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53)
# 46장 진정한 계승자 (1) #
마교 성에서 동쪽으로 백오십 리 가량 떨어진 곳.
무장을 한 삼백여 명의 부주검단의 단원들이 말을 타고 진군하고 있었다.
늦은 출정으로 하늘이 반쯤 어두워지고 해가 지평선 너머로 지고 있어, 슬슬 터를 잡고 야영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수풀이 우거진 산 고개였는데,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이곳에서 조금만 더 이동하면 야영을 할 수 있을 만한 터가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찾는 곳은 야영지가 아니었다.
부주검단의 단주 주겸에게 부관이 신호를 보냈다.
[이곳이면 될 것 같습니다.]부관의 전음에 주겸이 어두워진 하늘과 주변을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적도 드물고 여기서 해결하면 될 것 같았다.
선두에서 이동하고 있는 천여운의 옆에서 말을 몰고 있던 주겸이 검을 뽑았다.
-챙!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부주검단의 단원들이 전부 검을 뽑았다.
그 소리에 천여운이 말을 몰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게 무슨 짓이죠?”
천여운의 질문에 주겸이 비릿하게 웃더니 검을 겨냥하며 외쳤다.
“무슨 의미겠소. 이곳이 소교주의 무덤이 된다는 것이지요.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시오.”
“죽어랏!”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부주검단의 부관이 일기토를 벌이는 장수처럼 말을 몰아서 검강을 형성하여 천여운의 목을 베려고 했다.
“후후후, 언제 숨겨둔 이를 드러내나 기다렸는데 역시군요.”
‘후후후?’
웃음소리가 뭔가 교태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우웅!
바로 그 순간 천여운이 번개처럼 도를 뽑아서 검강을 막아내더니, 단숨에 부관의 목을 베었다.
-촥!
부관이 초절정 초입의 고수라고는 하나 화경의 고수의 상대가 될 리가 만무했다.
고작 일도에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 부관의 시체를 보면서 부주검단의 단주가 싸늘해진 얼굴로 말했다.
“기어코 반항하시겠다 이것이오? 소교주!”
“저는 소교주님이 아니라서요.”
“그게 무슨?”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여운이 목의 이음새 부분을 붙잡고 얼굴을 뒤덮고 있던 인피면구를 벗어버렸다.
인피면구 속에 드러난 얼굴은 하얀 분칠을 한 십일 장로 환의였다.
“아닛!”
환의가 목 부분의 이음새를 꾹꾹 눌렀다.
인피면구는 한 겹이 아니라 두 겹으로 쓰고 있는 그였다.
“하마터면 인피면구 두 개를 전부 다 벗어버릴 뻔했네요. 후후후.”
“화, 환 장로!”
소교주라고 여겼던 인물이 십일 장로 환의이자 부주검단의 단주 주겸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비환귀종의 입구에서 다른 짓을 하지 못하게 곧바로 출진을 했었다.
그런데 대체 언제 소교주가 환의로 바뀌었단 말인가.
“서, 설마…..처음부터 환 장로가 소교주인 척을 했단 말이오?”
“정답입니다. 후후후.”
그렇다는 말은 비환귀종의 입구에 있던 환 장로가 천여운이라는 말이 아닌가.
소교주를 함정에 빠뜨렸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속은 것은 자신들과 교주라는 말이었다.
당혹감에 빠진 것도 잠시였고 주겸이 분노에 차서 외쳤다.
“환 장로! 그대가 감히 교주령을 어기다니!”
“어기다니요? 교주령에서는 분명 출진을 명했지? 죽으라는 명령은 있지 않았는걸요.”
비꼬는 환의의 말에 주겸이 이를 갈면서 단원들에게 소리쳤다.
-으드득!
“당장 이 반역자를 잡아서 본교로 복귀한다.”
“충!”
“글쎄요. 인원이 많기는 하지만 제가 도망가자고 마음먹는다면 여러분들이 잡을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인원이 일류고수였고, 절정의 고수들은 오십여 명이었다.
