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47)
# 44장 무명(無名) (2) #
자시가 되기 반 시진 전.
오현봉의 산봉우리에 가장 먼저 도착한 자가 있었다.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무명과의 만남이 열흘이 당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천여운은 연무화와 상의를 해서 먼저 오현봉의 정상에서 숨어있기로 하였다.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십일 장로 환의가 위험하니 같이 동행하겠다고 하였지만, 무명의 무공이 세 장로들보다도 강하다고 알고 있던 천여운이 이를 거절했다.
그가 정말로 엄청난 무위를 지녔다면 매복을 눈치 채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먼저 오현봉의 정상에 도착한 천여운은 몸을 숨기기 좋은 곳을 찾았다.
산봉우리에 유일하게 수풀이 우거진 곳이 있어서 이곳에서 대기하면서 무명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이 장로.’
처음 나타난 사람은 이 장로 경본기였다.
그 역시도 화경의 경지에 오른 고수였지만 천여운의 기척을 감지하기에는 무위에서 한 단락 차이가 났기에 불가능했다.
경본기는 한참이 지나도 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얼마 있지 않아 연무화가 산 정상으로 올라왔고, 이윽고 천여운이 기다리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복면에 흑색 장포를 걸친 무명이었다.
‘아!’
수풀에 숨어있던 천여운이 속으로 탄성을 흘렸다.
어느 정도 강할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기를 완전히 갈무리한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자신과 동급의 무인이거나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정말 그 정체가 궁금해졌다.
‘일단은 더 지켜보자.’
천여운은 일단 무명이 두 장로들을 시험하기 위해서 천마검공의 일 초식을 펼칠 터이니, 그것을 보고서 판단하기로 했다.
그렇게 더 숨어서 지켜보려던 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응?’
무명이 갑자기 몸을 돌려서 천여운이 있는 방향으로 검기를 날린 것이었다.
기를 완전히 갈무리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기척을 감지해냈다.
-촤아아아아악!
‘나를 발견하다니? 별 수 없구나!’
정확하게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기에 천여운이 보법을 펼쳐서 그것을 피해냈다.
덕분에 빗겨나간 검기가 수풀의 반을 갈랐다.
검기를 피해냈지만 이미 위치를 들킨 이상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소, 소교주!!!”
천여운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 장로 경본기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체 그가 어떻게 이곳에 나타났단 말인가?
‘서, 설마?’
교내에서 오직 세 사람만의 비밀이었는데 천여운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범인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경본기가 고개를 획하고 돌려서 연무화를 노려보며 말했다.
“연 장로! 당신의 짓이구려!”
이미 대전 회의에서 천여운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만 천하에 공개한 연무화였다.
그녀가 아니고는 천여운이 오현봉에 나타난 것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흥! 그래 본 녀다.”
“소교주를 이곳에 데려오다니 대체 제 정신이오?”
이 장로 경본기는 진심으로 화가 났는지 기세를 내뿜으며 말했다.
검마의 마지막 심득이 담긴 검법인 이십사마검을 전수 받는 이 날만을 손꼽아서 기다렸는데 그것에 초를 친 셈이었다.
“기세를 보아하니 출수할 작정인가 보지.”
-챙!
연무화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집에서 보검을 뽑았다.
처음부터 이 자리에서 진정한 검종을 가리려고 했었기에 기다렸던 바였다.
“크윽! 정말 막무가내구려.”
경본기 역시 당장에라도 그녀의 목을 베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털썩!
경본기가 두 무릎까지 바닥에 꿇고서 무명에게 말했다.
“태상교주님! 이것은 제가 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말씀하신 약조를 지켰습니다. 그러니 부디 검종의 진전을 잇도록…”
그런 그의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무명이 냉정하게 말을 잘랐다.
“늦었다. 한 사람이라도 약조를 어긴 순간부터 끝이다. 그대들과 이십사마검은 인연이 없는 듯하군.”
“어, 어찌 그런!”
-탓!
그렇게 기다려왔던 이십사마검을 익힐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스러워하는 경본기를 뒤로 한 채 무명이 빠르게 경공을 펼쳐서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
“태, 태상교주!”
이 장로 경본기가 급히 무명을 쫓아가려하는 것을 연무화가 가로막았다.
“누구 마음대로 보내준다고 했지?”
“이…..년이 정녕!”
본래는 호전적인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억눌렀던 경본기의 난폭함이 일순간에 터져 나왔다.
-챙!
경본기가 검을 뽑아서 자신을 가로막는 연무화를 향해 검초를 날렸다.
얼마나 분노했는지 초식에 살의가 잔뜩 베여있었다.
“흥!”
-채채채채채채챙!
연무화가 유연하게 진신마검의 검초를 펼치며 이를 막아냈다.
