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RAW novel - Chapter (179)
# 54장 나라고 못할 것 같으냐? (3) #
-키엑키엑!
어두운 석실에 시끄럽게 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귀뚜라미 소리보다도 더 시끄럽고 듣기 께름칙한 소리를 내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때 석실 안으로 누군가 등불을 들고 들어왔다.
얼굴이 비치지 않는 한 정체불명의 사내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서는 아까부터 시끄럽게 울고 있는 무언가를 찾았다.
석면에 진열장이 있었고, 그 위로 수많은 목함이 놓여 있었다.
그 중에 검(劍)이라 적힌 붉은 목함이었다.
사내가 검이라 적힌 목함을 꺼내들자, 그 안에서 더욱 크게 키엑키엑 소리가 들려왔다.
-달칵!
목함을 열자 그 안에 주먹만 한 고(蠱)가 있었다.
더듬이와 입만 있는 붉은 고가 괴상한 소리를 지르면서 파르르 떨어댔다.
사내가 아무렇지 않게 고를 집어 들었다.
“물건을 회수하라고 보냈더니 쓸데없는 것을 나불거리고 있군. 쯧.”
혀를 차던 사내가 고를 쥐고 있던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키에에에에!
자신을 짓누르는 강한 압력에 고가 크게 소리를 지르더니 이내,
-푸직!
터져서 그대로 죽고 말았다.
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하얀 체액을 만지면서 사내가 비릿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놈에게서 뭔가를 알아낼 생각이라면 크나큰 오산이다.”
같은 시각,
호북성의 폐검곡 내에 있는 장원 건물.
한 숙소 방에서 천여운이 최면을 통한 심문을 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극도육무문의 도검문주라고 밝힌 이백은 지금까지 원하는 것을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이었다.
그들의 주둔하고 있는 진정한 본진과 전력.
그리고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를 알아내야 했다.
극도신이 무림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 약 오백 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극도육무문이었다.
이제야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충분한 힘을 길렀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대비할 수 있다.
“네놈들이 그분이라 칭하는 자는 극도신이냐?”
-딱!
“……으으으….”
천여운의 질문에 이때까지 줄곧 대답을 잘해오던 이백이 몸을 떨었다.
풀린 동공이 흔들리며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완강하군.’
천여운이 한 번 더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그렇다.”
계속해서 버티던 이백이 힘겹게 입술을 들썩거리며 말했다.
역시 예상대로 극도육무문은 극도신의 후예가 맞았다.
“그럼 네놈들의 전력은 문파명에서 처럼 여섯 문파로 나뉘는 것이냐?”
-딱!
-움찔움찔!
근본적인 정보를 캐묻기 시작하자 거부감은 더욱 커졌다.
동공이 떨리는 것을 넘어서서 이백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며 붉게 상기되기 시작했다.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단전이 파괴 되어서 아무런 내공이 없는데도 자백제와 최면을 버티고 있었다.
그것이 강한 정신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에는 점차 이상했다.
‘엇?’
갑자기 흐릿했던 이백의 동공이 또렷해졌다.
그러더니 그의 이마에 핏줄이 곤두서면서 머리가 부풀기 시작했다.
괴이한 변화가 일어나자 이백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천여운을 향해서 이죽거리는 눈빛을 보내왔다.
‘….보, 본좌에게서 아무 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 했지?’
최악의 상황이 발생되면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수뇌부들에게 더욱 철저하게 금제를 걸어놓았다.
발설해서는 안 될 정보를 입에 담는 순간, 머릿속에 심어져 있는 고의 수컷이 연결된 암컷에게 신호를 보낸다.
암수가 연결된 고는 한쪽이 죽게 되면 다른 한쪽도 터져서 죽는다.
“끄으으으으윽!”
머릿속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면서 뭔가가 빠르게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진다.
바로 그때 천여운이 그의 머리로 손바닥을 갖다 댔다.
‘끄으윽? 뭐, 뭐야?’
천여운의 손바닥에서 미세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것이 끝나자 천여운의 동공이 빠르게 떨리면서 증강현실이 개안되었다.
흰 빛의 입자가 네모로 된 영상 정보를 만들어냈다.
[지정한 대상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법으로 스캔한 결과 뇌에 부착된 벌레가 부풀어 오르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나노가 증강현실을 통해 보여주는 영상에 흰색 뇌의 형태로 보이는 뿌연 것에 작고 붉은 무언가가 부풀어 오르는 게 보였다.
“흠.”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직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했는데 금제가 가해져 있다.
난처해하는 그의 모습에 위안을 얻은 도검문주 이백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끄으으….하아..하아…크큭, 네놈은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별 수 없군.”
“크크큭, 네놈이 현경의 고수라 한 들…”
그 순간 이백의 머리를 잡고 있는 천여운의 손에서 강한 빛과 함께 전격이 일어났다.
