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56)
# 47장 원흉 (1) #
이기어검(以氣馭劍).
진기로써 검을 부리는 기술이다.
직접 검을 들고서 움직이는 것보다 자유롭게 날아다니기에 초식이 훨씬 다채롭게 발휘된다.
팔이나 관절의 움직임에 한계가 있는 인간의 몸으로 구사하기 힘든 방향으로 검을 다룸으로써 검초의 위력이 극대화되는 장점을 가진 고차원의 기술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기어검에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기어검은 현경의 경지에 오르면서 광활해진 정신력을 바탕으로 극도의 집중력을 통해서 진기로 연결된 검을 부리는 기술이다.
시전자의 집중력이 끊기거나 정신이 온전치 않으면 그만큼 다루기 힘든 기술이라는 의미였다.
-채채채채채채챙!
교주가 정신이 온전할 때만 하더라도 최대 열 자루의 검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일곱 자루조차 무리해서 겨우 초식을 발휘한 상태였다.
‘이 녀석. 이기어검을 경험한 적이 있는 건가?’
어지간한 고수들은 이기어검의 위용에 당황해서 허점이 생기기 마련이었지만 천여운은 전혀 당황해하지 않고 우검좌도라는 또 다른 고차원적인 기술로 대응했다.
‘대호법에게 고마워해야 겠군.’
그를 통해서 이기어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꽤 난감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더욱 다행스러운 점은 교주가 펼치는 이기어검은 마라겸이 한 자루로 펼칠 때보다도 검에 실린 기운이 약했다.
‘이대로 남은 네 자루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간다!’
-차창!
“큭!”
또 다시 검초를 펼치던 한 자루의 검이 부서졌다.
검이 부서질 때마다 진기가 연결된 교주는 고통을 느꼈다.
벌써 네 자루의 검이 부러졌다.
-탁!
일곱 자루 중에 네 자루가 부서지면서 약해지자 기세가 오른 천여운이 우검좌도로 검초와 도초의 제 이 초식을 연달아 펼치면서 앞으로 전진 했다.
-채채채채채챙!
‘이놈이!’
-휘리릭!
교주가 검결지를 휘저으며 남은 세 자루를 조종해, 전진해오는 천여운의 정면과 양옆으로 공격하여서 막으려고 했다.
-욱씬!
검이 부서지면서 검결지를 타고 들어오는 고통보다도 어느새 인가 보다 심한 두통이 교주를 괴롭히고 있었다.
-불끈불끈!
교주의 이마 부위로 혈관이 팽창해서 터질 듯이 부풀어 있었다.
역혈마공을 펼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붉게 물든 두 눈은 그리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고통이 지속되자 교주는 이기어검을 온전히 펼칠 수가 없었다.
집중력이 끊기자 연결된 진기를 해지되면서 겨우 버티고 있던 세 자루의 검이 실이 끊어진 것 마냥 바닥으로 떨어졌다.
-쨍그랑!
‘흔들리고 있다. 기회는 지금이다!’
앞을 가로막는 것이 없어지자 천여운의 신형이 번개처럼 교주에게로 쇄도했다.
교주가 고통스러운지 한쪽 머리를 붙잡은 상태로 바닥을 향해서 십성 공력으로 진각을 밟았다.
-쾅! 파파파팍!
바닥에 균열이 일어나더니 부서진 파편들이 솟구치며 천여운의 앞을 가로막았다.
파편들에 공력이 실려 있어서 암기와도 같았다.
-채채채채챙!
천여운이 오른손의 천마검으로 검막을 만들어내며 파편들을 막아냈다.
교주가 잔뜩 인상을 쓰면서 보법을 펼치며 거리를 더욱 벌렸다.
“오오오!”
이것을 지켜보는 장로들과 모든 종주들의 얼굴이 흥분으로 물들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역혈마공의 부작용이 더욱 촉발하여 교주가 약해지고 있었다.
천여운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그를 수월하게 제압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모든 이가 천여운의 승리를 바라는 것만은 아니었다.
종주들의 틈에서 어두워진 안색으로 두 사람의 대결을 심각하게 응시하는 자가 있었다.
‘이대로라면 교주가 죽는다.’
여기서 교주가 죽게 되면 마교는 천여운이라는 막강한 절대자에 의해서 다시 원래의 자리를 되찾게 될 것이다.
천마령과 천마검에 대해서 예측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
아직 모든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는데 교주가 이 자리에서 무력하게 죽게 둘 수는 없었다.
‘아직 네놈이 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
자식인 천여운마저도 적으로 여길 만큼 역혈마공의 부작용으로 혼란스러워 할 때, 그의 손으로 남은 세 사람을 죽이게 해야 한다.
“크으으으!”
교주가 깨질 것 같은 머리를 왼손으로 붙들고 모조 천마검으로 탄검강을 발산하며 천여운이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다가오지 마랏!”
-촥! 촥! 촥!