무공으로는 자신이 한 수 위라고 생각했던 경본기의 눈빛이 흔들렸다.
‘뭐지? 이 년이 원래부터 이렇게 강했던가?’
일 장로 무진원이나 대호법 마라겸을 제외한다면 교내에서 자신을 꺾을 자는 없다고 자부했던 그였다.
그런데 그녀가 검을 부딪칠 때마다 전해져오는 공력의 여파에 당혹스러웠다.
긴장하고 제대로 전의를 가다듬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이 패배할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빌어먹을!’
-타타타타탁!
한편 빠르게 경공을 펼치며 오현봉의 정상을 벗어난 무명은 벌써 산중턱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의 경공은 흡사 바람을 타고 내려가는 것처럼 너무도 빨랐다.
보통 무림인들이 몇 번을 디뎌야 할 보폭보다 두 배 이상은 넓게 뛰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안타깝군.’
산을 타고 내려가면서 무명은 내심 이십사마검을 전수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일부러 기일까지 당겨가면서 그들을 만난 것도 무리해서라도 무공을 전수하기 위해서였는데, 이제는 힘들게 되었다.
‘어차피 다른 이십사마검의 전수자가 나왔으니 상관없겠지.’
과거의 검종과 연이 있는 자들이 익히길 바랐지만 이제는 별 수 없었다.
약조를 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적당히 따돌리다가 돌아가야겠군.’
자신이 경공을 펼쳐서 산봉우리를 벗어나려하자 천여운이 따라오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충분히 따돌릴 자신은 있었다.
무명이 용천혈에 내공을 더욱 끌어올려서 경공을 박차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으아아아아앗!”
‘엇?’
귓가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놀란 무명이 위를 쳐다보았다.
바로 그 순간 허공에서 천여운이 떨어지면서 자신을 향해 백룡도를 내려찍고 있었다.
‘아닛?’
당황한 것도 잠시였고 무명이 흑색장포에 가려져있던 검집에서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검을 뽑아서 백룡도를 막아냈다.
-채애애애앵! 푸우욱!
도신과 검신이 부딪치는 순간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무명의 발이 땅을 파고들었다.
마치 천근추(千斤錘)를 펼친 것만 같은 위력이었다.
‘이런!’
절반의 공력만으로 대응하려 했던 무명이 안 되겠다 싶어서 구성 공력까지 끌어올렸다.
그러자 발목까지 파고들었던 묵직한 위력이 상쇄되면서 천여운의 백룡도를 쳐낼 수 있었다.
-챙! 콰직!
“크윽!”
무명의 검에 튕겨나간 천여운이 거목에 부딪쳤다.
두 사람이 부딪쳤던 남은 공력의 여파가 거목에 집중되면서 그것이 부러져나갔다.
-쿵!
“하아….하아….”
거목에 박혀 있는 천여운의 입에서 거친 호흡이 튀어나왔다.
원래도 새하얀 얼굴이 더욱 질려 있는 것으로 보아 뭔가 무리를 한 모양이었다.
‘다시는 이 짓거리는 하지 말아야지.’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파열된 근육과 금이 간 뼈를 빠르게 자가수복합니다.]나노의 목소리와 함께 몸 전체를 울리는 통증들이 서서히 완화되어 갔다.
-푹! 푹!
그때 무명이 발목까지 파고들었던 다리를 땅바닥에서 빼내며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설마 그 위에서 뛰어내린 것이냐?”
무명의 질문에 천여운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이 정답이었기 때문이었다.
천여운은 무명을 따라잡기 위해서 경공을 펼쳤지만, 어느새 그 격차가 벌어지면서 도저히 그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노에게 야간투시경 모드를 활성화하고 증강현실을 개안하여 무명이 내려가는 경로를 추적 및 계산하게 하여 그 위치로 과감하게 뛰어내린 것이었다.
‘정말 죽을 뻔했다.’
떨어지면서 처음으로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무리하게 모험을 건 덕분에 단번에 무명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구나. 그 높은 고지에서 내가 내려가는 경로를 짐작하여 뛰어내렸다는 말인가?’
무명은 진심으로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무공을 익혔다고 해도 그 정도 높이라면 어지간한 배짱이 있지 않고는 뛰어내릴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까딱 잘못했다간 낙하하는 힘에 죽을 수도 있었다.
‘정말 괴물 같은 녀석이군. 하지만 어차피 결과는 다를 바 없다.’
자신은 다시 경공을 펼쳐서 내려가면 될 일이라고 여겼는데,
-부들부들!
‘이런…..’
무명의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떨려왔다.
떨어지면서 도를 내려치는 힘을 막아냈는데 그 여파를 완전히 이겨내지 못했다.
섬세할 정도로 전신에 공력을 운용하여 뼈가 부러지거나 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근육이 일부 파열된 듯 했다.
