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55)
# 46장 진정한 계승자 (3) #
교주는 마치 실제의 누군가를 향해서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기둥 뒤의 그림자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기감을 개방해도 은신한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았기에 대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빛에 당혹감이 서렸다.
‘이게 대체?’
‘교, 교주님께서 어째서?’
그만큼 교주가 보이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실제로 보게 된 교주의 이런 모습에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리며 어젯밤 오현봉의 정상에서의 대화를 떠올렸다.
연무화가 대호법 마라겸에게 물었었다.
‘대호법. 그런데 원래 만나기로 했던 기일을 당긴 이유가 뭐죠?’
‘그것은……교주님께서 최근에 들어서 저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호법을 멀리한다고요?’
연무화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극도육무문의 간자 사건 때 마도관의 지하 보고가 드러난 이후로 교주가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온통 의심으로 가득했다.
심지어 집무실을 벗어나 다른 임무를 맡길 때 감시의 눈길이 생겨났다.
그 때문에 마라겸은 더 이상은 단독 행동이 힘들 거라고 판단하여서 원래의 기일을 당긴 것이었다.
‘차마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교주님께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니요. 변화라고 해야 옳을 것 같군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신변상에 문제가 생겼단 겁니까?’
두루뭉술한 대호법의 말에 연무화가 의아해했다.
‘신변이라면 신변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세 호법들 중에서 상시 교주의 곁을 지키는 마라겸이었다.
그렇기에 그 만큼이나 교주의 신변이나 심경 변화를 빠르게 읽는 사람도 드물었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마라겸은 이 사태를 굉장히 심각해하고 있었다.
‘당대 천마님께 보셨던 교주님의 현재는 원래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교주님께서 분명 냉철하신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본교에 대한 정이 없으신 분이 아닙니다.’
‘글쎄요.’
이 말은 천여운이 동의하기 힘들었다.
교주가 현재 펼치는 정책이나 자신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면 내부적으로 싸움을 격화시키고 있었다.
외부에 거대한 적이 나타났다면 교주로서 교내를 아울러서 대항해야 하는데, 오히려 자신의 권좌를 지키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렇게 말씀드리니 와 닿기 힘드실 거라 생각합니다.’
‘뭔가 특별한 변화가 있는 겁니까?’
그런 천여운의 물음에 마라겸이 무거워진 눈빛으로 답했다.
‘교주님께서 최근에 들어서 계속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십니다.’
‘누군가라면?’
‘…….천유중 공입니다.’
천유중은 마도관 시절에 같은 검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였으며 쟁탈전에서 오른팔이 잘렸다고 했던 천유종의 배다른 동생이었다.
대호법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면 아무래도 혈육을 믿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천유중 공과 대화를 나누시다뇨? 그게 무슨 궤변입니까?’
연무화가 화들짝 놀라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천여운으로서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왜 궤변이라는 거죠?’
‘…..소교주님. 검마종의 천유중 공자는 십오 년 전에 사파 연맹과의 전쟁에서 패왕 항연에게 전사했습니다.’
‘네?’
패왕 항연.
지금도 사파 연맹의 일인자로 군림하는 최강자였다.
삼십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중원 무림의 오대고수 중 하나로 그 자리를 한 번도 누구에게 내어주지 않은 절대고수 중에 한 사람이었다.
‘십오 년 전이면 귀주에 사원 평야 전투를 말하는 것인가?’
십오 년 전의 전쟁은 꽤나 유명한 사건이었다.
마교에서 최대한 정보를 감추었지만 결국 오대 고수 중의 하나인 태상 교주 천인지의 행방불명이 알려지면서 이를 기회삼아 사파 연맹에서 마교의 영역을 침범했다.
이때까지 이름을 한 번도 알리지 않았던 교주가 이 전쟁에서 새로운 오대 고수로 거듭나게 되었었다.
‘잠깐. 그럼 교주가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겁니까?’
‘……죽은 사람이 아니라 아무래도 환상인 것 같습니다.’
‘환상?’