비록 단주인 주겸이 완숙한 초절정의 고수이기는 했지만 화경의 고수인 환의가 마음먹고 경공을 펼친다면 언제든지 따돌릴 자신이 있었다.
자신만만해 하는 환의를 바라보며 주겸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화경의 고수를 상대하는데 그 정도 대비도 안했을까.”
“크르르르!”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부주검단의 단원들의 입에서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나 같이 붉은 안광을 띠는 모습에 환의가 침을 꿀꺽 삼켰다.
“으음…..이건 예상 못했는데요.”
암검이종의 하나인 부주검단.
그들 역시도 역혈마공을 익힌 무력 집단이었다.
아무래도 도망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지도 모른다고 여겨진 환의의 눈빛에 긴장감이 서렸다.
한편 마교 내성 내 대전.
대전 역시도 갑작스러운 천여운의 등장에 이를 지켜보던 종주들이 하나 같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소교주 천여운은 교주령을 듣고 복건성으로 출진했다고 들었는데, 설마 십일 장로 환의로 변장해서 나타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소교주님이라고?’
‘허어! 어찌 이런 일이?’
‘이상하다. 아까 전만 하더라도 분명 환 장로의 목소리였는데.’
환의와 한 번이라도 대화를 나눠본 자들은 목소리에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
당연히 그럴 만도 했다.
“흠흠! 아아아아아!”
나노의 목소리 변조로 완벽하게 환의의 목소리로 바꾼 천여운이었다.
심지어 환의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자주 접했던 교주조차도 대전 회의 전의 인사에서 구분할 수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사술을 익혔구나.’
원래의 목소리로 돌아오는 천여운을 바라보며 교주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그의 등장에 경악했던 것도 잠시였고 원래의 냉정함을 되찾았다.
‘환 장로가 인피면구를 만들어준 것인가?’
그렇다는 것은 지금 복건성으로 출진한 자가 환 장로일 확률이 높았다.
천여운을 지지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교주인 자신의 명령을 거역해가면서까지 도울 줄은 몰랐다.
‘감히!’
전부터 그 과감함과 당돌함은 익히 알았지만 이제 그 선을 지나쳤다.
대전 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분명 모든 종주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과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 틀림없었다.
‘대호법을 믿고 이러는 것이냐.’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호법이 고독의 통제를 벗어나게 만들었다.
게다가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으니 누명에서 벗어났고 반전을 꾀했다고 여길 것이다.
‘해명 이전에 실수를 저질렀구나.’
모습을 드러낸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여전히 유리한 것은 자신이지 소교주가 아니었다.
마교의 내성은 오직 자신의 통제 하에서만 움직이는 절대적인 영역이었다.
“무엄하구나. 소교주. 교주령을 어기고 감히 대전에 정체를 숨기고 나타나다니. 반역을 저지르려는 것이냐.”
힘이 들어간 교주의 위엄 있는 목소리에 대전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교주의 말대로 천여운의 이러한 행동은 반역을 저지른다는 일종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었다.
이에 천여운이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그 전에 먼저 여쭙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뭐라?”
“어째서 제게 이 장로를 기습해서 죽였다는 누명을 씌워서 소교주직에서 폐위시키려고 하시는 겁니까?”
날카롭게 꼬집는 천여운의 질문에 모두가 집중했다.
사실 방금 전에 대호법이 밝힌 진실 덕분에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어 교주의 입장이 난감해진 터였다.
“누명이라…..”
그런데 교주는 방금 전과 달리 여유로워 보였다.
교주 천유종이 천여운의 뒤편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있는 대호법을 향해 명을 내렸다.
“대호법. 소교주 천여운이 교주령을 어겼다. 당장 제압하라.”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런 교주의 명령에 대호법이 따를 리가 없었다.
물론 애초부터 교주도 그가 완전히 천여운의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했기에 예상한 부분이었다.
