 일행도 이제 갓 자리에 앉은 걸로 보였다.
‘공교롭기 짝이 없구나.’
사실 이들은 천여운과 마찬가지로 마룡장종을 산하의 세력으로 회유하기 위해서 방문했다.
그런데 자금경의 생각대로 공교롭게도 그 날이 겹친 것이었다.
예법에 어긋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마룡장종의 종주마저 천여운에게 넘어갈 것을 우려하여 억지로 밀고 들어온 셈이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소교주님.”
천여운이 차가운 눈빛으로 삼 장로의 일행들을 한 번 스윽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문연이 거듭 양해를 구한 후에 장로들에게 다가갔다.
문연이 그들에게 가볍게 포권을 취하며 먼저 인사부터 했다.
“두 분 장로님과 천 공자님께 인사드립니다.”
이에 세 사람도 인사를 하려하는데, 문연이 곧장 불쾌하다는 목소리로 본론을 꺼냈다.
“세 분께는 먼저 손님이 계셔서 잠시 기다리시기를 청했는데, 이 어찌 무례한 행동을 하십니까?”
그런 문연에게 삼 장로 부철용이 능청스럽게 답했다.
“소교주님께서 계시다기에 본교의 장로 된 자로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어서 실례를 저지르게 되었소.”
“소교주님을 말이오?”
뜻밖에 소교주인 천여운을 언급하자 문연의 말문이 막혔다.
마교에 있어서 후계자인 소교주는 교주 다음인 이 인자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인사를 올리기 위해서 객당으로 들어왔다고 말을 하니 더 이상 무례를 꼬집기도 모호해졌다.
“소교주께 인사를 드려도 되겠소?”
“……그리 하시지요.”
문연이 마지못해 허락하자 두 장로와 천무금이 누각으로 다가왔다.
“두 장로께서 소교주님께 계시다고 하셔서 인사를 드리러 왔다고 합니다.”
‘인사라…..’
뻔한 수작에 천여운이 냉담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두 장로가 기다렸다는 듯이 천여운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삼 장로 부철용이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사 장로 자금경이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마지막은 천무금의 차례였는데, 잔뜩 인상이 구겨진 것으로 보아 차마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한 듯 했다.
불과 몇 년 만에 상하 관계가 완전히 뒤바뀐 셈이었다.
‘젠장. 내가 이딴 천한 놈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다니.’
하지만 장로들마저 자존심을 죽이고 인사를 했는데 혼자 예법에 어긋날 수는 없었다.
설사 그를 싫어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잠시 망설이던 천무금이 고개를 숙이며 얼굴이 상기되어서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천여운은 그런 천무금을 무시하고서 두 장로를 향해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젠장.’
무시를 당한 천무금은 불쾌했지만 입술을 질끈 깨무는 것으로 참았다.
서로가 적대관계여서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나누는 상황이 우스웠지만 이것은 또 하나의 전쟁이었다.
인사를 마친 삼 장로 부철용이 먼저 입을 열었다.
“소교주님께서도 문 장로에게 볼 일이 있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그러시군요. 저희도 문 장로님께 들을 답변이 있어서 왔습니다.”
‘답변?’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답변이라고 한다면 그 전에 뭔가 대화가 진척되었었다는 말이 아닌가.
적당히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니 무슨 말이 오갔었는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작 팔 장로 문연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허어,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러자 사 장로 자금경이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것 참. 난감하구려. 얼마 전에 문 장로께 매파를 보냈었는데 벌써 잊으셨소?”
‘응?’
매파라는 말에 문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조부인 문연을 바라보았다.
대체 이건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자금경의 말을 들은 문연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니. 그것은 분명히…”
“그때 문 장로께서 분명 숙고하겠다고 하지 않았소?”
그 말에 문연은 내심 기가 찼다.
여섯 종파 중의 하나인 복마종에서 온 매파에게 무작정 거절한다고 말하는 것은 경우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숙고하겠다는 표현을 한 것인데 이를 이렇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
기회를 잡았다 싶었는지 삼 장로 부철용이 말을 이어갔다.
“그 말씀 때문에 천무금 공자께서 직접 문 장로의 여식을 보러 온 것이오.”
천무금이 두 손을 모으며 문연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허어!”
처음부터 두 장로들은 이런 식으로 몰아붙이려고 작정한 듯 했다.
문연은 교주의 자식인 천무금이 있는 앞에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단박에 거절하기도 애매했다.
‘이를 어찌 한단 말인가.’
분명 천여운이 마룡장종을 찾은 것은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함이 틀림없다.
그런데 여기서 혼례에 관해서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다는 식으로 답변하게 된다면 양 측을 상대로 줄타기를 하는 셈이 되어버린다.
‘후후후, 팔 장로 여기서 줄 선택을 잘해야 할 것이오.’
삼 장로 부철용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감돌았다.
무게가 다를 것이다.
단순히 충성 맹세를 통해 수하로 거두려고 하는 천여운보다도 혈연관계를 통해서 굳건한 관계를 제시하는 쪽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천여운이 입을 열었다.
“문 장로님.”
“네, 소교주님.”
“혼례라는 것은 당사자의 의견도 중요한 것이 아닙니까?”
그 말에 난처해하던 문연이 그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밝아진 얼굴로 동의했다.
“허허허, 그렇지요. 저는 그 아이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선택권을 돌림으로써 상황을 벗어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쉽게 포기할 그들이 아니었다.
사 장로 자금경이 말했다.
“호오, 더 잘 되었군요. 그럼 문 장로의 손녀 분을 불러서 천 공자님을 만나게 한다면 호불호를 알 수 있겠지요.”
문연의 말에 오히려 그들은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의사가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마교에서 교주의 자제를 앞에 두고서 단번에 거절할 규수가 누가 있단 말인가.
‘자충수를 두는 구려. 팔 장로, 소교주. 후후후.’
유리하게 되었다며 좋아하는 장로들의 앞으로 누군가가 나섰다.
그는 천여운의 곁에 앉아있던 처진 눈매에 선한 인상을 가진 문규였다.
“문….규?”
‘이 녀석은 왜 나서는 거지?’
문규가 나서자 그를 알아본 천무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마도관에 있던 시절부터 마룡장종의 세력을 산하로 거두기 위해 그를 몇 번 설득하려 들었던 천무금이었다.
“문규, 네가 왜….엇?”
-쭈우우욱!
그때 문규가 자신의 턱 밑 이음새를 붙잡더니 그것을 잡아 당겼다.
길게 쭈욱 늘어나는 피부에 모두가 화들짝 놀라했다.
“사, 살이?”
“서, 설마? 이건 인피면구?”
문규가 인피면구를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천여운의 수하들이나, 두 장로들, 천무금이 동시에 탄성과 함께 두 눈이 커져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허어…..”
“어찌 이런!”
도화지처럼 새하얀 얼굴에 반짝이는 눈망울.
앵두 같은 분홍빛 입술.
반달 모양의 눈매를 가진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근 사 년 동안 인피면구에 가려져 있던 약관의 나이가 된 문규는 너무도 어여쁜 여인으로 성장해 있었다.
문규가 놀라하는 두 장로들과 천무금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인사했다.
“장로님들과 공자님께 인사드립니다. 문연 장로님의 손녀인 문규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