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70)
# 51장 폐검곡, 검들의 무덤 (2) #
“폐검곡! 공자님. 이곳이 폐검곡인가 봐요!”
문규의 말에 동의하는지 천여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이야 말로 진정한 폐검곡(廢劍谷)이었다.
수많은 검들이 이곳에 버려지고 폐기되었기에 이곳을 폐검곡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여긴 검의 무덤이나 마찬가지로구나.’
-웅웅웅!
벽에 박혀 있는 검들에서 미세한 떨림이 일어나자, 예의 공명음이 느껴졌다.
“아아아!”
공명음이 느껴지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냈다.
그것은 벽에 새겨진 검이라는 글자에서 흘러나오는 예기가 암석 장벽에 박혀 있는 검들에 영향을 주면서 생겨난 파동이었다.
‘벽에 새겨진 검흔에서 흘러나온 검기에 영향을 받다니….하!’
검을 익히는 자로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언뜻 보아도 암석 장벽에 새겨진 글씨는 오래 전에 남긴 것이었다.
그런데도 검흔에서 흘러나오는 예기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은 화경의 극에 이른 천여운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화경의 극으로도 범접할 수 없는 경지란 말인가.’
검수인 천여운이 한참 그곳을 뚫어지게 쳐다볼 무렵에 충격에서 빠져나온 양단화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급히 전음을 보내 왔다.
[주군! 주군!]‘!?’
[근방에 인기척이 느껴집니다.]‘인기척?’
검이라고 새겨진 글씨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던 천여운이 이내 기감을 집중하자, 가까운 곳에서 정말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기척이 느껴지는 곳은 암석 장벽 쪽에 가까웠다.
‘어째서 장벽 쪽에서 느껴지는 거지?’
[허 부관!]“헉! 네..네네네!”
[조용히 하게!]양단화가 멍하게 검(劍) 자를 바라보고 있는 허봉을 일깨웠다.
여전히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든지 허봉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정신이 없어 보였다.
[정신 차리고 조용히 따라오게.] [네넵!]양단화를 필두로 천여운과 일행이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서 움직였다.
검(劍) 자가 새겨진 부근에서 조금만 더 우측 편으로 이동하자, 암석 장벽 쪽에 또 다른 놀라운 것이 발견되었다.
‘아! 이건?’
벽 쪽에 스무 개 정도 되는 동굴이 보였다.
폐검 장벽의 옆쪽에 이런 곳이 숨겨져 있을 줄은 몰랐다.
동굴들을 보게 되자 천여운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설마 이곳에 신의가 있는 건가?’
처음 이 산에 들어왔을 때는 사람의 흔적은커녕 어떠한 것도 발견할 수 없어서 내심 초조한 마음이 들었던 그였다.
하지만 장벽에 숨겨진 동굴들을 발견하고 나니, 어쩌면 신의가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여겨졌다.
문규의 전음에 천여운이 더욱 기감을 높였다.
동굴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이 중에 대다수는 가짜일 확률이 높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기척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었다.
[저기다!]천여운이 동굴 중에 한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사 장로 양단화 역시도 그곳에서 기척을 느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멀다.’
암석 장벽에 있는 동굴로 들어가려면 이 절벽 낭떠러지를 한 번에 뛰어넘어야만 가능했다.
거리는 족히 10장(丈)은 되어보였다.
어지간한 경공 실력으로는 절대로 뛰어넘을 수 없는 거리였다.
한 번에 도약을 해야 하는데 절정의 극에 이른 허봉이 넘기에는 너무 멀었다.
‘문규도 가능할까?’
문규가 완숙한 초절정의 경지라고는 하나 천여운의 눈에는 불안하게 여겨졌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게 된다면 그대로 깊은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만다.
-꿀꺽!
허봉이 낭떠러지를 한 번 쳐다보고는 긴장된 눈빛으로 침을 삼켰다.
천여운이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양단화 공. 허봉을 안아서 저곳까지 뛰어넘을 수 있겠습니까?”
그 질문에 잠시 고민하더니 양단화가 가능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경의 경지인 그는 심후한 공력을 지녔기에 크게 도약하지 않아도 충분히 10장 거리를 뛰어넘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문규, 가능하겠어?”