교주가 대전 내에 있는 장로들과 수뇌부들을 향해 외쳤다.
“보아라. 대호법 마라겸은 본좌가 아닌 소교주를 따르고 있다. 그가 한 증언을 믿을 수 있겠느냐?”
그 말에 일순간 대전에 침묵이 찾아왔다.
교주의 노림수는 바로 이것이었다.
방금 전까지 내심 교주에게 의구심이 피어오르던 종주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호법의 명령 거부로 교주의 말에 더욱 힘이 실렸기 때문이었다.
‘이런….’
마라겸이 놀란 눈으로 교주를 바라보았다.
쉽게 당할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충성이 소교주에게 옮겨간 것을 이용할 줄은 몰랐다.
“소교주를 보호하기 위한 대호법의 충성은 잘 알았도다. 하나, 잘못을 저질렀다면 응당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
-딱
교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대전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호위전의 무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상시 교주의 주변을 지키는 호위전 최고의 고수들이었다.
“소교주와 대호법을 체포하라.”
“충!”
호위전의 고수들이 그들을 향해 다가오려는 순간이었다.
대전의 입구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안됩니다! 당장 멈추십시오.”
“비켜라!”
-우당탕!
“윽! 뭐, 뭐야? 네놈들은 시종이 아니잖아.”
“어서 가십시오! 장로님.”
입구를 지키는 무사들이 누군가를 제지하고 있었는데, 그 자가 막무가내로 대전 입구의 문을 열어젖혔다.
-쾅!
소란스러움에 뒤쪽으로 시선이 가있던 대전 내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대전의 거대한 문이 열리며 등장한 사람은 다름 아닌 십 장로 연무화였다.
대전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거라고 알고 있던 그녀가 뒤늦게 나타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저 복장은?’
그녀는 내성의 여시종들이 입고 있는 검은 상의에 흰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것도 의아했지만 연무화가 한손으로 끌고 온 것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것은 전신의 일부가 그을린 거구의 시신이었다.
“회의 중에 늦게 참석해서 죄송합니다. 중요한 증거물이 있어서 늦었습니다.”
-둥둥!
연무화가 내공을 끌어올려 허공섭물로 시신을 대전의 가운데로 옮기게 했다.
대전의 정중앙으로 날아오는 거구의 시신을 보는 모든 종주들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번졌다.
“아닛?”
전신의 혈관이 울룩불룩하게 올라온 시신.
그 시신은 불에 그을린 흔적들이 있었지만 얼굴을 못 알아볼 건 아니었다.
그는 다름 아닌 검마종의 종주인 이 장로 경본기였다.
“여, 역혈마공?”
“역혈마공이 틀림없네!”
원래의 경본기의 신장보다도 두 배 이상 커졌고, 괴물처럼 비대해진 덩치와 혈관의 팽창해서 터질 듯한 근육은 분명 역혈마공에 의한 부작용이 틀림없었다.
“대호법의 말이 사실이란 말이잖아.”
“이 장로가 역혈마공을 익히다니?”
대전 내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패현은 대체 무얼 하고?’
교주 천유종의 표정이 굳어졌다.
시신을 불태우게 하고 누구도 소각로에 들이지 말라고 명 했는데, 지금 시신을 보면 연무화가 강제로 그것을 가져온 듯 했다.
-채채채챙!
“이놈들.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당장 비키지 못할까!”
소란스러운 대전의 입구 바깥쪽에서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시종과 내성 경비 무사의 옷을 입은 자들이 대전 바깥에서 호위전의 무사들이 내부로 들어오려는 것을 막고 있었다.
“우아아아악! 무, 무슨 계집이!”
-쾅!
“끄아아악!”
덩치가 건장한 성인 남자보다 머리 하나만큼은 더 큰 여시종이 호위전의 무사의 발목을 낚아채서 도끼를 휘두르듯이 다른 자들을 쳐냈다.