마라겸이 이것을 발견한 것은 절강성 탈환전 때 이후의 일이었다.
그 당시에 그 역시도 내상을 입어서 치료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교주가 달라졌음을 알아차렸다.
‘교주께서는 아무도 없는 벽면이나 어두운 곳을 바라보면서 계속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처음에는 그리 길지 않아서 의구심만 품었지만…..’
근래에 들어서 그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길어졌다.
마치 죽은 천유중이 곁에서 계속 머무는 것처럼 뭔가 대화를 나눴다.
이것을 수차례 발견한 마라겸은 서서히 교주의 정신에 문제가 생기고 있는 ‘전조’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 교주님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그게 대체 무엇이죠?’
‘그것은……’
마라겸이 짐작하는 원인에 천여운과 연무화가 놀란 눈으로 동시에 뭔가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가슴이 휑하니 뚫려서 죽어있는 이 장로 경본기의 시신이었다.
천여운의 회상이 끊어진 것은 삼 장로 부철용 때문이었다.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분노하는 교주를 넋 놓고 바라보던 부철용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교….교주님. 지금 누구와 대화를 나누시는 겁니까?”
“뭐라?”
그의 질문에 대전의 기둥 쪽을 바라보며 분노를 토해내던 교주 천유종이 이를 멈추고서 고개를 돌렸다.
대전은 침묵으로 물들어 있었다.
장로들을 비롯해 모든 종주들이 심각해하는 눈빛으로 교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그런 시선에 교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말했다.
“왜 그런 눈으로 본좌를 바라보는 것이냐?”
“……소신들은 교주님께서 누구와 대화를 나누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난감하다는 듯이 말하는 부철용의 태도에 교주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대전 기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삼 장로가 지금 본좌를 능멸하는 것이냐. 그대의 눈에는 천유중 단주가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
“!?”
부철용뿐만이 아니라 대전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더욱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교주의 동생인 천유중은 지난 사파 연맹과의 대전쟁에서 전사했고 그 시신을 화장까지 했는데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웅성웅성!
[키키킥, 이것 참 재미있게 되었군요.]“뭐라!”
교주의 눈에는 기둥에 기대고 서있는 천유중이 뚜렷이 보였다.
외팔의 천유중은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이 낄낄대면서 웃고 있었다.
그것이 교주의 분노를 더욱 촉발시켰다.
“더 이상 선을 넘게 된다면 용서는 없다. 당장 물러가라! 네놈은 대전에 있을 자격이 없다.”
교주의 외침에 삼 장로 부철용의 표정을 굳혔다.
천여운의 말을 반신반의하고 있었지만 이로써 확실해졌다.
‘교주에게 이상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
이것은 절대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천마신교라는 십만 교인들을 이끄는 교주가 판단력을 잃게 된다면 이 거대한 배가 표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탁!
대호법 마라겸이 교주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교주님. 이곳에는 지금 아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천유중 공은 이미 예전에 전사하여 명을 달리했습니다.”
“뭣?”
마라겸은 마지막으로 교주가 정신 차리기를 바라고서 진실을 밝혔다.
그가 스스로 잘못된 것을 받아들이고서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마의 공에게 진료를 받으시길…”
-촥!
마라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날카로운 예기가 그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오른쪽 목에 상흔이 생겨나며 피가 흘러내렸다.
조금만 늦게 고개를 움직이지 않았다면 단번에 목이 잘려나갈 뻔했다.
“진료? 하! 이제 알겠구나. 지금 대전에 모인 네놈들은 본좌를 미친 것으로 몰아서 반역을 꾸미기 위함이로다.”
“아……”
마라겸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분노한 교주는 더욱 사리 분별이 힘들어지고 있었다.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하는 것이 옳았다.
-챙!
교주가 허리춤에 있는 화려한 검집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그 검은 현철로 만들어져서 어두운 빛을 띠고 있는 모조 천마검이었다.
“본좌가 다시 교의 질서를 바로 잡겠다!”
“교주…”
-탁!
천여운이 말없이 마라겸의 어깨를 잡고서 고개를 흔들었다.