천여운의 질문에 장벽까지의 거리를 눈대중으로 어느 정도 확인한 문규가 그렇다고 말을 하려 하는데,
“힘들면 내가 안고 뛸게.”
그 말에 입 밖으로 나오려던 말이 쏙 들어가서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천여운이 안고 뛴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헤에. 안아준대.’
좋아하는 그녀를 보면서 허봉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결정하자 먼저 천여운이 문규를 안아들었다.
‘꺄아!’
문규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는 두 볼이 빨개질 정도로 좋아했다.
보호받는 느낌이란 이런 것일까.
“좋아. 간다. 꽉 잡아.”
“네에. 헤헤헤.”
문규가 천여운을 꼭 껴안자, 곧바로 절벽을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탁!
용천혈에 공력을 모아서 지면을 박차자, 그의 몸이 낭떠러지의 허공을 가로지르며 단숨에 십 장 거리를 뛰어넘어서 동굴 안으로 안착했다.
이것을 본 허봉이 웃으면서 양단화에게 다가갔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들은 양단화가 인상을 굳히더니, 이내 양팔을 등 뒤로 뻗고 몸을 약간 숙이고는 업히라는 시늉을 했다.
“안아 주시는 게 아닌가요?”
“남자를 안는 취미는 없네. 업히게.”
“……넵.”
단호한 거절에 허봉이 엉거주춤 양단화의 등에 업혔다.
빨리 업히지 않으면 그대로 버려두고 갈 기세였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타타타타타탁!
“흐헉!”
허봉을 업자마자 양단화는 꽉 붙잡으라는 말도 없이 빠르게 도약을 해서 단숨에 절벽 낭떠러지를 뛰어넘었다.
동굴에 발을 안착한 양단화가 엉덩이를 받치고 있던 손을 뗐다.
교주인 천여운의 명령이라 따르기는 했지만 찝찝하다는 듯이 하의에 손을 슥슥 닦았다.
‘헉….헉 간 떨어질 뻔 했네.’
민망한 것보다도 놀란 게 더 컸다.
그러거나 말거나 동굴에 들어선 양단화가 코를 킁킁 거렸다.
‘이게 무슨 냄새지?’
뭔가 퀴퀴한 냄새가 동굴 안에서 맡아졌다.
그것은 꼭 불에 그을린 냄새와도 같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양단화가 천여운에게 그것을 전하려고 했는데, 그가 몸을 숙이고서 바닥에 있는 뭔가를 손가락으로 만지고 있었다.
‘이게 뭐지?’
천여운이 손가락에 묻은 검은 가루를 보았다.
코를 가까이 하고서 냄새를 맡아보니 동굴 전체에서 흘러나오는 냄새와 같았다.
‘나노. 이게 뭔지 알겠어?’
천여운의 질문에 나노가 검은 가루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손가락 끝에서 흰빛이 살짝 일렁이더니 이윽고 나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성분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초석 75%, 유황 10%, 분탄 15% 비율로 이루어진 화약입니다.]‘화약? 그 폭발하는 가루?’
[그렇습니다.]천여운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화약 가루를 쳐다보았다.
어째서 이곳에 화약 가루가 떨어져 있고 동굴 전체에 이 냄새가 진동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자 천여운이 어두운 동굴 안을 쳐다보았다.
저 안에서 분명 인기척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동굴 깊숙이에서 흔들리는 희미한 불빛도 보였다.
‘대체 뭘 하려는 거지?’
물론 화약이라는 것의 목적이 분명했지만 아직 사람이 있다면 이것을 폭발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교주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충!]혹시나 하는 마음에 천여운이 먼저 확인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괜히 섣불리 들어갔다가 낭패를 겪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노. 야간 투시경 모드.’
[사용자의 눈에 야간투시경(夜間透視鏡) 모드를 개안합니다.]나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지며 천여운의 동공이 흔들리더니, 이내 어두웠던 그의 시야에 빛이 증폭되면서 어두웠던 동굴 안쪽이 선명하게 보였다.
거리가 살짝 떨어져 있어서 조금 들어가야 보일 듯 했다.
[대기하세요.]천여운이 열 걸음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조금씩 멀리 있는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노, 확대해줘.’