여자라고 믿기에는 가히 괴력의 소유자였다.
‘저놈들은 대체?’
분명히 천여운이 가진 모든 힘을 전부 분산시켰다.
그런데 대체 내성의 시종으로 변장해서 들어온 저놈들의 정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천여운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교주가 알지 못하는 천여운의 세력.
그들은 바로 마도관에 남아있던 그의 수하들이었다.
‘허봉. 제 시간에 맞췄구나.’
마도관주인 좌호법 이화명이 체포되면서 마도관은 모든 것이 일시중지된 상태였다.
그 안에 있는 무공 교두들은 조사를 받는다고 내성에 억류된 상태였지만 마도관의 숙소에 남아 있는 천여운의 수하들은 아니었다.
“아무도 여길 지나들 수 없다.”
입구에서 듬직하게 신위를 떨치고 있는 여시종은 바로 파부종의 호상화였다.
호상화의 앞에 누군가 다급히 뛰어와서 소리쳤다.
“비, 비켜라! 이 계집!”
“저를 뚫고 지나가야 할 겁니다.”
그는 호위전의 수장인 패현이었다.
얼굴에 피멍이 들어있고 몰골이 엉망인 걸로 보아, 소각로에서 시신을 지키려다가 연무화에게 된통 당한 듯 했다.
“이런 빌어먹을 계집이!”
그렇지 않아도 웬 젊은 여시종에게 수치스러울 만큼 당했던 패현이 노기가 솟구쳐서 그녀를 향해 검초를 펼쳤다.
-채채채채챙!
그러나 호상화는 당황해하지 않고 호위전의 무사에게서 빼앗은 검으로 침착하게 검초를 막아냈다.
‘젠장! 대체 내성에 이런 괴물 같은 계집들이 언제 들어왔단 말인가.’
조급해하며 어떻게든 그녀를 뚫고 들어가려 했으나, 부상을 입은 그가 쉽게 꺾기에는 호상화의 무위가 절대로 약하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뭔가 문제가 생겼다.’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인지한 종주들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에는 천여운이 누명을 풀기 위해서 이런 계책을 꾸몄다고 여겼던 그들이었지만 호위전의 무사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는 자들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후우.”
교주의 입에서 무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미 이 장로 경본기의 시신을 가져온 시점에서 계책이 엉망이 되었다.
교주가 노기가 서린 눈으로 낮게 깔린 어조로 위협적으로 말했다.
“소교주. 네가 정녕 본좌와 끝장을 보겠다는 것이냐.”
그런 교주를 바라보며 천여운이 담담하게 답했다.
“말씀드렸을 텐데요. 저는 누명만을 벗기 위해서 온 게 아닙니다. 지금 저는 교주직을 계승하러 온 겁니다.”
“감히!”
-파파파팟!
교주의 검결지가 빠르게 움직이며 천여운의 상체 요혈들을 노렸다.
그러나 이미 손에서 모이는 강대한 기운을 감지하고 있던 천여운은 보법을 펼쳐서 거리를 벌리며 이를 피해냈다.
교주가 자신에게서 거리를 벌린 천여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대전의 모든 장로, 종주들에게 교주령으로 명령한다. 당장 이 반역자들을 제압해라.”
더 이상의 빌미니, 명분이니 하는 머리싸움은 소용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절대적인 권위로 천여운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다.
거부할 수 없는 교주령이 떨어지자 머뭇거리던 종주들의 일부가 천여운과 마라겸, 연무화를 향해 달려들려 했다.
호위전의 무사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하려는 순간이었다.
-파팍!
“크헉!”
익숙하게 합격을 펼치려던 호위전 무사들의 일부가 갑작스러운 일격을 당해 뒤로 튕겨나갔다.
호위전의 무사들이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자신들을 가로막은 자들을 쳐다보았다.
“어, 어째서 당신들이…..”
* * *
십만대산의 마교의 성에서 동쪽으로 백십 리 정도 떨어진 곳.