이에 마라겸이 고개를 들어서 교주를 바라보았는데 아까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그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역시 내 짐작이 맞았단 말인가.’
교주의 훤한 이마에 불룩불룩 올라오는 혈관들은 그 증후가 확실했다.
‘역….혈…마…공.’
역혈마공의 폐해가 틀림없었다.
역혈마공은 쓰면 쓸수록 그 부작용이 극명해진다.
전신의 혈도를 역혈시키면서 공력을 폭증하지만 내공의 흐름이 역류하면서 뇌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때 알아봤어야 했건만.’
절강성 탈환 당시에 극도육무문의 수장으로 짐작되는 절대고수가 나타났다.
전율적인 무력을 가진 그 자가 노린 것은 바로 교주였다.
장소를 수차례 바꿀 정도로 격렬한 전투를 펼치던 교주가 부상을 입고 한 산봉우리에서 내려왔었는데, 그때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것이 그저 내상이길 바랐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교주는 위기의 순간에 역혈마공을 펼친 것 같았다.
그나마 지금까지 이지를 완전히 잃지 않은 것은 지고의 경지인 현경에 올랐기 때문에 버틴 듯 했다.
“네놈이다. 고작 패에 불과한 네놈으로 인해서 본교에 이런 분란이 일어났다. 이제 본좌의 손으로 명줄을 거둬주마.”
-사아아아!
교주가 지독한 살기를 내뿜으며 천여운에게 검을 겨냥하며 다가왔다.
그것은 자식이 아닌 적을 대하는 자세였다.
이에 천여운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이지를 상실했다고 해도 끝까지 패라고 부른다는 것은 그게 당신의 의지란 것이겠지.’
지금에 와서 씁쓸하지 않았다.
자신이 부모라고 여기는 사람은 낳아준 화 부인과 길러진 장 호위뿐이었다.
-착!
천여운 역시도 교주를 향해 검 끝을 겨눴다.
“모두 물러나세요.”
“충!”
결의가 담긴 눈빛으로 전의를 불태우자, 그를 둘러싸고 호위하던 장로들이 종주들이 모여 있는 곳까지 발걸음을 물리며 거리를 벌렸다.
그들의 대결은 단순히 부자간의 싸움이 아니었다.
마교의 진정한 주인을 가리는 대결이었다.
‘명분과 모든 것을 갖췄다. 하나…..과연 당대 천마가 교주를 감당할 수 있을까?’
장로들이 냉철한 눈으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비록 반쯤 미친 대다가 부상이 완치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상대는 중원 오대 고수의 일인이자 현경의 고수였다.
일 장로 무진원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괴물이었다.
-팟!
교주의 신형이 잔상처럼 흩어지더니 어느새 천여운의 앞에 도달했다.
모조 천마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강이 단숨에 천여운의 목을 베려고 했다.
“흡!”
-챙!
어느새 천여운이 천마검을 들어 올려서 일검을 막아냈다.
교주가 자신의 검을 막아낸 천여운을 바라보면서 비웃음을 흘렸다.
“본좌의 검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파르르르르르!
교주가 내공을 순환시키며 십성 공력으로 끌어올리자 부딪쳐 있는 두 사람의 검이 떨리며 천여운의 신형이 옆으로 밀려나갔다.
-끼리리리리!
현경 초입의 고수인 교주와 내공에서 확실히 차이가 났다.
‘역시 불리한 싸움이다.’
‘교주는 절대로 이름뿐인 자가 아니다.’
이것을 지켜보는 장로들과 모든 종주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서로 비슷한 역량의 고수끼리의 싸움이라면 전술과 전략, 그리고 전의가 향방을 가르겠지만 두 사람은 한 단락의 차이가 있었다.
“헛수고 하지 말거라.”
절세보검인 천마검이 아니었다면 벌써 옛적에 검 째로 베어버렸을 것이다.
검을 타고 느껴지는 강대한 공력에 천여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자리가 다르다.’
그것은 천여운 또한 직감하는 바였다.