“후우!”
반면 천여운은 나노의 자가수복 기능으로 몸이 회복되었다.
박혀있던 거목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 천여운이 무명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제 당신의 정체가 뭔지 알아볼 시간이군.”
“고작 그 이유 때문에 목숨을 걸다니……대단한 배짱이군.”
무명이 혀를 내두르며 천여운에게 검 끝을 겨냥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경공을 원활하게 펼칠 수 없다면 무명에게도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천여운을 빠르게 제압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이 높이에서 떨어져서 거목이 부러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면 쓰러뜨리는데 그리 오랜 시간을 소요하지 않으리라.
“길고 짧은 것을 꼭 대봐야 아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야.”
그 말과 함께 무명의 신형이 튕겨져 나오며 천여운을 향해 쇄도해왔다.
-촤촤촤촤촤촤!
‘이건?’
무명의 손에서 펼쳐지는 검초는 다름 아닌 검마의 이십사마검이었다.
연무화가 초식을 기억해서 복원했던 것과는 다른 완전한 형태의 이십사마검의 검초였다.
스물네 개의 검식들이 맞물리면서 격류처럼 천여운을 밀어붙였다.
그 위력은 천여운의 손에서 펼쳐지는 것 이상이었다.
‘후우!’
천여운이 숨을 내쉬며 백룡도의 도병을 다르게 잡았다.
무명의 손에서 펼쳐지는 이십사마검의 검초는 접무도법으로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천여운이 극도신의 도법의 이 초식을 펼쳤다.
무명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극도신의 도법!’
그는 도법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일순간에 이십사마검의 검초와 극도신의 도초가 격렬하게 부딪쳤다.
-채채채채채채챙!
두 절세초식이 부딪치면서 어두운 오현봉의 산봉우리 중턱이 금속성으로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검과 도가 부딪칠 때마다 천여운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울컥울컥!
무명의 공력은 그보다도 훨씬 더 심후했다.
도신을 타고 흐르는 공력의 여파가 오장육부를 자극해서 핏물이 식도를 타고 올라올 정도였다.
[체내로 파고드는 에너지에 장기 기관에 손상이 갔습니다. 빠르게 자가수복합니다.]나노가 보조하지 않았다면 공력으로 승부가 났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공력에서 밀린다고 해서 초식 승부까지 밀리는 것은 아니었다.
이십사마검의 검초는 극도신의 도초보다 한 수 아래였다.
‘분명 나보다 공력이 낮은데.’
-채채채채챙!
무명은 강한 공력을 바탕으로 이십사마검을 펼쳐서 극도신의 도초를 파훼하려 했지만, 천여운이 이를 버텨내고 초식을 펼치자 비정상적인 각도로 꺾어 들어오는 도식에 방법을 바꿔야만 했다.
‘과연 극도신의 도법이로구나. 그렇다면!’
-타타탁!
무명이 보법을 펼쳐서 기이한 각도로 파고드는 도식들을 피해냈다.
그가 물러나자 기세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판단한 천여운이 극도신의 도초의 제 삼초를 연달아 펼쳤다.
-촤촤촤촤촥!
패도적인 도결이 부드럽게 이어지며 무명을 노렸다.
그 순간 무명이 빠르게 신형을 더욱 벌리더니, 잡고 있던 검에서 손을 놓았다.
천여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
-채채채채챙!
놀랍게도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 무명이 검결지로 움직임을 그리자, 검이 허공에서 스스로 움직이며 검초를 펼쳤다.
‘이기어검!’
그것은 이기어검(以氣御劍)이었다.
진기로써 검을 부리는 것이었는데, 적어도 현경의 초입에 이른 고수만이 가능한 기술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기어검으로 펼치는 검법에 있었다.
‘천마검공?’
그것은 천마검공의 제 이 초식이었다.
검초의 운기요결이 정확하지 않아서 그 위력이 다소 반감되었으나 분명 천마검공이었다.
-채채채채채챙!
초식의 위력이 반감되었다고는 하나 이기어검으로 검초의 움직임이 더욱 자유로워서인지, 원래의 천마검공 못지않은 절세초식이 펼쳐졌다.
‘이런 식으로 천마검공을 펼칠 줄이야.’
아무리 도식이 비정상적인 각도로 꺾인다고 하나 스스로 검을 잡고 검초를 펼치는 것이 아니기에 무명은 기어코 극도신의 도초를 파훼하는데 성공했다.
-챙! 챙!
천여운이 쥐고 있던 백룡도가 뒤로 튕겨나가는 순간 무명의 신형이 파고들면서 다시 검을 잡고 그의 어깨를 찔렀다.
-푹!
“크윽!”
어깨를 찔린 천여운의 신형이 뒤로 여덟 보가 넘게 밀려났다.