그런 검강을 날리는 것으로는 약간의 시간을 지연시킬 뿐이었다.
천여운은 흑색 강기를 발산하는 양대 신병으로 그것을 가볍게 베어내어 없애버렸다.
어느 샌가부터 교주의 두 눈에 천여운은 흉악한 마수처럼 보였다.
“하아….하아….”
식은땀마저 흘러내리는 교주의 귓가로 그때 전음성이 들려왔다.
[이대로 역모를 꾸미는 자의 손에 죽을 겁니까? 당신의 어머니와 사랑하는 아내를 죽게 만든 여섯 종파를 그냥 내버려둘 겁니까?]익숙한 목소리에 두통으로 인상을 쓰던 교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는 사이에 천여운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흉흉한 마성은 거대한 흑룡이 입을 벌리고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끄으으으으.”
‘역혈대라신공?…..역혈대라신공?’
-쨍그랑!
교주가 모조 천마검마저 바닥에 떨어뜨렸다.
역혈대라신공을 쓰라는 전음성에 교주가 혼란스러운지 두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비틀거렸다.
‘역혈대라신……’
짧은 찰나의 순간,
교주의 머릿속에 수많은 과거가 스쳐지나갔다.
.
.
.
천유종 그는 검마종의 전대 종주인 경본강이 받아들인 양녀의 태생이었다.
원래 경본강에는 친딸이 있었지만 태상 교주인 천인지와 수차례 관계를 가져도 자식을 갖지 못했다.
결국 전대 검마종주는 소교주 후보자를 배출하기 위해 양녀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참으로 공교롭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양녀인 경하은이 아이를 가지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친딸인 경유은 역시도 임신을 한 것이었다.
‘둘 다 본좌의 자식인데 누구 한 명만 기회를 줄 수 있겠느냐.’
태상교주 천인지는 그렇게 태어난 천유종, 천유중 두 아들을 소교주 후보자로 인정했다.
하지만 그가 인정했다고 해도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본처를 자처하는 경유은은 아들을 낳은 후로부터 양녀로 들어온 경하은을 경멸하듯이 무시했고 그것은 다른 여섯 종파의 부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정신적인 고통으로 다가왔을까?
경하은은 천유종이 젖을 떼기도 전에 시름시름 앓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누가 네 녀석의 큰 어머니라는 것이냐. 경 부인이라고 불러라.’
“……네. 부인.‘
천유종 역시도 자라나면서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무에 있어서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엄밀히 말해서 검마종의 완전한 태생이 아니었기에 견제를 받았다.
‘네가 할 일은 유중이가 교주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명심해라.’
‘알겠습니다.’
경본강은 마도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귀에 박히도록 강조했다.
어렸을 적부터 자신의 삶은 목적이 그런 것으로만 알고 자라왔기에 당연스럽게 여겼다.
‘형님. 또 어머님께 한 소리 들었습니까? 휴…..제가 만약 소교주가 된다면 절대로 형님이 무시 받지 못하도록 만들겠습니다.’
‘……말이라도 고맙다.’
‘말이라뇨. 제가 얼마나 형님을 아끼는지 아시죠?’
그나마 유일하게 삶의 낙은 어렸을 적부터 친하게 지내왔고 자신을 친형처럼 여겨주는 천유중이었다.
그러나 마도관 입관 후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처음 마도관에 입관했을 때만 하더라도 특별한 문제가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다른 다섯 종파의 후보자들이 천유종을 경멸하기 시작했다.
‘네놈 따위가 우리와 같은 수준으로 놀려고 드느냐?’
‘후처의 자식으로 운 좋게 여섯 종파에서 태어났으면 네 주군이나 잘 모셔라.’
어째서 자신이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점차 힘들어져갔다.
그래도 동생인 천유중이 소교주가 된다면 이 모든 것이 나아질 거라는 일념 하에 그를 도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천유종은 자루 안의 송곳과도 같았다.
그의 무에 대한 재능은 여섯 종파의 소교주 후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났기에 불과 삼 년도 되지 않아서 마도관의 오 단계 시험을 통과했다.
‘유중아.’
‘제 이름을 부르지 마십쇼.’
어느 순간부터 천유중의 태도가 차가워졌다.
다른 소교주 후보자들을 견제하는 것처럼 그를 멀리했다.
천유종은 바보가 아니었다.
자신의 뛰어난 재능이 그를 시기 멀게 하였다는 것을 눈치 챘기에 그날부터 훈련하던 것을 멈추고 존재를 드러내지 않도록 했다.
다른 종파의 소교주 후보자들이 오 단계 시험을 통과하고 쟁탈전을 위한 지지자들을 모을 때도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유독 끈질기게 천유종의 산하로 들어오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이가 있었다.
‘부주검종의 소종주인 여불위라고 합니다. 부디 저를 받아주십시오. 공자께서 소교주가 되도록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검마종 산하의 종파인 것을 알기에 그에게 천유중의 밑으로 들어가라 수차례 권했지만 마다하고 여불위는 그를 쫓아다녔다.