[알겠습니다. 시각 정보를 줌 인(zoom in) 하겠습니다.]나노의 목소리와 함께 멀리서 보이는 희미한 인영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완전히 형태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확대되자 천여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엇?’
확대된 시야에 잡힌 것은 동굴의 막혀있는 끝이었다.
그곳에 한 사내가 바닥에 앉아서 머리를 격하게 흔들고 있었는데, 그것이 불빛이 흔들리던 원인이었다.
‘저 자는?’
그는 다름 아닌 수풀에서 죽어있던 자들의 일행이었다.
사내는 팔부터 다리까지 온통 밧줄 같은 것에 묶여 있었는데,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머리를 격하게 흔들면서 사색이 되어 있었다.
‘횃불?’
사내가 입에 물고 있는 것은 작은 횃불이었다.
작은 나뭇가지로 만든 횃불의 끝을 물고 있는 그는 어떻게든 불을 끄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만 그것은 이미 거의 입술 근처까지 도달했다.
타들어갈 것 같은 열기에도 사내는 물고 있는 횃불을 놓지 않고 기를 쓰고 흔들었다.
‘서, 설마?’
천여운이 사내의 근처를 살펴보니 동굴 입구 쪽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화약 가루가 쌓여 있었다.
당황한 천여운이 야간 투시경 모드를 해지하고 소리쳤다.
“당장 이곳을 벗어나야…”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콰콰콰쾅!
동굴 안쪽에서 귀가 찢어질 것만 같은 폭발음과 함께 엄청난 불빛이 전광석화와 같이 뿜어져 나왔다.
-삐이이이이!
그 폭발음은 너무도 강했기에 귀가 멍멍해지면서 천여운의 뒷말조차 들리지 않았다.
뒷말이 들리지 않았어도 사태가 잘못되었음을 파악한 양단화, 문규, 허봉 등이 놀라서 몸을 돌렸지만 폭발의 여파는 너무도 빨랐다.
용이 불꽃을 토해내는 것처럼 동굴 입구까지 순식간에 폭염이 도달했다.
엄청난 열기의 폭염이 일순간에 그들을 뒤덮었다.
-콰콰콰콰콰쾅!
동굴까지 무너지는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천여운의 머릿속에는 오직 탈출보다도 문규와 다른 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천여운이 단숨에 십성 공력으로 끌어올려 세 사람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그러자 동굴 바깥을 향해 몸을 돌리던 그들의 몸이 강한 진기에 밀려나가며 포탄처럼 튕겨나갔다.
-팡!
“아악!”
“꺄아아아악!”
-부웅!
폭발이 뒤덮는 절묘한 순간에 동굴 바깥으로 몸이 빠져나온 세 사람은 엄청난 진기에 의해 절벽 반대편에 있는 곳까지 날아가 버렸다.
‘아, 안 돼! 공자님?’
날아가는 짧은 찰나의 순간에 문규가 충혈된 눈으로 다급히 고개를 돌렸는데,
-화르르르르륵!
“끄아아아악!”
터져 나오는 폭발을 그대로 맞고서 온몸에 불이 붙은 천여운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동굴 바깥으로 튕겨져 나와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안 돼에에에에에에에!!!”
문규가 절규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천여운의 몸은 엄청난 속도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천여운이 마지막 혼신의 힘으로 쏘아 보낸 진기의 여파가 다되면서 반대편 절벽에 안착한 문규와 일행들이 놀라서 몸을 틀어서 절벽 낭떠러지로 달려갔다.
“주, 주구우우우우운!!!”
“아아아아아아악!!!”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 속으로 천여운으로 보이는 불꽃이 희미하게 사라졌다.
문규와 허봉이 미친 듯이 절규하면서 충동적으로 낭떠러지로 뛰어들려고 하자, 당황한 사 장로 양단화가 그들을 붙잡고 만류했다.
지금 여기서 뛰어내리면 같이 죽으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놔요! 당장 놓으라고요!”
눈물 범벅이가 돼서 충혈된 눈으로 소리를 지르는 문규의 뺨을 양단화가 때렸다.
-찰싹!
“정신 차리게! 자네를 살리려고 한 교주님의 희생을 헛되게 할 참인가!”
오히려 그 다그침을 듣자 문규의 마음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
겨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지 고작 하루 채도 지나지 않았는데, 생겨난 비극은 그녀의 마음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털썩!
