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64)
# 49장 무림 출도 (1) #
싸늘한 바람이 앙상한 나뭇가지를 시리게 만들던 겨울이 갔다.
녹내가 나는 푸른 새싹이 돋아나며 수백 개의 산봉우리로 가득한 십만대산에도 봄 향이 물씬 올라왔다.
마교의 새 교주의 즉위식이 있고 석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마교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젊고 패기가 넘치는 당대 교주인 천여운은 확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마교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기존 수뇌부 층에서도 일부 반발이 있기는 했지만 각 종파에서는 하나의 단을 제외한 모든 전력을 마교 자체에 귀속시키는 정책이 통과되었다.
세 종파의 종주들이나 성세가 높은 최상위, 상위 종파들의 입장에서는 달가운 정책은 아니었지만 모두의 힘이 균등해진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모든 것은 강자존, 즉 실력 우선 주위로 돌리겠다.’
라고 공언한 천여운은 각 종파의 대표인 종주들의 직급에 따라서 보유할 수 있는 단(團)과 대(隊)를 달리하게 했다.
그것은 중소 종파에도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기존의 상위 종파도 따라잡히지 않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가져오게 만들었다.
‘장로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실력 우선 주위는 종파에만 그치지 않았다.
장로들 역시도 직위 개편이 이루어졌는데, 교주 즉위식이 있고 두 달 뒤에 새로운 장로를 발탁하는 큰 대회가 열렸다.
이것은 신임 장로 발탁만이 아닌 기존의 장로들의 직위까지 새롭게 결정되는 대회였다.
‘최소 참가 기준 초절정의 극이다.’
원래 장로 직은 화경의 경지가 최소 기준이었지만 첫 대회에서 새로운 화경의 고수가 등장하진 않을 거라 여겼기에 기준을 완화시켜서 참가자를 늘리도록 했다.
그것은 본교 내부만이 아닌 지부에도 하달되었다.
그렇게 치르게 된 대회에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기준치에 부합해서 대회에 참가를 신청한 인원은 마흔다섯 명.
그 중에서 병법과 병략을 다루는 예선을 통과한 자는 서른두 명이었다.
여기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생겨났다.
그 동안 등장하지 않은 숨은 고수들이 대회에 출사표를 낸 것이었다.
‘한 종파에서 두 명이나요?’
첫 번째는 같은 종파 내에서 두 명의 화경의 고수를 보유하고 있는 일이었다.
그것은 세 종파도 아닌 몽환검종이었다.
원래 육 장로를 맡고 있던 몽환검종의 종주인 몽오 외에도 그 장남인 몽무가 화경의 고수였던 것이다.
의외로 이 사실은 몽오도 알지 못했다.
몽무는 지난 마도관 기수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던 자로 졸업 후에 가장 빈번하게 전쟁이 일어나는 귀주성의 서부 전선에 오 년 간 출정했었다.
그곳에서 수많은 생사를 넘나드는 실전 경험을 겪으면서 깨달음을 얻은 듯 했다.
두 번째는 놀랍게도 마교 지부에 또 다른 고수가 숨어있었다.
‘양단화? 여자인가요?’
‘아닙니다. 호남성의 동북 지부장입니다. 원래는 이곳 본 성 출신이지만 전장을 좋아해서 지원하여 십년 째 그곳에 있는 자입니다.’
그 역시도 화경의 고수였다.
그것도 신청서에 의하면 완숙한 화경의 경지에 올라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죠?’
‘극도육무문에 흥미가 생겼다고 하더군요.’
사유는 최근 들어서 정파 무림맹과의 동맹으로 잠잠해진 전선에 흥미를 잃었다고 한다.
권력에는 관심이 없는 타고난 전사인 듯 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내사검종(內史劒宗)의 서등이라는 자였다.
그는 자의로 참가 의사를 밝힌 자가 아니었고, 대호법 마라겸이 추천한 자로 특이하게도 해남도에 귀양이 보내진 죄수였다.
‘십오 년씩이나 귀양을 보냈다고요?’