그렇게 마도관의 사 년이 끝나갈 무렵 여불위가 그를 찾았다.
‘공자님. 마도관이 끝나고 먼저 다른 후보자들을 치셔야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다른 공자님들께서 모두 단합하여 공자님을 먼저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천유중 공자님도 마찬가지이시고요.’
‘뭣?‘
천유종은 여불위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근래에 들어서 자신을 멀리했다고 해도 친형제나 다름없는 천유중이 그랬을 리가 만무했다.
여불위는 증거를 보여주겠다며 그들의 회담 장소를 알려주겠다고 하였다.
마도관의 숙소 뒤편에 자리한 산 중턱.
어두운 밤 중에 여섯 명의 소교주 후보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자, 이제 마음에 준비들은 했나?”
현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무진의 말에 한두 명씩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대부분의 참가의 의사를 밝혔고 유일하게 답하지 않은 사람이 복마종의 소교주 후보자인 천유애와 그의 동생인 천유중이었다.
‘됐어. 그런 치졸한 방법으로는 하고 싶지 않아.’
마교인답지 않게 다소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인 천유애는 이를 거절했다.
그녀는 애초부터 소교주의 자리에 큰 관심이 없는 자였기에 다들 납득할 수 있었다.
‘유중. 네 녀석은 어떻게 할 거지?’
‘설마 같은 종파라고 정이 생겨서 그새 마음이 바뀐 건 아니겠지?’
다른 소교주 후보자들의 보채는 태도에 천유중의 입에서는 뜻밖의 말이 나왔다.
‘무슨 개소리야. 그딴 씨받이 계집의 자식 놈을 내가 인정할 것 같아. 나도 참가하겠다.’
그렇게 복마종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천유종을 합공해서 죽이기로 협의했다.
그들이 산중턱을 내려가고 나서 나무 위에서 기척을 죽이고서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천유종은 충격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어째서……어째서 네가……’
그만큼은 자신을 형제라고 불러주고 인정했다고 여겼다.
그런데 천유중의 입에서 나온 말은 차마 거론하기 힘들 만큼 더럽기 짝이 없었다.
처음 느껴본 실망감과 분노는 말로 이룰 수가 없었다.
그때 자신의 옆에서 같이 기척을 죽이고서 이 같은 광경을 지켜보았던 여불위가 말했다.
‘이제 아셨겠죠. 저들을 먼저 치셔야 공자님이 사실 수 있습니다.’
‘……어째서 너는 내게 이것을 알려준 것이지?’
차라리 모르고서 죽는 편이 나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천유종에게 여불위가 평소와 다르게 다소 상기된 얼굴로 그 이유를 꺼냈다.
‘저는 공자님과 같은 피가 섞여 있으니까요.’
‘뭐? 같은 피?’
‘공자님의 어머님이신 경하은 부인께서는 원래 저희 큰 고모님이셨습니다.’
경하은의 본명은 여하은.
그녀는 부주검종의 출신이었던 것이었다.
뜻밖에 밝혀진 비밀에 천유종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검마종의 장원에서 지냈을 때는 누구도 그에게 어머니의 원래 생가를 밝히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그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고모님께서는 검마종의 종주이신 경본강 장로님의 명령에 강제로 양녀로 입양되셨지요.’
원래는 대무검종의 종주인 하일현과 혼인하기로 되어 있었던 그녀는 산하의 종파라는 이유만으로 힘없이 명령에 따라야만 했다.
‘고모님께서는 소교주 후보자를 낳아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검마종에 입양되어서 모진 세월을 보내시다 돌아가셨습니다.’
여불위는 이 같은 사실을 부친인 여불경에게 귀가 딱지에 얹을 만큼 들어왔다.
그 만큼 부주검종에 있어서 이 사건은 뼈에 사무칠 만큼 원한에 가까웠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여불위를 통해서 어머니의 죽음과 모진 세월을 듣게 된 천유종은 지금까지 그들에게 은혜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세월들이 증오스럽게 느껴졌다.
‘그들을 먼저 치십쇼. 그래야 공자님께서 살아남을 수 있고 고모님의 한을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 혼자서 그들을 무슨 수로 상대한단 말이냐.’
여불위의 말대로 살아남으려면 그들을 죽여야만 했다.
문제는 그가 일 년 동안이나 무공을 수련하는 것을 멈추면서 실력이 정체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 다른 종파의 소교주 후보자들 역시도 오 단계 시험을 통과하면서 적어도 완숙한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혼자서 이 다섯 명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더군다나 그를 도울 만한 세력도 없었고 여섯 종파의 위세 때문에 움직일 리도 만무했다.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방법?’
‘공자님께서 그들을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짧은 시간 내에 그런 방법이 대체 어디 있단 말이느냐?’
‘역혈대라신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