“엉엉엉!”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가 구슬프게 꺼이꺼이 목 놓아 울었다.
계속해서 낭떠러지로 소리를 지르던 허봉도 눈시울이 빨개져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설마 그 짧은 순간에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크윽!’
주먹을 꽉 쥔 양단화의 주먹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충동적으로 뛰어드는 두 사람을 말리긴 했지만 양단화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교주를 지켜야 할 자신이 오히려 도움을 받아서 목숨을 구원한 셈이었으니, 그 비통한 마음은 말로 이룰 수가 없었다.
슬픔의 여운이 미처 가라앉기도 전이었다.
-탁!
수풀 사이로 느껴지는 인기척에 양단화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 누군가 즐겁다는 듯이 유유히 걸어 나오고 있었는데, 그는 바로 객잔의 곰방대 노인이었다.
“네, 네놈은?”
“허허허, 이거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군. 놈들을 끌어낼 미끼에 엉뚱한 녀석들이 걸려들었으니 말이야.”
암석 장벽의 동굴 안에 화약은 바로 노인의 짓이었다.
노인은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성과를 거뒀다는 듯이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놈이 같이 있었으면 꽤나 껄끄러울 뻔했는데, 알아서 낭떠러지로 떨어져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군.”
“당신!”
구슬프게 울고 있던 문규가 충혈 된 눈으로 노인을 노려보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천여운의 죽음을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강한 분노를 느꼈다.
“호오? 사내 녀석이 계집처럼 울부짖더니 제법 강단이 있구나. 하나!”
-고오오오오!
노인에게서 순식간에 엄청난 기운이 폭사되어 나왔다.
“그 강단도 그리 오래 가진 못할 것이야.”
노인의 살기 가득한 경고에 양단화의 눈빛이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어젯밤에 상대했을 때도 확연한 무위의 차이를 보여줬던 괴물 같은 자였다.
“곧 바빠질 예정이라 금방 끝내주겠네. 허허허.”
그 말과 함께 노인이 손가락으로 검결지를 만들더니, 비릿하게 웃으며 그들을 향해 신형을 뻗어왔다.
* * *
반 시진 정도가 지났을 무렵,
폐검곡에서 오십 리 정도 떨어진 어떤 숲속.
그곳에 어떤 누군가가 힘겹게 몸을 비틀거리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하아…하아…”
지쳤는지 거친 호흡을 내뱉고 있는 그는 아까 전, 천여운의 남은 일행들을 공격했던 객잔주 노인이었다.
노인은 심한 내상을 입었는지 안색이 굉장히 창백했다.
‘후우,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어긋났구나.’
한참을 걸어가던 노인이 숲속에서 가장 길게 뻗은 거목에 등을 기댔다.
노인이 자신이 지나온 곳을 향해 기감을 열어서 살펴보았으나 더 이상의 추적은 없는 듯 했다.
‘그 계집 같은 놈이 동귀어진의 기세로 덤벼들지만 않았어도 빠르게 정리하고 그 놈도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아직도 그 녀석의 눈빛이 잊을 수가 없었다.
충혈 된 눈으로 마치 지아비를 잃고 한이 서린 여인처럼 죽일 듯이 달려드는데, 무위에서 압도적인 그조차도 순간 전의에서 밀렸었다.
그런 와중에 그렇게 기다렸던 그 놈이 미끼를 물고서 나오는 바람에 도리어 합공을 당해서 심한 내상을 입고 말았다.
‘크크큭, 상관없다. 어차피 어느 동굴에서 기어 나왔는지 이제 알게 되었으니 말이야.’
애초에 목적은 그것이었다.
동굴마다 들락날락 거리면서 살폈지만 어떠한 입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궁여지책으로 동굴 중의 하나를 폭발시켜보았는데,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미끼를 물었다.
‘그 분의 흔적을 찾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내상만 치료한 후에…흠?’
-슉! 슉! 슉!
목적을 이룬 것에 즐거워하던 찰나에 주변에서 수많은 기척들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아무렇지 않게 서있었다.
수많은 기척들 중 하나가 노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무릎을 꿇고 외쳤다.
“제 이 단주 이충이 도검문주를 뵙습니다!”
도검문주라 불린 노인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