본교를 이끄는 모든 중역들이 모여 있는 이 자리에서 당대 천마로서의 무위를 확실히 각인시켜야만 확실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전력을 다한다!’
이제 더 이상 천마기를 숨길 필요가 없었다.
천여운이 단전 속에 잠들어 있는 흉흉한 마성을 일깨웠다.
이 기운을 단순히 강기에 집중하는 데로만 사용했지만 전신으로 순환시켜서 몸에 두르게 된다면,
-고오오오오!
천여운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흘러나왔다.
흉악한 마수, 흑룡이 포효를 하는 것처럼 흉흉한 마성의 기운이 대전을 가득 메워갔다.
“허어…..”
“이럴 수가!”
지난 번 대전 회의에서 보인 것과는 차원이 다른 기운에 장로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천여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흉흉한 기운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강렬했고 그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우우웅!
천마검을 두르고 있던 푸른빛의 검강이 어느새 검게 물들었다.
처음 보는 강기의 형태에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거, 검은 검강?”
“천마 조사님의 검강이다!”
이를 알아보는 자들이 나왔다.
마신의 현신이라 불리는 천마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검은 빛이 일렁였다고 했다.
그것은 그저 전설 따위가 아니었다.
-끼리리리리릭!
압도적인 교주 천유종의 공력에 밀려나던 천여운의 몸이 멈춰졌다.
공력이 폭증했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오히려 공력에서 느껴지는 흉흉한 마성의 기운이 천여운의 검강을 더욱 세밀하면서 강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듯 했다.
‘이 힘은 대체?’
다소 거칠어져 있는 교주 역시도 놀란 눈치였다.
공력의 우위마저도 극복해내는 기이한 힘이라면 이렇게 힘겨루기는 의미가 없었다.
‘가볍게 여길 수 없구나.’
-챙!
교주가 검에 반탄력을 일으켜서 천마검을 튕기고는 검초를 펼쳤다.
검마가 복원한 천마검법의 초식이었다.
날카로운 열여덟 개의 검식들이 교묘하게 천여운의 양 어깨와 가슴, 복부의 요혈들로 파고들었다.
‘빠르다.’
현경의 고수인 교주의 손에서 펼쳐지는 천마검법의 위력은 엄청났다.
단숨에 천여운의 요혈들을 꿰뚫을 기세였다.
-촤촤촤촤촤촥!
그러나 천여운의 손에서 펼쳐지는 검법은 더욱 상위검법인 천마검공이었다.
천마기가 발동한 상태에서 펼쳐지는 천마검공의 위력은 기존에 단순하게 검초를 펼치는 것을 훨씬 상회했다.
-채채채채채챙!
스물네 개의 검식들이 검은 빛 입자를 흩날리며 교주의 검초를 막아냈다.
검초는 화려한 검결과 달리 흉악하면서 저돌적인 기세로 단숨에 천마검법의 일 초식을 파훼해버렸다.
-차차차창!
보통의 검수들이라면 검초에서 밀린다면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교주는 달랐다.
“흥!”
-채채채채챙!
미쳤다고는 믿기 힘들 만큼 교주는 즉흥적으로 검식들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 위력이 강했기에 검초를 막아내기는 했지만 검력의 흐름에 밀려서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촤르르르르!
다섯 보 정도 밀려난 교주가 더욱 붉게 물든 눈동자를 번뜩이며 중얼거렸다.
“천마검공?”
교주전에 있는 검보로 수차례 보았던 천마검공이 틀림없었다.
천마조사가 남긴 마지막 심득이라 하여서 수차례 익혀보려고 했지만 운기요결을 해결할 수 없어서 익히지 못한 검법이었다.
‘스물네 개의 검식이 만들어낸 검력이 이 정도 위력을 가지다니.’
과연 천하제일이라 불렸던 천마가 만든 검법다웠다.
교주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방금 전까지는 분노에만 사로잡혀 있다면 완전히 전투에 몰입한 듯 했다.
‘검초로는 본좌보다 우위에 있구나.’