-파치치치치치치칙!
“끄가가가가가가가가가!”
갑작스럽게 머릿속을 울리는 전격에 이백이 전신에 경련을 일으켰다.
그의 눈과 두 귀, 콧구멍, 입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칠공토혈(七公吐血)이란 이런 의미일까.
-팍!
천여운이 그의 오른쪽 눈 쪽에 손을 갖다 댔다.
‘나노. 뇌에 손상이 가지 않게 보조해줘.’
[알겠습니다.]천여운의 진기가 그의 머릿속을 파고들면서 무언가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노의 전격으로 인해서 잠시 자폭하려던 움직임이 멈춰진 고(蠱)였다.
[벌레를 포착했습니다.]‘빼낸다.’
[에너지에 대한 원격 조정권을 부여받습니다.]진기로 고를 감싸자 나노가 그것을 직접 움직여서 최대한 뇌에 손상이 가지 않는 쪽으로 빼내기 시작했다.
-쿠득쿠득!
“끄가가가가가가가!”
전격으로 계속 경련을 일으키던 이백의 오른쪽 눈이 들썩거렸다.
그 순간 천여운이 잡아당기는 시늉을 하자 이백의 눈알이 튀어나오면서, 그 뒤로 두 손가락을 모은 크기만큼 부풀어 오른 벌레가 안구에서 뽑혀져 나왔다.
-콰득!
“끄아아아아악!”
“합!”
천여운이 그것을 천장 위로 진기를 유도했다.
그러자 튀어나온 고가 방안의 천장을 뚫고서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전격에서 벗어난 고는 순식간에 부풀어 올라서 터져버렸다.
-펑!
건물의 지붕 위로 터진 고의 하얀 체액들이 떨어져 엉겨 붙었다.
“끄헉….끄헉…”
-움찔움찔!
전격은 물론이거니와 눈알을 뽑혀져 나오는 고통을 겪은 이백은 당장에라도 죽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그의 한 쪽뿐인 눈알은 공포와 두려움에 차서 천여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이….이놈은 정녕 괴물이란 말인가?’
금제를 이런 식으로 풀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의 고를 뽑는다는 발상 자체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뇌의 손상을 최대한 줄였지만 연명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나노의 목소리에 천여운은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세한 전자파로 정지해가는 뇌세포를 자극해 억지로 활성화시켰지만 곧 숨을 거둬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많이 아프겠지만 조금 서두를게.”
“끄으으윽….뭣?”
-딱!
천여운이 다시 한 번 그의 귓가에 대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고통스러워하던 이백의 동공이 수축되면서 다시 흐리멍덩하게 바뀌었다.
-펑!
“앗?”
천장을 뚫고 터지는 무언가를 발견한 호상화와 문규가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 위에는 새하얀 체액 같은 것들이 지붕에 엉겨 붙어 있었다.
“이, 이게 대체?”
“교주님!”
방안에서 무너가 일이 터졌다고 생각한 문규가 다급히 밑으로 내려가, 문을 열고서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힉!”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천여운의 의자에 묶여 있는 도검문주 이백의 머리를 잡고서 뭔가를 듣고 있었는데, 오른쪽 눈알이 대롱대롱 달려있는 모습이 끔찍했다.
“끄흑….끄흑…..절강성…..하, 항주…….화……황산에……본거….끄르륵.”
힘겹게 입을 열던 이백이 이내 고개를 바닥으로 떨궜다.
결국 숨을 거둔 것이었다.
“하아…..”
천여운이 한숨을 내쉬며 그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빼내려고 했는데 결국 두어 가지 밖에 알아내지 못했다.
물론 그것도 굉장히 컸다.
-타타탁!
“교주님!”
그때 방 안으로 다른 수하들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폭음 소리에 놀라서 한달음에 달려온 그들이었다.
사 장로 양단화가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괘, 괜찮으십니까?”
터지는 소리가 생각보다 커서 혹시나 큰일이 터졌나 싶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천여운은 무사해보였다.
천여운이 어리둥절해하는 수하들에게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놈들의 본거지를 알아냈다.”
“!?”
그곳은 바로 절강성 항주에 있는 황산이었다.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기 전에 도검문주 이백은 극도육무문의 본거지를 밝히고 말았다.
그런 천여운의 말에 수하들이 두 눈을 반짝였다.
* * *
이각 정도가 지난 또 다른 방 안.
그곳에 팔 다리가 잘려나간 무당파의 장로, 무당패검 현운자가 의자에 묶여져서 넘어지지 않게 고정되어 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는 그는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를 쓰러뜨린 연무화가 지혈을 하고서 서둘러 왔지만 출혈이 너무 컸다.