‘아마 대부분의 장로들도 알고 있는 자입니다.’
원래 내사검종은 본교의 사기를 기록하는 직위가 부여되었던 종파라고 한다.
그런데 계속해서 사기 기록에 간섭하는 현마종에 불만을 품고서 한 밤 중에 종파의 전력을 이끌고 기습을 했다고 한다.
‘그거 참 마음에 드는군요.’
‘하지만 기습은 실패했습니다.’
그때 내사검종에 심어져 있던 현마종의 간자가 이 사실을 고했고, 전력 소모를 원하지 않았던 현마종주인 무진원이 교주전에 신고를 했다고 했다.
‘당시에 내사검종의 종주인 서등은 화경 초입의 고수였는데, 차기 장로직이 보장되어 있다고 알려진 자였죠.’
사기 기록을 담당한 만큼 본교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서등은 호법전의 무사들에게 반항하지 않고 곧바로 항복했다.
여섯 종파에서는 서등을 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지금은 태상 교주로 밀려난 천유종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를 해남도로 귀양을 보냈다고 한다.
‘태상 교주님께서는 그를 훗날 여섯 종파를 상대하는 검으로 쓰기 위해서 일부러 무공을 폐하지 않고 귀양을 보냈습니다.’
그런 마라겸의 설명에 만족스러워한 천여운은 서등의 귀양해지를 교주령으로 허가했다.
여섯 종파 중 하나와 대립했다는 것만으로 마음에 든 그였다.
교주의 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서등은 호법전에서 온 사자의 전갈을 받고 마교의 본성으로 십오 년 만에 입성했다.
시대는 천여운이 억지로 잡아당기지 않아도 새로운 고수들을 차곡차곡 탄생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장강 후랑 추전랑(長江 後浪 推前浪).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마교에 있어서 오백 년 만에 강자존에 의거한 장로직을 건 대회가 치러졌고 모든 직위는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현마종과 검마종이 사라지면서 자신의 적수가 없을 거라고 단언했던 도마종의 종주 부철용은 이회 전에 탈락하여 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말았다.
‘호오?’
천여운이나 대호법 마라겸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일어났다.
일 장로의 자리는 내사검종의 서등이 차지했다.
십오 년간 귀양살이를 하면서 절치부심으로 무공을 갈고 닦은 그는 화경의 극에 이르러 있었고, 검마의 이십사마검을 익힌 연무화마저 깨뜨렸다.
드디어 마교에 철저하게 무위와 실력을 겸비한 장로 직이 결정되었다.
일 장로 내사검종의 서등.
이 장로 마연검종의 연무화.
삼 장로 마룡장종의 문연.
사 장로 북양무종의 양단화.
오 장로 도마종의 부철용.
육 장로 몽환검종의 몽무.
칠 장로 비환귀종의 환의.
팔 장로 몽환검종의 몽오.
구 장로 사무종의 사마의.
십 장로 복마종의 자금경.
십일 장로 음마종의 항소유.
십이 장로 구문종의 구처용.
유일하게 십이 장로 구문종의 구처용은 화경에 이르지 못한 고수였지만 대회에서 열두 번째로 우수한 성적을 거둬서 장로 직에 오르게 되었다.
근 오백 년 만에 일어난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천여운은 대전 회의를 통해 파격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그것은 장로 직을 오 년에 한 번씩 대회를 통해서 개편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방법대로 한다면 기존에 장로 직에 올랐던 자들도 계속해서 자신을 갈고 닦아야만 했고, 다른 종파들도 언제든지 수뇌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된다.
‘호위전을 육검단으로 나누겠다.’
천여운은 내성 호위전의 규모를 키웠다.
호위전에 여섯 개의 단을 두어 그의 수하들인 육검이 경쟁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육검단의 무사들은 대부분 천여운이 마도관에서 거둬들였던 수하들로 채워졌지만 단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호위전의 수장은 육검이 아닌 마도관의 선임 무공 교두였던 호진창이 맡게 되었다.