천여운이 피가 흐르는 어깨를 붙잡고 무명을 노려보았다.
‘정말 강하다. 본교에 이런 전율적인 고수가 숨어있었다니…..이 자는 정말 태상교주님인가.’
이 정도 무위라고 한다면 태상 교주가 아니고는 설명이 힘들었다.
“하아……하아….”
무명의 호흡이 다소 거칠어졌다.
얼굴은 복면으로 가리고 있었지만 드러난 손등에 핏줄이 서있는 것을 보면 꽤 무리한 듯 했다.
내공의 소모가 큰 이기어검을 비롯해 운기요결이 완벽하지 않은 천마검공을 동시에 시전했으니 당연히 신체에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경의 고수는 내공을 회복하는 것에 있어서 그 이전의 경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로운 운기 능력을 지녔다.
“후우! 후우!”
복면의 입 쪽에서 하얀 김이 흘러나오자, 점차 거친 호흡이 안정되어 갔다.
무명이 천여운에게 검 끝을 겨냥하면서 말했다.
“충분히 실력 차를 격감했겠지. 너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더 이상 나를 따라오지 마라.”
“아직…..끝나지 않았다.”
그런 무명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천여운의 눈빛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여전히 포기하지 않으려는 모습에 무명이 혀를 내둘렀다.
‘정말 독종이로구나.’
이미 무공의 경지로도 한 단락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했을 텐데도 포기하지 않는 것을 보면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 수 없군. 확실하게 쓰러뜨리는 수밖에.’
-솨아아아아!
지금까지와 다르게 무명의 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것은 일종의 경고였다.
방금 전에는 어깨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확실하게 목숨을 노릴 거라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었다.
“받아랏!”
-슉!
무명의 손에서 검이 살아있는 것처럼 날아서 천여운에게로 쇄도해왔다.
‘그 전의를 꺾어주마. 이 초식은 절대로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무명은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강의 초식으로 천여운을 쓰러뜨리려 했다.
그것은 바로 천마검공의 제 사 초식이었다.
-촤촤촤촤촤촤촥!
무명이 검결지를 휘젓자 허공을 날으는 이기어검이 화려한 검결을 그리며 천마검공의 제 사초식의 궤적을 그렸다.
그 위력은 단숨에 천여운을 고기조각으로 만들 기세였다.
“후우.”
천여운이 깊은 호흡을 내뱉더니 이내 신형이 바닥에서 튕겨져 나오며, 그의 백룡도에서 극도신의 도초가 펼쳐졌다.
패도적인 기세의 도결이 허공에 화려한 궤적을 그리는 천마검공의 검초로 쇄도했다.
-채채채채채채챙!
귀가 찢어질 듯 한 금속성과 함께 두 절세초식이 격렬하게 부딪쳤다.
본래라면 기이한 각도로 상대의 허점을 노리는 극도신의 도초가 이기어검을 막아내는데 그 전력을 쏟고 있었다.
-팟! 팟!
천마검공의 제 사 초식의 검식들의 위력은 가히 명불허전이었다.
완전하지 않은 초식임에도 불구하고 이기어검이라는 날개를 달고서 천여운의 몸에 상처를 입혔다.
‘끝이다!’
이미 도식의 절반 이상이 파훼되어서 초식에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무명이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그 순간이었다.
‘아닛?’
-차차차차차차착!
천여운의 양 팔목의 보호대로 있던 검은 철들이 분리되면서 하나의 흑검으로 변했다.
여전히 도초를 펼치는 가운데 천여운이 그 흑검을 왼손으로 잡았다.
바로 그 순간 무명의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서, 설마?’
“흐아아아압!”
기합성과 함께 이기어검에 밀리고 있던 천여운의 보폭이 앞으로 내딛는 순간, 폭발적인 역량과 함께 왼손에 들려있는 흑검에서 절세검초가 펼쳐졌다.
그것은 진정한 천마검공의 제 사 초식이었다.
-채채채채채채채챙!
오른손에서 펼쳐지는 극도신의 도초와 왼손으로 펼쳐지는 천마검공의 검초가 맞물리면서 백색과 검은색 입자가 화려한 궤적을 그리며 흩날렸다.
-채채채채채챙!
‘마, 막아낼 수가 없다!’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차차차창!
너무도 강렬한 두 초식의 위력에 일순간에 검초가 파훼되고, 이기어검을 펼치고 있던 무명의 보검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크헉!”
-부웅!
그 반동의 여파로 무명이 피를 뿜으며 뒤로 날아가 버렸다.
-쾅!
거목이 없었다면 바닥에 쓰러졌을 지도 모른다.
무명이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을 참아가면서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착!
어느새 천여운의 백룡도와 천마검이 교차해서 그의 목을 겨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