어두운 밤 중이었지만 격렬한 추격전이 이뤄지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서랏!”
짐승처럼 울부짖는 붉은 안광에 근육이 부풀어 오른 부주검단의 무사들이 미칠 듯이 누군가를 잡기 위해서 추격을 하고 있었다.
그들보다 스무 보 가량을 앞서서 경공을 펼치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십일 장로 환의였다.
“헉….헉….”
환의의 옷에 보이는 핏물들을 보면 격렬한 전투를 치른 듯 했다.
비록 그의 무위를 능가하는 자들은 없었지만 삼백 여명이 역혈마공을 쓰고서 덤벼대는 통에 결국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 포위망을 겨우 뚫고 도망갔지만 부상이 가볍지 않았다.
“하아….하아….”
오감이 짐승처럼 보통 사람들보다도 몇 배 이상 발달한 부주검단주 주겸의 귓가로 지쳐있는 호흡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저 자를 잡을 순간이 멀지 않았다.
“크크크큭, 도망쳐봐야 소용없소.”
지금 이 산만 벗어나면 곧 평야 지대가 펼쳐진다.
그곳이라면 검기를 쏘아대거나 창을 던져서 위협을 가하기 좋았다.
-파파파파팟!
길게 이어지는 수풀을 뚫고 지나가는 순간,
한참을 도망치던 환의가 그것을 멈추고 자리에 멈춰서 있었다.
그의 눈빛에 절망감이 서렸다.
-다그닥! 다그닥!
환의가 바라보는 눈앞에 수백 명에 이르는 또 다른 마교의 깃발을 들고 있는 단이 말을 타고 진군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멈춘 이유는 그들이 종파 깃발에 도마종과 음마종이라 새겨져 있었다.
환의가 탄식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예상 밖이군요. 하아, 소교주님……저는 여기까지인가 보군요. 뭐, 그래도 나름 도움된 것 같아 만족스럽군요. 후후후.’
“크르르르르! 끝이오. 환 장로. 크크큭.”
부주검단의 단주 주겸의 입 꼬리가 사악하게 올라갔다.
-파파팟!
산 고개를 너머 뒤늦게 수풀을 빠져나온 붉은 안광을 내뿜는 부주검단의 무인들이 몰이사냥을 마친 들짐승들처럼 환의를 향해 다가왔다.
-꽉!
환의가 보도의 도병을 꽉 쥐었다.
이왕 이 자리에서 적들의 손에 죽게 된다면 선택은 하나였다.
모든 본신진기마저 불태워서 최대한 많은 적들을 죽이는 편이 천여운에게 도움될 것이다.
그렇게 내공을 십성으로 끌어올리는데,
“대 천마신교의 환도단과 비궁음단의 무인들이여. 당대 천마님의 천마령이다. 사악한 역혈마공을 익힌 저 사도의 무리들을 섬멸해라.”
‘아?’
환의의 두 눈이 커졌다.
선두에 서있는 회색 갑주의 환도단의 단주가 보도를 들고 외쳤다.
“진격!”
“와아아아아아아!!!”
-채채채채챙!
그의 외침에 끝남과 동시에 사백 명에 이르는 무인들이 일제히 병장기를 뽑아서 역혈마공을 펼치고 있는 부주검단의 무인들을 향해 진격해왔다.
“이, 이게 대체 무슨?”
도마종과 음마종의 깃발을 보고서 교주와 네 종파에서 보낸 후발대라고 여겼던 부주검단의 단주 주겸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진격해오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같은 시각.
마교 내성의 대전.
교주 천유종이 잔뜩 일그러진 인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어떤 이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장로들이었다.
삼 장로 부철용과 사 장로 자금경, 오 장로 항소유, 육 장로 몽오가 동시에 천여운을 향해 달려드는 호위전의 무사들을 공격해서 막아낸 것이었다.
“이, 이놈들이!!!”
교주의 입에서 결국 거친 소리가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