예전부터 스승으로 여겼고 연륜이 있는 호진창이 호위전의 수장이 되는 것은 육검들 모두가 찬성하는 바였다.
대부분이 개편되었지만 유일하게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호법전이었다.
일대 교주인 천마 조사 시절부터 전통에 어긋남이 없이 이어져 온 호법전의 방식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천여운은 이를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석 달 사이에 극도육무문과의 한 차례 접전이 있었다.
복건성과 절강성의 경계 지점에 극도육무문의 병력이 모여들고 있다는 전갈이 날아오게 되어 일 장로인 서등이 대장이 되어 부장으로 오 장로 부철용과 십 장로 자금경, 십일 장로 항소유를 이끌고 출정했다.
그러나 큰 전장으로 이어질 거라는 예상과 달리 경계 지점에서의 작은 전투 이외에는 큰 마찰은 없었다.
암종에서 보낸 간자에 의하면 극도육무문은 정벌한 강소성과 절강성의 내부를 견고히 다지는 과정을 가지고 있어서 당분간 외부로 눈을 돌리진 못할 것 같다고 하였다.
그래도 혹시의 상황을 대비하여 네 장로들은 당분간 복건성의 북부에 주둔하면서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이번만큼은 극도육무문이 도움이 되는군요.’
천여운에게 있어서 좋은 명분 거리를 주었다.
여섯 종파를 극도로 싫어하는 일 장로 서등의 감시 하에서 세 장로들을 한동안 외부로 출정시켰으니 본교 내부에 있는 그들의 전력을 분산시키기가 한결 편해졌다.
그들이 출정을 나갔다고 다시 복귀하라는 명이 떨어질 때쯤이면 그 일이 마무리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불과 한달 전, 정파 무림맹의 사자가 맹주의 서찰을 전달했다.
그 내용은 신임 교주로 즉위한 것에 대한 축하 인사와 원래 신년 초에 무림 대회에 참석하기를 부탁했던 것을 당분간 미루겠다고 것이었다.
정보망에 의하면 정파 무림맹 내부에서 현재 여러 사건들이 발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림맹에서는 최대한 정보를 차단하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그들 내부에도 극도육무문의 간자가 침투한 듯 했다.
‘제법 고생하겠군요.’
천여운의 평은 간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일 방파인 마교와 다르게 수많은 문파, 방파가 결속한 무림맹은 더더욱 간자를 색출해내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아마 정파 무림맹의 맹주를 비롯한 수뇌부들이 진땀을 빼고 있을 것이다.
이런 대내외적인 큰 변화 이외에도 작은 일들이 있었다.
천여운은 마의 백종우에게 부탁하여 정파 무림맹과의 동맹 연회식 때 극도육무문의 간자들이 썼던 약물을 만들게 하였다.
그것을 이용해서 여불위와 패현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양귀비의 경우 겨울이 아닌 초여름에 피어나는 꽃이었고, 마교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약재여서 그것을 공수해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운이 좋군.’
조금 더 그들의 입을 열기까지 지체될 것 같았다.
그 사이에 천여운은 한 달 전에 중원으로 특별 파견대를 보냈다.
마의와 수많은 의원들이 붙어서 치료를 하고 다방면으로 연구했지만 여전히 태상 교주는 의식불명 상태였다.
결국 천여운은 마지막 수단인 신의(神醫)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신의를 만날 수 있는 옥패의 사용지였다.
처음에는 옥패만 달랑 가지고 있어서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조차 몰랐는데, 호법전과 비환귀종이 조사 끝에 이것의 원래 주인인 현마종의 무 부인임을 알아냈다.
그래서 현마종에 속해 있던 자들을 수소문한 끝에 옥패를 가지고 가야 하는 곳을 알아냈는데 그곳은 다름 아닌 정파의 영역이었다.
‘난감하군요.’
‘호북성에 있는 폐검곡이라니…..’
호북성은 무당파와 제갈세가의 영역이었다.
나아가 북쪽으로 더욱 올라간다면 정파 무림맹의 본단이 하남성의 남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가볍게 생각한다면 정파 무림맹과 동맹을 맺었으니, 전혀 어려울 게 없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신의는 무림에서도 신출귀몰한 자였다.