‘허어…..팔 다리를 전부 잘랐으니 당연한 게 아니오?’
신의 감로수가 혀를 내둘렀다.
그녀가 진맥을 했지만 워낙 피를 많이 흘려서, 오래 버텨봐야 반 시진이 한계라고 결론을 내렸다.
수혈을 하는 방법을 권했지만 어차피 그들은 서둘러서 이곳을 떠나야 할 입장이었기에 현운자의 생명을 연장시킬 생각따윈 없었다.
필요한 정보만 빼낸 후에 시신을 처리하고 떠날 작정이었다.
“은공께 부탁이 있습니다.”
-털썩!
감로수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천여운에게 빌었다.
약학과 의학에 있어서 중원 최고라 불리는 그녀는 천여운이 만든 탕약의 재료만으로 어떤 용도에서 만들었는지 짐작해낼 수 있었다.
“현운자 도장에게 그 약을 쓸 거라면 이 늙은이도 질문을 할 수 있게 해주시오.”
감로수는 정파의 창천회(蒼天會)라 불리는 단체의 부탁을 받고 근 일 년 동안 폐검곡의 은신처에서 육신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대법에 대한 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그것을 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창천회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강한 무인들을 양성한다고 했습니다. 노부(老婦)는 원래 무림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으나….”
그녀의 하나뿐인 손녀가 일 년 전에 사파 연맹의 무림인에게 납치당했다고 했다.
유일한 혈육이자 후계자가 납치당하자, 그녀는 복수에 불타는 마음에 그들의 의뢰를 받아들였다.
“그들은 사파 연맹에게서 노부의 손녀를 받기 위해서 전쟁에 이겨야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지금의 힘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지요.”
처음에는 복수심에 사로잡혔던 그녀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하다고 여겼다.
그녀가 알게 된 이 창천회라는 조직은 구대문파의 몇 곳도 속해 있을 만큼 큰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납치된 손녀의 생사 여부조차도 제대로 알아내지 못했다.
“현운자 도장…..저 자는 분명 뭔가를 알고 있습니다.”
신의 감로수는 그가 뭔가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확신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의원인 그녀로서는 그것을 강제적으로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그저 그들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는 것만이 손녀를 살릴 길이라고만 여겼다.
“만약 은공께서 도와주신다면 그대들이 사파이든 마교이든 상관없이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들어드리겠습니다.”
그녀의 제안에 천여운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신의는 의원답게 정도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이었기에 어떻게 설득해서 태상 교주의 진료를 보게 할지 고민했던 차에 그들로서는 잘 된 일이었다.
“먼저 질문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천여운은 선뜻 그녀에게 먼저 기회를 주었다.
단전을 파괴시키고 약물을 복용한 현운자는 먼저 암시를 걸었던 도검문주 이백과 마찬가지로 몽롱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내 손녀…..감미양이 어디에 있는지 정말 모르오?”
-딱!
천여운이 내공이 담긴 손가락을 튕기자 현운자가 힘겹게 입을 뗐다.
“원시천존…..원시천존…..감 파파의 손녀는 수로십팔채 중 하나인 용호채에 있소.”
“뭐, 뭣?”
단번에 그 위치를 말하자 감로수의 눈빛에 노기가 서렸다.
지금까지 수십 차례 시간이 날 때마다 조심스럽게 행방을 찾았냐고 물어도 한결 같이 노력 중이라는 말뿐이었던 현운자였다.
-으득!
감로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분노에 차오른 그녀가 겨우 화를 억누르고 물었다.
“왜….왜 알고 있으면서 이야기해주지 않은 것이오?”
-딱!
“…..감 파파, 그대의 대법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알리지 말라는 천주의 명이 있었소. 그리고 용호채와는 계속 연통을 넣고 있기에 대법만 완성된다면 손녀 분을 데려올 수 있소.”
“요….용호채와 연통을 넣고 있다고?”
현운자의 입에서 나오는 충격적인 진실에 감로수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방안에는 천여운의 수하들 모두가 있었는데 그들 역시도 어이가 없었는지 혀를 찼다.
허봉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하! 소위 명문 정파라 불리는 것들이 하는 짓이 사파만도 못하네요. 못된 말코 도사 같으니라고!”
-퍽!
“욱!”
“조용히 하고 있어.”
옆에 있던 호상화가 그의 명치를 팔꿈치로 때려서 조용히 시켰다.
그렇지 않아도 신의 감로수가 큰 충격을 받았는데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더 자극될 것이 아닌가.
그러나 호봉의 입을 다물게 하는 것과 별개로 감로수는 이미 이성을 상실했다.
“이노오오오옴! 감히 노부의 손녀를!”
-꽉!
감로수가 화를 이기지 못하고 매서운 얼굴이 되어 현운자의 목을 졸랐다.
“컥컥!”