절세검초를 펼쳐서 전투에 우위를 점하려 한다면 자신 역시도 좀 더 고차원적으로 대결을 이끌어가는 것이 답이었다.
자신 역시도 강해지기 위해서 수많은 고심을 다했다.
“검을 내놓아라.”
교주가 대전의 기둥 쪽에서 물러나서 대결을 지켜보는 호위전의 무사들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그러자 강한 진기가 일어나며 그들의 검집의 검들이 요동을 치며 움직이더니,
-챙! 챙! 챙! 챙!
“어엇!”
“거, 검이?”
이내 그들의 검이 검집에서 뽑혀져 나와서 교주의 주위 허공을 둥실둥실 둘러쌌다.
교주를 둘러싼 일곱 자루의 검들은 장관이라 할 수 있었다.
“헛!”
“이, 이기어검!”
대결을 지켜보는 종주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현경의 고수만이 펼칠 수 있는 고차원적인 기술이었다.
장로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교주가 정신도 온전치 않고 내상을 아직 치료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서 무리하지 않을 거라 여겼는데, 이 정도까지 고차원적인 기술을 보인다는 것은 천여운을 확실하게 처리하려는 결의가 보였다.
그런데 모두가 놀라워하는 와중에 천여운이 입 꼬리를 올렸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군요.”
“뭣?”
그 순간 천여운이 입구가 열려 있는 대전 바깥 쪽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허봉!!!”
그 외침에 대전 바깥에서 호위전의 무사들이 들어오려는 것을 막고 있는 자들 중에 한 사람이 몸을 돌리더니 자신의 등에 차고 있던 도집을 풀더니 외쳤다.
“주구우우우운! 받으십시오!”
그는 바로 허봉이었다.
허봉이 내공을 실어서 있는 힘을 다해서 도집을 대전 안쪽으로 던졌다.
-휙!
날아오는 도집을 향해서 천여운이 왼손을 뻗었다.
-우우웅! 챙!
도집에서 공명음이 일어나며 도가 뽑혀져 나오며 새하얀 도신의 백룡도가 천여운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오른손에 흑색 천마검, 왼손에 백색 백룡도.
-챙!
천여운이 두 절세병기들을 한 차례 부딪치고는 독특한 기수식을 취했다.
“하!”
교주가 그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놈이 무슨 일 장로라도 되는 줄 아느냐. 어리석구나.”
교주가 검결지를 만들어내고는 천여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허공에 떠있던 일곱 자루의 검들이 동시에 번개 같은 속도로 천여운에게 쇄도했다.
“흥!”
-촤촤촤촤촤촥!
교주가 검결지를 휘젓자 일곱 자루의 검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전 방위에서 일곱 명의 고수가 합격을 펼치는 것처럼 천마검법의 검초가 일어났다.
하나라도 막지 못한다면 단숨에 날아드는 이기어검에 꼬챙이가 될 것이다.
‘소교주!’
교주의 엄청난 이기어검에 모두가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하아아압!”
-촤촤촤촤촤촤촥!
기합을 내뱉은 천여운이 양손이 동시에 움직이더니 검은 빛 검결과 도결이 일어나며 오른손에서 천마검공의 검초, 왼손에서 극도신의 도초가 펼쳐졌다.
“이럴 수가?”
“이, 이건 설마 우검좌도!”
엄청난 광경에 장로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천여운의 손에서 펼쳐지는 것은 틀림없는 일 장로 무진원의 절초인 우검좌도였다.
교주의 두 눈이 커졌다.
‘이놈이 정말로?’
엄청난 위력의 검초와 도초가 틈없이 맞물리며 동시에 전 방위로 공격해오는 일곱 자루의 이기어검이 펼치는 검초를 파훼시켜 버렸다.
-차차차차차창!
검은빛 강기를 두르고 있는 양대병기를 이겨내지 못한 검들이 부서져나갔다.
-울컥울컥!
‘큭!’
검이 부서질 때마다 진기가 연결되어서 검결지를 타고 들어오는 고통에 교주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