죽은 자를 빼놓고는 고치지 못하는 병이 없다고 하는데, 황실부터 시작해 정파 무림맹, 사파 연맹까지 그의 소재를 알아내려고 갖은 노력을 기하고 있다.
‘정파 무림맹에 요청하기에는 위험합니다.’
오히려 신의를 만날 수 있는 옥패를 노릴 확률이 높았다.
태상 교주가 의식불명인 것은 기밀로 유출시키지 않고 있지만 신의를 찾는다는 시점에서 무림맹에서는 필시 의심하고 들게 뻔했다.
‘소수 정예로 사람을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소수 정예요?’
대호법 마라겸의 제안은 이러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고수를 파견하는 것이었다.
물론 실력이 없는 자를 파견했다가는 신의를 보호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소수이지만 확실한 고수를 차출했다.
그들은 바로 이 장로 연무화와 육검의 두 사람인 호상화와 백기였다.
연무화의 경우는 평소 장로로 활동할 때는 나이 든 인피면구를 착용하고 있어서 젊은 외모에 대해서 알고 있는 자들이 극히 드물었다.
여기서 정파 영역에 종종 간자로 파견되었던 암종의 요원을 한 명 붙였다.
‘이들이라면 충분히 해낼 겁니다.’
다소 위험부담감이 컸지만 마라겸의 말대로 이 정도 전력이라면 충분히 신의를 데리고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오늘.
내성의 교주전에 있는 연무장에는 비무가 벌어지고 있었다.
비무의 양상은 독특하게 이뤄지고 있었는데, 네 사람이 합격을 펼치면서 한 사람과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파파파파팍!
거구의 사내가 쾌속한 권초를 펼치고 있었는데, 그는 바로 고왕흘이었다.
고왕흘 이외에도 익숙하게 합격을 펼치고 있는 자들은 바로 사마착, 문규, 채택겸이었다.
그들은 각자의 절기를 펼치면서 단 한 사람을 실전을 방불케 할 만큼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러나,
-타타타탁!
‘너무 빨라!’
그들이 상대하는 자는 잔상을 흩날리며 움직이는데, 최근에 들어서 초절정의 극에 이른 고왕흘이나 문규의 눈에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빨랐다.
‘정말 내공을 반도 사용하지 않으시는 게 맞나?’
그런 것 치고는 잔상조차 쫓아가기도 힘들었다.
네 명이 방심하지 않고 서로를 등지고 상대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균형이 무너질 만큼 계속해서 틈을 파고들었다.
‘더 빨라지셨다.’
연무장의 바깥에서 대결을 지켜보는 대호법 마라겸이 작게 탄성을 흘렸다.
그는 유일하게 저 잔상의 움직임이 파악되는 절대고수였다.
잔상을 일으키며 움직이고 있는 자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대체 저 독특한 보법은 무엇이지?’
천여운이 펼치는 보법은 기존의 것과 다르게 땅을 튕기듯이 박차면서 움직였다.
처음 연습할 때 지켜볼 때는 단순해 보였는데, 거기에 내공이 실리고 풍신공까지 더해지니 무서울 만큼 움직임을 예측하기 힘들었다.
‘후우, 기회를 포착한다.’
육안으로는 파악하기 힘들기에 고왕흘은 때를 기다렸다.
분명 어떤 식으로든 공격이 들어올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때가 찾아왔다.
-팟!
잔상을 일으키며 권초를 피해내던 천여운의 몸이 그의 가슴까지 파고들었다.
‘지금이닷!’
고왕흘이 그 순간에 맞춰서 십성 공력에 실린 일권을 천여운에게 날렸다.
이 정도 속도로 파고들었다면 절대로 멈추지 못하고 그의 일권에 맞으리라고 여겼다.
그러나,
-우드드득!
“헛?”
천여운이 기이한 방향으로 허리를 비틀며 일권을 피해낸 후에 고왕흘의 갈비뼈 쪽으로 주먹을 꽂았다.
-퍽!
“크흑!”
놀란 고왕흘이 급하게 이를 막아냈지만 그의 거구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타격을 할 때 내공을 싣지 않았는데 순수한 완력과 타격의 힘만으로 그의 몸을 띠운 것이었다.
-파팍!
그 상태에서 천여운이 돌려차기로 그를 걷어찼다.
고왕흘의 몸이 날아가면서 측면을 노리려고 했던 사마착이 그와 부딪치고서 뒤로 한바탕 굴러 떨어졌다.
“우왓!”
-쿠당탕!
남은 문규와 채택겸이 떨어져 나간 두 사람을 보면서 기겁을 했다.
어떻게 된 것이 본 실력 발휘를 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하루하루가 갈수록 경이로울 만큼 강해져가고 있었다.
‘대체 공자님이 펼치시는 이 무공은 뭐지?’
천여운은 기존의 무공과는 다른 체술에 가까운 것을 익히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은 복합적인 무공의 초식과 다르게 가벼운 식들만으로 이루어진 것에 비해서 효과적으로 상대의 요혈만을 노려 와서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탓!
빠르게 움직이던 천여운이 자리에서 멈춰 섰다.
문규나 채택겸만으로는 자신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이들과는 이쯤 해둘까? 나노 어때?’
[권투와 풍신공, 태권도를 이용한 복합 무공이 75% 정도 완성되었습니다.]‘아직 멀었나?’
천여운은 근래에 들어서 나노의 시스템에 내장되어 있는 먼 미래의 체술들을 익혔다.
이 체술들은 중원의 무술들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정립되어 있으나, 내공을 사용하고 복합적인 초식이 없기에 천여운은 나노와 함께 이것들을 무공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슬슬 힘 조절은 잘 되어가는군.’
-꽉!
천여운이 자신의 두 주먹을 쥐어 보았다.
그의 힘은 원래부터도 인간의 한계치에 가까울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그것을 넘어섰다.
나노를 통해 역혈마공, 역혈대라신공을 분석하면서 근육과 섬유질을 더욱 세밀하게 발전시켰다.
처음에는 늘어난 괴력을 조절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기본 능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린다.’
교주로 등극하기까지 강적들과 겨루면서 부족한 점을 많이 깨달았다.
그것을 보충하기 위한 천여운의 노력은 점점 결실을 맺어가고 있었다.
‘많이 강해졌지만 아직 현경의 경지는 요원하구나.’
밤마다 명상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심득에 대한 갈피를 잡기가 어려웠다.
그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무림을 통틀어서 현경의 경지에 오른 자는 비공식적인 자들을 통틀어도 열 손가락에 꼽을 것이다.
수십 만 명이 넘는 무림인들 중에서 극소수라는 것은 그만큼의 고행을 요한다는 의미였다.
‘조급해서 해결될 깨달음은 아니겠지. 후우.’
천여운이 넘어져 있는 고왕흘과 사마의를 일으켜 세우며 오늘 훈련을 마치자고 말을 하려는데, 대호법 마라겸이 급히 누군가와 함께 비무장으로 내려왔다.
그들이 천여운에게 두 손을 모아 고개 숙여 인사했다.
“교주님의 존안을 뵙습니다.”
“환 장로.”
그는 칠 장로 환의였다.
늘 여유가 넘치는 환의의 안색이 다소 어두워져 있었다.
그가 저런 표정을 지을 때는 보통 안 좋은 소식을 전할 때였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교주님. 호북성에 있는 암종의 대원으로부터 전갈이 왔습니다.”
“호북성이요?”
호북성이라는 말에 천여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곳은 이 장로 연무화와 백기, 호상화가 신의를 데리러 파견된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한달 쯤 되었기에 슬슬 소식이 들려올 거라 생각했다.
불안한 예상은 언제나 들어맞는 것일까?
“……대체 무슨 일이죠?”
“교주님. 신의를 찾으러 갔던 특별 파견대가 폐검곡에서 행방불명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